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지키기 위해 꿈을 꾼다
시라쿠라 유미 지음, 신카이 마코토 그림,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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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내용만큼이나 책 디자인에 신경쓰는 이유는 아마 디자인이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 디자인은 책 구매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책을 처음 봤을 때 표지에서 물씬 풍기는 애니메이션 분위기에 가슴 따뜻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볼 것 같다는 예감을 나에게 던져주었다.  

소설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가족이 등장한다. 아이의 생일에 직접 케이크를 만드는 아름다우며 모든 일을 척척해내는 엄마, 축구를 잘하며 스스로 일어나는 의젓한 사쿠, 형 사쿠를 동경하는 동생 기미히코, 사쿠를 좋아하는 착한 여자친구 오오에. 사쿠는 오오에와의 첫 데이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잠깐 잠이 든 사쿠는 곧 깨어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이미 7년이 지난 후였다. 가족들과 사쿠, 주변 모든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한다. 나는 사쿠의 가족이야기, 동생이야기, 오오에의 사랑, 기다림에도 관심이 갔지만 도대체 왜 사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으며 작가가 과연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너무 궁금했다. 그 결과의 궁금증 때문이지 중반부를 지나 빠른 속도로 결말을 향해 달려갔다.

읽는 동안 나는 순백의 하얀 나라를 보고있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찬 엄마, 형을 동경하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동생, 10살의 어린나이에 시작한 첫사랑을 7년 동안 간직한 아름다운 여고생. 맛있는 케이크 냄새가 물씬나는 아름다운 풍경에 그만 푹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이 악역이 등장하고 검은 그림자가 그리워져 안타깝게 했다. 결말은 한 편의 동화처럼 끝이 났다. 하지만 하나의 소설로 보자면 너무 아쉬운 결말이였다. 왜 사쿠가 7년전 그대로 모습으로 돌아왔는지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 없었다. 나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에 좀 더 상상력이 많이 가미된 결말을 원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책을 읽고 난 뒤 다른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왜 사쿠가 7년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왔는지를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닌것 같다. 그런 기막힌 상황에서의 가족간의 따뜻함과 사랑, 그리고 동화같은 첫사랑과 약속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상상 속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 자체로만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는 내가 너무 커버린 탓일까. 동심을 잃어버린 탓일까.

너무 멋진 제목에 동화같은 아름다움이 있고 멋진 꿈과 소중한 약속이 있어 즐거운 책 읽기가 되었다. 성장을 주제로한 아동소설이라는 소개가 있지만 잃어버린 추억, 꿈,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고픈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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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비밀 220장면 - 지구인의 99퍼센트가 잘못 알고 있는
외르크 마이덴바우어 지음, 안미현 옮김 / 민음인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역사는 이긴자의 역사라고한다. 혹은 이긴자에 의해 희여진다고들 한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야 그 역사가 새롭게 해석되기도하고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미 통용되어버린 역사를 바꾸기란 참 힘들다. 하지만 그러한 새로운 해석이나 미스터리의 해결은 언제나 흥미롭고 재밌다. 그런 이유로 이와 관련된 책이 많이 출판되는 것 같다. 

책 제목에 220장면이라 적혀 있길래 220가지의 이야기를 어떻게 한 책에 넣을까하고 생각했는데 내용을 한바닥 내외로 압축해 놓았다. 내용이 역사적 순서에 맞게 적혀있지만 짧은 내용때문인지 전반적인 세계역사를 알지 못한다면 이해가 힘들거나 재미없는 부분이 많았다. 세계사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는 나에게 힘든 부분이 많았다. 

하나를 깊이 아는 것과 짧은 이야기들을 여러개 아는 것 중 어떤 것이 좋냐고 묻는다면 그 답에 따라 이 책의 재미가 결정될 것이다. 220장면을 한꺼번에 압축하여 넣어놔 연결이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복잡한 유럽왕과 왕실의 관계들이 이해되지 않아 힘든 부분이 많았다. 부연설명들 역시 부족하다. 하지만 많은 내용을 한번에 알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른 제목을 만든다면 '세계사의 비밀 잡학사전'정도가 좋겠다. 

책 내용에는 아는 내용도 있었고 모르는 내용도 있었다. 미녀가 아닌 클레오파트라, 바람둥이였던 카롤루스 대제, 짐은 곧 국가라고 외치지 않았다는 내용등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몰랐던 내용들이 더 많았다. '브루투스,너마저도'라고 외치지 않은 카이사르, 피리부는 사나이의 진실, 두 아내와 행복하게 산 백작, 초야권이 있다는게 진실이라고 다른 책에서 읽었는데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등. 특히 애칭으로 기억되는 왕들의 대목이 흥미로웠다. 바보왕이 바보가 아니며 뚱보왕이 뚱보가 아며 선랴오앙이 선량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이 책에서 가장 즐겁게 읽은 부분이였다.

마지막에 제법 긴 참고문헌의 목록을 보고 글쓴이의 노력에 감탄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한 흔적을 확실히 보여주는 목록이며 세계사의 비밀 220장면의 증거를 보여주는 목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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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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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작가들 중 전작주의 작가가 두 명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히가시노게이고이다. 그의 작품은 우선 사서 읽어보는게 먼저였다. 그의 책은 감동, 때로는 슬픔, 때로는 이슈가 될 만한 사회문제를 나에게 던져준다. 추리장르를 지향하지만 다른 장르도 많이 선보이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분명 내 취향이다. 그의 작품의 다양성이 바로 전작주의가 되어버린 이유 중 하나다.

 

회랑정 살인사건은 완벽한 추리소설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김전일이나 전통추리소설에 볼 수 있는 줄거리다. 관련자들이 모두 모여 있는 한 여관에서 한명씩 죽어나가는 이야기는 우리가 늘 보던 소재이다. 구지 다른 점을 말하자면 탐정이 없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유산상속에 관한 치정은 흔한 소재다. 유언장 공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는 진부할 정도로 익히 접해봤다. 하지만 그런 흔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재를 접할때마다 열심히 읽는다. 과연 이 집안의 비밀은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회랑정 살인사건에서도 주인공 에리코가 왜 이렇게도 복수에 집착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녀의 하나 밖에 없는 사랑이야기는 또 다른 흥미거리이다. 사랑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흔하지만 가장 슬프고 또 다른 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다. 회랑정 살인사건은 이처럼 가장 진부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있다.

 

죽은이가 남긴 메세지, 예전사건과 연결된 고리의 사라짐, 여러가지 단서가 나오면서 궁금증은 더 해가지만 단서들이 나올 때마다 너무 쉽게 풀리는 것이 아쉬웠다. 긴장감이 조성되자마자 사라져버리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주인공은 너무 쉽게 단서들을 추적하고 풀어나간다. (김전일이나 코난보다 더 아이큐가 높을지도..)마지막의 장식은 충격적인 반전은 아니다. 좋은 반전이기는 하지만 소재처럼 너무 흔한 반전으로 끝이 나버렸다. 결국 회랑정 살인사건은 가장 흔한 소재와 흔히 볼 수 있는 결말로 이루어져있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그 재미가 반으로 줄어들 수 있찌만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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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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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이 정말 멋져보였다. 도대체 노인을 위한 나라가 무언가. 노인은 누구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인은 우리가 아는 노인이 아니였다. 단순히 나이 든 사람을 뜻하는게 아니였다. 책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책을 다 읽고서 나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진정 노인을 위한 나라는 어디일까. 모스는 사냥을 하던 중 학살현장을 보게된다. 그곳에는 몇 구의 시체와 피와 총알로 뒤덮힌 트럭이 있었다. 모스는 그곳에서 돈가방을 발견하게 되고 그는 인간의 본능에 따르게 된다. 그는 돈가방이 자신의 인생에 시련과 피를 불러올 것을 알지만 그 돈가방을 가지게 되고 돈가방을 가지는 순간부터 그는 쫓기게 된다. 돈가방을 가진 모스의 운명을 바뀌게 된다. 그런 모스를 쫓는 것은 부관을 살해하고 탈출한 시거다. 잔인한 살인마인 그는 모스를 끈질기게 쫓는다. 이 둘의 추격전을 따르는 사람이 또 있었으니 그가 경찰인 벨이다. 이 책을 간단히 말하자면 간결한 문체,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 따음표 없이 이어지는 대사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탁트인 사막과 평원,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어지러운 도시에서 일어나는 추격신은 공기마저 얼어붙게 한다. 추격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지만 건조한 대사들과 자제된 묘사들로 더욱 숨막힘을 보여준다. 심장이 없는 사람처럼 살인을 하는 잔혹한 시거지만 그만의 대사와 시니컬함과 행동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끝까지 돈가방을 놓치지않는 모스의 끈질김에 박수를 더했다. 마음과 쫓는자의 마음, 조여오는 올가미에 숨막힘, 잡아야하는 조급함이 완전히 보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단단한 글 속에서 충분히 느껴졌다. 시거와 모스가 아슬아슬하게 만나고 비켜나갈때마다 떨림을 느끼고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은 것 같다.책보다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었다. 유명한 형제 감독이 만든 영화에 대한 호기심때문에 책을 읽기는 했지만 책 또한 매력적이였고 영상으로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잔인하기는 하겠지만 이 건조한 대사들과 분위기를 어떻게 영상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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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그림자의 책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그루버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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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들어보고 읽어보았을 셰익스피어. 너무 많이 들이 이제는 귀가 따갑고 옆집 아저씨처럼 느껴버릴 정도로 정이 들어버린 최고의 문학가. 그의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셰익스피어입니다. 그렇기에 문학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만약 그의 미발표 희곡이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 희곡을 가질려고 할 것 같네요. 셰익스피어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과 고서적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낼 물건이 될것 같습니다.

크로세티는 자신이 일하는 고서점에서 편지를 발견하게 되고 전문가인 벌스트로 교수를 찾아갑니다. 벌스트로드 교수는 저작권 변호사이자 주인공인 제이크 미쉬킨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는데 자문을 구한 몇일 뒤 교수는 죽게 되고 교수의 상속자인 조카 미란다 켈로그 역시 목숨을 위협받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을 찾아가지 전까지의 서론이 너무 깁니다. 이야기가 깊어 질수록 단서나 사건이 커지기 보다는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가만히 떠있는 배 위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곧 긴 서론이 끝나면서 배는 긴박하게 파도를 타기 시작하고 재미가 있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을 알려주는 나침판이 되는 브레이스거들의 편지가 중간중간 나오면서 역사와 재미를 더 해주고 있습니다. 또 크로세티와 제이크, 두 명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 맞물리는 부분을 발견하며 읽는 것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더욱이 주변 인물들의 능력들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찾아가는 것도 좋았습니다. 

소재도 좋고 재미도 있습니다. 역사와 문학, 음모와 암호가 적절히 조합하여 긴박함을 주지는 않지만 나름의 추리와 스릴러가 혼합하여 괜찮은 책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한번 셰익스피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고 마지막 페이지의 번역가 말처럼 이 책으로 인해 암호에 대한 관심도 커지게 된 것 같습니다. 쫓고 쫓기는 추격신이나 손에 땀이 흐리는 긴박함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덧 : 분권이 될만도 한데 분권이 되지 않고 두툼한 한 권으로 책을 만날 때 정말 행복합니다. 하지만 욕심이 과하면 결말은 좋지 않는 법. 쩍 갈라지고 말았네요. 분권은 절대 싫어라고 생각한 저로써는 비싼 분권이냐 쩍 갈라져버린 한권이냐라는 딜레마에 빠지고만 그런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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