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레시아스: 지혜가 아무 쓸모없는 곳에서 지혜롭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오이디푸스 왕> 316-41쪽
코로스: 필멸의 인간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하지 마시오. 그가 드디어 고통에서 해방되어 삶의 종말에 이르기 전에는. <오디푸스 왕> 1529-1530 (마지막 행)-90쪽
크레온: 내 제우스에 맹세코 말하니 잘 들어두어라. 만약 너희들이 그렇게 매장 의식을 치른 장본인을 찾아내어 내 눈앞에 세우지 못한다면, 그 벌은 너희들이 죽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리라. 너희들은 그 범행을 자백할 때까지 머저 산 채로 매달릴 것이다. (중략) 파수꾼: 말씀드려도 될까요? 아니면 돌아서서 물러갈까요? 크레온: 모르겠느냐? 이제는 네 말소리도 듣기 싫다. 파수꾼: 귀가 아프신가요, 마음이 아프신가요? 크레온: 어찌하여 너는 내 아픈 곳을 따지려드는 게냐? 파수꾼: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범인이고, 저는 귀를 아프게 할 뿐이지요. <안티고네> 305-319-107-108쪽
코로스장: 왕이시여, 그의 말이 적절하다면 그대는 그에게 배워야 하오. 도련님도 아버지에게 배우시오. 두 분 말씀이 다 옳으니까요. 크레온: 내가 이 나이에 이런 애송이한테 사리를 배워야 한단 말이오? 하이몬: 옳지 않은 것은 배우지 마세요. 제가 아직 젊다면 제 나이가 아니라 제 행위를 보세요. 크레온: 그 행위란 반역자들을 존중하는 것이냐? 하이몬: 저는 범법자들을 존중하라고 권하지는 않아요. 크레온: 그녀가 범법자가 아니라는 말이냐? 하이몬: 테바이 백성들이 하나같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어요. 크레온: 내가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 백성들이 지시해야 하나? 하이몬: 거 보세요. 이제는 아버지께서 애송이처럼 말씀하시네요. 크레온: 이 나라를 내가 아닌 남의 뜻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고? 하이몬: 한 사람만의 국가는 국가가 아니지요. 크레온: 국가를 통치하는 자가 곧 국가의 임자가 아니란 말이냐? 하이몬: 사막에서라면 멋잇게 독재하실 수 있겠지요. 크레온: (코로스장에게) 보아하니, 이 애는 여자들 편인 것 같소이다. 하이몬: 아버지께서 여자시라면. 제가 염려하는 것은 아버지시니까요. (아래에 계속)-125-126쪽
(위에서 계속) 크레온: 이 천하에 고약한 녀석! 아버지와 시비하려 들다니. 하이몬: 제가 보기에, 아버지의 행동이 잘못되고 부당하기 때문이죠. 크레온: 내 자신의 통치권을 존중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냐? 하이몬: 존중하신다고요? 신들의 명예를 짓밟으시면서? 크레온: 못난 녀석! 한낱 계집에게 굴복하다니! 하이몬: 하지만 제가 치욕에 굴복하는 것은 보지 못하실 거예요. 크레온: 아무튼 네 말은 모두 그 계집을 위한 것이다. 하이몬: 아버지와 저와 지하의 신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크레온: 그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너는 절대로 그녀와 결혼 못해. 하이몬: 그러면 그녀는 죽게 되고 죽으면서 누군가를 데려가겠지요. 크레온: 뻔뻔스럽게 이제는 위협까지 하는 게냐? 하이몬: 어리석은 결심에 항의하는 것도 위협인가요? 크레온: 정신나간 주제에 나를 가르치려 들다니! 후회하게 되리라. 하이몬: 제 아버지만 아니셨다면, 정신 나간 분이라고 했을 거예요. 크레온: 계집년의 노예인 주제에 감언이설로 나를 속이려 들지 마라. 하이몬: 말씀을 하시기만 할 뿐 대담은 듣지 않으시겠다는 건가요?-125-126쪽
테이레시아스: 그러니 그대는 이런 일들에 관해 심사숙고하시오, 내 아들이여!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수를 하더라도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고칠 줄 알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 자는 더 이상 행복으로부터 버림받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오. 다름 아닌 고집이 어리석음의 죄를 짓게 하는 것이오. <안티고네> 1023-1028-136쪽
안티고네: 정당한 것을 청하는 사람이 오래 간청한다는 것은 아름답지 못해요. 그리고 선행을 받고도 보답할 줄 모르는 사람도 아름답지 못하고요.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1201-1203-205쪽
테우크로스: 당신의 발자국을 찾아다니다가 당신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듣고 지금 당신 곁으로 돌아온 이 길이 내게는 모든 길 가운데 가장 슬픈 길이었습니다. <아이아스> 994-996 (인용자 일부 수정)-275쪽
아가멤논: 오뒷세우스, 그대는 나에 맞서 그를 두둔하는 게요? 오뒷세우스: 그래요. 나는 그를 미워했소이다. 미워하는 것이 정당할 때는. 아가멤논: 그가 죽었으니 그대가 그를 짓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요? 오뒷세우스: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여, 정당하지 못한 이익을 기뻐하지 마시오. 아가멤논: 통치자가 자비를 베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오. 오뒷세우스: 하지만 좋은 조언을 해 주는 친구를 존중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요. 아가멤논: 선량한 사람은 마땅히 윗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오. 오뒷세우스: 그쯤 해 두시지요. 친구들에게 지는 것이 그대가 이기는 것이외다. 아가멤논: 그대가 어떤 사람에게 이런 호의를 베풀려는 것인지 숙고해보시오. 오뒷세우스: 그는 내 적이었소. 하지만 고매한 사람이었소이다. 아가멤논: 어쩌자는 것이오? 죽은 적을 존경하겠다는 것인가요? 오뒷세우스: 나에게는 그의 탁월함이 그의 적대감보다 더 우세하니까요. 아가멤논: 하지만 그건 변덕스런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지요. 오뒷세우스: 숱한 사람들이 오늘은 친구지만 내일은 적이지요. (아래에 계속)-289-290쪽
(위에서 계속) 아가멤논: 그대는 그런 사람들을 친구로 삼으라고 권하는 것이요? 오뒷세우스: 나는 마음이 완고한 사람은 권하고 싶지 않아요. 아가멤논: 하지만 그대는 오늘 우리를 겁쟁이처럼 보이게 할 것이오. 오뒷세우스: 모든 헬라스인들에게 정의를 존중하는 사람들로 보이게 하겠지요. 아가멤논: 그래서 그대는 나더러 시신의 매장을 허용하라고 명령하는 것이오? 오뒷세우스: 그래요. 나도 결국 그랬을 테니까요. 아가멤논: 매사가 한 가지로군요. 누구나 자신을 위하니 말이오. 오뒷세우스: 나를 위하는 것보다 누구를 위하는 것이 더 옳지요? 아가멤논: 그렇다면 이것은 내 소행이 아니라 그대의 소행이라 불리게 하시오. 오뒷세우스: 어떻게 하시든 그대는 아무튼 잘하신 셈이 될 것이오. 아가멤논: 하지만 이 점은 잘 알아두시오. 나는 그대에게 이보다 더 큰 호의도 기꺼이 베풀고 싶소이다. 하더라도 나는 이 사람을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가장 미워할 것이오.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하시구려! (아가멤논 퇴장) <아이아스> 1346-1373-289-290쪽
코로스: 소녀들이여, 그대들도 함께 이집을 떠나도록 해요. 그대들은 이 집에서 방금 끔찍한 죽음과 온갖 이상한 고통을 보았어요. 하지만 그 중에 제우스가 아닌 것은 하나도 없어요. <트라키스 여인들> 1275-1278 (마지막 행)-348쪽
엘렉트라: 말은 잘하는데 틀린 말을 한다는 건 무서운 일이지. 크뤼소테미스: 내가 할 말을 언니가 하는군요. 엘렉트라: 뭐라고? 너는 내 말이 옳다는 생각은 하지 않니? 크뤼소테미스: 하지만 정의도 해로울 때가 있지요. <엘렉트라> 1039-1042-394쪽
고대 그리스인들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이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기술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3대 비극작가들의 생에에 관해서도 살라미스 해전과 관련지어, 아이스퀼로스는 전사로서 몸소 이 전투에 참가했고, 소포클레스는 소년합창단의 선창자로서 이 전투의 승리를 감사드리는 찬신가를 주도했으며, 에우리피데스는 전투가 있던 바로 그날 태어났다는 일화를 남기고 있다. 이 일화는 에우리피데스에 관한 부분은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지만 세 비극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도저히 사실로 믿기지 않은 기적 같은 승리에서 페르시아인들의 '오만'(hybris)을 응징하는 신들의 위대한 힘과 교육적 의지를 몸소 겪었던 아이스퀼로스는 평생 동안 자신의 드라마에서 신들의 위대함을 찬미하고 신들의 섭리에 관하여 사색했다. 반면, 다른 세대로부터 이 승리를 전해 들었을 뿐인 에우리피데스는 소피스트(sophistes)의 상대주의에도 영향을 받아 모든 정신적 유산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견지했다. 그런데 소포클레스는 아테나이의 욱일승천과 서산낙일을 모두 경험했다. (아래에 계속)-515-516쪽
(위에서 계속) 아이스퀼로스 못지 않게 신들의 위대함을 인식하고 신을 공경하는 경건한 생활을 하지만 그에게 신은 항상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아이스퀼로스가 시종일관 신들의 섭리를 증명하려 했다면, 소포클레스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신에 대하여 불가지론적인 입장을 취하는 소포클레스의 종교관은 따라서 델포이 신전의 문 위에 새겨져 있다는 '너 자신을 알라'는 금언에 가깝다 하겠다. 신에 대한 이러한 상이한 태도는 아이스퀼로스의 비극에서는 신이 주역이지만, 소포클레스 비극에서는 인간이 주역이 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515-516쪽
그때 막사에서 나온 아이아스는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처자를 버리지 않겠다, 바닷가에 나가 목욕재계하고 신들과 화해하겠다, 가축떼를 도륙하는데 썼던 재앙의 칼은 인적이 끊긴 곳에 숨기겠다, 세상만사가 변하듯 나도 마음을 바꿔 아트레우스의 아들들과 화해하겠다고. (중략) 주위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자살하겠다는 자신의 결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런 거짓말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한 꺼풀만 벗기면 그의 '거짓말'은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신들과 화해하되 죽음을 통한 칼을 숨기되 자신의 몸 안에 숨기는 것으로 그는 자살을 암시한다. (중략) 어쨌거나 코로스는 이 '거짓말'을 믿고 아이아스가 떠난 뒤 환호한다. 이것을 '비극의 확대' (parekstasis tragica)라고 하는데, 코로스로 하여금 파국 직전에 안도의 노래를 부르게 하는 이런 기법을 소포클레스는 즐겨 사용한다. -525-5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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