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열 - 제149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왜 관능작가라고 하는지는 모르겠고, 성에 대한 냉담한 시선..이라고 느꼈던 것은 작가의 사춘기 시절 집안일로 `로열 호텔`에서 일을 도왔던 것에서 온거라는 것을 알았다. 폐가와 같은 호텔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부분은 멋지다. 홋카이도의 추위에 벌거벗은 남녀의 살도 덜 끈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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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아이 2
덴도 아라타 지음, 송태욱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텐도 아라타의 책들은 대부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타락한 어른들과 그 어른들에 의해 짓밟히는 아이의 이야기를 지치지도 않고, 계속, 계속, 계속 한다.

 

전작인 '애도하는 사람'에서 죽음을 이야기했다면, 여기서는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텐도 아라타를 나는 미스터리칸에 넣어두었지만, 종교적인 면도 있고, 딱히 장르소설이라고 딱지를 붙이지 않아도 훌륭한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죽음과 삶, 희망과 절망, 그리고 아이들과 가족이 나오는 이야기를 놓지 않는다.

 

'애도하는 사람'에 비해 '환희의 아이'는 잘 읽힌다.

 

불행한 인생들의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오지만, 어쩐지 덜 힘들다. 작가가 '삶'을 생각하고 글을 써서 일까?

 

삼남매가 있다. 마코토, 쇼지, 가오리.

엄마인 아이코와 아빠인 노부미치의 어린 시절들도 나온다. 불행했다.

하지만, 노부미치와 아이코가 부부가 되어 아이들을 낳고 그들에게 물려준 불행은 그들이 겪었던 어린시절의 아픔과는 비교도 안 되는 무거운 짐이다. 사기를 당해 모든 걸 잃고 조직폭력배에게 쫓겨 야반도주를 한 가족.

조직폭력배들은 기어코 그들을 찾아오고, 아빠는 가족들을 버리고 도망가고, 엄마는 폭력배들의 압박에 못 이겨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집밖으로 뛰어내리다 전신마비에 정신을 놓아버리고 만다.

 

첫째인 마코토와 둘째인 쇼지는 폭력배들에게 의뢰를 받아 밤마다 마약 봉투를 만든다.

마코토는 새벽부터 점심때까지는 청과물센터에서 일해 생활비를 벌고, 잠깐 집에 들어와 한두시간 눈 붙이고, 역시 폭력배의 손아귀에 있는 중국집에서 일을 하며 거기서 식구들 밥도 얻고, 일하는 돈과 마약봉투를 만드는 일로 빚을 갚아 나간다.

 

막내인 유치원생 가오리는, 가오리는 향기를 맡는다.는 뜻의 이름인데, 쇼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그아이는 죽은 사람들을 본다.

 

새벽부터 새벽까지 죽어라 일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아버지의 빚을 갚아 나가는 마코토, 그리고, 초등학생일뿐인데, 전신마비인 엄마의 병수발을 드는 쇼지. 그리고 가오리가 다니는 유치원의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째 이렇게 모두가 각각의 이유로 불행할까. 그리고 그 불행한 존재들은 아이들이고, 그들을 불행하게 하는 존재는 어른들이라니, 어째 이럴까.

 

앞에 말했듯이 '애도하는 사람'보다 더 잘 읽히는 것은 작가가 이 불행한 아이들을 불행하게만 묘사하지 않아서일꺼다.

그렇다고 막 불행에 희망을 덕지덕지 덧붙이는 것도 아니고, 깜깜한 방에 바늘만한 빛이 저기 구석에 보이는 정도의 희망.

,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든 어른들에게는 그 바늘만한 빛조차 없다. 동정의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삼남매는 그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데, 그들에게 하나씩 견뎌나갈 수 있는 '희망'이 주어진다. 그 희망은 소박한 동시에 위대하다.  

 

마코토에겐 란즈, 쇼지에겐 루슬란, 그리고 가오리의 희망은 가데나.

 

이야기가 더욱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은 '리트'의 존재이다.

마코토는 상상속의 자신과 같은 소년 '리트'에 자신을 대입한다. 이곳은 전쟁터. 자신은 반란군. 아버지가 배신하고 적군으로 넘어가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하는 반란군 소년.

 

마코토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마코토의 마음 속에서 리트에게도 일어난다.

 

마코토, 쇼지, 가오리와 친구들은 성장한다. 그들이 희망을 놓지 않아서. 라고 안일하게 말하기엔 그들 불행의 그릇이 너무 크지만, 그런 그들의 모습에 위안을 받는다.

 

"..... 왜 그러는데?"

속삭이는 목소리. 싫어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어디까지나 이쪽을 염려하는 온기가 담긴 목소리를 듣고, 아아, 이거였어. 라고 느꼈다.  바랐던 것은 이것. 타산도 이해도 없이 그저 이쪽을 걱정하며 무슨 일이야. 라고 물어봐주는 목소리. 눈을 들여다보며 무슨 일이야? 팔안에서 살짝 왜 그러는데? 그것이 벽, 미로에서 빠져나가게 이끌어주는 벽. 갈라져 나온 길이 하나만 남기고 사라졌다. 상대에게서 떨어져 눈을 응시한다.

"아무 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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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살 책들과 신간들을 정리해본다.

 

  아베 야로 <술친구, 밥친구>

 

 술이야기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밥이야기보다 더. 아베 야로도 좋고.

 대충 둘러보니 '심야식당'처럼 만화만 있는게 아니라 글도 많은 것 같다. 글책에 일러스트 그림으로 페이지 때우는 거 싫어하지만, 아베 야로라면 괜찮다. 좋다.

 

 

 

 

 

 

 

 

 

이 책 빼고는 딱 바로 사고 싶은 책들은 없는데, 음.. 반값 + 세일에 보틀은 좀 가지고 싶다. 보틀을 두 개 받았는데, 하나는 동생군 손으로 사라지고, 하나는 잘 들고 다닌다. 예비로 하나 더 있었음 해. 책베개는 더 이상 가지고 싶은 타이틀이 없어서 패스.

 

신간 널어 놓아보면서 땡기는 것들을 챙겨 봐야지.

 

 

 

 

 

 

 

 

 

 

 

 

 

 

 

플래너리 오코너의 책이 번역되어 나올줄은 몰랐네. 플래너리 오코너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헤밍웨이 이래 가장 독창적인 작가', '고딕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플래너리 오코너. 요절한 탓에 작품 수는 적지만,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는 동시대 작가인 트루먼 카포티에 비견될 만큼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숨은 거장인 그의 대표작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가 마침내 국내 독자들에게 번역 소개된다.

그의 단편집은 전미 도서상과 오헨리 단편문학상 수상으로 일찌감치 작품성을 공인받았으며, 수록 작품들이 미국 대학들의 영문학과 커리큘럼에 매번 빠지지 않고 포함될 만큼 작가의 문학적 성취는 학문적으로도 널리 인정받는다. 또한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위원회 추천도서로 지정되어 '미국 고교생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 되기도 했다.

내가 가진 플래너리 오코너 책들은 표지가 다 엄청 고운데, 번역본 표지가 전혀 내 취향이 아니라 ( 저 제목 글씨 완전 싫음) 꺼려지긴 하지만, 이 책 사볼까 싶다. 헤밍웨이 이래 가장 독창적인 작가.. 라는 평의 헤밍웨이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내 원래 네이버 블로그 프로필이 한 십년쯤 플래너리 오코너의 책에서 인용한 문장. 근데, 그게 좀 헤밍웨이스럽다. 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헤밍웨이스러워서는 아닐 것 같은데, 왜 하필 헤밍웨이 이래 가장 독창적인 작가라고 한건지 궁금하다.

 

  월 곰퍼츠 <발칙한 현대미술사>

 

19세기 인상파 작품들에서 시작된 현대미술 태동기부터 앤디 워홀의 「캠벨수프 깡통」, 데이미언 허스트의 「상어」로 이어지는 동시대미술을 아우르며, 걸작에 숨은 이야기들을 예술가들의 눈과 입을 통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서사적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윌 곰퍼츠의 미술사 강의는 난해하기만 하던 현대미술을 독자들이 한결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저자 윌 곰퍼츠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갤러리에서 관장을 역임하며 7년간 일하는 동안, 전시된 작품을 그저 멍하게 바라보거나 고개를 내저으며 뒤돌아서는 관람객들을 줄곧 봐왔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영국 테이트 갤러리의 관장 니컬러스 세로타 경조차 이따금 어쩔 줄 모르겠다고 할 때가 있을 정도다.

그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고 현대미술을 모두 사기로 치부하고 감상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윌 곰퍼츠는 현대미술이나 동시대미술을 이해하고 즐기려면 이것이 과연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려 하기보다는, 우선 어떠한 과정에서 이러한 작품이 탄생했는지 그 경위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현대미술은 일종의 게임과 같아서, 얼핏 보기에는 알 수 없는 대상이라도 기본적인 규칙과 규정을 알면 한결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의 규칙과 규정은 바로 현대미술의 역사를 통해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그는 이 책을 통해 당시 문화.정치.사회적인 배경을 아우르며 150년에 걸친 현대미술사를 조명한다.

 

또 현대미술사에 대한 책이 나왔군. 하고 의욕없이 넘기던 차, 저자 윌 곰퍼츠가 테이트 갤러리 관장. 이라는 말에 게임 끝.

네, 네, 장바구니 넣겠습니다. 미리보기 보니 쉬우면서 지적인 글이다. 다행이다. 맘에 든다.

 

  체비 스티븐스 <네버 노잉>

 

모두를 경악케 한 괴물 같은 데뷔작 <스틸 미싱>의 작가 체비 스티븐스의 두 번째 장편 스릴러.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일들을 정신과 의사 나딘에게 털어놓으면서 전개되는 <네버 노잉>은 이러한 형식적 특징을 통해 주인공의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친부모에게 버려지고 곧바로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불행한 시간들을 보내 온 30대 초반의 목재 가구 기술자 세라 갤러거는 홀로 딸을 키우며 살다가 다정다감한 남자 에번을 만나 결혼을 약속하고, 이제야 좀 행복해지려던 참에,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던 한 가지 질문인 '내 친부모는 누구인가?'의 답을 찾아 나선다.

진실을 알 준비가 된 세라는, 그러나, 살면서 어떤 진실들은 모르고 사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렵게 찾아낸 친어머니는 두려움 가득한 목소리로 세라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에 세라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친아버지를 찾아 나서고, 그녀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30년 동안 여름에만 여성을 살해해 온 연쇄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라는 그 사실을 묻어 둔 채 진실을 알기 이전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그녀의 생물학적 아버지 존은 세라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를 되찾고 싶다고 말한다.

 

<스틸 미싱>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서 리뷰와 페이퍼와 책소개를 둘러보고 왔다. 일반적인 유괴납치물은 아니었고, 분위기가 경박해 싫었다. 는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해외의 극찬을 돌아보면, 지나치게? 안 어울리게 가벼운 분위기는 번역때문인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처음 읽었던 책이 맘에 드는 점, 맘에 안 드는 점이 반반이라 '보류'였다면, 두번째 작품은 읽어볼까나. 싶은데 , 역자가 같아서 한번 더 고민. 그나저나 이 작가는 무슨 복을 타고 나서 표지가 이렇게 둘 다 끝내주게 예쁜걸까나.

 

 김이설 <선화>

 

「선화」는 외형적으로 드러난 흉터로 인해 가족과 불통하게 된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담한 문체와 사실적인 이미지들로 조형해내고 있는 소설로, 지울 수 없는 흉터를 안고 삶을 견뎌내고 있는 핍진한 일상이 전부인 여자 선화의 삶을 통해 외형적 상처와 흉터가 우리 삶의 내면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진지하게 조명하고 있다.

상처란 그렇게 분명한 표식으로 그 흔적을 남기는 법

이 소설은 ‘선화’의 일상을 조심스럽게 밟아가면서 시작된다. 그녀의 하루하루가 보여지고 그녀의 건조한 일상이 소개되며 그 일상에서 벌어지는 아주 작은 틈에 과거가 포개진다. 선화에 대해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면서 소설 페이지는 한 장 한 장 넘어간다. 책의 마지막 장을 다 넘겼을 즈음 우리에게 흐릿했던 선화의 모습이 조금은 뚜렷해질 것이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이야기는 꽤 마음에 든다. '상처' 에 대해 매일같이 몽상하는 '나'다. '죽음'과 '노년'이라는 주제를 좋아하는데, '상처' , '드러난' 상처로 인한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잘 못 본 것 같다.

 

  그림책 상상 그림책 여행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계간으로 발행된 국내 최초의 그림책 전문 잡지 <그림책상상>에서 다룬 특집기사 일부를 보완해 엮은 책이다. 그림책으로 오랜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그림책상상>이 주목한 곳을 골라, 세계가 배출한 그림책 작가와 그림책 이야기를 수록했다.

이 책은 현대 그림책의 정신적 고향으로 불리는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그리고 1920-1930년대라는 특정 시기에 그림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표출해 보인 러시아의 그림책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다.

또 각 나라별로 주요한 역사적 흐름을 집어내는 그림책 전문가들의 글을 수록했으며, 그림책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 편집자나 출판사 및 관련 단체, 그리고 세계의 주요 그림책 시상 제도를 정리해 부록으로 담았다.

 

최근에 다시 그림책이 땡기게 된 것은 작업실 식구들 때문이다.  <그림책 상상 그림책 여행>과 같은 멋진 책이 나와도 관성으로 '멋진 책이 나왔군' 하는게 다였는데, '한 번 사볼까' 싶은 마음이 든다.

 

나쓰메 소세키 전집이 도착하던 날, 이세 히데코의 책도 함께 도착했다. 그림책을 산다. 읽는다. 는 것을 보면,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조카 있어요?' 내지는 '그걸 왜 사요?'

 

그러나 일러스트 하는 친구, 미술학원 하는 친구, 애니메이션하는 친구가 있는 우리 작업실의 세 명은 고기 먹으러 와. 할 때보다 더 냉큼 일어나 와서 진지하게 책을 넘겨 본다. 그 작가 알아요?  이름 뭐다라 하면서 자기들끼리 막 고민하고 결국 제목 생각해내서 찾아 추천해주는 작가(유리 슐레비츠였다)의 그림책에 대한 나의 포토리뷰들을 보여줬다. 에헴 - ( 유리 슐레비츠 책 3권이나 있더라 ㅎㅎ ) 유치원생 이상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이런 진지한 관심을 받아보긴 처음인 나의 그림책. 다시 그림책에 대한 열정 돋을만 하다. 아, 물론 책에 관한한 알라딘은 예외다.

 

 

 아직 책소개가 안 뜬 랜돌프 칼데콧의 <칼데콧 컬렉션>도 완전 땡김

 500페이지 넘고 가격도 5만원 상당. 아.. 어떤 책일까?!

 

 

 

 

 

 

 

 

그 외 가벼워 보이지만, 제목과 주제가 팍 땡기는 신간들 :

 

 

 

  

 

 

 

 

 

 

 

 

 

 

 

 

 

누가 독거노인 아니랄까봐, 맨날 새벽에 깬다.

페이퍼라도 하나 쓰면 그나마 양호한거고, 정말 잉여롭게 잠깐 자는 사이의 트위터와 인스타를 확인하고, 헤이데이 농장 동물들 밥죽, 작물 걷고, 그리고 배고프다. 어제는 그젯밤에 다람쥐마냥 꿍쳐 놓은 여객선 꿀빵과 강기사가 집에 오다 호떡 트럭에서 산 고르곤졸라 호떡을 먹어서 든든했는데, 아.. 배고파.

아, 어제 그 먹거리들이 야식타임을 견뎌내고 남은건, 통영에 다녀온 J 가 충무김밥 싸 준다고 불러내서, 정말 김밥을 흡입하듯 먹어서 체하기 직전 기분이라 함께 가져온 '꿀빵'도, 고르곤졸라 호떡도 ( 아침에 먹어보니 전혀 고르곤졸라 아니었다만) 새벽까지 살아남은 것.

 

오늘 아침에 꽃시장 가는데, 오랜만에 수향이라도 다녀올까 싶다.

작업실 앞에 '수향'을 대체할만한 '구이와 조림' 집을 발견했다!! 나는 계란후라이가 서비스로 나오는 집에 굉장히 감동하고 황송해하는데, 밑반찬 정성들인 집하고. '수향' 이 그렇다. 삼시세끼 사 먹는 나는 집밥같은 밥이 최고. 평가에 박한 강기사와 동생군 모두 '구이와 조림'집 맛있다고 했고, 작업실 식구들도 좋아했다. 생선이라면 나는 삼시세끼도 먹을 수 있고!

 

아... 배고파서 책이야기로 시작해 밥이야기로 끝났어. 기승전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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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곰 2014-10-13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타노 다케시 책 땡기는데요~ (아 이러다 책쿠션 모두 구입할듯)

하이드 2014-10-13 13:52   좋아요 0 | URL
서점에서 봤는데, 사랑 이야기더라구요. 다행히(?) 기타노 다케시의 사랑 이야기는 좀 안 땡기던걸요 ㅎㅎ
 

불행 전시장 같은 텐도 아라타의 `환희의 아이`

반쯤 열린 쇼지의 입가에 루슬란이 구부러진 팔뚝을 내밀었다. 역광으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살짝 쇼지의 이에 팔뚝을 댄다. 그의 마음이 전해져서 호의를 받아들여 팔뚝을 물었다. 물고 소리를 죽여 마음껏 울었다. 무척 아팠을 텐데도 팔뚝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쇼지에게 맡긴 채 있어 주었다. 치아 아래의 부드러운 감촉이 왠지 정겹고 따뜻하다. 복받치는 것을 모두 그의 팔뚝에 발산하고 울면서 난생처음 죽음을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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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4-10-0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행전시장. ㅠ_ㅠ 점점 더 읽기 두려워지네요. ㅠ_ㅠ;;;;;;;;;;;;
 

 

 

 

 

 

 

 

 

 

 

 

 

 

이게 책표지인지 뭔지 전혀 모르시는 강기사는 집에 가져다 놓은 '무진기행'을 레슨하다 잠깐씩 베고 자기 좋겠다. 며 가져가셨다. ... 헉. 거기에다 대고 이거 오만원 이상 사야 주는 거란 말야~~ 어우어우어~ 할 수가 없어서 입다물고 있었는데, 직관적으로 봐도 이게 베개는 베개인가보다. 그것도 책 읽다 잠깐 잘 때 쓰는 책베개st 한 베개.

 

나는 뭐 그런걸 좀 신경쓰는 편이라 '장서의 괴로움'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베개를 고르지 못했다.

장서의 '괴로움'이 자학적인 면도 있고, 자조적인 면도 있긴 하지만, 난 정말 웃으며 괴로움. 이 아니라 괴로운 괴로움.이기도 하므로. 베개 베고 자면서 괴로움. 은 좀 싫어서 말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넘은 노인' 도 그런면에서 패스.

'무진기행'도 애매하긴 했지만, 뭐, 그래도 뭐. 그런면에서 카프카의 '꿈'은 꽤 적절.하지만 썩 맘에 드는 건 아니고.

자기 직전에도, 중간에 깼을 때도, 눈뜨자마자 하는 일이 책 읽는 거라면, 꽤 가끔 꿈 속에 책 내용도 나오기 마련이거든.

 

 

 

골라보자면 위의 네 권 같은 책베개 있으면 하트뿅뿅 다 사버리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뭐 출판사와도 이야기가 되어야 하니 그렇게 쉽지많은 않겠지만, 이번에 책베개 만든 책들의 책판매가 유의미하게 업되었다고 하니 혹시 만약 2차를 한다면 (너무 남발해도 곤란하긴 하겠지만 ) 책 제목과 표지에도 좀 더 신경을..

 

그렇게 나홀로 책베개를 고르고 있다보니 놓쳤던 신간들이 보이기에 내친김에 신간마실도 하는걸로.

 

 

 

 

  마루야마 겐지 <나는 길들지 않는다>

 

마루야마 겐지의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 산문집 <나는 길들지 않는다>에서 겐지는 '젊음'을 집요하게 문제 삼는다. 여기서 젊음이란 "단순히 육체적인 젊음이나 세포의 건강함, 신체 기능의 탁월함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젊음은 곧 자립이다. 즉 온전히 자신에만 의존해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젊음을 말살한 것은 부모이며 학교 교육이며 사회이다. 국가이며 문명이다. 부모의 넘치는 사랑과, 현실에서 눈을 돌리게 한 학교 교육과,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돌봐 줄 것처럼 군 국가다. 야생성의 광휘를 빼앗은 편리한 문명이다. 그리고 편안하고 푸근한 둥지에서 언제까지 나오려 하지 않고 또 이미 그런 공간이 없는데도 여전히 찾고 있는 자신이다.

겐지는 말한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려 하는 자는 부끄러워해야 마땅한 비겁자"이며, "우리는 처음부터 스스로를 구제할 힘을 갖고 있었다"고 말이다. 마치 그 힘이 없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그 힘을 끌어낼 방법을 모르고, 저력을 발휘하는 습관이 몸에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 조언한다.

'달에 울다'난 '소설가의 각오' 등과 같은 책으로 나는 마루야마 겐지를 좀 진지하고 철학적인 고고한 소설가. 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 나오는 책들을 보면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기타노 다케시 필이잖아?

 

젊음, 천번 흔들려도 '가만히 있어라' 고 하는 것보다 길들지 않는게 낫다. 무력하게 끓는 물이 담긴 냄비 안의 개구리가 되느니 길들지 않는 길고양이가 되는 것이.

 

 

 

 

 

 

 

 

 

오, 이렇게 보니 마루야마 겐지 책 많은데 하나도 안 읽은듯..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 헐.

 

  안톤 체호프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

 

안톤 체호프가 1890년에 사할린을 탐방한 후 쓴 실험적인 책 『사할린 섬』과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편지들, 여행 수첩 등에서 글쓰기와 관련한 조언을 추려 글쓰기에 유용한 조언과 행동방식을 제공한다. 이 책을 엮은 피에로 브루넬로는 베네치아 카 포스카리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유럽에서는 안톤 체호프 전문가로 유명하다.

즉, 이 책은 리얼리즘 대가인 안톤 체호프만의 감정을 배제한 리얼리즘 글쓰기는 어떤 것인지, 그가 사할린 섬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어떻게 썼는지 글쓰기의 기본을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언어로 설명한다. 글쓰기의 기본은 100년이 지나도 변할 이유가 없다. 화려한 문장력이나 누군가를 현혹하기 위한 일회성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브루넬로 교수를 통해 매우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체호프의 진심 어린 글쓰기 조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브루넬로 교수 엮음. 이다. '사할린 섬'을 되게 사고 싶었는데, 사려고 할 때마다 배송이 늦거나 품절. 인 바람에 혹시나 하며 보니 잘 팔고 있네. 절판되지 말고, 기다려. 내가 꼭 사줄께.

 

 

 

 

 

 

 

 

 

 

 

 

 

 

해부도감 시리즈 네번째, '가게 해부도감'이 나왔다. 잘 팔리나보네. '주거해부도감'이랑 '주거 인테리어 해부도감' 있는데, 이렇게 보니 '주거 '정리' 해부도감' 땡기네. '정리' '정리'

 

일단 이 책은 누구나와 관계 있는 책인데, 아기자기한 그림과 설명으로 정리하지 않아도 인테리어 하지 않아도 재미난 책이다.

 

 

 

 조르주 페렉, 자크 루보  <겨울 여행/ 어제 여행>

 

'조르주 페렉 선집' 4권. 20세기 후반 프랑스 실험문학 집단 '울리포OuLiPo'의 구성원이었던 조르주 페렉과 수학자이자 시인으로 유명한 자크 루보의 작품이 함께 실린 특별판이다.

우리가 아는 19세기 불멸의 시인들-보들레르, 랭보, 베를렌, 말라르메, 위스망스, 로트레아몽 등-을 이들보다 앞서 존재한 한 무명 천재시인 '위고 베르니에'의 표절자들로 감쪽같이 몰아붙이는 페렉의 도발적 이야기 <겨울 여행>(1979년 첫 발표)과, 이에 매료당한 자크 루보가 치밀한 추리력과 울리포적 실험기법을 더해 펴낸 또하나의 기발한 역작 <어제 여행>(1992년 첫 발표)을 묶은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와 창작시기가 다른 두 편의 소설이 동시에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새로운 개념의 창작소설집이라 할 수 있다. 페렉의 이 '위고 베르니에' 이야기 <겨울 여행>은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중인 울리포 구성원들 열다섯 남짓으로 하여금 새로운 공동창작 소설의 장르 모험을 보여주는 <겨울 여행 & 그 연작들Le Voyage d’hiver & ses suites>(2013) 출간으로 메아리치게 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조르주 페렉은 느낌상 괴작가인데, 표지 저렇게 좀 안 했으면.. 좋았을텐데... 저런 괴랄한 표지는 표지에도 불구하고 살 수 있는 작가 한정으로 ( 열책의 프로이드라던가..) 만들어야 하는데, 음.. 여튼, 100페이지도 안 되는 이번 신간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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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보니 내가 JCO랑 필립 로스랑 이언 매키언이랑 신간 나온거 얘기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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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4-10-04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나온 책들은 금방 절판이 되더라구요. 저 책은 좀 다르려나...;;;

애쉬 2014-10-06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더 산뜻한 표지들로 책베개 한번 더, 에 동감!

moonnight 2014-10-0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베개에는 절대 현혹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금세 무릎 꿇었어요. ㅠ_ㅠ;
사야 할 책들이 너무 많네요. 장바구니가 꽉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