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콜드 블러드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트루먼 카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6년 3월
구판절판


페리가 확실히 신의 자비와 용서를 구할 만큼 심각하게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페리는 말했다.
"미안하게 생각하냐고? 그런 뜻으로 물어본 거면 아니라고 할 수 있어. 나는 그 일에 아무 감정을 못 느껴. 나도 내가 뭔가 느꼈으면 좋겠어. 하지마만 그 일에 대해서는 조금도 심란하지 않아. 그 일이 일어난 후 반시간쯤 지나니까 딕은 농담을 해댔고 나는 그 농담을 듣고 웃었지. 어쩌면 우리는 인간이 아닌지도 몰라. 난 내 자신에 대해서는 유감을 느낄 정도로는 인간적이지. 넌 여기서 나갈 수 있어도 난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게 유감이야. 하지만 그게 다지."
그렇게 초연한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컬리번은 믿을 수가 없었다. 페리는 혼란해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어떤 인간도 그렇게 양심이나 동정이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다. 페리는 말했다.
"왜? 군인들이 잠을 설치는 것도 아니잖아. 군인들은 살인을 하고 훈장을 받아. 캔자스의 착한 사람들은 나를 살해하고 싶어하겠지. 그리고 교수형 집행인들은 기꺼이 그 일을 맡을 거고. 사람을 죽이는 건 쉬워."-448-449쪽

뿔테 안경을 끼고 몸무게는 거의 163킬로그램에 육박했던 앤드루스는 캔자스 대학 2학년생, 생물학 전공의 장학생이었다. 그는 비록 고독하게 방 안에 틀어박혀 거의 사람들과 교류가 없는 학생이었지만, 대학에서나 고향 캔자스 월컷에서나 모두들 그를 아주 상냥하고 '천성이 부드러운' 청년으로 보고 있었다. (중략) 앤드류스의 가족들, 부모와 나이 차가 별로 안 나는 누나 제니 마리는 1958년 여름과 가을 내내 앤드루스가 무슨 백일몽을 꾸었는지 알았더라면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었다. (중략) 마침내 11월의 어느 날 밤, 계획을 실행에 옮길 준비가 되었다.
마침 추수감사절 주간이라 앤드루스는 명절을 지내러 집에 와 있었다. 누나 제니 마리도 집에 있었다. 제니 마리는 똑똑했지만 오클라호마의 대학에 다니는 평볌한 소녀였다. 11월 28일 저녁 7시쯤 되었을 때, 제니 마리는 부모님과 함께 응접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앤드루스는 침실 문을 잠그고 들어앉아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마지막 장을 읽었다. 다 읽고 나서 그는 면도를 하고 가장 좋은 양복을 입은 뒤, 22게이지 반자동 엽총과 22구경 루거 권총에 총알을 장전했다. (계속)-480-483쪽

(위에서 계속) 권총은 허리에 차고, 엽총은 둘러멘 뒤 앤드루스는 아래층 복도로 느릿느릿 내려가 응접실로 들어갔다.
응접실 안은 텔레비전 화면에서 나오는 불빛이 깜박이고 있는 것 말고는 어두웠다. 앤드루스는 전등불을 켜고 엽총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겨 누나의 눈 사이를 맞춰 즉사시켰다. 그는 자기 어머니에게 세 발을 쏘았고, 아버지에게는 두 발을 쏘았다. 어머니는 눈을 게스츠레 뜨고 발을 뻗어 그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왔다. 어머니가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닫았지만, 앤드루스는 그냥 "입 닥쳐"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자기 말을 확실히 듣게 하려고, 그는 어머니를 향해 세 발을 더 쏘았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아직도 살아 있었다. 아버지는 흐느끼고 낑낑대면서 바닥을 기어 부엌으로 갔다. 하지만 부엌 문지방에 이르렀을 때 아들은 권총을 뽑아서 장전된 총알을 모두 발사한 다음, 다시 한 번 무기를 장전해서 다시 한 번 총알이 다 떨어질 때까지 쏘았다. 그의 아버지는 모두 열일곱 발의 총알을 맞았다.
(아래에 계속)-480-483쪽

로웰 리 앤드루스는 본인이 작성한 진술서에 따르면 "그 일에 대해서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고 했다. "때가 왔으니,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거기서 일어난 일은 그런 것뿐이죠."
총을 쏜 후, 앤드루스는 자기 침실 창문을 떼어내 방충망을 걷어내고 나서, 집 안을 여기저기 다니면서 옷장 서랍을 빼서 안의 내용물을 마구 흩트려놓았다. 범죄의 책임을 도둑에게 돌리려는 의도였다. 후에 자기 아버지 차를 몰고 앤드루스는 눈 때문에 미끄러운 길을 65킬로미터 정도 달려 캔자스 주립 대학이 있는 로렌스로 돌아갔다. 가는 도중, 앤드루스는 다리에 차를 세워놓고는 총기를 분해해서 부속을 하나하나 캔자스 강에 빠뜨려버렸다. 하지만 물론 그 여행의 진정한 목적은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이었다. 먼저 그는 자기가 세 들어 살고 있는 하숙집에 들렀다. 타자기를 가지러 왔다면서 거기서 집주인과 잠깐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월컷에서 로렌스로 오는데 날씨가 너무 나빠서 2시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그곳을 떠나면서 앤드루스는 영화관에 들러 별 특징 없이 극장 안내인과 사탕 판매원가 잡담을 나누었다. (아래에 계속)-480-483쪽

(위에서 계속) 11시에 영화가 끝나자 앤드루스는 월컷으로 돌아갔다. 집에서 기르는 잡종개가 현관 포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개는 배가 고파서 낑낑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앤드루스는 집으로 들어가 아버지의 시체를 넘어 부엌으로 가서는 우유를 한 대접 데우고 옥수수 죽을 만들어 개에게 주었다. 개가 그걸 핥아먹는 동안 그는 보안관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말했다. "내 이름은 로웰 리 앤드루스입니다. 전 월컷 드라이브 6040번지에 사는데요, 강도가 들었어요....."-480-4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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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09-02-20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59년 11월 15일 일요일이 막 시작될 무렵, 캔사스 주 피니 군의 홀컴이라는 외딴 마을에서, 부유한 농장주 허버트 클로터와 그 아내 보니, 16살과 15살인 낸시와 캐년 남매가 살해당했다. 범인인 딕 히콕과 페리 스미스는 1965년 4월 14일 랜싱에 있는 캔사스 주립 교도소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 책은 이 살인 사건과 수사 기록을 다룬 책이다. 저자 트루먼 카포티는 수많은 사건 관계자들을 인터뷰하여, 3인칭 서술자의 시점으로 마치 소설과 같이 사건을 재구성해냈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범인들에 대해 분노도 동정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이 범죄자들은 이런 사람들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이 합쳐져서 이런 성격이 나오는 거겠지만, 확실히 좀 안됐긴 하다. 물론, 범죄의 희생자들도 안 됐고. 인생에는 정말 온갖 위험이 다 있다.
(뒤에 길게 인용한 대목은 딕과 페리의 사형수 복도 동료였던 앤디에 대한 것. 스쳐지나가는 삽화였지만 인상적이었다. 앤디는 1962년 11월 30일 금요일에 교수형에 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