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꽃
아마노 세츠코 지음, 고주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불륜'과 '복수'의 키워드는 재미를 어느정도 보장한 키워드이다. 거기에 '살인'을 더한다면?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자존심 센 쿄코는 대학때 만난 타케쿠치와 12년째 결혼생활중이다. 아기가 생기지 않은 것이 유일한 약점이라면 약점이지만, 아이 없이 둘 만의 생활에 만족하는 것으로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싱가폴 출장중, 전화를 한 통 받는다. 마유미라는 이름의 여자는 남편과 2년간 만나왔고, 자신이 그의 아이를 가지고 있으며, 남편이 출장에서 오는대로 이혼을 요구할꺼라고 거친 목소리로 말한다.

흥분한 교코는 전화를 끊지만, 다음날 마유미의 주소와 이름이 발신인에 적혀 있는 편지를 한 통 받는다. 타케쿠치의 필적으로 쓰여진 모자수첩과 타케쿠치와 마유미라는 여자가 함께 찍은 사진이다. '모자수첩'에 흥분한 쿄코는 주소에 있는 마유미의 집으로 가서 농약을 냉장고 안 오렌지 쥬스에 넣어 마유미를 독살한다.

여기까지가 사건의 시작이다. 범인이 알려진채 진행되는 도서추리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쿄코를 쫓는 형사 토다의 추리가 좀 억지스럽고 비약이 지나친 것이 좀 걸리고, 그렇게나 중요한 정보들을 지닌 목격자들이 너무 많이 나와 사건을 진행시킨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것을 제외하곤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쿄코, 아마도 작품의 '얼음꽃'을 실현하는 인물인 여주인공 쿄코의 아름답고, 범접할 수 없어 보이지만,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언제라도 깨져버릴 것 같은 위태로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그와 같은 위태로움은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하고, 사건의 긴박함을 더한다.

읽기 전에는 이것이 '미스터리'이긴한가. 싶기까지 했지만, 읽고 나니, 꽤 괜찮은 미스터리이다. 어쨌든. 쿄코뿐만 아니라 집착 강한 토다(이 캐릭터는 좀 비약이 강함)나 남편, 마유미, 그리고 친구에 이르는 캐릭터의 설정은 그럴듯했다.

이렇게 아침드라마 소재같은 이야기로 제법 괜찮은 미스터리를 써 낸 저자 아마노 세츠코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고, 데뷔시 그녀의 나이는 무려.. 60이었다. 성공적인 데뷔작은 드라마로까지 제작된다.(왠지 우리나라 막장명품드라마가 얼핏 생각났다는;;)  500페이지가 넘는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아마도 그녀, 얼음꽃 쿄코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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