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축제일 한길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24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한길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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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261-273행, 3월 1일)

숲과 호숫가에서 디아나에게 시중드는 요정(Egeria-인용자주)이여, 말해주시오.
누마의 아내인 요정이여, 왛서 그대 자신의 행적의 증인이 되어주시오.
저기 아리키아 계곡에는 우거진 숲에 둘러싸이고
오래된 의식으로 말미암아 신성시되는 호수가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 제 말들의 고삐에 갈기갈기 찢겨 죽은 힙폴뤼투스가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말은 그곳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긴 산울타리들에는 늘어진 실들이 드리워져 있고
그곳에 있는 많은 서판들이 여신에 대한 감사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가끔 기도가 이루어지면 여인은 이마에 화관을 두르고
시내에서 불타는 횃불들을 가져옵니다.
그곳에서는 손과 발이 강한 도망자들이 왕노릇을 하지만
그들이 전임자들을 죽였듯이 그들도 나중에 죽음을 당합니다.
-136-137쪽

(3뤈 675행-696행. 3월 15일. 안나 페렌나의 축제)

이제 나에게는 소녀들이 외설스런 노래를 부르는 까닭을 말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그들은 모여서 잡스러운 노래를 부르기 때문입니다.
안나가 최근에 여신이 되었을 때 그라디부스(마르스의 별명. 행진하는 이-인용자주)가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옆으로 데려가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는 내 달에 경배받으니 우리는 계절을 함께하는 셈이오.
내 큰 소망이 이루어지느냐의 여부는 그대의 도움에 달려 있소.
무장한 신인 나는 무장한 여신인 미네르바에게 사랑에 빠져 불타고 있고
내가 이 상처를 키운 지도 벌써 오래되었소.
기능이 비슷한 신들인 우리를 그대가 결합시키시오.
이 역할은 그대에게 어울리오. 그대 붙임성 좋은 노파여."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빈 약속으로 신을 우롱하고
모호하게 지연시킴으로써 어리석은 희망에 매달리게 합니다.
그가 자꾸 졸라대자 그녀가 말합니다. "분부대로 실행했다니까요.
그녀가 졌어요. 그녀는 그대의 간청에 가까스로 손을 들었으니까요."
(아래에 계속)-159-160쪽

(위에서 계속)
사랑에 빠진 그는 그 말을 믿고 新房을 준비하고
신부처럼 베일로 얼굴을 가린 안나가 그곳으로 인도됩니다.
마르스는 막 입 맞추려다가 안나를 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수치심이, 다음에는 노여움이 우롱당한 신을 엄습합니다.
세 여신은 사랑스런 미네르바의 구혼자를 보고 웃고 있고,
베누스에게는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옛날의 익살과 외설스런 시구들을 노래하게 되었으니,
사람들은 안나가 위대한 신을 속인 것을 기억하고는 좋아하는 것입니다.-159-160쪽

(3권 809-848행, 3월 19일, 미네르바의 축제, 3/19-3/23)

그 사이 하루가 지나고 나면 미네르바의 축제가 열리는데
그것은 연속되는 다섯 날에서 그 이름을 따왔습니다.(Quinquartus-인용자주)
첫날은 피를 보아서는 안 되는지라 劍鬪는 불법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날에 미네르바가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아벤티눔 언덕에서 미네르바에게 신전이 봉헌되었기 때문에-인용자주)
이어지는 나흘 동안에는 뿌려진 모래 위에서 축제가 열립니다.
호전적인 여신은 칼집에서 칼을 빼어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소년들과 부드러운 소녀들이여, 이제 팔라스에게 기도하시오.
팔라스의 호감을 사는 이는 유식해질 것입니다.
일단 팔라스의 호감을 산 뒤에 소녀들로 하여금 양모를 빗고
가득 감겨 있는 물레 가락을 푸는 법을 배우게 하십시오.
그녀는 또 수직의 날실 사이를 북으로 통과하는 법과
느슨하게 짜여진 천을 바디로 단단하게 하는 법도 가르쳐줍니다.
그녀를 경배하시오. 더럽혀진 옷에서 얼룩을 지우는 그대는.
그녀를 경배하시오. 청동 가마에서 양모를 염색할 준비를 하는 그대도.
(아래에 계속)-167-169쪽

(위에서 계속)
어느 누구도 팔라스의 뜻을 거슬러서는 발에 맞는 샌들을 만들지 못합니다.
설사 그가 튀키우스(일리아스 7권에 나오는 아이아스의 방배 제작자-인용자주)보다 재주가 있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설사 그가 에페우스(트로이야의 목마 제작자-인용자주)보다 더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팔라스가 그에게 화를 내면 그는 서투른 사람이 될 것입니다.
포이부스의 기술로 질병을 몰아내는 그대들도
수입의 일부를 여신에게 바치십시오.
그리고 사람들에게 종종 수업료를 떼이는 그대들 교사들이여.
그녀를 모욕하지 마시오. 그녀는 새 학생들을 끌어다줍니다.
그리고 그대 글을 쓰는 이도, 그대 蠟畵 화가도. 그대 솜씨 좋은 石手도.
수천가지 일이 여신의 소관입니다.
그녀는 詩歌의 여신이 틀림없습니다.
그녀가 내가 하는 일에 호의를 베풀어주시기를. 내가 만약 그럴 자격이 있다면.
(아래에 계속)-167-169쪽

(위에서 계속)
카일리우스 산이 정상에서 들판으로 내려오고
길이 아직은 판판하지 않아도 거의 판판한 곳에서
그대는 미네르바 캅타의 작은 사당을 볼 수 있을 것인데,
그것은 여신이 생일날에 처음 받은 것입니다.
캅타라는 이름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현명한 재능을 카피탈리스(capitalis)라고 부르는데 여신이야말로 재능이 있습니다.
아니면 전설에 따르면 그녀가 어머니 없이 아버지의 머리(caput)에서 방패를 들고 뛰어나왔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팔레리이가 정복되었을 때 그녀가 포로(captiva)로서 우리에게 왔기 때문일까요?
어떤 초기 銘文에 그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아니면 그 사당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에
死刑(captis poena)을 내리는 법이 있기 때문일까요?
그대의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했든 간에, 팔라스여,
그대는 늘 우리 지도자들의 앞을 아이기스로 가려주소서!-167-169쪽

(5권 215-228행. 5월 2일. 플로라의 축제(4/28-5/3))

서리가 이슬이 되어 잎에서 떨어지고
다채로운 잎들이 햇살에 데워지자마자
호라이 여신들이 와서 알록달록한 옷을 걷어올리고는
가벼운 바구니들에 내(Flora-인용자주) 선물들을 모으지요.
이어사 카리스 여신들이 나타나
자신들의 天上의 모발을 장식할 화관과 화환들을 엮지요.
내가 처음으로 수없이 많은 민족들 사이에 씨를 뿌렸지요.
그전에 대지는 한 가지 색이었어요.
내가 처음으로 테라프네의 피에서 꽃을 만들었지요. (히아신스. 테라프네는 휘아킨토스가 죽은 곳-인용자주)
그 꽃잎에는 아직도 그것의 탄식이 새겨져 있지요.
나르킷수스여, 잘 손질된 내 정원에는 네 이름도 있지. (수선화-인용자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었던 불행한 자여.
그들의 상처에서 내 덕분에 명예가 솟아오르고 있는 크로쿠스와 (사프란. 크로쿠스는 메르쿠리우스의 연인-인용자주)
앗티스와(제비꽃,퀴벨레의 연인-인용자주) 키뉘라스의 아들(아네모네 또는 장미. 베누스의 연인 아도니스-인용자주)에 관해서는 말할 피요도 없겠지요.-244-245쪽

(5권. 379-414행. 5월 3일)

세번째 밤에는 키론이 자신의 별자리를 드러낼 것인데,
그의 몸은 반은 사람이고 반은 구렁말입니다.
펠리온은 하이모니아에 있는 산으로 남쪽을 향하고 있는데,
정상은 소나무로 푸르고 나머지는 참나무들입니다.
그곳은 필뤼라의 아들이 차지했습니다.(Chiron/Cheiron은 사투르누스와 필뤼라의 아들-인용자주)
오래된 바위 동굴이 하나 있는데, 정직한 노인은 바로 그곳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가 언젠가 헥토르를 죽음으로 보내게 될 손들(手)에게
뤼라를 연주하는 법을 가르쳐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카이우스의 손자도 그곳에 왔는데,
그는 고역들의 일부를 마치고 얼마 안 되는 명령들만이 그에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대는 트로이야의 두 파멸의 운명이 우연히 함께 있는 것을 보게 되었을 것인즉,
이쪽 소년이 아이아쿠스의 손자고, 저쪽이 제우스의 아들입니다.
필뤼라의 아들인 영웅이 젊은이를 환영하며
찾아온 까닭을 묻자 젊은이가 가르쳐줍니다.
그 사이 그는 몽둥이와 사자 가죽을 보더니 말합니다.
"사람은 무기 못지않고 무기는 사람 못지않구려."
(아래에 계속)-254-256쪽

(위에서 계속)
아킬레스는 센털이 난 털복숭이 모피를
감히 만져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습니다.
한편 노인은 독화살들을 만지작거리다가
화살 하나가 떨어져 왼쪽 발을 찔립니다.
키론이 신음하며 몸에서 무쇠를 뽑았습니다.
알카이우스의 손자도, 하이모니아의 소년도 함께 신음합니다.
키론 자신은 파가사이 언덕들에서 따 모은 약초들을 섞어
여러 가지 치료법으로 자신의 상처를 진정시킵니다.
그러나 게걸스런 독이 치료법들을 이겨
파멸이 뼛속과 전신으로 퍼졌습니다.
레르나의 휘드라의 피가 켄타우루스의 피와
이미 섞인 뒤라 구제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아래에 계속)
-254-256쪽

(위에서 계속)
아킬레스는 눈물범벅이 되어 마치 아버지 앞인 양 그의 앞에 서 있었습니다.
펠레우스가 죽어가고 있다면 그는 그렇게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그는 다정한 손들로 힘없는 손들을 가끔 어루만지곤 했으니,
스승은 자신이 형성해준 성품으로 보답받는 것입니다.
아킬레스는 가끔 그에게 입 맞추고 거기 누워 있는 그를 가끔 부르며 말했습니다.
"제발 죽지 마세요. 나를 버리지 마세요. 사랑하는 아버지."
아흐레째가 되자, 가장 정직한 키론이여,
그대는 이칠십사 열네 개의 별들을 그대의 몸에 둘렀소이다.-254-256쪽

(5권 671-692행. 5월 15일, 메르쿠리우스의 축제)

카페나 문 근처에 메르쿠리우스의 샘이 있는데
그 물을 마셔본 사람들의 말을 믿는다면 그것은 효험이 있습니다.
상인은 이곳으로 와서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燻蒸한 항아리에 정성스레 물을 퍼 담아 집으로 가져갑니다.
그는 그 속에 월계수 가지를 담갔다가
곧 새 임자를 만나게 될 모든 것에 이 젖은 월계수 가지로 물을 뿌립니다.
그는 또 물방울이 뚝뚝 듣는 월계수로 자신의 머리에도 물을 뿌리며
속이는 버릇이 있는 입으로 기도합니다.
"지난날의 거짓 맹세들을 씻어주소서" 라고 그는 말합니다.
"어제의 거짓말들도 씻어주소서!
내가 그대를 증인으로 삼았거나,
듣지 않으시리라 믿고 윱피테르의 신성에 걸고 거짓으로 맹세했거나,
또는 내가 알고도 다른 신이나 여신을 속인 적이 있다면
내 염치없는 말들을 재빠른 남풍이 쓸어가게 해주소서.
(아래에 계속)-269-270쪽

(위에서 계속)
하지만 내일 또 거짓 맹세하는 것을 허락해주시고,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신들께서 이를 무시하게 해주소서.
내게는 오직 이익만 주시고, 얻은 이익을 즐기게 해주시고,
손님을 속인 것이 내게 도움이 되게 해주소서!"
메르쿠리우스는 자신이 전에 오르튀기아의 소떼를 훔쳤던 일을 기억하고는
그러한 요구에 높은 곳에서 미소짓습니다.-269-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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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09-08-0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인 Fasti는 원래 법정의 개정일(dies fasti)과 휴정일(dies nefasti), 그리고 민회가 열리는 날(dies comitiales) 등을 기록해 놓는 달력을 뜻하는 말이라고.
오비디우스의 삐딱한 유머는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