작가의 평생에 걸친 책 읽기. 반지의 제왕을 읽고 J.R.R. 톨킨에게 쓴 편지는 그야말로 팬심 가득해서 미소가 지어진다.

‘사탕을 먹는 아이처럼 나도 1편을 오래오래 천천히 읽으려 했으나, 그만 욕심에 져서 책이 벌써 끝나버렸습니다. 내게는 짧아도 너무 짧군요.‘ (p.115)

1953년에 쓰신 편지이니 55세. 짧아도 너무 짧다니ㅎㅎ;;; 책에 홀딱 빠져서 얼굴이 빨개진 귀여운 작가님을 상상.

쉰 살 때도 똑같이 (종종 훨씬 더)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니라면 열 살 때도 아예 읽을 가치가 없다. 물론 정보 도서는 예외다. 허구의 작품 가운데 나이가 들었다고 그만 읽어야 할 책이라면 애초에 읽지 않는 편이 낫다. - P62

조금만 더 책을 읽을 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얕고 넓게 읽거나 깊고 좁게 읽거나 둘 중 하나지.

친구 아서 그리브즈에게 보낸 편지, 1919년 3월 2일 - P165

문학의 (전부는 아니고) 대부분은 즐거움을 위해 가볍게 읽도록 되어 있다. 느긋하게 앉아서 어떤 의미에서 "재미로"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문학을 본래 용도로 쓰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의 모든 비평도 순전히 허사가 되고 만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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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22-05-29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소설) 문학의 요체는, 유머와 문장입니다.

두 요소를 겸비한 소설을 찾다 찾다 진즉에 지쳤더랬죠.

뭐, 그냥 그렇다고요.ㅎㅎ^^

moonnight 2022-05-30 14:21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 식사하셨구요? 오후근무 남았는데 왜 이리 졸리는지@_@; 댓글 달면서 잠을 깨워봅니다ㅎㅎ;
 

이구나. @_@;;; 지금은 전혀 아니지만 과거 영화 좀 본다 했는데 말이죠.@_@;;;
저자 듀나를 아주 좋아하는 시네필 친구 생각이 난다. 영화 얘기로 밤을 샜던(술병이 쌓였던-_-) 친한 사이였는데 지금은 안 만나게 된.

책의 말미에 조정래, 김훈 작가가 잠깐 언급되는데 작가분들이 이 책을 읽으셨으면..^^;;;;;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의 최근 인터뷰에는 종종 이상한 문장이 섞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거요.

"요즘 젊은 층에게는 역사 체험이 없다. 일제 시대와 6·25전쟁의 상처를 지닌 세대는 내가 마지막이다. 이후로는 산업화로 잘살게 된 영향이 크다. 일본과 유럽에는 대하소설이 드물다. 남을 침략만 했지, 상처가 없어서 긴 소설이 안 나온다.
그런데 한국은 일제강점기, 6·25 전쟁, 분단 세 가지가 겹쳤다. 우리 세대가 그 긴 소설을 써낸 거다. 그 뒤 세대는 고뇌와 상처가 적어 일본과 유럽식으로 소설이 점점 짧아지는 것같다."
- P232


모든 사람들은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그건 놀라운 일이 아니지요. 이상하고 과격한 주장은 대화의 문을 여는 효과적인도구이기도 합니다. 단지 그런 소리는 적절한 질문과 대답이이어져야 완성이 됩니다. 하지만 최근 조정래를 인터뷰 하는기자들 중 어느 누구도 이 대놓고 이상한 말을 반박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은 이걸 예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리가요. 이건 멀쩡하게 활동하는 현역 작가를 골방 노인네취급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례하기 짝이 없어요. 대화가 이어진다고 저 문장들이 과연 덜 이상해지느냐. 그런 생각은 안 들지만요.
- P234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이유는 간단해요. 중장년 한국 남자들은 원래 제대로된 피드백을 받지 못합니다. 말을 해도 못 알아먹고 지적당하는 건 또 싫어해서 대부분 건드리지 않거든요. 더 나쁜 경우는 이들이 아무리 이상한 소리를 해도 대충 그런가 보다 넘어가는 사람들의 습관입니다. 이건 여러분이 남성 집단 속에서선배님/선생님 소리를 듣는 중장년 남성이라면 그리 보편적이지도 넓지도 않은주변 세상의 바깥에 대해 아주 이상한 생각을 품고 살다가 그냥 죽을 수도 있다는걸 의미합니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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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5-20 0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연은 그렇게 왔다가 가는 건
가 봅니다 :>

저도 예전 영화들 좋아합니다.

moonnight 2022-05-20 10:02   좋아요 2 | URL
레삭매냐님^^ 그러시군요. 여러 분야에서 박학하신 레삭매냐님♡
요즘 젊은이들^^; 이 <이창> 을 보고는 그레이스 켈리가 예쁘긴 하지만 사각턱이라고 했다는 대목에서 깜놀했네요ㅎㅎ 저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획실히 요즘 우리나라 아이돌들의 턱선이 예리하긴 하지요@_@;;

얄라알라 2022-05-21 17:30   좋아요 1 | URL
세상에....그레이스 켈리에 대한 ㅅㄱㅌ 평가는 놀라운데요.

저도 예전에 나오미 울프였나? 누군가의 책을 읽다가, 미의 기준이 변하면서 마릴린 먼로를 젊은 친구들이 살찐 소라고 했다는 말을 읽고 놀랬던 기억이 나요

moonnight 2022-05-21 17:59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그쵸ㅠㅠ; 마릴린 먼로 ㅠㅠ 저도 충격ㅜㅜ 저는 요즘 헐리우드 배우들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느끼는데ㅠㅠ 이것이 바로 세대차이인가ㅠㅠ;;;

한수철 2022-05-20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뇌와 상처가 적어 분량이 짧아지는 게 아니라 발주자들이 짧게 써서 보내 달라고 주문을 해 오니까 그런 것일 텐데. ㅎㅎ^^


아무려나 인용해 주신 문장들, 좋네요. 책을 빨리 구해 읽어봐야겠어요.;)

moonnight 2022-05-20 15:08   좋아요 0 | URL
한수철님^^ ‘말을 해도 못 알아먹고 지적당하는 건 또 싫어해서 대부분 건드리지 않는다‘에서 막 웃었어요ㅎㅎ 나도 그런 사람들 알고 있지 하고 웃다가 생각해보니 어떤 이들은 저를 두고 그렇게 느낄지도. -_- 생각이 들어서 겸손히 마무리합니다=_=;;;

얄라알라 2022-05-21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표지도 넘나 옛스럽고(?- 비됴 테이프), DUNA님 글 완전 좋아했어서 이 책 찜해갑니다

moonnight 2022-05-21 17:57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얄라알라님도 듀나님 좋아하셨군요! 저는 제 친구 덕분에 이 분을 알게 되었는데 책을 읽으니 과연. 글을 참 잘 쓰시는군요. 어떻게 이렇게나 영화를 깊이 보실 수 있나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감탄@_@;;;

페크pek0501 2022-05-24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끔 티브이에서 옛날 영화 보여 주면 반갑더라고요. 제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ㅋ
˝아주 이상한 생각을 품고 살다가 그냥 죽을 수도 있다는걸 의미합니다. - P235˝ - 이 문장을 보고 생각난 것인데요,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잖아요. 독서의 효용을 말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혼자 책만 읽다가 그냥 죽는다면 그건 독서가 세상에 기여한 게 하나도 없는 게 되는 것이란 말이죠. 읽은 대로 배운 대로 뭔가 실천해서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쳐야 하지 않나요. 글이라도 써서 남기든지요. 그런데 혼자 독서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면 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도 의미가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ㅋㅋ

moonnight 2022-05-24 23:09   좋아요 3 | URL
페크님^^ 음.. 저는 혼자 독서하면서 행복하게 살다 갈 사람인데요ㅎㅎ;; 세상에 뭘 기여하는 건 고사하고-_-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갈 수 있다면 나름 괜찮은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당;;;;
혼자 이상한 생각을 품고 살다가 죽으면 천만다행인데 이게 절대선인 줄 알고 타인에게 강요하기도 하니깐요-_-;;;;

그런데 참, 이 책에서 주로 얘기하는 옛날 영화는 티비에서 틀어주는 옛날 영화는 아니더라구요ㅎㅎ;;
 

2006년 12월 9일, 2007년 1월 11일 발행-_-
15년만에 읽었다. 표지도 바뀌었네@_@;;;;
하여간 닉 혼비답게 재미있다. 라는 간결한 후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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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인물들의 관계를 정리하기 좋다.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도 막상 읽다 보면 아니 이 사람(신)이 여기 나온다고? 이러고 있다ㅠㅠ;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읽으면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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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22-05-15 0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런 신화를 신봉(?)해도 되나요?

전 심히 자작 자작, 의심스러움. 그래서 패스하는 영역 중 하나.ㅎㅎ^^

moonnight 2022-05-16 12:20   좋아요 1 | URL
신봉ㅎㅎ;;;; 그러시군요. 저는 그리스 신들이라든지 피라미드라든지 먼 옛날 우주인들이 지구를 방문했던 거라며 상상의 나래를 폈었지요.^^ 재밌어요. 저는 그리스 로마 신화 침 좋아해서 여러 종류 책들 갖고 있어용.

한수철 2022-05-17 04:16   좋아요 1 | URL
취중에 같잖은 댓글을 남긴 것 같는데(필름이 그만 끊겼지 뭐예요), 좋은 대댓 잘 읽었습니다. ㅎㅎ^^

실은, 다음 날 댓글 쓴 거 알고는 지울까 했는데 달밤 님이 근데 뭐라고 대댓하실까 쫌 궁금해서 놔뒀더랬죠. 잘한 판단이었네요. ;)

moonnight 2022-05-17 20:01   좋아요 0 | URL
같잖..ㅎㅎ;;;; ^^;;;; 괜찮았는데ㅎㅎ;; 취중이셨군요^^ 저도 가끔 취중에 댓글 쓰고 담날 조마했던 적 있어요ㅎㅎ;;; 헛소리한 거 아닌가 하고요. 어느 여러분들 서재에 들락거렸는지도 모르겠고 말이죠ㅠㅠ;
 

이건 너무 무섭잖아요ㅠㅠ;; 살육의 묘사가 너무 잔인ㅠㅠ;;;;

소녀는 블랙피트족이고 크로우족에게는 절대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을 갖고 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뭉클 ㅠㅠ 이 힘든 이야기를 완주한 위로를 받는다ㅠㅠ;;

이제 이야기가 끝났기 때문에 노인은 자신의 오른손을 다시 들어올린다. 그날 소녀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 모두 그를따라 한다. 그리고 그 소녀가 4년 후 그녀의 팀이 두 번의 연장전 끝에 주 우승을 놓쳤을 때 그런 것처럼 주먹을 높이 치켜든다. 그 소녀가 영원한 게임의 끝에서 주먹을 들어 올린 건 마침내 그녀를 무너뜨리는 법 - 그녀를 막은 첫 수비이자 마지막수비 -
을 알게 된 크로우 팀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다.

스포츠 정신의 표현, 존중의 표현, 경의의 표현, 그것은 고등학교 스포츠를 홍보하는 수천 개의 포스터에 담기고 그녀의 것이었던 모든 땅에 드리운다.

그건 길의 끝이 아니라고 헤드라인은 전부 말할 것이다. 그건 절대로 길의 끝이 아니었다.
그건 시작이다.
- P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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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5-12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소설 결말도 넘 ㅎ 좋았습니다

호러물이라기 보다는 사라져 버린 인디언 후예들의 슬픈 연대기!^^

moonnight 2022-05-12 22:14   좋아요 1 | URL
네^^ 아메리칸 인디언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결말도 다행이고요. (나름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