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책표지인지 뭔지 전혀 모르시는 강기사는 집에 가져다 놓은 '무진기행'을 레슨하다 잠깐씩 베고 자기 좋겠다. 며 가져가셨다. ... 헉. 거기에다 대고 이거 오만원 이상 사야 주는 거란 말야~~ 어우어우어~ 할 수가 없어서 입다물고 있었는데, 직관적으로 봐도 이게 베개는 베개인가보다. 그것도 책 읽다 잠깐 잘 때 쓰는 책베개st 한 베개.
나는 뭐 그런걸 좀 신경쓰는 편이라 '장서의 괴로움'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베개를 고르지 못했다.
장서의 '괴로움'이 자학적인 면도 있고, 자조적인 면도 있긴 하지만, 난 정말 웃으며 괴로움. 이 아니라 괴로운 괴로움.이기도 하므로. 베개 베고 자면서 괴로움. 은 좀 싫어서 말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넘은 노인' 도 그런면에서 패스.
'무진기행'도 애매하긴 했지만, 뭐, 그래도 뭐. 그런면에서 카프카의 '꿈'은 꽤 적절.하지만 썩 맘에 드는 건 아니고.
자기 직전에도, 중간에 깼을 때도, 눈뜨자마자 하는 일이 책 읽는 거라면, 꽤 가끔 꿈 속에 책 내용도 나오기 마련이거든.
골라보자면 위의 네 권 같은 책베개 있으면 하트뿅뿅 다 사버리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뭐 출판사와도 이야기가 되어야 하니 그렇게 쉽지많은 않겠지만, 이번에 책베개 만든 책들의 책판매가 유의미하게 업되었다고 하니 혹시 만약 2차를 한다면 (너무 남발해도 곤란하긴 하겠지만 ) 책 제목과 표지에도 좀 더 신경을..
그렇게 나홀로 책베개를 고르고 있다보니 놓쳤던 신간들이 보이기에 내친김에 신간마실도 하는걸로.

마루야마 겐지 <나는 길들지 않는다>
마루야마 겐지의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 산문집 <나는 길들지 않는다>에서 겐지는 '젊음'을 집요하게 문제 삼는다. 여기서 젊음이란 "단순히 육체적인 젊음이나 세포의 건강함, 신체 기능의 탁월함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젊음은 곧 자립이다. 즉 온전히 자신에만 의존해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젊음을 말살한 것은 부모이며 학교 교육이며 사회이다. 국가이며 문명이다. 부모의 넘치는 사랑과, 현실에서 눈을 돌리게 한 학교 교육과,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돌봐 줄 것처럼 군 국가다. 야생성의 광휘를 빼앗은 편리한 문명이다. 그리고 편안하고 푸근한 둥지에서 언제까지 나오려 하지 않고 또 이미 그런 공간이 없는데도 여전히 찾고 있는 자신이다.
겐지는 말한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려 하는 자는 부끄러워해야 마땅한 비겁자"이며, "우리는 처음부터 스스로를 구제할 힘을 갖고 있었다"고 말이다. 마치 그 힘이 없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그 힘을 끌어낼 방법을 모르고, 저력을 발휘하는 습관이 몸에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 조언한다.
'달에 울다'난 '소설가의 각오' 등과 같은 책으로 나는 마루야마 겐지를 좀 진지하고 철학적인 고고한 소설가. 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 나오는 책들을 보면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기타노 다케시 필이잖아?
젊음, 천번 흔들려도 '가만히 있어라' 고 하는 것보다 길들지 않는게 낫다. 무력하게 끓는 물이 담긴 냄비 안의 개구리가 되느니 길들지 않는 길고양이가 되는 것이.
오, 이렇게 보니 마루야마 겐지 책 많은데 하나도 안 읽은듯..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 헐.
안톤 체호프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
안톤 체호프가 1890년에 사할린을 탐방한 후 쓴 실험적인 책 『사할린 섬』과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편지들, 여행 수첩 등에서 글쓰기와 관련한 조언을 추려 글쓰기에 유용한 조언과 행동방식을 제공한다. 이 책을 엮은 피에로 브루넬로는 베네치아 카 포스카리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유럽에서는 안톤 체호프 전문가로 유명하다.
즉, 이 책은 리얼리즘 대가인 안톤 체호프만의 감정을 배제한 리얼리즘 글쓰기는 어떤 것인지, 그가 사할린 섬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어떻게 썼는지 글쓰기의 기본을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언어로 설명한다. 글쓰기의 기본은 100년이 지나도 변할 이유가 없다. 화려한 문장력이나 누군가를 현혹하기 위한 일회성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브루넬로 교수를 통해 매우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체호프의 진심 어린 글쓰기 조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브루넬로 교수 엮음. 이다. '사할린 섬'을 되게 사고 싶었는데, 사려고 할 때마다 배송이 늦거나 품절. 인 바람에 혹시나 하며 보니 잘 팔고 있네. 절판되지 말고, 기다려. 내가 꼭 사줄께.
해부도감 시리즈 네번째, '가게 해부도감'이 나왔다. 잘 팔리나보네. '주거해부도감'이랑 '주거 인테리어 해부도감' 있는데, 이렇게 보니 '주거 '정리' 해부도감' 땡기네. '정리' '정리'
일단 이 책은 누구나와 관계 있는 책인데, 아기자기한 그림과 설명으로 정리하지 않아도 인테리어 하지 않아도 재미난 책이다.
조르주 페렉, 자크 루보 <겨울 여행/ 어제 여행>
'조르주 페렉 선집' 4권. 20세기 후반 프랑스 실험문학 집단 '울리포OuLiPo'의 구성원이었던 조르주 페렉과 수학자이자 시인으로 유명한 자크 루보의 작품이 함께 실린 특별판이다.
우리가 아는 19세기 불멸의 시인들-보들레르, 랭보, 베를렌, 말라르메, 위스망스, 로트레아몽 등-을 이들보다 앞서 존재한 한 무명 천재시인 '위고 베르니에'의 표절자들로 감쪽같이 몰아붙이는 페렉의 도발적 이야기 <겨울 여행>(1979년 첫 발표)과, 이에 매료당한 자크 루보가 치밀한 추리력과 울리포적 실험기법을 더해 펴낸 또하나의 기발한 역작 <어제 여행>(1992년 첫 발표)을 묶은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와 창작시기가 다른 두 편의 소설이 동시에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새로운 개념의 창작소설집이라 할 수 있다. 페렉의 이 '위고 베르니에' 이야기 <겨울 여행>은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중인 울리포 구성원들 열다섯 남짓으로 하여금 새로운 공동창작 소설의 장르 모험을 보여주는 <겨울 여행 & 그 연작들Le Voyage d’hiver & ses suites>(2013) 출간으로 메아리치게 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조르주 페렉은 느낌상 괴작가인데, 표지 저렇게 좀 안 했으면.. 좋았을텐데... 저런 괴랄한 표지는 표지에도 불구하고 살 수 있는 작가 한정으로 ( 열책의 프로이드라던가..) 만들어야 하는데, 음.. 여튼, 100페이지도 안 되는 이번 신간 궁금하긴 하다.
그 외 관심 신간들 :
아, 그러고보니 내가 JCO랑 필립 로스랑 이언 매키언이랑 신간 나온거 얘기 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