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책계부

2월은 짧은만큼 책을 더 많이 읽을거라 생각했다. (...응?) 시간이 없을수록, 더 많이 책을 읽게된다.

2월에는 원서를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원서를 사는 것도 찔끔찔끔 늘었다. 예전에 아마존에서 뭉태기,쌀포대로 주문하던 시절에 비하면, 한권, 두권, 국내 서점을 이용해서 주문하고 있는데, 외려 읽는 것은 더 늘어난 것 같다. 책 읽는 것도 버릇이다. 좋은 버릇(..이라고, 일단은 믿고 싶다.) 이번달에 처음 읽기 시작한 원서는 셜록홈즈 컴플리트인데, 천페이지가 넘는 건 부담스럽지 않지만, 한 페이지의 글자가, 글자가, 한 장 읽는데, 정말 토할 것 같이 짜잔한 글자가, 큰 책 한장 가득이다. 간만에 기사 따위가 아닌, '책'을 읽는데 오는 피로감도 있었을게다. 그 다음부터는 조금씩 더 쉬이 읽혀진다. (존 러스킨의 On Art and living을 버벅거리고 있는건, 내가 내용을 이해 못해서이다. -_-;) 정말 안 읽게 되는 무려 '시집'을 읽었는데, 의외로 중독성이 있어서, 여러번 반복해서 읽고 있다. 원서를 읽을 때는 사전을 안 찾는 편인데, 시를 읽을 때는 여러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그 두꺼운 코빌드 사전까지 뒤적이며, 생각을 꼼지락거린다. 

2월의 독서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표지가 그럭저럭 상큼한 일러스트였는데, 재판찍으면서, 완전 싸구려로 바뀌었다. 컬러도 촌발이고(이미지의 표지와 다름), 일러스트의 섬세함도 뷁, 꼭 진짜 책의 짝퉁같은 버전의 표지. 게다가 커피 엎지른 얼룩이 잔뜩( 물묻혀서 닦으면 깨끗이 지워지는데, '최상'으로 팔면, 그정도의 성의는 보여야 하는거 아님? 나는 물론 깨끗이 닦아서 내 놓았다.) 출판사에서 처음의 표지를 유지하지 않고, 싸구려 표지로 바꾸는 거 진짜 맘에 안든다. 무튼, 책이 처음 나왔을때, 똑똑한 수위 아줌마와 똑똑한 소녀의 이야기가 궁금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일러스트 표지라면 무조건 증오하던 때였으므로, 게다가 베스트셀러로 올라가는 걸 보고, 안 샀더랬다. 생각외로 재밌었다. 일본을 좋아하고, 철학을 전공한 저자의 취향이 수위 아줌마와 똑똑한 소녀(업타운걸의 다코타 패닝 느낌)를 통해 잘 드러났다. 등장하는 일본인 아저씨와 외국인(베트남이던가?) 비서도 멋졌음.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였다니, 산 사람들 욕 꽤나 했겠군. 싶었다. 술술 읽히는 내용은 아니란 얘기다. 근데... 결말이 정말 뒤통수. 진짜 작가가 앞에 있으면,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성의 없는 결말.

소노 아야코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소노 아야코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소노 아야코의 책을 읽게 되었다. <사람으로부터...>는 맘에 들었다. 그녀가 발표한 여러가지 글을 짜집기한거긴 하지만, 나름대로 컨셉도 분명하고, 재미나고, 유용했다. 다음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올라 하루 방문자 5천명을 찍은 책 -_-v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는 역시 짜집기인데, 컨셉은 맘에 들었으나, 내용은 맘에 강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이 책을 먼저 읽었으면, 재미있게 읽었을수도. 연속으로 소노 아야코를 읽는건 좀 지치는 일이었다.

오츠 이치 < 어둠 속의 기다림 > ★★★★ 이벤트
오츠 이치의 책에는 호오가 분명하다. 그러니깐, 오츠 이치의 책들 중에 소프트한것은 지루하고, 하드한 작품들은(<GOTH>, <ZOO>) 맘에 들고. 이 책은 딱히 어느 계열에도 들어가지 않지 싶은데, 배경은 방. 등장인물 두명의 연극같은 느낌이었다. 결론이 좀 착하게 난 것이 별로였지만, 그 외에는 맘에 들었던 책

쑤퉁 <이혼지침서>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처음 접한 쑤퉁의 책. 굉장히 인상적인 단편 3개가 있다. 쑤퉁의 책 중에서는 '처첩성군'이라는 단편이 이런저런 리스트에 오르는 등 유명하다고 한다. 공리 출연의 '홍등'의 원작격이기도 하다고 한다. 줄거리만 이야기해서는 안 와닿는 뭔가 꽉 짜이고 광적인 한 집안의 이야기. 나머지 두 단편도 인상적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처첩성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쑤퉁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처음 접하기에 좋은 단편집이 아닌가 싶다.

타쿠미 츠카사 <금단의 팬더>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고, 미스터리는 약했지만, 전직 요리사 출신의 박력있는 묘사도 괜찮았고, 영화를 보는듯 시각적이고, 빠른 전개도 나쁘지는 않았는데, 거기까지. 이 책. 책날개에 스포일러가 있었다. 대박이다.

 

 

 

 

<닥터 노먼 베쑨>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굉장히 박진감 있는 전기였다. 노먼 베쑨 하면, 중국에서 의사생활하며 봉사함.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굉장히 복잡하고, 추앙받을만한 생을 불태운 남자였다. 예술가 기질이 있고, 예민하며, 성마른 성격이며,
엄청난 추진력을 지니고 있다. 한 사람이 해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만큼 많은 일을 해내고, 대신에 자신의
목숨을 내 주었다고 생각될정도. 뭉클하고, 울컥하는 이야기. 실천문학사의 평전이 재밌다고 하는데, 제대로 읽어본 것은
<닥터 노먼 베쑨>이 처음이다. 재밌었다! 한동안 이 책에 빠져서, 모택동 책, 스페인 내전사 책 산다고 서점을 찍접댔음.
  

다니엘 글라타우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알라딘에서 이 책에 대한 과하다 싶은 애정을 종종 보는데, 뭐, 재기발랄한 이메일로만 이루어진 로맨틱 코미디 정도이다.
간만에 재미난 현대 독일 소설이라, 원서가 읽고 싶어졌다. 결말이 급작스러웠는데, 그 후의 이야기인 2탄격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니, 일단 나오면 읽어보긴 할 생각이다. 만약 영화로 만들어진다면(어디선가 만들어졌거나, 만들고 있지 싶은데 말이다) 제발, 미국영화로 만들어지지는 말기를!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히가시노 게이고와 온다 리쿠는 끊었지만, 작년에 나온 책들 중 좋은 반응을 얻은 책들정도는 보기로 했다.
특히 이 두작가처럼 무지막지하게 번역되어 나오는 경우일수록, (남들이 좋다좋다 하는 것도 나한테는 맘에 안차는게 대부분인 상황이라 예컨데, <용의자 X의 헌신>같은 책들), 범작과 졸작이 많기 때문에, 잘 골라서 읽어야 한다.
<악의>는 괜찮았다. 후더닛이 아니라, 와이더닛에 포커스를 맞추어 집요하게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

존 카첸바크 <애널리스트> ★★★ 구매, 중고샵 방출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지금도 진짜 좋아하는 작품) <애널리스트>는 별로다.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별로다. 페이지수는 판형도 큰데, 650여페이지나 되어, 기를 쓰고 읽었다. 몇몇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긴 한데, 등장인물 누구의 심리에도 공감이 안 갔다. 삼남매 범인이라는 그림이 맘에 들긴 하다. 존 카첸바크 책 좀 더 안 나오나? 하나 좋고, 하나 별로였으니, 더 나오면, 분명 살텐데 말이다.  

존 스타인벡 <에덴의 동쪽>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원서 구매 예정
와~~~ yeh~~~ 재밌었다. 두권 합해서 천백여페이지의 책을 하루만에 후다닥 읽어버림. 아마 처음 읽는 존 스타인벡이 아니였을까? 웬지 재미없는 작가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서부지역의 두 가문의 3대에 걸친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고, 짜임새 있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로 채울 수 있다니, 대단하다. 존 스타인벡왈 지금까지의 모든 책은 이 책을 쓰기 위한 준비였다고 하는데, 다른 작품은 어떠려나. 다음 작품으로는 <분노의 포도>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제임스 딘이 나오는 영화도 사려고 보관함에 담아두긴 했는데, 언제 결제할지는...  

해리 터틀도브 <비잔티움의 첩자> ★★★★ 구매, 중고샵 방출
안 팔려서 절판 예정인 책이다. 비잔티움 대체역사SF라니, 안팔릴만 하다... 고는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다구!
이콘에 나오는 성자처럼 슬프고 길쭉한 눈을 가진 첩보원 주인공이 나와 실제 역사와 대체 역사를 혼합시킨 이야기 속에서 활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탄이 나와도 기대되는 단편집..이지만, 나올리가 없겠지;

 

 

 

 

닐 게이먼지음, 데이브 맥킨 그림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날>★★★★★ 구매, 소장 
닐 게이먼지음, 데이브 맥킨 그림 <The Wolves in the Walls> ★★★★★ 구매, 소장

닐 게이먼의 동화책. 데이브 맥킨과 닐 게이먼은 제법 꿍짝이 맞는 조합이다. 환상적인 것과 현실을 맞물리게 하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글도, 그림도. 동화책을 읽을때면 늘 하는 생각이지만,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아마 시詩 정도가 동화와 비슷한 정도로 원서 읽기가 중요할듯) 원서 읽는 맛이 있다. 닐 게이먼 특유의 발상들이 톡톡 튀었던 이야기들이다.  

가노 료이치 < 제물의 야회> ★★★★★ 구매, 소장
나왔을때는 소리소문 없고, 쭉 소리소문 없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일본미스터리문학 즐기기 카페의 올해의 일본 미스터리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 656페이지의 만만치 않은 분량. 그 분량에 꽉꽉 눌러져 어디 하나 버릴 것 없는 이야기. 경찰 소설, 사이코패쓰, 전문 킬러. <미드나잇 플러스 원>이 생각나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었다.

온다 리쿠 <코끼리와 귀울음>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온다 리쿠의 단편은 꽤 괜찮다. 단편격의 이야기를 장편으로 늘이고, 이야기에서 이야기를 질리도록 뽑아내는 것이 이치의 단점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순정만화틱한 주인공(특히 멋진 소녀, 미소년 이런것좀 자제요-)만 없으면, 그럭저럭 볼만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음. 이 단편집도 평이 제법 좋았던 것. 작가가 싫다고, 작품을 모두 멀리하지 말고, 좋다는 건 읽어보자-고 온다 리쿠에게 격하게 싫증을 느낀지 근 1년만에 생각을 바꿈.  

세노 갓파 <인도 여행> ★★★★★ 구매, 중고샵 방출
몇십년 전의 책임에도 전혀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 아기자기하고 재미난 책.
글도 잘쓰고, 그림도 좋고, 저자의 인간적인 매력도 있는 여행기가 맘에 안들리 없다. 아. 덧붙여서,책도 잘 만들었다. 

코난 도일 The Complete Sherlock Holmes ★★★★★ 구매, 소장
뭐, 셜록 홈즈. 전집을 가지고 싶은 생각은 없고, 한권짜리 컴플리트에 만족하지만 , 한페이지에 글자가 너무 많아 ㅡㅜ  

칼렙 카 <셜록 홈즈 이탈리아 비서관> ★★★★ 구매, 중고샵 방출
셜로키언..이었을까? 칼렙 카?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들>을 읽고, 무지 열광해서 냉큼 사긴 했는데, 사자마자 별로일 것 같았던 느낌이 작렬했던 책. 기대가 워낙 없었어서 외려 나쁘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키포인트는 셜록 홈즈를 많이 알 수록  재미있다는 거.  

 

 

 

 

존 딕슨 카 <구부러진 경칩> ★★★ 선물
선전은 요란한데, 내용은 그닥.. 초반부는 지루했고, 후반부는 밍숭맹숭 게다가 저 숭악한 표지는 어쩔꺼임.
장경현님의 시리즈라는 이유만으로 오프에서 구매(선물 받음) 하기는 했지만, 고려원 북스, 제발 다음 시리즈에선 표지좀 제발! 구매력을 급저하시키는 표지라구!!!  

사사키 조 <경관의 피> ★★★★★ 구매, 반품 (이라는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3대에 걸친 경찰 이야기. 나는 이런 이야기 좀 좋다. 3대에 걸쳤다는건, 그 시대의 변화. 여기서는 경찰의 변화까지 덤으로.
아마, 2009 최고의 일본 미스터리 수위에 오르지 않을까 미리부터 짐작해본다. 책이 페이지수는 많지만, 작은 판형이라, 그닥 양이 많은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두 권이 불만인건 아니지만 (상,하 표지도 훌륭하다) 한권으로 나와도 괜찮았을 텐데. 그랬다면 소장했을텐데.. 싶다.

폴 오스터 <The Red Notebook> ★★★★★ 구매 소장
아, 이 책 생각할수록 좋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이 책의 에피소드가 생각나곤 한다. 일상의 심오함을 쉬운 글로 쓰는 폴 오스터. 번역본도 많이 읽었지만, 역시 이 작가만은 원서로! 

<little black dress> ★★★★★구매 소장 
좋아하는 책이다. 이 시리즈의 책을 다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이 책은 특히 더 좋다.
100페이 조금 넘는 작은 판형의 책인데, 내용은 그렇게 알찰 수가 없다. 한번 보고 마는 책이 아니라, 자꾸자꾸 펴보게 되는 책.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이홍 <만만한 출판기획>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별 기대 안하고, 중고샵에서 건졌는데, -정은숙의 <편집자 분투기>가 별로였기 때문에- 의외로 재미있게 보았다. 출판계의 여러 이슈를 거침없이 (동종업계에서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이야기하고 있다. 기대했던 뒷이야기도 쏠쏠했다. 비단 출판편집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글도 종종 있다. 저자가 임프린트 1호라고 할 수 있는 웅진의 리더스북스의 대표이기에, 리더스북스의 컨셉에 맞는 경제/경영서의 인용도 돋보였다. 글도 재미나게 써서, 읽으면서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면서 읽어냈다. <기획회의>라는 격주간 잡지를 알게 되어, 장바구니에 들어있다.

딱히 이야기할 자리가 없어서, 여기서 이야기하는데, 정은숙의 <편집자 분투기>가 맘에 안 들었다는 얘기를 주구장창 하고 있는데,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다만, 내가 기대하던 것과 달랐던 부분. 그리고, 맘에 들었던 부분과 맘에 들었던 부분이 골고루 있었을 뿐이다. 정은숙의 <편집자 분투기>에 소개되었던 몰랐던 좋은 마음 산책의 책들을 이 책을 보고, 엄청나게 구매했으므로, 출판사 대표가 쓴 책으로 좋은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싶다.

덴도 신 <대유괴>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우와- 줄거리를 다 알고 봐도 재미있는 고전이다. 20세기 최고의 추리소설 뭐 이런 리스트의 넘버원에 오르고, 평도 워낙 좋아서, 사긴 했는데, 사고 나서도 영 손이 안 갔다. 나온지 30년이 다 된 소설이기도 하고, 줄거리도 다 알고..  막상 읽기 시작하니, 굉장히 재밌었다. 이야기의 재미포인트를 다 알고 읽음에도 불구하고, 단어, 문장, 문단, 챕터, 책을 읽는 것과는 당연히 틀린 것을.. 고전이고, 수작일수록, 내용을 다 알고 봐도 더 재미있는 법인데 말이다. 주인공 할머니의 지력과 지혜, 트릭은 지금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정도로 흥미로웠고, 소설 전반에 걸친 따뜻함이 범인, 희생자, 추적자, 가족을 한데로 묶어주는 좋은 작품이다. 아. 이 책, 왠지 다시 살 것 같어!
  

 

 

 

 


나시키 가호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나시키 가호의 <뒷뜰>을 먼저 읽었더니, 너무 재미없어서 보다가 던져버린 흔치 않은...
<집지기가 들려주는..>도 쉬이 손이 가지 않았더랬다. 웬걸, 막상 읽어보니, <음양사> 세이메이의 정원에, 교코쿠도의 자학 3류작가에 샤바케의 령들을 합쳐 놓은 것 같은 아기자기한 소품이었다. <뒷뜰>에 하도 디어서, 나시키 가호의 다른 작품을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이름을 알게된 <집지기..>만은 괜찮은 이야기였음.  

요코야마 히데오 <제3의 시효> ★★★★★ 서점
짧은 단편집이라 서점에서 다 읽어버렸다. 지금까지 네 다섯권 정도 읽은 요코야마 히데오 책들 중 가장 재미있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강점은 조직인간으로서의 경찰 묘사와 따뜻하고 착한 결말인데, 전자가 더 강조되고, 후자를 절제하니, 제법 재미있고, 덜 질리는 작품집이 된듯.

다이앤 애커먼 <Origami Bridge >★★★★★ 구매, 소장
현대 작가중에서는 처음 읽어보는 시집이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는 굉장히 메말라 보이는군.. (사실, 현대작가고 옛날 작가고, 원서고, 우리말이고 간에 당췌 시집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제법 재미를 붙여서, 다 읽은 다음에도 손 닿는 곳에 두고, 생각날때마다 뒤적이고 있다. 어쩌다 보니, 다이앤 애커먼의 원서를 시집으로 시작했지만, 다른 원서도 슬슬 구해봐야겠다. history of love..부터 시작할까 생각중

발터 뫼르소 <푸른곰 선장의 13 1/2의 삶> ★★★ 구매, 중고샵 방출
상상력은 인정하지만, 끝도 없이 나오는 새로운 생물에 좀 질려버렸다. 주인곰, 아니,^^ 주인공인 푸른곰이 그닥 매력적인 캐릭터도 아니여서 1/3 정도 읽고 나서는 지루해져버렸다. 3권으로 분권 되어 있는 것도 맘에 안 든다.  

리사 엉거 <아름다운 거짓말> ★★★★ 구매, 중고샵 방출
판타스틱에 실린 북스피어 최내현 대표의 추천으로 진심으로 읽고 싶어져서 샀는데,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미스터리 '로맨스' 내지는 '미스터리''로맨스' 였다. 내내 맘에 안들다, 결말부분이 맘에 들어서 그나마 좋은 느낌으로 남았다. 섬세한 문장력이 좋았는데, 원서의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다. 아마존의 평도 대단히 좋다. 작가의 데뷔작이니, 다음 작품이 나오면, 읽어보긴 하겠는데, 과연...  


 

 

 

 
피터 싱어 <죽음의 밥상>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세 가족의 식단을 통하여, 패스트푸드, 신경 쓸 수 있는한 최대한, 채식주의자의 식생활과 각각의 문제점과 좋은점을 꼽았다. 궁극적으로 작가가 추구하느는건 채식주의자의 식단이겠는데, 현실과 타협한 '신경쓸 수 있는한 최대한' 정도가 합의점일 것 같다. 이런 책을 읽으면 늘 생각하지만, 고기 따위(특히 닭고기, 돼지고기)는 남은 생애 동안 쳐다도 안 볼 것 같고, 인간종족이 혐오스러워진다. 진짜 적나라하고 토나오는 묘사들이 많은데, 피터 싱어는 선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불을 뿜고, 흥분하는건 독자이고, 작가는 객관적이고, 냉정한 어조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함) 말대로 '철학자'이다. 이 책이 작년 올해의 책에 뽑히고, 매스컴을 많이 탄 것은 좋은 일이다. 어떤 종류의 책은 '베스트셀러'에 올라서,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고, 좀 더 나아지게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 나는 결국, 3일만에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주말쿠폰으로 닭가슴살 사려고 했는데, 이 얘기 쓰다보니, 급 망설여지는구나.

쑤퉁 <마씨집안 자녀 교육기>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쑤퉁은 좋은 작가다. 인정. 그러나, 독서가 너무 불편하다. 그런데, 그게 중독성이 있다. 아마, 더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오스카 와일드와 오브리 비어즐리의 <Salome> ★★★★★ 구매, 소장
1967년에 나온 책이네. 너무 멋진 원서다. 이 캐릭터에 꽤나 중독이 되어버렸다. 살로메, 헤로디아, 헤롯, 젊은 시리안, (요한이 젤루 평이함.. 응?) 굉장히 자극적인 탐미주의. 비어즐리의 그림과 오스카 와일드의 글이 만나 극단적인 죽음의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아.. 멋지다..

존 어빙 <가아프가 본 세상> ★★★★★ 구매, 중고샵 방출
2권 초반부를 읽을때까지만 하더라도 평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꽤 괜찮았군.. 아니, 엄청났군.. 아니, 이거야말로 '존 어빙'이군! 하며, 평이 점점점점 올라갔다. 딱히 원서의 묘미가 고픈 것은 아닌데, 국내 번역본은 죄다 두권이라 부담스럽다. 이렇게 안 팔리는 작가는 서평단 같은거 하지 말아야지. <일년동안의 과부>는 아주 풍족하게 중고샵에 나와 있다. <사이더 하우스>는 교보에서 원서로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 워낙 장편이고, 쉽게 쉽게 넘어가는 글도 아닌지라, (원서를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좀 부담스럽긴 한데, 일단 집에 있는 < A Prayer for Owen Meany> 부터 읽고 생각해봐야겠다.  

리뷰 안 쓴 책이 <죽음의 밥상> 외에 두세권 더 있었는데, 영 생각이 안 난다 -_-;;

달려라 2009 따위의 카테고리 만들어 놓고, 잡담이나 늘어놓고 있는데, 어짜피 신학기도 3월부터다. (..응?)
3월부터 달리자! 오늘은 일요일치곤.. 많은 일을 했다..라고 일단 말해본다.

3월에는 꼭 사고 싶은 책이 있다. 이 책을 사기 위해, 적립금을 꽁꽁 모으고 있는 중. 작년말부터 엄청 사고 싶었던건데, 두번째 해일.. 지름의 해일이 닥쳤다. 이번에는 꼭 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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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3-01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사기 위해, 적립금을 꽁꽁 모으고 있는 중'... 이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중고샵에 가서 덜렁 적립금 홀랑 털어버리는건 뭐임? 2월 6일 이후, (알라딘에서) 첫 주문이었다.. -_-;;

생각난 책이 있어서, 보관함에나 담아둘까 싶어 찾아보니, 알라딘에 막 올라온 따끈따끈한 중고가.. 장바구니에 담고, 그 다음엔 금액 2만원 맞추느라 담고, 사고팠던 책 한 권, 나머지 두 권은 보관함에 오래 있던 책들이고, 한권은 동생이 사달라고 했는데, 품절 떠서 못 샀던 책이어서 (이 악물고) 후회는 없다.

2009-03-01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1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03-0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신한카드 할인 얘기 보셨어요? 저도 처음듣는 얘기라 잽싸게 가서 몇권샀지요 3=3= 당분간은 제발 쉬자.. 라고 다짐한게 며칠전이건만 ㅜㅜ

하이드 2009-03-0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봤어요. 저 실시간 계좌이체가 대부분이지만, 카드도 많이 하는데, 그게 죄다 신한카드였었다는!! 으아 억울해라.
무튼, 저는 아주 큰걸 지를 생각이기 때문에, 지름은 극도로 자제하고 있습니다.(라고 해봤자, 방금 지른 몸;;)

비로그인 2009-03-0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요 궁금해요 궁금해요.. 전 요새 한국의 건축이나 도자기가 무지 땡겨서 이책저책 찾고 있는데 엊저녁에 식구들이랑 저녁먹다가 아버지한테 전에 갖고 계시던 장승 책 달라고 했더니 "그런게 좋아지다니 너도 늙나보다"라고 하셔서 충격 받았다는 ㅜㅜ
어쨌거나 그런 책들은 다 비싸서 4월 1일까지 차곡차곡 쌓아야 겠어요 후훗

하이드 2009-03-01 22:58   좋아요 0 | URL
흑, 제가 사려는 책보다는 덜비쌀듯. 제가 사려는 책 사면, 신규회원도 바로 플래티넘으로 ㄱㄱㅆ 이라는;;

저도 한국 건축, 도자기 이런 책 좋은데.. 장승책도 재밌을 것 같아요. 늙;;;늙었구나^^;;; 나이들면서 좋아지는 그런 아름다움이 있는듯합니다. (뭐지, 이 인정하는 분위기는;)

2009-03-01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2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3-02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많이 읽고 많이 쓰셨네요.
책계부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1월 구매 페이퍼를 책계부로 수정했었는데...2월도 써 봐야죠.^^

하이드 2009-03-02 09:24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에서인가, 이글루스에서인가, 네이버에서인가 어느분이 이 표현 쓰시더라구요.
2009년부터 구매/판매/독서 목록을 적고 있는데, 구매/판매가 비등하고, 독서목록이 아직 한참 못따라오고 있어요-

로쟈 2009-03-0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량도 그렇지만, '방출'도 인상적입니다. 좀 버리면서 읽어야 하는데요.^^;

하이드 2009-03-02 09:20   좋아요 0 | URL
일단 저는 '구매'를 덜 해야합니다. ^^;

비로그인 2009-03-0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정말 대단하세요.

하이드 2009-03-02 09:23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더 많이 읽는 고수분들도 많은데요 뭐 ^^a 게으름 좀 덜 피우고 더 많이 읽고 싶어요-


비로그인 2009-03-0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안할수가 없네요

하이드 2009-03-02 09:27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합니다. 보통 20권쯤 읽었는데, 자꾸 늘어나니, 페이퍼를 써도 써도 끝이 안나더라구요.
물론 읽으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셨겠지만요 ^^;

카스피 2009-03-02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자일리 2009-08-0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스타인벡 리스트 만들던 중, <에덴의 동쪽> 페이지에서 눈에 번쩍 띄었어요.
지금쯤 원서 구입하셨으려나~^^
 
가아프가 본 세상 2
존 어빙 지음, 안정효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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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아프의 세상> 원제 the World according to Garp 는 물론 가아프에 대한 이야기이다.

존 어빙은 작품을 쓸 때 플롯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고 한다. 그리고, 소설 속의 가아프와는 달리, 그의 인생은 너무나 평범하여, 자전적인 이야기를 쓸 수 없고, 그렇기에 소설 쓰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플롯과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아프가 살았던 장소라던가, 레슬링과 글쓰기만 알았던 가아프. 아내와 아들 둘, 젊은 시절 유럽에 머물렀던 것 등은 전직 레슬러인 작가 존 어빙의 삶과 꽤나 닮아 보인다. '거짓말 하기'가 직업인 작가가 하는 말들에 일일히 진위여부를 가리는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때, (존 어빙의 책은 왜 죄다 두권으로 나오는 걸까! 그가 아무리 장편소설을 좋아한다고 해도 말이지) 제니 필즈, 가아프의 엄마이자, 그의 인생에 큰 역할을 했으며, 그의 인생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커다란 역할을 했던 여인, 제니 필즈의 이야기가 조금 독특한가. 싶고, 2권에 들어서기까지도 가아프의 창작 활동과 인간 관계에 그닥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제니 필즈는 부잣집 딸이었으나, 엄청나게 독립적이었고, <섹스의 이단자>라는 책을 써서 무지하게 유명해진다. <섹스의 이단자>라는 책을 쓰기 전에 그녀는 간호사였고, 비행기에서 포탄을 쏘는 가아프 상사가 입원했을때, 그를 ...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뭐뭐하여, 아이를 임신하고, 그 아이의 이름을 T.S. 가아프라고 부른다. Technical Sergent Garp. 뭐, 이런 이름과 직위가 T.S. 가아프가 된다. 정자를 제공하게 되는 가아프란 인물도 독특하다. 공중에서의 사고로 파편이 뇌에 박힌 그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에서처럼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을 경험한다. 그 순간, 제니 필즈의 뱃속에서는 또 다른 가아프가 만들어지고 있고.  이 에피소드는 꽤나 묘한 거울의 느낌이다. 아빠 가아프는 죽고, 제니 필즈는 어린 가아프를 데리고 스티어링가가 만든 스티어링 학교에서 간호사로 일하게 된다. 엄청난 독서가인 그녀는 학교의 모든 강의를 듣고(순전히 그녀의 아들을 위해),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읽고, 도서관에 없는 책들도 찾아 읽는다. 가아프는 자라서 레슬링 코치의 딸인 역시나 엄청난 독서가인 헬렌과 결혼하게 되고, 던컨과 월터라는 두 아들을 가지게 된다. 바람도 피고, 친구도 사귀고, 글도 쓰면서 비교적 평이하게 흘러가다가 그 일이 생긴다.  

사소한 무분별은 악운과 결합하여, 평범했던(?) 한 가족에게 정말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불행을 가져다 준다. 이 불행의 임팩트를 위해, 이 전의 모든 이야기들이 평이했나 싶을 정도. 가아프 가족에게 닥친 그 사건은 정말 엄청나게 불행하게 보여서, 방금 읽은 페이지를 다시 돌아가서 읽으며, 원치 않은 음미를 해야할 정도였다.  

이제 소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달려간다. 이전까지도 재미있었지만, 책 띠에 나온 '독자의 넋을 빼앗'는 부분은 아마 이 부분부터이지 않을까. <섹스의 이단자>라는 소설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저자인 제니는 원치 않았지만, 사회와 여성의 요구에 의해 그녀는 '여권주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런 그녀는 아들 가족을 보듬기 위해 평생 그녀의 직업이었던 간호사로 돌아가서 아들 가족의 치유를 돕게 된다. 그들의 치유는 서로를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 그들이 잃은 것이 너무나 커서, 그것을 잃게 된 상황이 정말 죄책감의 바다, 하늘, 우주인지라 그들의 치유를 감히 기대하지 못하고, 어떻게 파멸할 것인가만을 조마조마하게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존 어빙은 자신이 단편 소설에 재능이 없고, 그나마 괜찮은 것들은 장편 소설 안에 끼워 넣는다고 한다. 이 책에는 가아프가 쓴 단편 소설들의 전문이 때로는 자세한 줄거리가 나온다. 그 중에 <벤젠하버가 본 세상> 이라는 장편 소설이 있다. 제니 필즈의 아들이었던 가아프의 이름을 작가로 알리게 하는 계기가 되는 역시나 '여권주의' 의 이름 아래 찬반 양론이 거센 이슈가 된 책이다. 그 책이 너무 저질에 통속적이라 모자의 평생의 친구이자 편집자인 존 울프는 그 책의 1장을 '사타구니 어쩌구'라는 포르노 잡지에 팔아 버린다. 이 '사타구니 어쩌구' 잡지는 책의 후반부에 기대치 못하게 한번 더 등장한다.

이 소설이 단행본으로 출판되게 된 계기가 된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의 표현을 빌리면, ' 이 책이 어찌나 병적인지 무슨 일인가 벌어지리라는 것은 알지만, 그게 뭔지 상상이 가지 않아요.' 라고 <벤젠하버가 본 세상>을 평하게 되는데, 요즘의 독자에게 이 정도의 수위가 '어찌나 병적인지' 의 범주에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가아프가 본 세상>이란 책은 충분히 기괴하다. 그 여성 독자의 평을 이 책에 대입해도 무리는 없으리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버렸지만, 그래도 좋은 몇부분이 있어서 다시 읽고 싶 '은 것까지도 책 속의 책과 닮아 있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여권주의'와 자타의로 관련된 인물들이 가득하지만, 이 책은 여권주의 소설이 아니다. 책에 나오는 여성들이 소설 속에서도 보기 드문 강인한 성격의 캐릭터라는 것이 이 책을 '여권주의' 소설로 만들지 않는다면.
작가와 너무 닮은 작가가 나오는 소설이지만, 자전적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의심이 가지만, 심증에 그친다.
가아프가 훌륭한 작가였는가. 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이 책 속에서 결국에는 '가아프를 사랑하는 사람과 가아프를 알고 지낸 사람' 만이 남게 되므로, 나 역시 그 카테고리로 자연스레 기꺼이 뛰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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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me (Paperback) - A Tragedy in One Act
Wilde, Oscar / Dover Pubns / 196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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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me :
Suffer me kiss thy mouth.
Suffer me kiss thy mouth.
Suffer me kiss thy mouth.

삽화가의 이름이 작가의 이름보다 먼저 나와 있다. 강렬한 표지의 빨간 색상만큼 대담한 선과 면의 삽화이다.
비어즐리가 추구하는 미美란 어떤 종류일까. 궁금해진다. Salome는 성경에 나오는 유대왕 헤로데의 세례 요한 참수 사건을
토대로 오스카 와일드가 불어로 극화한 것이다. 19세기말의 데카당트한 분위기와 오스카 와일드의 퇴폐적인 각색으로 인해
악녀 살로메, 탐욕스럽고 잔인한 헤로드, 악녀 엄마 헤로디아, 세례자 요한이 각각의 이유와 캐릭터로 재탄생되었다.

 

20여개의 비어즐리 삽화와 함께 하는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가 아니라, 
오브리 비어즐리와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로 불리운다. 
그림과 떼어 놓을 수 없는 희곡작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이렇다.

헤롯은 자신의 형을 죽이고, 왕이 되고, 형의 부인이었던 헤로디아와 결혼하게 된다. 
남편의 동생과 결혼한 헤로디아를 비판하는 세례자 요한을 자신의 딸인 살로메를 이용해
연회 중에 춤을 추게 하고,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준다는 헤롯에게 세례자 요한의 목을 달라고 하게 한다.
고민하던 헤롯은 요한의 목을 잘라 은쟁반에 담아 살로메에게 준다..는 이야기.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는 그 자신 역시 헤로디아에 못지 않은 악녀이다.
HEROD :
Of a truth she is her mother's child!



이야기는 시작부터 '달'의 광기에 차 있는듯 하다.
THE YOUNT SYRIAN : 
How beautiful is the Princess Salome to-night!

THE PAGE OF HERODIAS :
Look at the moon. ow strange the moon seems! She is like a woman rising from a tomb. She is like a dead woman. One might fancy she was looking for dead things.

심상치 않은 달의 이미지는 첫 장면에 이어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각기 다른 등장인물들에 의해 묘사된다.

이 밤의 비극의 원인이 '달의 광기' 로 인한 것인지, 달의 모습이 '불길한 전조'인 것인지..    

연회가 지겨워진 살로메는 테라스로 나와
요한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데리고 나오게 한다.
그의 이야기에 귀막고, 자신의 이야기를 반복한다.

Suffer me to kiss thy mouth, Iokanaan.

IOKANAAN :
Art thou not afraid, daughter of Herodias?
Did I not tell thee that I had heard in the palace the beating of the wings of the angel of death,
nd hath he not come, the angel of death?

SALOME :
Suffer me to kiss thy mouth

이와 같이 반복되는 말들이 자주 나오는데, 자신의 욕망에 막무가내인, 사랑의 주문에 걸려 움쭉달싹 못하는 모습에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살로메는 세례자 요한을 사랑했고, 그와 키스를 하고 싶었을 뿐이고,

 

  

살로메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반해 버린 젊은 시리아인은 열병과도 같은 짝사랑에 손목을 긋게 된다. 젊은 남자쯤은 가볍게 먹어치우는 살로메.. 그런 그녀가 자신의 키스를 끝까지 거절한 요한에게 느낀 것은 끝까지 사랑이었을까, 집착이었을까.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다 나쁘지만, 그 중에서도 헤로디아가 가장 나쁘게 나온다.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에선 헤로디아는 주연 보다 대사 많은 조연의 느낌이고, 살로메가 진정한 광기의 팜므파탈로 나온다.

 

HEROD :
Salome, Salome, dance for me. I pray thee dance for me.
I am sad to-night. Yes, I am passing sad to-night. When I came hither I slipped in blood, which is an ill omen;
also I heard in the air a beating of wings, a beating of giant wings. I cannot tell what that may mean... I am sad to-night.
Therefore dance for me. Dance for me, Salome, I beseech thee. If thou wilt, and I will give it thee.
Yes, dance for me, Salome, and whatsoever thou shalt ask of me I will give it thee, even unto the half of my kingdom.  

악마의 반주에 맞추어 일곱 베일의 춤을 추는 살로메

헤롯에게 요한의 목을 요구하는 장면은 전체 극에서 가장 클라이막스인 부분이다.
희곡을 읽으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상상하곤 하지만,
비어즐리의 기괴한 미모의 악마적인 등장인물들의 그림을 보면서 상상하는 극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HEROD :
Ah! wonderful ! wonderful! You see that she has danced for me, your daughter. Come near,
Salome, come near, that I may give thee thy fee. Ah! I pay royal price to those who dance for my pleasure.
I will pay thee royally.  I will give thee whatsoever thy soul desireth. What wouldst thou have? Speak

SALOME :
[Kneeling.] I would that they presently bring me in a silver charger...

HEROD :
[Laughing.] In a silver charger? Surely yes, in a silver charger. She is charming, is she not?
What is it that thou wouldst have in a silver charger, O sweet and fair Salome, thou that art fairer than all the daughters of Judaea? What wouldst thou have them bring thee in a silver charger? Tell me Whatsoever it may be, thou shalt receive it. My treasures belong to thee. What is it that thou wouldst have, Salome?

SALOME :
[Rising.] The head of Iokanaan.  

 그렇게 그녀는 원하는 바를 이룬다.
요한의 목이 담긴 은쟁반을 받고, 그에게 키스한다. 죽음의 키스.
헤롯은 병사들에게 그녀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그렇게 극은 막을 내린다.


 

THE VOICE OF SALOME
Ah! I have kissed thy mouth, Iokanaan, I have kissed thy mouth.
There was a bitter taste on thy lips. Was it the taste of blood? . . . Nay;
but perchance it was the taste of love. . . . They say that love hath a bitter taste. . . .
But what matter? what matter? I have kissed thy mouth, Iokanaan, I have kissed thy mouth.
[A ray of moonlight falls on Salome and illusions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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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씨 집안 자녀교육기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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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퉁의 <이혼지침서>에 이어 읽게 된 <마씨 집안 자녀 교육기> 이 두 권이 다인줄 알았더니, <쌀>, <나, 제왕의 생애>, <눈물>, <흥분>, <뱀이 어떻게 날 수가 있지> 등 꽤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은가.

<이혼 지침서>에서는 생생하고 기묘한 첩들의 생활이 나온 '처첩성군'이 가장 기억에 남았고, 이 책에서는 표제작인 '마씨 집안 자녀교육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혼 지침서>는 좋은 책이었지만, 너무 불편해서 다시 쑤퉁의 작품을 읽게 될까 싶었는데, 역시 불편한 <마씨 집안 자녀교육기>를 읽고 나자, 쑤퉁의 작품이 또 뭐 있나 찾아보는걸 보면, 그 불편함은 중독되나보다.  

'마씨 집안 자녀 교육기'에는 프로 드링커가 주인공이다. 삼대가 함께 사는데, 눈먼 장님인 꼬장꼬장한 아버지, 한 술 해서, 그게 직업이 된 마쥔, 그리고, 못된 악동인 아들이다. 부인인 장비리 또한 쑤퉁에 나오는 괄괄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성격의 여편네이다. 쑤퉁의 책이 불편한 건 '당하는 사람' 이 하두 분명해서 그런것이 아닐까. 참고 자시고 없고, 무조건 질러 버리는 인간 관계들. 마씨 집안의 자녀 교육 방법은 '따귀'인데, 이것은 자녀 교육에만이 아니라 마누라 교육(?)에도 쓰이고, 자신의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세상사람에게 쓰이는 관계의(?) 방법이다. 따귀 하나만은 제대로 때릴 수 있다는 삼대. 거침이 없어 마두목으로 불리는 못된 마쥔도 장님 아버지인 마헝다에게만은 꼼짝 못하는 효자의 모습이다. 도대체 무슨 술을 잘못 먹어서, 마지막에 장비리가 제조한 독주를 마시고, 장비리를 도와주는지 이해가지 않았지만, 병원에 찾아온 마헝다의 모습. 마쥔의 옆에 누워서 '나도 죽겠다. 혼자 보낼 줄 아느냐' 하는 모습은 숨겨졌던 따뜻한 부정이라기 보다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태어난 악마 같았다.

'1934년의 도망'은 안그래도 복잡하니 안 외워지는 중국 이름들이 복잡하게 나오는 통에, 헷갈리고, 재미도 덜했다.

쑤퉁의 글에 반영된 중국 근현대사...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건 뭐, 중국 근현대사도, 이야기도 낯설기만 하니, 쉽사리 시대상이 그려지지 않는다. 플러스, 어떤 시대상으로 그리기에는 너무 적나라하고 끔찍한 이야기들. 현실은 소설보다 분명 더 끔찍하겠지만, 여튼 불편하다.

'결혼한 남자'는 '이혼 지침서'의 속편격인 이야기인데, 쪼다 같은 양보도 다시 보니 반갑더라는.. 그러나, 그 쪼다같음은 여전하더라.

쑤퉁의 작품을 이야기하며 '삶에 대한 진정성'과 '인간에 대한 연민'을 이야기하는데, '연민'과는 다른 동네의 '황당하고-짜증나고-답답함'이 내게는 더 크다.   쑤퉁의 작품들을 더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작가인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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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
이곳 공기는 정말 상큼하네요. 이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 저 안에서는 예루살렘에서 온 유대인들이 자기들의 멍청한 의식에 대해 서로 물어뜯고 있고, 온갖 야만인들이 바닥에 술을 흘려가며 마셔대고 있고, 서머나에서 온 그리스인들은 눈과 볼에 덕지덕지 화장을 하고 머리는 꼬불꼬불 지진 채 옹기종기 모여 있고, 비취로 만든 긴 손톱에 팥죽색 외투를 걸친 조용하고 신비로운 이집트인들과 거친 말투의 짐승처럼 야만스러운 로마인들, 아! 난 로마 사람들이 정말 혐오스러워요! 거칠고 천한 것들이 고귀한 귀족인 채 거들먹거린다니까요.

젊은 시리아인
공주님 않으시겠사옵니까?

헤오디아의 시중
감히 공주님께 많을 걸다니 정말 무슨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왜 그렇게 공주님을 쳐다보냐고?

살로메
달님을 보니 참 좋군요. 달님은 은화 같기도 하고 조그마한 은빛 꽃봉오리 같기도 하네요. 차고 냉정한 달님은 분명 처녀일 거예요. 순결한 처녀의 아름다움을 지녔어요. 맞아요. 저 달님은 한 번도 자신을 더럽힌 적 없는 처녀일 거예요. 다른 여신들처럼 자신을 남자에게 내맡긴 적이 없는 처녀 말이에요. - 본문 21~22쪽 중에서

 

이 책을 읽다가, 번역본이 나왔던 걸 생각해내고, 찾아 보았다.
예전에 후루룩 봤던 것에 비해, 비어즐리의 그림과 오스카 와일드의 극본은 꽤나 괴기스럽게 다가온다. '모든 비극은 다 달빛 때문이었어' 내지는 '달빛이 그날 밤의 비극을 암시하고 있었던게지' 하는 기괴한 달빛 아래 욕망의 뫼뷔우스띠. 살짝 맛이 간 듯한 등장인물들. 피, 왜곡된 애정 발현, 뭐 이런 느낌이다.  

거기에 비어즐리의 그림... 자세히 보니, 악마적이다.  

원서의 포스에 워낙에 감동받고 있던터라, 우리나라 번역본을 보고, 혀를 씨게 찼던 기억..
다 떠나서, 비어즐리의 그림이 1/3 사이즈로 확 줄고, 페이지 안에 테두리까지 쳐서 그 안에 갖힌 것은 매우 유감.  하다 못해, 표지의 포스만이라도 어떻게 좀 비슷하게라도 따라갔으면 안 되었을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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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8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8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8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