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 드럭스 - 인류의 역사를 바꾼 가장 지적인 약 이야기
토머스 헤이거 지음, 양병찬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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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동아리를 하면서 제일 좋은 점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동아리는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책을 추천하는데, 나 혼자서는 읽을 일이 없을 종류의 책들을 다른 분에게 이끌려서 읽고, 아, 이런 것도 참 재미있네, 라고 느낀 일이 많다. 회원들의 첫 번째 추천 도서를 다 읽고, 두 번째 책을 추천해야 할 순서가 돌아왔을 때, 올해 읽은 책 목록에 과학 분야의 책이 없는 것이 신경 쓰였다. 이번에는 꼭 과학 책을 골라야겠다고 생각하고, 온라인 서점의 과학 코너를 둘러보면서, 인기 있고 평이 좋은 책으로, 토머스 헤이거의 ‘텐 드럭스’를 찾아 왔다.

 

저자인 토머스 헤이거는 오레곤 보건대학에서 미생물학과 면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 출신으로, 저술가로 진로를 바꾸어 저널리즘을 다시 공부한 후, 여러 매체에 과학 기사들을 쓰고 다수의 저서를 출판했다. 2019년에 나온 ‘텐 드럭스’는 각종 매체에서 호평을 받고 대중적 인기를 끌었으며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고 한다. 한국어 번역을 맡은 양병찬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다가, 중앙대 약대를 졸업하고 약국을 경영했던 특이한 이력을 가진 번역자인데, 과학적으로 정확하면서도 읽기 편한 훌륭한 번역을 보여준다. 특히 원문의 영어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병기해서 독자의 이해를 도운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책의 내용은 약의 개발과 사용에 얽힌 역사적 사건들인데, 약리학 교과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주역인 과학자들을 포함한 수많은 등장인물을 개성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영화나 소설을 보듯이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의학과 약학의 역사적 큰 흐름을 적절하게 짚어 주고, 과학적 사실에 대해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다. 곁에 두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흥미 있게 읽은 에피소드들이 무척 많았지만, 거대 제약회사들이 의사들과 전문가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때로는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내용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내 주위에도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계속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와 심장병 발병이 그렇게 밀접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는 놀라웠다.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꼭 먹어야 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든 것은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계속 약을 먹게 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올리는 제약회사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6개월마다 계속 추가접종을 해야 한다는 코로나 백신도 의심의 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호흡기계 감염증 중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특별히 위험하다고 믿어야 할 이유는 있을까? 전 세계 사람들이 오로지 그것만이 살 길이라는 듯이 코로나 백신 접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재 상황의 뒤에는 거대 자본의 이익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편의 옹호자 가운데는 의학사에서 가장 이상하고 매혹적인 인물 중 하나로, Philippus Aureolus Teopharstus Bombastus von Hohenheim이라는 인상적인 이름을 가진 스위스의 연금술사 겸 혁명적인 치유사가 있었다. 오늘날 그는 파라켈수스Paracelsus로 더 알려져 있다. 그는 일종의 의학 천재인 동시에 부분적인 반골, 사기꾼, 신비주의자, 정신병자로서, 치료제와 치료도구가 가득 찬 가방을 둘러멘 채 거대한 검(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칼자루의 끝 부분에는 불로장생의 영약Elixir of Life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을 들고 유럽 전역을 떠돌아다닌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마을에 들어설 때마다 주민들을 불러 모아 의술을 팔고 병자를 고치고 이단적인 새 이론을 주장하고, 지역의 치유사들에게서 정보를 수집하고, 그 당시의 정통 의학을 비난했다.
- P32

자금성의 부유한 엘리트 층은 (전국민에게 적용되는) 마약 포고령에서 예외가 된 자들로서, 아편 흡입을 거리낌 없이 계속했다. 이는 마지막 황제의 부인인 위안룽(媛容)의 스토리로 이어졌다. 1906년에 태어나 열여섯 살의 나이에 무심한 젊은 황제 푸이에게 시집간 아리따운 젊은 여성은, 방자하고 공허하고 애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삶을 영위했다. (중략) 1946년 제국은 먼지가 되었고, 위안룽은 습관과 중국공산당원들 모두에게 수감되었다. 공산당원들은 그녀를 구경거리로 삼았다. 황후를 독방에 가두고, 능멸하고, 아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병사와 소작농들은 감옥 옆을 줄줄이 통과하며 창살 속을 들여다보며 비웃고 킥킥거리도록 허용되었다. 위안룽은 심각한 금단증상을 겪었고, 토사물과 대변 범적인 누더기 옷을 걸친 채 가상의 시종들을 향해 중얼거리고 흐느끼고 고함을 질렀다. 간수들은 그녀에게 청격함과 영양 보충을 불허하여, 1946년 영양실조와 금단증상으로 사망하도록 방치했다.
- P53

1860년대의 남북전쟁 시기에 모르핀 주사는 전장의 주요 의약품으로 자리 잡아, 부상당한 병사들의 통증을 완화하고 (진지에서 맹위를 떨치는) 이질과 말라리아를 치료했다. 애국적인 시민들은 군대를 위해 아편을 재배했으므로, 북부와 남부의 집 정원에는 아편꽃이 만발했고 생아편은 모르핀으로 가공되어 전선으로 긴급 수송되었다.
- P63

오늘날의 아편제중독자들은 간혹 하층민, 즉 대도시의 마약쟁이나 농촌의 백인 쓰레기로 간주된다. 그러나 1880년대의 모르핀 중독자들(참전용사는 논외로 함)은 대체로 중상류층, 전문가, 사업가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한때 통증을 호소하다가, 의사들에게 모르핀을 자가주사 하도록 교육받았다. 의사 자신도 그런 ‘헌신적인 모르핀 사용자’ 중 하나였다. 1885년의 한 추산에 따르면, 뉴욕시 의사의 최대 3분의 1이 중독자였다. 모르핀은 여러모로 여성용 약물이었다. 여성들은 월경통과 히스테리에서부터 우울증 등 다양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모르핀을 권고받았다. (중략) 한 역사가의 지적에 따르면, "1870년대에 미국 남부의 전형적인 중독자는 부유한 여성 백인이었으며, 예외 없이 의학적 사용을 통해 중독되었다."
- P65

이윽고 천연두가 더욱 맹위를 떨치자, 몬태규가 속한 동아리의 귀족 중 상당수가 자신의 자녀를 접종해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다. 그 선봉에 선 사람은 왕세자비였다. 장차 조지2세의 왕비가 될 독일 출신의 카롤리네(Caroline von Ansbach)는 메리와 마찬가지로 매우 지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독일의 위대한 사상과 고트프리트 필헬름 라이프니츠를 비록해 당대 최고이 지성들과 편지를 주고 받았다. 볼테르는 카롤리네를 ‘왕비복을 입은 철학자’라고 불렀다. 그러니 그녀와 메리가 죽이 맞은 것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었다. 메리의 딸에게 일어난 일을 두 눈으로 지켜본 후, 카롤리네는 슬하의 왕손들을 접종시키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녀는 시아버지인 조지1세에게 허락을 해달라고 나청했ㄷ찌만 거절당했다. 명색이 국왕인데, 안전성의 증거도 없는 기술에 왕실의 명운을 걸 수는 없었다. 카롤리네는 다른 실험을 주선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대상자는 뉴게이트 감옥에서 지원한 죄수들이었다.
- P84

1722년 봄, 카롤리네 왕세자비가 왕으로부터 ‘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두 명을 접종해도 좋다’라는 허락을 받았다. 그 허락은 손녀들에게만 적용되었고, 왕위를 물려받을 손자에게 적용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왕세자의 두 딸이 접종을 받은 후 생존하자 대중은 열광했다. 왕실의 증명은 두 가지 상반되는 결과를 얻었다. 첫째로, 증가하고 있는 영국의 귀족은 자신의 자녀를 위해 접종을 주선했고, 이는 파급효과를 통해 점점 더 많은 의사로 하여금 접종을 수행하도록 했다. 그리하여 더 많은 일반 대중에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두 번째 결과는 접종을 거부하는 대중의 저항운동으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백신 반대 운동의 직계 조상이었다.
- P87

법률(인용자 주: 1914년의 마약방지법)이 시행되기 전, 대부분의 의사들은 약물중독을 의학적 문제로 간주하고, 그것을 치료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모르핀이나 헤로인을 약물중독 환자에게 처방함으로써, 마약의 품질을 관리하고 용량을 낮춤과 동시에 마약에서 서서히 벗어나도록 도와줬다. 그러나 해리슨법은 마약중독을 질병이 아니라 범죄로 간주했으므로 마약을 이용하여 마약중독을 치료한다는 것은 합법적인 ‘전문적 관행’이 아니었다. 따라서 ‘중독자에게 마약을 처방한 의사들은 범죄자’라는 명제는 괴상망측하지만 참이 되었다. 해리슨법이 통과된 지 몇 년 안에, 약 2만 5000명의 의사들이 마약 관련 혐의로 기소되었고, 그중 약 3000명이 유죄를 선고받아 철창신세를 졌다. 늘 그렇듯, 합법적인 용량을 구할 수 없는 중독자들은 거리로 쏟아져나갔다. 그에 따라 해리슨법이 통과된 후 불법약물 시장이 번성했다. 범죄와 약물이 빚어낼 오랜 로맨스의 시작이었다.
- P129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영화를 한 번이라도 관람한 사람이라면, 의무병이 병사의 상처에 백색 분말을 미친 듯 살포하는 긴장된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 가루약이 바로 설파제였다. (중략) 제2차 세계대전 때 상처감염 때문에 죽은 병사의 수는 제1차 세계대전 때에 비할 바 아니었다. 상처감염의 광기와 싸우겠다던 도마크의 꿈이 실현되었던 것이다.
- P160

‘정신질환자를 사회에 재통합시킨다’라는 꿈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비교적 젊은 환자들 -특히 가정에 복귀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환자들- 의 증가는 교도소 수감자 수 증가로 귀결되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여성 수감자 중 4분의 3, 남성 수감자 중에는 절반 이상이 정신질환으로 진단받았다고 한다. 미국의 모든 도시의 많은 소도시의 거리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노숙자를 볼 수 있다.
- P207

최근 열린 심포지엄에서 한 의사가 말했듯이, "미국인들은 고통을 회피하려 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부분적으로 의약품의 품질 덕분에- 통증에 익숙하지 않게 되어, 이제 그것을 감당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신체적 통증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미한 불안증에서부터 경미한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모든 종류의 심리적 불편감Psychic discomfort에 대한 저향력이 떨어졌다. 미국인의 어떤 종류의 불편함에 직면하든 의사에게 약을 달라고 조르고, 의사들은 대수롭지 않게 약을 처방해준다.
- P280

아편중독자의 존재에 있어서 아편유사제는 음식이나 물만큼이나 기본적인 요소이며 생화학적인 팩트다. 중독자의 몸은 아편유사제에 화학적으로 의존한다. 왜냐하면 아편유사제는 인체의 화학을 실제로 바꿔, 주기적으로 시동을 걸어주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혈중 약물 농도가 임계치 밑으로 내려가면 약물에 대한 굶주림이 생겨 중독자를 불안과 초조에 빠트린다. 이때 약물을 공급해 주지 않으면 불안과 초조가 악화되어 사망을 초해라 수도 있다. 엄밀히 말해서 그것은 병사가 아니라 아사라고 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아편유사제를 거부당한 중독자들은 단지 불편한 게 아니라, 아편유사제에 굶주리고 잇는 것이다."
- P281

제약사들이 ‘더욱 광범위한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미미한 혜택’을 강조하는 연구를 지원하자, 심장병 전문의와 심장병 재단도 이에 가세했다. 콜레스테롤의 역할과 콜레스테롤 관리가 심장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오랜 회의론은 제약사가 지원하는 연구, 제약사가 뒷받침하는 컨퍼런스, 제약사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의학 전문가들의 열광 앞에 눈녹듯 사라졌다. (중략) 간단히 말해서, 오늘날의 대형 제작사들은 ‘짭짤한 이윤을 약속하는 치료법’에 대한 증거를 들이대는 데 일가견이 있고, 부정적 증거를 깔아뭉개는 데 능란하며, 의사와 대중들에게 제품을 선전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 어떤 비평가들은 제약사들을 가리켜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우리의 건강을 파멸시키는 주모자들"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빅파마 음모론Big Pharma conspiracy theory‘이라고 한다.
- P297

당신이 지금껏 몰랐던 질병 -엄청나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널리 확산되어 있고, 평생 동안 예방약을 복용하면 괜찮은-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다. 그런 질병들이 갑자기 등장하는 이유는 ‘유달리 위험한 질병’이어서가 아니라 ‘제약사들의 배를 불리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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