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봤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누군가가 '책계부'라는 표현을 써서 책을 얼마나 샀는지를 정리하더라. 내 소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문화생활'이니 (엥겔지수는 업데이트 되어야한다!) 책계부의 빨간글씨(지출)가 줄어들수록 내 가계부의 적자율도 낮아질텐데 말이다.  

금액을 일일히 정리하면, 가슴만 아프니, 그냥 읽은 책을 정리하는 것으로 1월의 책계부를 적어봐야겠다. 어느 도서관에선가 아이들이 읽은 책들을, 저금하듯이 책통장을 만들어주던데, 돈을 저금하는 습관보다 책을 저금하는 것이 훨씬 수지에 맞는 장려해야할 습관이 아닌가 싶다.

 

 

 

 

송정림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 알라딘 중고샵 구매, 알라딘 중고샵 방출
이런류(?)의 에세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열권 읽으면 한권 맘에 들까말까) 이 책은 꽤 맘에 들었다. 일단 책의 만듦새와 기획이 좋았다. 읽으면서 고등학교때 열심히 읽던 <김성곤의 영화 에세이>와 같은 책들이 떠올랐다. 왜 영화 줄거리를 찬찬히 이야기하면서 '여기서 재밌는 포인트야!' 라고 이야기해주는 친절한 영화책 같은 느낌 말이다. 일러스트는 '탄산 고양이'인데, 이 일러스트들도 귀여운 고딩필이 아니라, 여고생의 추억을 되살리는 '어른'의 일러스트인 느낌이다. '영화이야기'와 '요리이야기'를 엮은 것이 딱히 기발하지는 않지만, 저자가 초지일관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사랑'인데, '영화'+'요리'+'사랑'은 꽤나 따뜻한 조합이었다. 옛날 영화들이 많아서(여기서 아마 개인차가 있을텐데, 내가 한참 영화보던 때의 옛날 영화들이다) 옛생각이 많이 났다.  

가이도 다케루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 이벤트로 받음
가이도 다케루의 다구치 시리즈를 좋아한다. 재미도 있고, 메세지도 있고. 전작 3권은 엔터테인먼트 소설, 혹은 의료 미스터리 정도로 이야기되는데, 이 책은 미스터리는 없는 '의료소설' 정도겠다. 강한 캐릭터의 여자주인공이 나오고,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비교적 분명하고, 직접적이다. '하얀거탑'이 대학병원의 정치에 대한 비판이라면, 이 책에서의 비판은 '하얀거탑, 그 이후' 다. 대학병원의 정치에 관료의 '눈가리고' 철퇴가 떨어져 의료붕괴를 가져오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다구치 시리즈처럼 웃기고 재미있는 말들은 안 나올지 몰라도, 재미만은 못지 않았다.  

새러 그루언 <코끼리에게 물을> ★★★★★ 2007년 구매, 2009년 독서, 알라딘 중고샵 방출
우와- 1년도 더 묵힌 책인데, 정말 재미있었다. 1월에 읽은 책 중 픽션과 논픽션이 교묘하게 섞여 있는 책이 바로 이 책과  <본격소설>이다. 이 책은 1930년대 미국의 서커스단이 배경인데, 그에 대한 사료와 일화가 중간중간 사진과 함께 풍부하게 나와 있다. (뒤의 후기를 읽고, 그 일화들이 실화여서 놀랐다는!) 일생의 로맨스 이야기. 평범한 한 남자가 서커스단에 들어가 서커스 같은 인생을 살아낸 이야기. 그것뿐이면 단순한 플롯이었을지 모르겠는데, 여러가지 장치가 더 있어서 읽는 맛도 있고, 읽은 후의 감동도 컸던 책이다.  

다니엘 키스 <빌리 밀리건> ★★★★ 2007년 구매, 2009년 독서, 알라딘 중고샵 방출
24개 다중인격을 가진 빌리 밀리건에 대한 논픽션이다. 실화소설은 실화여서 더 흥미롭기보다는 픽션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화에 갸우뚱하게 만들곤 하는데, 이 책이 그렇다. 대충의 내용은 다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분량이 엄청나고;; 꽤나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있었다. 저자인 다니엘 키스에 기대했지만, 그의 개성을 느낄 수 있었거나 한 건 아니여서 아쉬웠고, 사건의 판결이 진행중에 마무리가 되어 좀 생뚱맞고 허겁지겁 마무리한듯한 느낌이어서 마지막이 좀 아쉬웠다.  책도 재미나고, 표지도 꽤 예쁜데 절판이라니, 이 좋은 책이 왜요?!  

아토다 다카시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 이벤트로 받음
세번째로 읽는 아토다 다카시의 책이고 (이제 읽을 것 없다! 행책, 올해도 약속대로 두 권,  부탁해요!) 세번 다 만족스러웠다. <나폴레옹광>은 2008년 탑10에 들어갈만큼 맘에 들었다. 이렇게 괜찮은 미스터리 단편집은 희귀하다고! 마지막줄의 반전( 재독해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강력하고 탄탄한 반전이다). 그의 단편은 미스터리에 속하지만, 문학성도 뛰어나다,  

모리미 토미히코 <태양의 탑> ★★★★★ 구매, 일단 소장  
저자가 4차원이란 이야기는 워낙에 많이 들었고, 교토가 배경인 청춘소설을 쓴다는 얘기도 알고 있었는데, 재밌다. 닮고 싶은 이 풋풋한 인생과 에피소드들! (이라고 해서, 칙칙한 남자즙나는 궁상맞은 싱글이 되고 싶다는 얘기는 절대 아님!) 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단순한 진리를 생각하게 된다.(왠지 내가 무지 나이들어보인다 -_-;;) 반 이상 읽고 나서야 이 책이 환타지소설상을 탄 책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제야, 아, 환타지고나. 했다는. 이치의 책을 놀이기구에 비유한다면, 디스코! 라고 알런가 모르겠다. 동그란 커다란 원반의 가장자리에 사람들이 앉아서 봉같은걸 꼭 붙들고 있으면, 그 원반이 마구 흔들리며 사람들을 떨어뜨리는 그런거.이 때 배경음악은 물론 디스코. 흐-  막 흥분되고, 꺄르르 웃음이 나는 그런 느낌의 문장들이었다. 번역된 다른 두 작품도 읽어볼 계획이다.  

 아마노 세츠히코 <얼음꽃> ★★★★ 알라딘 중고샵 구매, 알라딘 중고샵 방출
'얼음꽃' 같은 여주인공이 나오는 약간 아침드라마스러운 미스터리물. 형사의 사건해결이 좀 억지스러운면이 없지 않지만, 범인은 충분히 범인의 역할을 다 한다. 짧지 않은 분량인데, 재미나게 읽었다.  

 

 

 

 

미즈무라 미나에 <본격소설> ★★★★★ 구매, 알라딘 중고샵 방출
간만에 읽은 본격소설! <폭풍의 언덕>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데, 일본 근대를 배경으로 한 격정로맨스!였다.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은데, <폭풍의 언덕>의 히드클리프처러럼 멋있는 남자 주인공, 두 남자와 한 여자의 불멸의 로맨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도기(아 나 이런거 너무 좋다) 그 과도기의 마지막 부르조아 계급, 그 계급을 대표하는 인물들, 그 중에 세자매. 이 세자매 이야기와 그들의 자식 이야기는 각각 다 소설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흡입력 있는 문체, 매력적인 배경 가이루자와 등등등 소설의 재미에 고픈 사람들에게 훌륭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재미난 소설이 아닌가 싶다.  

칼렙 카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 서평단 도서 
시어도르 루즈벨트가 나오는 19세기 말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연쇄살인! 아, 나 이 책 너무 좋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데, 요즘 읽는 미스터리와 수사의 전단계, 혹은 시초와 같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지적욕구를 충족시켜주고, 19세기 말 뉴욕에 대한 풍부한 조사, 생생한 캐릭터 묘사, 무지 훌륭하다! 연쇄살인 이야기도 아동매춘 이야기도 전혀 낯설지 않지만( 나 왜이럼?;;) 그래도, 아니, 그래서 더욱 더 특별하고, 재미났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월광 게임> ★★★ 구매, 중고샵 방출
그의 명성에 비해 처음 읽은 <월광 게임>은 그저 그랬다. 화산이라는 배경이 특이했고, 클로즈드 서클에 청춘소설의 느낌을 풍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일단 별로였다. 이 다음에 읽은 <외딴섬 퍼즐>까지 읽고 나니, 이 작품도 같이 좋아졌다.  

이누이 구루미 <이니시에이션 러브> ★★★ 이벤트
북스피어의 221B시리즈 2탄. 시리즈..의 일관성이 없구나;;  '연애소설과 미스터리의 완벽한 조화' 라고 선전하지만, 이게 미스터리면, 내가 이번달 읽은 책 죄다 미스터리다. 북스피어의 선전문구는 기발하고, 구매욕을 자극하는데, 선전문구에 기대한만큼 작품이 따라주지 않아서 실망이 생긴다. 기발한 트릭..이지만, 알고 보면, '그게 뭐;;' 싶은 트릭일 뿐이고.. 미미여사의 재미없는 책을 읽을때는 기본적으로 저자에 대한 애정이라도 있지, 적어도 나에게는 듣보잡인 이 작가의 이 책에 매력을 느끼기는 힘들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중해 기행> ★★★★★ 구매, 소장
올해는 카잔차키스를 제대로 읽어보고자 계획했다. 첫 시작이 <지중해 기행>이다. 생각보다 무겁고, 생각보다 힘차고, 생각보다 격정적인 이야기. 시나이 반도 여행의 비중이 가장 크다. '순례'이자 한 남자의 '자신과의 싸움' 다가가기에 너무나 거대한 존재로 느껴진다.  

스콧 스미스 <폐허> ★★★ 알라딘 중고샵 구매, 알라딘 중고샵 방출
킬링타임용 소설.. 이란 얘기를 잘 안 하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킬링타임.. <아나콘다>나 <불가사리>같은 영화를 좋아한다면, 볼만 함. 궁금했던 책인데, 중고샵에서 사서 진짜 다행이다.  

 

 

 

 

 마틴 에이미스 <머니> ★★★★★ 알라딘 중고샵 구매, 알라딘 중고샵 방출
독특하고 그래서 반가운 소설! 타임지 선정 20세기 100대 소설이었다고 하는데, 문학성 보증, 블랙코미디 작렬!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 이 문장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 리뷰   

아리스가와 아리스 <외딴섬 퍼즐> ★★★★ 구매, 소장
이 책을 읽고, 전작인 <월광게임>도 함께 좋아졌다. again, 클로즈드 써클, 청춘소설, 전작에선 닝닝하다고 생각했던 에가미 탐정의 재발견, 그 아련한 분위기! 퍼즐! 실제로 퍼즐이 많이 등장해서, 몇년전에 처박아둔 퍼즐을 꺼내서 완성하고, 새로 하나 사서 맞추기 시작했다 ^^;;  다음 시리즈가 기대된다.  

가쿠타 미쓰요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 서점에서 후루룩
저자의 책에 대한 애정과 따뜻한 마음이 물씬 느껴지는 '책'이 있는 소소한 연애담. 단편집이고, 비슷한 포맷으로는 무라카미 류의 <와인 한잔의 진실> 이 있었다. 나에게는 좀 약간 과하게 착한 소설들이라 구매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책'이 중요한 소재이자 주제인 책은 언제나 즐겁다.   

뤼디거 융블루트 <이케아>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처음의 지루하고, 짜증스러운 이케아 창립자 잉바르 가족사를 읽어내고 나면, 그때부터 흥미진진이다. 이케아 창립 이야기나 성공기업 스토리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이케아와 창립자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알고보니 '신비주의' 기업! 이야기는 성공기업 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스웨덴 이야기, 정치, 경제 이야기가 보통보다 많이 나온다. 스쳐지나가는 반가운 이름들도 있고, 이케아의 기업철학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석학들의 코멘트는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롭고 도움되었다.  

G.G.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 구매, 중고샵 방출, 영어버전 구매 (언젠가 스페니쉬 원서를 읽기를 바란다!)
마르케스의 소설은 내게 언제나 새롭고, 감동적이다.  

니콜 크라우스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 구매, 중고샵 방출
책보다 교정에 기가막혔던 책. 가뜩이나 니콜 크라우스와 궁합이 안 맞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번 거슬리기 시작한 오타와 비문은 책에의 몰입을 방해했다.  

 

 

 

 

알베르토 망구엘 <독서의 역사> ★★★★★ 구매, 소장
1월 첫날 제주도에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나에게 꼭 필요한 책. 예전에는 몰랐는데, 책읽기의 '역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독서'의 '역사' 미시사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생각보다 딱딱했지만, 흥미로운 내용이 잔뜩. 이런저런 생각의 가지가 풍성

아사다 지로 <칼에 지다> ★★★★★ 구매, 중고샵 방출
마지막 사무라이 이야기. 눈물 쏙 빼는 책이라는걸 알고 읽으면, 그 감동이 덜한법인데, 뭐, 나도 남들처럼 눈물 쏙 뺐다는.. 나중에 '울 이야기였나?' 싶지만, 뭐, 그것이 아사다 지로의 힘. 이것 역시 메이지 유신 정후로 시대의 과도기 이야기이다. 사무라이 이야기는 그닥 읽어본 바 없지만, 마지막 사무라이 이야기는 꽤나 비장하고, 가슴 애렸다는. 아사다 지로는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을 재확인

정은숙 <편집자 분투기> ★★★ 중고샵 구매, 중고샵 방출
전반부는 '편집은 조낸 어렵다' 로 요약될 수 있다. 한장 건너서 '얼마나 어려운지'말그대로 '왜'보다 ''어렵다'는 말을 문자그대로.. 한장 건너 해대는 통에, '세상에 쉬운 일이 있습니까?' 라고 묻고 싶었다는;; 플러스 사용하는 단어들이 너무 무거워서 덜그럭거린다.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어졌는데, 거의 접하기 힘든 책파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이제 책표지나 인테리어나 이상한 기획이나 홍보나 등등등은 다 편집자탓하면 된다는..


2월은 짧고, 바쁘다. 부지런히 책을 읽자. 는 그럴법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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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월의 책계부
    from little miss coffee 2009-03-01 20:41 
    2월은 짧은만큼 책을 더 많이 읽을거라 생각했다. (...응?) 시간이 없을수록, 더 많이 책을 읽게된다. 2월에는 원서를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원서를 사는 것도 찔끔찔끔 늘었다. 예전에 아마존에서 뭉태기,쌀포대로 주문하던 시절에 비하면, 한권, 두권, 국내 서점을 이용해서 주문하고 있는데, 외려 읽는 것은 더 늘어난 것 같다. 책 읽는 것도 버릇이다. 좋은 버릇(..이라고, 일단은 믿고 싶다.) 이번달에 처음 읽기 시작한
 
 
Mephistopheles 2009-02-0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안읽은 책은 몇 권이나 될까요..전....대부분이에요..

하이드 2009-02-0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 읽은 책이 대부분이에요- ;;

클라리사 2009-02-02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제목도, 작가도 모르는 책이 태반...이럴 수가...
세상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책이 있나요...

읽은 책 한 권, 아는 작가 이름 두 명.

약간 충격 먹고 갑니다~

하이드 2009-02-0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중에 딱히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도(<콜레라 시대의 사랑> 빼고요..) 없는데요 뭐 . ^^ 신간도 많구요. 저도 저 중에 처음 접하는 작가가 반 정도나 됩니다. 무튼,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아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