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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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염상섭의 <삼대>를 "우와~ 너무 재미있다!"를 연발하며 다시 읽었다. 좀 이상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환상적이라고 평가받는 이 작품 <수상한 식모들>이 사실주의 문학의 고전으로 불리는 <삼대>와 동일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자본주의 맹아기의 가치관 혼란과 돈에 대한 욕망이 <삼대>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었다면, <수상한 식모들>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후 70년간 그 욕망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새끼를 쳐 왔는가이다. 70년 전의 조씨 삼대에 비해 오늘날의 신씨 삼대는 얼마나 초라한지! 아들의 눈을 피해 중년 며느리의 누드를 그리는 조부, 사업 실패로 재산을 날리고 골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부친,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에 쫓겨 허겁지겁 단 음식을 쓸어 먹는 130킬로그램의 왕따 고교생 아들. 그 아들 곁에는 마르크스 보이 김병화를 대신해 되다 만 혁명가 강순애가 있다. 머리 위에 식칼을 매단 채 죽어 가는 치사한 중년 여자의 모습으로.

돈에 대한 끝없는 욕망만이 신으로 군림하는 서울. 시시한 인간들이 느끼는 시시한 고통과 시시한 불행과 시시한 고민에 공감하며 읽었다. 그리고 대치동 재건축 아파트와 신답동 지하방, 혼자 있는 베란다와 만인 앞에 노출된 패스트푸드 매장, 영재 학원과 하녀 시뮬레이션 게임과  바바리 맨, 설탕을 듬뿍 넣은 사이다와 처녀의 오줌 같은 세부적 소재들의 생생한 활력에 어찌할 바 모르고 매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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