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제국을 갈망하는 쇼비니즘의 에너지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처음 정형화되었을 터인데, 이 흐름을 타고 2004년 이라크에 한국군이 파병되었다. (중략) 이라크 파병으로 최초의 제국주의형 군사 진출을 결정한 한국 사회는 2004년부터 문화 진출에 해당하는 '한류 열풍'에 휩싸이게 된다. 문화라는 요소 자체가 원래 복합적인 측면이 있어서 단순하게 볼 수는 없지만, 많은 한국 국민들에게 한류는 '수출'과 '민족주의형 쇼비니즘'이라는 두 가지 요소의 결합으로 인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인식되었다. (중략) 제국주의를 향한 이런 사회문화적 전환이 노무현 정권기 중 절정에 달한 때는 2005년이었다. 그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건 다름 아닌 '황우석 사건'이다.-89-91쪽
중남미형 경제에서는 카우디요(caudillo. 카리스마를 지닌 사나이란 뜻으로 중남미 토호의 별칭)가 부동산을 매개로 한 일종의 '부등가 교환'(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이를 가경 상승에 의한 '재산 효과'라고 부른다.)를 통해 거대 권력으로 작동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과 국회의원들은 토호들과 쉽게 결탁하게 되고, 특정 지역의 개발계획으로 대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국부가 거의 무상으로 이전되게 만든다. 이 게임에서 국내 거주민의 대부분이 패배하고, 승리자는 이중국적자와 카우디요들, 그리고 미국의 제품을 수입하거나 혹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부 제조업 소유자들이었다. (아래에 계속)-144-145쪽
(위에서 계속) 이렇게 상류층은 매우 쉬운 방식으로 거대한 부를 얻게 된다. 이들은 자기 2세들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고급 지식을 획득한 자기 2세들을(이들은 '시카고 보이'라고 불린다)은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모국의 경제를 미국 경제에 더욱 깊이 편입시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류층은 더욱 부자가 되지만 대다수 중산층은 도시빈민 혹은 농촌빈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 와중에 공무원들은 더욱 부패하게 되고 공기업을 차라리 미국에 파는 것이 오히려 '개혁'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마저 벌어지게 된다. 이는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에서 실제로 1980~90년대에 걸쳐 폭넓게 진행되었던 역사적 사실이다. 1950년대에 세계 5대 강국의 하나였던 아르헨티나 경제가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서 붕괴했는데, 한국 경제의 현재 전개 과정은 30년 전 중남미에서 일반적으로 벌어졌던 이런 '미국화'와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중남미에서는 국립대학이 무상교육의 틀을 버리지 않고 버텼지만, 한국은 대학이 먼저 붕괴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144-145쪽
지난 50년간 한국에서 석유 소비가 줄어들었던 해는 딱 한 해, 바로 1998년 IMF경제위기 때이다. 그리고 3년 후, 경제가 다시 회복되면서 2001년에 최초의 경차였던 티코가 단종되었고, 2002년에 아토스가 단종되었다. 일본은 국민소득 2만달러를 지나면서 800cc경차가 국민차가 되었고, 4만 달러를 바라보는 유럽 국가들은 최근 600cc도시용 승용차 개발에 국민경제의 승부를 걸려고 하는 중이다. 반면 한국은 2만 달러를 막 넘은 시점에서 십대들의 승용차 구매 90%가 2000cc급 이상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승용차 크기가 두 번째로 큰 나라 한국, 승용차 평균 크기가 2000cc인 위대하고 훌륭하신 나라! 이대로 1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망한다!-203쪽
전쟁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난 그렇게 믿지 않는다. 전쟁을 하면 이득을 얻는 사람이 있고, 민족의 강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지갑을 열고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 경제적 이득이 되는 구조를 만들기가 쉽지 않고, 평화를 지키는 일에 기꺼이 지갑을 열면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이다.-259-260쪽
프랑스와 독일이 국민소득 2만 달러이던 시절에 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10만 원이 안 되었고, 미국의 최상급 대학보다는 못할지 몰라도 지금의 한국 대학들보다는 훨씬 우수한 시설과 훌륭한 자원들을 가지고 대학이 운용되었다. 정말로 대학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한국 수준에서는 연간 50만 원 정도 받으면 충분하다. 그리고 정부가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 고민하는 것이 좋은 나라이지, 정부가 이 모든 것을 방치하고 가정에서 대신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좋은 나라인가?-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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