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제4판 개역본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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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여기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인간들이란 다정하게 안아주거나 아니면 아주 짓밟아 뭉개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사소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하려고 들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복수할 엄두도 못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려면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예 크게 입혀야 한다.

117-118
인간이란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자인 데다 기만에 능하며, 위험을 피하고 이득에 눈이 어둡다는 것이다. 당신이 은혜를 베푸는 동안 사람들은 모두 당신에게 온갖 충성을 바친다. 이미 말한 것처럼, 막상 그럴 필요가 별로 없을 때, 사람들은 당신을 위해서 피를 흘리고, 자신의 소유물, 생명 그리고 자식마저도 바칠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당신이 정작 궁지에 몰리게 되면 그들은 등을 돌린다. 따라서 전적으로 그들의 약속을 믿고 다른 방비책을 소홀히 한 군주는 몰락을 자초할 뿐이다. 위대하고 고상한 성격을 통하지 않고 돈으로 얻게 된 우정은 대가는 지불했지만 아직 확보된 것은 아니며, 정작 필요할 때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이 판명된다.
인간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받는 자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덜 주저한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일종의 의무감에 의해서 유지되는데 인간은 지나치게 이해타산적이어서 자신들의 이익을 취할 기회가 있으면 언제나 자신을 사랑한 자를 팽개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로써 유지되며 항상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군주는 자신을 두려운

123-124
군주는 짐승처럼 행동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여우와 사자의 기질을 모방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자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 여우는 늑대를 물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함정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여우가 되어야 하고 늑대를 혼내주려면 사자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사자의 힘에만 의지하는 자는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는 신의를 지키는 것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때 그리고 약속을 맺은 이유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며 지켜서도 안 된다. 이 조언은 모든 인간이 정직하다면 온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란 신의가 없고 당신과 맺은 약속을 지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 자신이 그들과 맺은 약속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는 항상 둘러댈 수 있기 마련이다. 이 점에 관해서 근래의 무수한 예를 들 수 있으며 얼마나 많은 평화조약과 협정이 신의 없는 군주들에 의해서 파기되고 무효화되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 여우의 기질을 가장 잘 모방한 자들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여우다운 기질은 잘 위장하여 숨겨야 한다. 인간은 능숙한 기만자이며 위장자이어야 한다. 또한 인간은 매우 단순하고 목전의 필요에 따라 쉽게 움직이기 때문에, 능란한 기만자는 속고자 하는 사람들을 항상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32
군주는 미움을 받는 일은 타인에게 떠넘기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신이 친히 해야 한다. 다시 한번, 군주는 귀족을 존중해야 하지만 인민들로부터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133-134
첫째로 지적할 점은 다른 군주국에서는 귀족의 야심과 인민의 무례함만을 염두에 두면 되었지만, 로마 황제들은 세 번째 문제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곧 그들은 군인의 잔악함과 탐욕스러움에 대처해야 했다. 그것은 매우 커다란 문제로서 많은 황제의 몰락을 초래했다. 군인과 인민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일이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인민은 평화로운 삶을 좋아하고 그 결과 온건한 군주를 원하는 데 반해, 군인은 호전적인, 곧 오만하고 잔인하며 탐욕스러운 군주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군인들은 군주가 인민을 거칠게 다루어서, 그 결과 그들의 급료가 올라가고 그들의 탐욕성과 잔인성을 만족시킬 배출구를 원했다.
그 결과 (천부적인 재질이나 경험이 부족하여) 군인과 인민을 동시에 누를 수 있는 명성을 얻지 못한 황제들은 항상 몰락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황제들은 (특히 새로 제위에 오른 황제들은) 상반되는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을 때, 군인들을 만족시키고자 애를 썼지, 인민이 박해를 당하는 일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이러한 정책을 따르도록 강요당했다. 군주는 어느 한편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것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사람들에 의해서 미움을 받는 일만큼은 피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것을 성취할 수 없으면,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가장 강력한 집단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일은 피하는 것이다.

149-150
옛 통치에 불만을 품은 자들은 새로운 통치에 대해서도 불만을 품는다.
게다가 신생 군주라면 누구에게나 상기시킬 필요가 있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즉 주민들의 지원으로 권력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군주라면, 누구나 자신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또록 도와준 사람들이 그를 지원한 이유를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군주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감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전 정부에 품었던 불만 때문이라면, 그들을 자기 편으로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고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 역시 그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대와 근래 역사로부터 끌어낸 사례들에 비추어) 이에 대한 이유를 고려해보면, 이전의 정권에서 만족했기 때문에 새 군주에게 적대적이었던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이전 정권에 불만을 품고서 그에게 호의를 느끼고 그를 도운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계속 유지하는 일보다 훨씬 더 쉽다는 점은 명백하다.

151
만약 군주가 외세보다도 신민을 더 두려워한다면 그는 요새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신민보다 외세를 더 두려워한다면 요새를 구축해서는 안 된다. 프란체스코 스포르차가 세운 밀라노의 성벽은 그 나라의 어떤 분란보다도 스포르차 가문에게 분쟁의 근원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군주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요새는 인민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요새를 가지고 있더라도 인민이 당신을 미워하면, 요새가 당신을 구출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민이 봉기하면 그들을 지원할 태세가 되어 있는 외세가 반드시 출현하기 때문이다.

158
차악을 선으로 받아들여라.
어떤 정부도 안전한 정책을 따르는 것이 항상 가능하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모든 행위는 위험을 수반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사물의 도리상 하나의 위험을 피하고자 하면 으레 다른 위험이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려 깊은 사람은 위험을 평가하는 방법을 알고, 가장 해악이 적은 대안을, 따라야 할 올바른 대안으로 선택한다.

161
군주가 대신의 사람됨을 살피는 데에는 아주 확실한 방법이 있다. 만약 그가 당신의 일보다 자신의 일에 마음을 더 쓰고 있고 그의 모든 행동이 자신의 이익을 추진하기 위해서 의도된 것이라는 점이 밝혀지면, 그는 결코 좋은 대신이 될 수 없고, 당신은 결코 그를 신뢰할 수 없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절대로 자신과 자신의 일이 아니라 군주에 관해서 생각을 쏟아야 하고 군주의 일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반면에 대신의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해서 군주는 그를 우대하고, 부유하게 만들며, 그를 가까이 두고 명예와 관직을 수여하는 등 그를 잘 보살펴주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군주는 대신으로 하여금 그 자신이 오직 군주에게만 의존한다는 점을 깨닫게 하고, 이미 얻은 많은 명예와 재부로 인해서 더 많은 명예와 재부를 원하지 않도록 하며, 자신이 맡은 많은 관직들을 잃을까 염려하여 변화를 두려워하도록 대우해야만 한다.

163-164
인간이란 너무 자기 자신과 자신의 활동에 만족하고 자기 기만에 쉽게 빠지기 때문에, 아첨이라는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란 지극히 어렵기 마련이다. 더욱이 아첨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모종의 방법들은 경멸을 받게 되는 위험을 수반한다.
당신 자신을 아첨으로부터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을 듣더라도 당신이 결코 화를 내지 않는 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당신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면, 당신에 대한 존경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는 다른 방도를 따르는데, 사려 깊은 사람을 선발하여 그들에게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그것도 당신이 요청할 때만 하는 것이지 아무 때나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는 그들에게 모든 일에 관해서 묻고, 주의 깊게 그들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그리고 나서 자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나아가서 군주는 그의 조언자들로 하여금 말하는 바가 솔직하면 할수록 더욱더 그들의 말이 받아들여진다고 믿도록 처신해야 한다. 군주는 그가 선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른 누구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되고, 그의 목표를 확고하게 추구하며, 그가 내린 결정에 관해서 동요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식으로 처신하지 않는 군주는 아첨꾼들 사이에서 몰락하거나 아니면 그가 받는 상반된 조언 때문에 결정을 자주 바꾸게 된다. 그 결과 그는 존경을 받지 못하게 된다.

175
나는 신중한 것보다는 과감한 것이 더 좋다고 분명히 생각한다. 왜냐하면 운명의 신은 여신이고 만약 당신이 그 여자를 손아귀에 넣고자 한다면, 그녀를 거칠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계산적인 사람보다는 과단성 있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매력을 느낀다는 점은 명백하다. 운명은 여신이므로 그녀는 항상 젊은 사람들에게 이끌린다. 왜나하면 젊은 사람들은 덜 신중하고, 보다 공격적이며, 그녀를 더욱 대담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117-118
인간이란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자인 데다 기만에 능하며, 위험을 피하고 이득에 눈이 어둡다는 것이다. 당신이 은혜를 베푸는 동안 사람들은 모두 당신에게 온갖 충성을 바친다. 이미 말한 것처럼, 막상 그럴 필요가 별로 없을 때, 사람들은 당신을 위해서 피를 흘리고, 자신의 소유물, 생명 그리고 자식마저도 바칠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당신이 정작 궁지에 몰리게 되면 그들은 등을 돌린다. 따라서 전적으로 그들의 약속을 믿고 다른 방비책을 소홀히 한 군주는 몰락을 자초할 뿐이다. 위대하고 고상한 성격을 통하지 않고 돈으로 얻게 된 우정은 대가는 지불했지만 아직 확보된 것은 아니며, 정작 필요할 때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이 판명된다.
인간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받는 자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덜 주저한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일종의 의무감에 의해서 유지되는데 인간은 지나치게 이해타산적이어서 자신들의 이익을 취할 기회가 있으면 언제나 자신을 사랑한 자를 팽개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로써 유지되며 항상 효과적이다. (뒤에 계속)


(앞에서 계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군주는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만들되, 비록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미움을 받는 일은 피하도록 해야 한다. 미움을 받지 않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전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그가 인민들의 재산과 부녀자에게 손을 대는 일을 삼가면 항상 성취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를 처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도 적절한 명분과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로 국한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타인의 재산에 손을 대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어버이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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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5-09-2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업상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느낌이다. 저자는 아주 똑똑하고, 그러면서도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놓치면 안 된다.

그렇지만, 운명의 신은 여신이어서 자신을 거칠게 다루는 남자를 좋아한다. 운명은 항상 젊은이들을 좋아한다는 말은 중년의 나이에 정치적으로 몰락하여 실의에 빠진 마키아벨리의 탄식으로 들려서 좀 웃었다. 자신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중년 남자가 젊고 힘이 있는 야심가 군주에게 매력을 느끼는 상황은 좀 모에하지 않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