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고 하기엔 1월 하고도 이제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다.
책기록의 큰 칼럼을 차지하는 '산 책'이 이미 쿼터를 차지했으므로, 여기서 중간정산하고,
그 다음부터는 계획오버다.

1월부터 다이어리 왼쪽 페이지에 <읽은 책> 과 <산 책>을 쓰고, 오른쪽 페이지에 <방출한 책>-여기에는 팔고, 버리고, 주고 다 포함-을 쓰고 있다.

읽은 책
1)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2)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송정림
3)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가이도 다케루
4)코끼리에게 물을 -세라 그루언
5)빌리 밀리건 - 다니엘 키스
6)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 아토다 다카시
7)태양의 탑- 모리미 토미히코
8)얼음꽃- 이마노 세츠코
9)본격소설- 미즈무라 미나에

산 책
1)트루먼 카포티 - 차가운 벽
2)마르케스 - 백년동안의 고독
3)실비아 비치-셰익스피어 &컴퍼니
4)피츠제럴드-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5)스티븐슨 - 지킬박사와 하이드

정리한 책 - 17권

그래서 9 : 5 : 17이다.
사실 산 책에는 윤광준의 '찰칵 짜릿한 습관' , 김영갑 사진집, 밤은 되살아난다,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코빌드 어법사전까지해서 십만원을 훌쩍넘는 책쇼핑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것은 모두 선물이니(갑자기 속이;; 쓰려오는) 산 책에는 포함하지 않는다.  별 보람도 없었고, 과정도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무슨 선물을 구걸하며 준 기분

산 책은 아니지만 공짜로 받은 책이 꽤 많다. 이벤트 당첨,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 서평단 도서까지.. 정리한 책의 숫자를 훌쩍 넘긴다;; 이건 ....

내 방의 책이 499권이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읽어치우자. 그때까지는 한달에 다섯권 정도로만 책을 사자. 라고 결심했는데,
산 책 중에 '백년동안의 고독'은 5만원 마일리지 위해 끼운 책이고,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텀블러 하나 더 받자고 샀으니 '산 책'에서 빼도 되지 않을까? 않겠지? -_-a

<멀베이니 가족>과 니콜 크라우스의 신작 두 권을 아직 못 샀는데 말이다. 
오늘은 텀블러가 3개나 도착했다. 텀블러 두개가 펭귄 텀블러랑 똑같은 박스에 두개가 들어서 따로 도착했길래, 아니, 펭귄클래식에서 나의 홍보에 감사하여 텀블러를 보내줬나? 하며 뚜껑을 여니 한달전에 주문한 롯빠인증 텀블러였다. ^^ 펭귄이랑 똑같은 사이즈. 이거 보니, 나도 '하이드 텀블러'를 만들어서 마구 뿌리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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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10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봐거봐...쑥덕쑥덕...벌써 올해 다섯권이나 샀잖아..쑥덕쑥덕..=3=3=3=3

하이드 2009-01-11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권 '밖에' 라고 해주면 안될까요? ㅡㅜ
 
얼음꽃
아마노 세츠코 지음, 고주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불륜'과 '복수'의 키워드는 재미를 어느정도 보장한 키워드이다. 거기에 '살인'을 더한다면?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자존심 센 쿄코는 대학때 만난 타케쿠치와 12년째 결혼생활중이다. 아기가 생기지 않은 것이 유일한 약점이라면 약점이지만, 아이 없이 둘 만의 생활에 만족하는 것으로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싱가폴 출장중, 전화를 한 통 받는다. 마유미라는 이름의 여자는 남편과 2년간 만나왔고, 자신이 그의 아이를 가지고 있으며, 남편이 출장에서 오는대로 이혼을 요구할꺼라고 거친 목소리로 말한다.

흥분한 교코는 전화를 끊지만, 다음날 마유미의 주소와 이름이 발신인에 적혀 있는 편지를 한 통 받는다. 타케쿠치의 필적으로 쓰여진 모자수첩과 타케쿠치와 마유미라는 여자가 함께 찍은 사진이다. '모자수첩'에 흥분한 쿄코는 주소에 있는 마유미의 집으로 가서 농약을 냉장고 안 오렌지 쥬스에 넣어 마유미를 독살한다.

여기까지가 사건의 시작이다. 범인이 알려진채 진행되는 도서추리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쿄코를 쫓는 형사 토다의 추리가 좀 억지스럽고 비약이 지나친 것이 좀 걸리고, 그렇게나 중요한 정보들을 지닌 목격자들이 너무 많이 나와 사건을 진행시킨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것을 제외하곤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쿄코, 아마도 작품의 '얼음꽃'을 실현하는 인물인 여주인공 쿄코의 아름답고, 범접할 수 없어 보이지만,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언제라도 깨져버릴 것 같은 위태로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그와 같은 위태로움은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하고, 사건의 긴박함을 더한다.

읽기 전에는 이것이 '미스터리'이긴한가. 싶기까지 했지만, 읽고 나니, 꽤 괜찮은 미스터리이다. 어쨌든. 쿄코뿐만 아니라 집착 강한 토다(이 캐릭터는 좀 비약이 강함)나 남편, 마유미, 그리고 친구에 이르는 캐릭터의 설정은 그럴듯했다.

이렇게 아침드라마 소재같은 이야기로 제법 괜찮은 미스터리를 써 낸 저자 아마노 세츠코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고, 데뷔시 그녀의 나이는 무려.. 60이었다. 성공적인 데뷔작은 드라마로까지 제작된다.(왠지 우리나라 막장명품드라마가 얼핏 생각났다는;;)  500페이지가 넘는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아마도 그녀, 얼음꽃 쿄코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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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탑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어떤 점에서인가, 그들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다.
왜냐하면 내가 잘못될 리는 없기 때문이다.

라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젊은이적 망상이 폭발하는 대사로 시작하는 이 책.으로 4차원 작가라는 모리미 도미히코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뭐랄까, 이 책의 작품성이라던가, 플롯이라던가, 캐릭터라던가 그런걸 논하기에는 이 작가의 농담인지 진담인지 만담인지 헷갈리는 그것이 나의 머리를 과하게 휘저어 놓았다.

첫페이지에는 이것의 정체가 굵고 짧은 '수기'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독자는 속지말지어다. 이 작품은 '제15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의 수상작이다. '우리 일상의 90퍼센트는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라고 했는데, 이 말에 50%라도 공감 가는 사람이 이 책을 읽어야 이 책을 읽었다.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교토대의 '휴학중인 5학년생'이라는 대학생 중에서도 상당히 질이 안 좋은 부류에 속해 있는 나는 '젊은이의 고뇌 따위는 흥미 없다' 고 말하며 온 몸과 마음으로 젊은이의 고뇌를 적나라하게 까발려주고 있다. 짧게 요약하면 미즈오라는 여성을 사랑했다 차이게 된 그와 그와 비슷하나 각기 다른 폭발하는 개성을 지닌 사내즙 물씬 풍기는 동기/선배/후배들이 교토에서, 연애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정신없는 반어와 은유와 농담인지 진담인지 만담인지 헷갈리는 한 줄, 한 줄을 슬슬 읽어나가면 가볍다.여겨지겠지만, 그와 같은 재치인지 악취미인지 알 수 없는 문장들을 하나씩 곱씹어보기를 좋아하는 (아.. 나도 왠지 이 무리들과 비슷한 점이 하나라도 있는 것 같아 순간 흠칫;) 나로서는 분량에 비해 꽤 오래 책을 붙들고 있었다.

그들의 청춘은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하긴 누구의 청춘인들 그렇지 않으랴. 돌이켜보면 그렇게 시시할 수 없는 나의 청춘도 당시에는 나름대로의 '비장미'를 감추고 있었으리라.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시카마라는 연애낙오자 집단무리의 대모와도 같은 남자의 하숙집에서 영화를 보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춘 열혈 스포츠 영화고, 주인공들은 때로 반발하고, 때로 도우며 지역대회 우승을 목표로 매진한다. 활활 타오르는 청춘의 나날을 살아가는 것이다. 여름 합숙, 다 같이 지내는 마지막 밤 부원 중 하나가 이렇게 말한다.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면 좋으련만' 그 영화를 보던 연애와생활의낙오자모임과 같은 집단은
'바닥에 드러누워 비에 젖은 통나무처럼 굴러다니며 담배를 입에 물고 비디오를 보고 있었는데, 그때 시카마가 몸을 일으키더니 나지막이 반론했다. "계속되면 견딜 성싶으냐." 우리가 좋아서 시작한 투쟁이라 해도, 때로는 지칠 때도 있다. '

이와 같은 이미 깨달았다면 깨달은 청춘의 헛점들을 보면서 젊은 것말고는 내세울 것 없는 이 세상의 모든 청춘들을 생각해본다. 저자와 이 책의 특징으로 이 책에 드러나는 지역색, 에이잔 전차가 다니고, 태양의 탑이 있는 교토에 대한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지지리궁상 청춘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판타지노벨이 되는지는 직접 확인해보면 되고,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책의 제목이기도 한 '태양의 탑'을 찾아보고, 이 책은 나에게 더욱 환상적으로 다가왔다. 

'태양의 탑'은 70년 엑스포 당시 오카모토 타로가 제작한 거대아트이다. 책에 나온 것처럼 '돌연 이차원의 우주 저편에서 날아와 대지에 쿵 내려선 채 고정되어, 이제 우리 인류는 어찌 손써 볼 도리도 없게 된 분위기'로  서 있는 '우주 유산'이다.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웃기게 생긴 뿔 같은 팔을 달고 있고, 오즈의 마법사스러운 얼굴을 거대한 뿔몸통 중간에 달고 있고, 뿔 꼭대기에는 골든스타, 아니 골든-웃기게 생긴- 달과 허수아비 중간의 얼굴이 달려 있다. 표지 속에 전차를 잡고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는 그녀는 아마도 이 책에서 사안蛇眼으로 주인공네들을 꿰뚫어보는 우에하라이지 싶다. 우에하라는 '청춘의 망상'에 빠져 있고 싶은 사카마 집단들에게 찬물을 끼얹어 현실로 끌어내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된다. '망상 vs. 현실'이 가장 큰 파이트를 하는 시기는 아무래도 찌질한 청춘시절이 아니겠는가. '태양의 탑' 역시. ... 와우. 망상의 절정이다. 사진을 찾아보니, 이와같은 조형물이 주변에 있었다면, 아이이건 어른이건 혹은 청춘이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



이곳에 가면 더 많은 사진 

책의 말미의 크리스마스 이브 에에자 나이카 소동은 그야말로 이 책에 어울리는 클라이막스다. 마지막 두 줄은 첫 두 줄만큼 인상적이었다. 아직 이 책을 소화시키지 못했다. 제대로 소화시키고 나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인 <밤은 짧아, 걸어 이 아가씨야>와 <다다미 넉장 반의 세계일주>를 읽어봐야겠다. 

* 에에자 나이카 : 아무려면 어때요, 뭐 괜찮지 않겠어요. 이런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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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놔..

나는 한 번 읽은 책은 웬만하면 처분하는 쪽이다. 여기서 웬만하면이란, 괜찮았는데, 시리즈로 더 나올 예정이 있는 경우..는 좀 더 두고 보기 위해 가지고 있고, 전작주의를 고수하는 작가인 경우(계속 신간이 나오는 작가라곤 교고쿠 나츠히코라던가, 유메무라 바쿠 정도이고, 나머지는 한국에 더 번역되 나올 계획이 1% 미만인 경우, 그 외 전작주의 작가들은 다 돌아가셔서 더 이상 책 나올 가능성이 없다.), 그리고, 이건 진짜 물건이다. 좋다. 멋지다. 라는 감탄이 마구 드는 경우(한 백권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이런 경우에도 분권이면 일단 처리. 전작주의 작가이고 분권일 경우에는 영어원서 구입. 뭐 이런 수순으로 대부분의 책을 처분 하는지라..

한번 읽은 책은 재미있게 읽었어도 대충 처분한다.고 보면된다.

그.런.데.

모리미 도미히코의 <태양의 탑>을 읽고 있는데,
이넘을 계속 중고샵에 올렸다, 내렸다,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굉장히 개성이 강하고, 좋게 말하면 통통 튀고, 나쁘게 말하면 가볍고, 요새말로 하면 4차원이다.
내가 소장할만한 책과는 거리가 멀긴 한데, 버리고 싶지가 않은 이 기분은? 게다가 종이질도 구리다. 금새 바랠 재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입가에서 썩소를 떠나게 하지 않는 이 사특한 책을 당분간 가지고 있어봐야겠다. 라고 일단 결론을 내렸다. 이 작가의 책을 더 사보는건, 이 책이 내 책장에서 살아남는지의 여부가 확실히 결정되면, 그 때가서 생각해보겠다.

멋진 표지들을 매달 뽑고, 그 표지와 내용의 싱크로율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 책의 표지와 내용은 싱크로 별 다섯개다. 스바라시!   

이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어떤 점에서인가, 그들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다.
왜냐하면 내가 잘못될 리는 없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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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난 이 표지 반댈세
    from 당신이 잠든 사이 2009-01-08 17:42 
      댓글을 보다 문득 생각이 나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국내 출간되었을 때 표지를 얼핏 보고는 '원서 표지를 그대로 썼네?' 하고 생각했다. 위에 나란히 놓은 표지를 딱 보면 알겠지만 일러스트나 분위기가 지나치게 유사하기 때문이다. 아래 반은 흰색에 위의 반은 붉은 바탕, 혼자 걷는 단발머리의 아가씨와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 뒤를 쫓는 남자. 한동안은 원서 이미지를 그대로 썼다 생각했는데 다른 일로 검색을 하다가
 
 
하이드 2009-01-0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지난번 권선생님 작업실 가서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밤은 짧아..'는 서점에 깔린거랑 표지 틀리다고 박박 우겼는데, 똑같은 표지네;;

Mephistopheles 2009-01-08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에서부터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4차원...이라고 말하고 있군요.

하이드 2009-01-08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ㅎㅎ 기대 안했는데, 표지 이미지랑 비슷한 이미지의 내용이 전개되고 있어요.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아토다 다카시 총서 1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나폴레옹광>, <시소게임>에 이어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를 읽었다. 행복한 책읽기 출판사에서 전집을 모두 계약하고 일년에 두권씩 낼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해 본다. 실물은 그나마 낫지만, 이미지 상으로나 제목으로나 전혀 구매욕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이 작품집은 '아토다 다카시'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사게 되지 않는 작품집이라고나 할까.

역시나 단편의 거장인 스텐리 엘린은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을 장거리 달리기와 백미터 달리기에 비유했다. '인생의 단면을 선명하게 잘라내는 단편은 전혀 다른 소설 기법으로 쓰여지며 밀도가 높아서 작은 결함 하나가 작품에 치명적인 흠이 될 수 있다' 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추리소설을 이야기할 때, 좋은 작가를 추천하라고 하면, 몇몇의 이름이 금새 떠오르지만, 좋은 추리 단편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생각해 보아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단편만 써 왔던 보르헤스를 먼저 이야기하고, 영미권의 스텐리 엘린, 로알드 달, 코넬 울리치, 일본의 에도가와 란포 정도가 잘 알려진 좋은 단편을 써내는 작가들이다. 거기에 요즘 장르 매니아들에게 인기 좋은 오츠 이치 정도가 생각날 것이다. 좋은 단편을 쓰는 작가군에 우리나라에는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아토다 다카시'를 꼭 넣어야 한다. 오츠 이치를 제외하곤,(아직 이 젊은 천재를 평가하기는 좀 이른듯 하다. 작품의 호오도 있고) 언급했던 작가들의 단편들은 그야말로 '흠'이 없다. 단편집에는 분명 적게는 열개 정도에서 많게는 스무개 정도까지의 단편이 수록될 것이다.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에는 열 여덟편의 단편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 많은 단편들에 호오는 갈릴 지언정, 어느 것 하나 빠지는 작품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독자에게나 작가에게나 너무 가혹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좋다. 그럼, 한 두개 정도를 제외하고는 정말 괜찮은 단편들로 모여서 단편집이 나와야 '훌륭한 단편소설 작가'로 손꼽히게 된다. 고 이야기한다면, 아토다 다카시는 내가 보기에는 정말 훌륭한 작가다. 세편의 단편집을 읽으면서 50편 정도의 단편을 읽었지만, 어느 것 하나 흠잡고 싶은 단편이 없다. 그리고 매 작품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대단하다!' 싶은 단편들이 몇편씩 끼워져 있다. 보르헤스를 제외하곤, 훌륭한 단편소설 작가라 하더라도, 훌륭한건 훌륭한거고, 장편소설에서처럼 지속적으로 강한 매력을 느끼기는 힘들다. 지금 나에게 소장할만한 단편소설 작가를 말하라면 보르헤스와 아토다 다카시정도이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나폴레옹광>- 지금 생각해도 이 작품집이 제일 좋다. 단편집으로는 아마 최초로 나오키상을 타기도 했다.- 을 가장 먼저 읽고, 이치에 대한 기대치가 확 높아졌는데, 두번째 읽은 <시소 게임>, 세번째 읽은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까지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라는 말은 통하지 않고, '기대가 컸음에도 만족스러운' 그런 독서였기 때문이다.  

세 작품의 특징을 말한다면
<나폴레옹 광>은 환상적이고, 재미있고, 문학성도 뛰어난 상상력이 가득한 단편들이 모여 있다.
<시소 게임>은 가장 문학적이고,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는 가장 무난하다. 추리소설 작가의 단편집을 생각할 때 나올법한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책 띠에 나온 것처럼 단편 소설들은 '마지막 두 줄의 오싹한 반전!' 이 중요하다. 이건 장편소설의 반전과는 약간 차원이 달라서, 결말을 상상하는 시간이 짧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결말을 예측 못하고 허를 찌르는 반전인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좋은 단편소설이라면, 이 '마지막 두 줄'을 아는 독자에게도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필력과 플롯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반전을 알아버렸으니 이제 시시해.'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 좋은 단편소설이 아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성공해서 멋지게 복수하는 것을 알면서도 반복해서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읽으며 희열을 느끼는 것처럼, '예상외의 반전'이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앞의 '완벽한' 이야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다시 한 번, 아토다 다카시의 단편집은 소장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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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1-07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언급하신 분들도 훌륭하지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도 제가 참 좋아하는 단편소설 작가에요 +_+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잘 안외워져서 매번 [라쇼몽]을 검색해선, 아 이 이름이었지~ 합니다. ㅎㅎ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들도 좋긴 한데, 좋은 작품은 너무 좋고, 이상한 건 너무 이상해서 모험이기도 해요.

보르헤스와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언급될만한 작가라니,
완전 기대됩니다 ㅋㅋ

하이드 2009-01-07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혹은 모르는 좋은 단편소설 작가들은 많겠지요. 사실, 나중에 그걸 떠올리고 '추리소설'로 한정 지었답니다. ^^; 사카구치 안고는 역시나 추리소설로만 접해 보았어요. <불연속 살인사건>이라는 아주 독특하고 개성있는 작품이 동서미스테리에 나와 있습니다.

Forgettable. 2009-01-07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아 다시 보니 추리 단편소설이네요 ㅎㅎ 저도 [불연속살인사건]을 보려고 여러번 시도해 보았지만, 도서관에서 한 두어번 빌렸는데.. 표지가 정말 안땡기지 않나요 ;0; 것도 그렇고 바쁜일이 겹쳐서 매번 실패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