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아토다 다카시 총서 1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나폴레옹광>, <시소게임>에 이어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를 읽었다. 행복한 책읽기 출판사에서 전집을 모두 계약하고 일년에 두권씩 낼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해 본다. 실물은 그나마 낫지만, 이미지 상으로나 제목으로나 전혀 구매욕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이 작품집은 '아토다 다카시'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사게 되지 않는 작품집이라고나 할까.

역시나 단편의 거장인 스텐리 엘린은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을 장거리 달리기와 백미터 달리기에 비유했다. '인생의 단면을 선명하게 잘라내는 단편은 전혀 다른 소설 기법으로 쓰여지며 밀도가 높아서 작은 결함 하나가 작품에 치명적인 흠이 될 수 있다' 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추리소설을 이야기할 때, 좋은 작가를 추천하라고 하면, 몇몇의 이름이 금새 떠오르지만, 좋은 추리 단편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생각해 보아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단편만 써 왔던 보르헤스를 먼저 이야기하고, 영미권의 스텐리 엘린, 로알드 달, 코넬 울리치, 일본의 에도가와 란포 정도가 잘 알려진 좋은 단편을 써내는 작가들이다. 거기에 요즘 장르 매니아들에게 인기 좋은 오츠 이치 정도가 생각날 것이다. 좋은 단편을 쓰는 작가군에 우리나라에는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아토다 다카시'를 꼭 넣어야 한다. 오츠 이치를 제외하곤,(아직 이 젊은 천재를 평가하기는 좀 이른듯 하다. 작품의 호오도 있고) 언급했던 작가들의 단편들은 그야말로 '흠'이 없다. 단편집에는 분명 적게는 열개 정도에서 많게는 스무개 정도까지의 단편이 수록될 것이다.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에는 열 여덟편의 단편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 많은 단편들에 호오는 갈릴 지언정, 어느 것 하나 빠지는 작품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독자에게나 작가에게나 너무 가혹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좋다. 그럼, 한 두개 정도를 제외하고는 정말 괜찮은 단편들로 모여서 단편집이 나와야 '훌륭한 단편소설 작가'로 손꼽히게 된다. 고 이야기한다면, 아토다 다카시는 내가 보기에는 정말 훌륭한 작가다. 세편의 단편집을 읽으면서 50편 정도의 단편을 읽었지만, 어느 것 하나 흠잡고 싶은 단편이 없다. 그리고 매 작품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대단하다!' 싶은 단편들이 몇편씩 끼워져 있다. 보르헤스를 제외하곤, 훌륭한 단편소설 작가라 하더라도, 훌륭한건 훌륭한거고, 장편소설에서처럼 지속적으로 강한 매력을 느끼기는 힘들다. 지금 나에게 소장할만한 단편소설 작가를 말하라면 보르헤스와 아토다 다카시정도이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나폴레옹광>- 지금 생각해도 이 작품집이 제일 좋다. 단편집으로는 아마 최초로 나오키상을 타기도 했다.- 을 가장 먼저 읽고, 이치에 대한 기대치가 확 높아졌는데, 두번째 읽은 <시소 게임>, 세번째 읽은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까지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라는 말은 통하지 않고, '기대가 컸음에도 만족스러운' 그런 독서였기 때문이다.  

세 작품의 특징을 말한다면
<나폴레옹 광>은 환상적이고, 재미있고, 문학성도 뛰어난 상상력이 가득한 단편들이 모여 있다.
<시소 게임>은 가장 문학적이고,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는 가장 무난하다. 추리소설 작가의 단편집을 생각할 때 나올법한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책 띠에 나온 것처럼 단편 소설들은 '마지막 두 줄의 오싹한 반전!' 이 중요하다. 이건 장편소설의 반전과는 약간 차원이 달라서, 결말을 상상하는 시간이 짧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결말을 예측 못하고 허를 찌르는 반전인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좋은 단편소설이라면, 이 '마지막 두 줄'을 아는 독자에게도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필력과 플롯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반전을 알아버렸으니 이제 시시해.'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 좋은 단편소설이 아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성공해서 멋지게 복수하는 것을 알면서도 반복해서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읽으며 희열을 느끼는 것처럼, '예상외의 반전'이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앞의 '완벽한' 이야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다시 한 번, 아토다 다카시의 단편집은 소장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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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1-07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언급하신 분들도 훌륭하지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도 제가 참 좋아하는 단편소설 작가에요 +_+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잘 안외워져서 매번 [라쇼몽]을 검색해선, 아 이 이름이었지~ 합니다. ㅎㅎ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들도 좋긴 한데, 좋은 작품은 너무 좋고, 이상한 건 너무 이상해서 모험이기도 해요.

보르헤스와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언급될만한 작가라니,
완전 기대됩니다 ㅋㅋ

하이드 2009-01-07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혹은 모르는 좋은 단편소설 작가들은 많겠지요. 사실, 나중에 그걸 떠올리고 '추리소설'로 한정 지었답니다. ^^; 사카구치 안고는 역시나 추리소설로만 접해 보았어요. <불연속 살인사건>이라는 아주 독특하고 개성있는 작품이 동서미스테리에 나와 있습니다.

Forgettable. 2009-01-07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아 다시 보니 추리 단편소설이네요 ㅎㅎ 저도 [불연속살인사건]을 보려고 여러번 시도해 보았지만, 도서관에서 한 두어번 빌렸는데.. 표지가 정말 안땡기지 않나요 ;0; 것도 그렇고 바쁜일이 겹쳐서 매번 실패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