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토요일,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가라데 만화 "공수도 소공자 코히나타 미노루"가 읽고 싶어졌다. 대학 가라데 부를 다룬 평범한 학원 스포츠물인가 싶다가 어느 사이에 K1을 연상시키는 프로 격투기 세계로 옮겨가는 이 만화는 무수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림이 깔끔하다는 것, 미형인 데다 쿨한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는 것, 진행 방식이 건전하면서도 산뜻하다는 것, 개그 센스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 주인공보다는 조연들이 멋지다는 것, 끈적끈적한 삼각 관계나 진부한 악당이 없다는 것 etc.
한 번 읽었던 내용임에도 푹 빠져서 저녁까지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테레비를 켰더니 <2007 K1 World Max> 중계를 하고 있다. 기분 좋은 우연. 그러지 않아도 만화 보면서 이게 궁금했었다고. 격투기 중계를 보는 것은 <PRIDE 남제 2006>에 이어 두 번째다. 전에는 그다지 재미있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만화를 본 후라 그런지 이번엔 아주 즐거웠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아빠가 권투 중계를 보고 있으면, 저런 잔인한 걸 잘도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인간이란 원래 잔인하다는 것, 약한 놈을 두드려 팰 때 희열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세상엔 글러브를 끼고 룰에 따라 하는 격투 게임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잔인한 일들이 널려 있다는 것을. 돈과 권력이 자행하는 수많은 더러운 짓들에 비하면 링 위의 3분은 차라리 귀엽다. 그래서 요즘 나는 격투기가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