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의 길 -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진실 자유주의 시리즈 71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지음, 김이석 옮김 / 자유기업원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경제 서적을 기대하고 읽었는데, 정치적 팜플렛에 가까운 책이어서 예상과 달랐다. 그렇지만 자유의 위기에 대해 저자가 느끼는 절박한 위기감과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를 지키려는 정직하고 헌신적인 태도가 감동을 준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나의 인생 책인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연상시키는 책이었다. 

사회문제에 대한 전문연구자가 정치서적을 쓸 때 첫 번째 의무는 정치서적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정치서적이다. 사회철학 에세이라는 우아하고 야심적인 제목을 붙여 이 점을 감출 생각은 전혀 없다. 어떤 제목을 붙이든 이 책에서 말하려는 것이, 특정한 궁극적 가치들로부터 도출되었다는 핵심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이 책에서 첫 번째 의무보다 경시할 수 없는 두 번째 의무도 잘 수행했기를 바란다. 그 두 번째 의무란 바로 전체 주장이 기초하는 궁극적 가치들이 무엇인지 의심의 여지없이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점은 비록 이 책이 정치서적이지만, 이 책에 서술된 신념은 나의 개인적 이해관계 때문에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이 점을 그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 P25

내가 사회주의에 동조하지 않는 까닭은, 내가 성장하면서 접해 본 친숙한 이론들이 아니어서가 아니다. 사실 그 견해란 젊은 시절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자 경제학 연구를 나의 직업으로 만들었던 것이기도 하다.
- P25

요즈음 정치적 견해를 드러낸 서적이 출판되면, 저술의 경제적 동기를 찾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다. 이 책을 쓰는 나의 경우는, 개인적 이득의 획득이라는 측면에서는 이 책을 출판하지 ‘않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유를 가진 아주 별난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출판은 분명 친하게 지내던 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이다. 이 책을 쓰느라 나는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제쳐 두어야 했고, 이 책보다 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들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정치서적을 출판하고 나면, 사람들은 내가 정말 소중히 여기는 나의 엄격한 학문적 연구성과들에 대해서조차 분명히 편견을 가지고 읽을 것이다.
- P26

그럼에도 이 책이 저술을 피하지 말아야 할 의무로 여긴 주된 까닭은, 일반대중들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래의 경제정책에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이하고도 심각한 현상 때문이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최근 수년 동안 전쟁기구에 소속되어 거기에서 부여받은 공식 직책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데 반해, 결과적으로 딴 속뜻이 있는 아마추어와 가짜 만병통치약을 파는 돌팔이들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고, 이에 따른 위험수위가 너무 높아져 여론에 경고음을 울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나처럼 전쟁기구에 속하지 않아서) 아직도 글을 쓸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입장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러일으킬 걱정들을 모른 체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이렇지 않았더라면, 나는 기꺼이 국가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일을 나보다 권위 있고 적격인 사람들에게 양보하였을 것이다.
- P26

자유주의는 경쟁이 유익하게 작동하려면, 세심하게 배려된 법적 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 그리고 과거 혹은 현재의 법 규칙들이 중대한 결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며 오히려 강조한다. 그리고 자유주의는 또한 만약 경쟁이 유효해지도록 하는 조건들을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다른 방법에 의존해 경제활동의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주의는 개별적 노력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경쟁보다 더 열등한 방법들이 경쟁을 대체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리고 자유주의는 경쟁이 대개의 경우 알려진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더 크게는 권력의 강제적이고도 자의적인 간섭 없이도 우리의 행위들이 서로 조정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경쟁을 옹호한다. 사실, 경쟁을 선호하는 핵심적 주장의 하나는 ‘의식적인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며, 특정한 직업이 그 직업과 연관된 불리한 점과 위험요소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전망이 있는지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각자에게 부여한다는 점이다.
- P76

경쟁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는 일, 경쟁이 유효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 때에만 비로소 경쟁을 대체하는 일, 그리고 아담 스미스의 말을 인용하자면, "거대 사회에 가장 유익하지만 어떤 개인이나 소수의 개인들이 그 비용을 보상할 수 있을 만큼 이윤이 나지 않는 성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이 일들은 확실히 국가가 해야 할 광범위한 분야들이다. 국가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으로 방어될 수 있는 체제는 없을 것이다. 효과적 경쟁 체제는 그 어떤 다른 것만큼이나 현명하게 제정되고 지속적으로 조정되는 법적 틀을 필요로 한다.
- P79

개인주의자들은 개인이 정해진 한계 안에서는 다른 사람의 가치나 선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가치와 선호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즉 이 영역들 안에서는 개인의 목적체계가 최고의 선이며, 다른 그 누구의 그 어떤 지시에도 종속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다. 개인주의 입장의 본질은 바로 개인을 자기 자신의 목적에 대한 최종적 재판관으로 인식하는 것, 즉 가능한 한 자신의 견해가 자신의 행동을 지배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 P105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수단이다. 즉 민주주의는 내적 평화와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실용적 도구(a utilitarian device)이다. 민주주의 그 자체가 결코 오류에 빠지지 않거나 확실한 것은 아니다.
- P117

경쟁 하에서는 가난하게 출발한 어떤 사람이 큰 부에 이르게 될 가능성은 유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훨씬 더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쟁시스템에서는 가난하게 출발한 사람도 큰 부를 쌓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큰 부가 자신에게만 달려 있을 뿐 권력자의 선처에 달려 있지 않다. 경쟁시스템은 아무도 누군가가 큰 부를 이루려는 시도를 금지할 수 없는 유일한 시스템이다. 영국의 미숙련노동자가 모든 진정한 의미에서 형편없느 임금을 받지만, 자신의 삶의 틀을 형성하는 데 있어 독일의 무수한 소규모 기업가, 혹은 더 좋은 보수를 받는 엔지니어, 혹은 러시아의 매니저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
- P161

아이들이 훌륭한 프롤레타리아로 성장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이들을 가장 어린 나이에서부터 정치조직 안에 끌어들이는 것을 시작한 사람들은 파시스트가 아니라 바로 사회주의자였다. 회원들이 다른 견해에 전염되지 않도록 당의 클럽 안에 스포츠와 게임, 축구와 하이킹을 조직화할 것을 처음으로 고안해낸 사람들 역시 파시스트가 아니라 바로 사회주의자였다. 당원은 서로 환영하는 방식과 연설하는 형식이 독특해 다른 이들과 달라야 한다고 처음으로 역설했던 이들도 사회주의자였다. ‘세포조직’의 양성과 사적인 삶의 영속적 감독을 위한 장치를 통해 전체주의 정당의 본보기를 창조한 이들도 바로 사회주의자였다. 나치스의 바릴라와 히틀러 청년당, 도폴라보르, 기쁨의 힘 단원, 정치제복과 정당의 군대식 편제와 같은 것은 모두 과거 사회주의의 조직을 모방한 데 불과하다.
- P174

자유는 오직 가격을 지불하고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보존하기 위해 심한 물질적 희생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 P196

사람들이 긍정적 과제보다는 적에 대한 혐오, 부자들에 대한 질시와 같은 부정적 강령일 때 합의에 이르기 쉽다는 것은 거의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우리’와 ‘그들’ 사이의 대립, 집단 외부인에 대한 공동투쟁은 공동행동 집단을 견고하게 묶는 신조에 언제나 들어 있는 필수적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부정적 강령은 항상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거대한 대중의 무조건적 충성을 추구하는 사람에 의해 채택된다. 그들의 관점으로 볼 때, 이런 부정적 강령은 대부분 어떤 긍정적 강령보다 그들에게 더 많은 재량을 주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유태인’ 혹은 ‘툴락’과 같은 내부의 적이든 아니면 외부의 적이든, 이 적은 전체주의 지도자의 무기목록 속에 들어 있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 P202

일단 개인이 사회 혹은 국가라고 불리는 개인보다 더 높은 차원의 실체의 목적에 봉사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우리를 전율케 하는 전체주의체제의 특징들 대부분은 필연적으로 나오게 된다. 집단주의 관점에서 보면, 반대자에 대한 가차없는 억압, 개인적 삶과 행복에 대한 완전한 무시는 이런 기본적 전제의 본질적이고 피할 수 없는 결과들이다.
- P214

지금 별로 존중받지 못하고 별로 실천되지 못하는 미덕, 즉 독립식, 자조(自助),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 다수에 대항하여 자기의 소신을 지키는 각오, 기꺼이 자신의 이웃과 자발적으로 협력하려는 태도, 이 모든 것들은 본질적으로 개인주의 사회의 작동에 원천이 되는 미덕이다. 집단주의는 그 자리에 대신 집어넣을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이 미덕들을 모두 파괴하였다면 개인으로 하여금 그저 복종하고 집단적 결정을 실행하도록 개인들에게 강제하는 것은 옳다는 생각 이외에는 아무것도 채울 수 ㅇ벗는 공백이 남겨질 것이다.
- P285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만들어졌던, 우리의 길을 막았던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개인들을 ‘지도’하고 ‘명령’하기 위한 또 다른 기구를 고안하기보다는 개인의 창의적 에너지를 분출하도록 놓아두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 P316

만약 자유로운 사람들의 세상을 창출하려는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했다면, 우리는 다시 시도해야 한다. 실로 개인의 자유를 위한 정책이 유일한 진보적 정책이라는 핵심적 원리는 19세기에 진리였듯이 현재에도 여전히 진리이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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