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강의 소설 '슬픔이여, 안녕' 의 '안녕'은 봉주르이다. 만날 때 하는 인사, 슬픔, 안녕?

권여선의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살 때 제목의 뉘앙스를 주정뱅이, 안녕? 이렇게 생각했다. 막상 읽어보니, 아듀, 주정뱅이여.... 이런 의미였다.

 

어느 열대야가 계속되던 밤을 보내고 나서 밤의 열기를 빼기 위해 아침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먹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가, 첫 단편 '봄밤'에서 울어버렸다. 애인에게 전화했다가 더 펑펑 울어버렸다.

 

중증 알콜중독자인 영경과 역시 중증 류마티즘 환자인 수환은 같은 요양원에 입원해 있다. 유난히 의가 깊고, 위험한 증상의 연인을 요양원 사람들은 '알류커플'이라고 불렀다. 왜 눈물이 쏟아졌을까. 수환이 다정한 사람인 것이 너무 슬펐다. 둘이 너무 사랑하고, 수환이 너무 다정한 것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들은 마흔셋에 각자 친구의 재혼식 뒷풀이에서 만나고, 동거하게 된 십이년 동안 요양원 들어오기 전 두 달을 빼놓고는 한 번도 떨어져보지 않은 커플이다. 나빠지기만 하는 류마티즘 환자와 중증 알콜중독자. 그들에게 남은 미래는 얼마 없고, 그 와중에 그들은 너무나 사랑하고. 십이년이라는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감사하고, 함께 죽는 것에 또 감사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는게 그렇지는 않고, 둘만 서로 사랑해도 가족도 있고, 사정도 있고. 이 작품의 무엇에 버튼이 눌려서 나중에 애인에게 읽어주다 또 울고, 생각만해도 또 눈물이 날 것 같은지 모르겠다. 지금, 전화를 안 받고 있는 너무 다정한 내 애인때문일까.

 

다음 단편인 '삼인행' 에서는 세명의 친구가 지방에 먹거리여행?으로 놀러가는 이야기이다. 그 중 둘은 부부였다가 헤어질 예정이다. '봄밤'이 너무나 맘을 분탕질쳐나서 다음 단편은 담담하게 읽었다. 소품 같은 이야기이고, 술주정하는 것이 리얼해서 웃었다.

 

'이모'라는 단편도 좋다. 똑똑한 이모는 평생 가족에, 가족 중에서도 남동생 도박빛 갚느라 인생을 저당 잡혔는데, 어느 날 다 때려치고, 5년간 모은 돈을 가지고 독립하고 연락을 끊는다. 2년만에 췌장암 말기로 나타나 글쓰는 외조카며느리와 주기적으로 만나기로 한다. 응집된 한, 자신의 가능성을 처박고, 희생하며 자신을 쥐어짜고, 마침내 독립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카메라'는 섬뜩하다. 좀 정신 나간 것 같은 동료작가와 술을 마시게 된다. 동료작가는 모르지만, 그 남동생과 잠깐 사귀었다. 단편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 이 작품의 주정뱅이는 문정과 문정과 사귀었던 관주의  누나인 관희.

 

'역광'에서는 예술가캠프에 참가한 풋내기 소설가가 번역가이다 소설가로 데뷔한 눈이 멀어가는 위현이라는 남자를 만나는 이야기. 관념적인 이야기들이 위현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달이라는 배우 출신 작가 등의 등장인물, 숲 속이라는 배경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독특하다.

 

'실내화 한켤레' 는 약간 호러의 느낌이다. 쓰면서 보니, 정말 다양한 주정뱅이들이 모여있구나.  

 

마지막 작품인 '층'도 앞의 단편들과 다른 느낌이다. 싫은 남자들이 나오는데, 싫은 딱 그 이유로 여자 주인공이 남자를 피한다. 왜 싫은지도 딱 짚어준다.

 

리뷰 쓰기 전에 다시 홀홀 넘기며 읽었는데, 좋은 단편집이다. 술이 막 땡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주정뱅이들이 너무 비극이야.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6-08-1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안녕 ㅡ의 안녕이 그렇군요? 전 만날때와 헤어질때 다시만날 때 를 상상한 안녕 였는데 ㅡ 복합적인 안녕 !^^
좋은 때 ㅡ안부를 묻는 의미도 있고 ...그 모든 것의 안녕
말이죠 . 주정뱅이는 술을 참지 못하고 반복하듯 ...그런 날들의 복합적 안녕 과 주정뱅이 ..로 !

하이드 2016-08-18 20:46   좋아요 1 | URL
저는 완전히 비극으로.. 세상과, 사랑과, 우정과의 안녕들, 그리고 사건의 마무리로서 과거와의 안녕. 이렇게 읽혔는데, 마냥 슬프고 헛헛합니다.

[그장소] 2016-08-18 20:54   좋아요 0 | URL
네 ..비극으로 읽으셨네요 .
슬프죠 ..술을 마시지않고 못 견디는 일상이란 ...^^
저도 때때로 (?)책에 매몰되어 감정이 엉키곤 합니다..

아애 2016-08-24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술을 마시지 않아도 우린 모두 그렇게 취해야만 살 수 있는 아픔 속에 살고 있다는 것, 술을 마셔도 아픔을 잊기 위해 취해 살고 있다는 것에서 모두들 주정뱅이라 생각했어요.

하이드 2016-08-26 11:33   좋아요 0 | URL
술을 마시지 않아도 술을 마신 것처럼 취한 상태라니 너무 힘듭니다. ㅜㅜ
 
험담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
M. C. 비턴 지음, 지여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3권이 한꺼번에 나왔고, 3권이 더 출간예정에 있으며, 시리즈는 31까지 나와 있다. 시리즈 정리가 책 뒷표지 안쪽에 되어 있어서 좋다. Death of 뭐뭐로 쭉 이어지는데, ㅇㅇ의 죽음. 정도로 번역되며 이어지겠구나. 시리즈물의 첫번째 권을 읽고나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계속 읽을 것인가?' 일텐데, 계속 읽을 것이다. 대단히 짜증나고, 밉고, 독자와 등장인물 모두가 미워하는 '험담꾼' 이 나오는데,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짜증나는 캐릭터 묘사로 폭염 속에 읽는데, 짜증이 배가되어 더 안 읽겠군, 빨리 읽고 치워야지. 했으나,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다음 권이 궁금하다.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 낚시 교실에 모인 8명. 레이디 제인은 모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각각의 기분을 쎄하게 하고, 모두의 기분을 망치며 쾌감을 얻는 것 같은 존재이고, 낚시 교실이 진행될수록, 모두가 죽었으면 할 정도로 타인을 괴롭히며 얻는 쾌감을 높여 나간다.

 

헤네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의 미덕 첫번째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다양한 등장인물 각각의 캐릭터 묘사도 생생하고, 그들이 가진듯한 숨기고 싶은 비밀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간다. 다만, 수위가 높고, 잔인한 미스터리물들 읽다가 읽으면, 음.. 이 정도가 비밀? 범죄? 싶은 부분도 있는데, 이 시리즈가 '코지 미스터리'로 분류되는걸 보면 '낚시교실'이라는 소재에 적당한 수위일 것이다.

 

두번째는 흔치 않은 스코틀랜드 배경의 미스터리. 스코틀랜드의 일상과 자연이 묘사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아직 헤네시 맥베스 순경의 매력은 잘 모르겠지만, 두번째 권은 분명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들고 다니면서 읽기도 좋은 작고 가벼운 책이다.

 

삼십대 초중반의 얼굴 두꺼운 시골 순경. 스코틀랜드 사람 특유의 새빨간 머리에 대한 묘사가 계속 나오고, 문제 해결을 위해 '스코틀랜드사람' 답게, 전 세계의 친척들을 호출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6-08-1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지금 두번째 무뢰한의 죽음 읽고 있는데 ㅎ 또하나의 재미가 생겨 좋다는^^
 
다크 할로우 찰리 파커 시리즈 (구픽)
존 코널리 지음, 박산호 옮김 / 구픽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찰리 파커 시리즈를 세번째 읽는다. '다크 할로우'는 찰리 파커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찰리 파커의 가장 큰 트라우마인 아내와 아이가 죽은 후 찰리 파커를 보여준다.

 

읽을 때는 정말 재미있게 읽고, 시간 지나면 읽었나 안 읽었나 가물가물한 정도였는데, 이제 세권째 읽는 '다크 할로우'에서의 찰리 파커는 내게 해리 보슈만큼이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꾸준하게 나와야 할텐데!)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찰리 파커에게조차 소름끼치는 킬러들이 등장하고, 그 킬러들을 상대하기 위해, 파커를 돕기 위해 멀고 먼 다크 할로우까지 온 앙헬과 루이스 커플이 등장한다. 앙헬과 루이스는 파커 시리즈를 다른 시리즈와 확연히 구분해주는 존재이다. 뭐랄까, 샤바케의 병약한 도련님과 요괴들 같은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찰리 파커가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혼자 죽기 직전까지 망가지며 뛰다 걷다 기어서 결국 사건을 해결하고 지킬 이들을 지키는 것은 전혀 스포일러가 되지 못하겠지.

 

아내와 딸의 죽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파커는 오래전에 떠났던 고향을 찾는다. 할아버지가 남긴 집을 수리하면서 정착하여 사립탐정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리타의 의뢰를 받아 전남편인 버디를 찾아갔던 파커는 시체의 산을 넘고 넘는 사건에 휘말리고, 30여년전 할아버지의 기록 속 '칼렙 카일' 을 맞닥뜨리게 된다.

 

파커가 사는 동네까지 앙헬과 루이스가 투덜거리면서도 파커를 지키기 위해 방문하고, 파커가 위험에 처할때마다 죽기 직전까지 괴로운 다음에 나타나는 것이 너무 좀 쉽게 재미있는거 아닌가 싶긴 하지만, 앙헬과 루이스가 없는 파커 보고 싶지 않다!

 

이야기도 미스터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고, 어두운 것보다 약간 더 어둡고, 등장인물 캐릭터들이 주조연 다 생생하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많지만, 가장 좋은 부분은 파커와 앙헬과 루이스가 나누는 말들 속에 있다. 사건만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겪어 나가는 파커의 심리와 목숨을 나누는 친구들과의 대화들을 많이 밑줄 그었다.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고, 직업윤리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몇 권 더 읽으면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로 등극하여 셋째 고양이는 파커가 될지도 모르.. 아니야, 파커는 너무 고생해. 고양이 이름으로 정할 수 없다. 여튼,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를 잭 리처와 찰리 파커로 양손에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해리 보슈는 근래 작품에서 너무 꼰대스럽고, 인종차별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서 그닥 정이 안 간다.

해리 홀레는 정말 너무너무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읽고 있음 같이 힘들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6-08-12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 홀레는 정말... 안스러울 정도 ㅠㅜ 찰리 파커 시리즈는 아직인데 한번 봐야겠어요~

하이드 2016-08-13 06:06   좋아요 0 | URL
첫 시리즈부터 연결해서 읽으세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신간 읽고 싶다. 신간 읽고 싶다고.

일본 추리소설 고프다. 하지만, 더위.. 더위가 가야한다. 밤에는 잠 못자고, 에어컨 빵빵한 사무실에 있는 지금 핸드폰 화면에 보이는 동작구는 35도다. 35도? 이 정도면 바깥보다 집이 시원하긴 하겠다만.. 냥님들 간식이라도 좀 잘 먹여야겠다. 어제 기존에 먹던 오리젠 사갔는데, 오늘 가면 좀 먹었으려나..

 

애인이 서프라이즈로 보내준 치즈랑 요즘 맛있는 이마트 스페인 와인이랑 먹고 애인이랑 통화하다가 잠들었다. 퍼뜩 깨보니 통화는 3시간째라 전화 끊고 잠.(무제한 통화로 무제한 연애중)

 

 

 

프란체스코 마르치울리나노의 '고양이의 시'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고양이책을 많이 사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애인하고 같이 볼겸 종종 산다. 고양이가 쓴 시집이다.

 

 

 

 

 

스티븐 킹이 쓴 미스터리 빌 호지스 시리즈다. 처음 읽었던건 미스터리로는 별로였지만, 책은 재미있었다. 정도인데, 이 책의 평이 더 좋으니 또 읽어보고 싶다.

 

 

 

 

구사카베 요의 '무통' 요즘 읽을만한 일본추리소설이 안 보인다. 일본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찬호께이 읽고파. 일본추리소설이 무척 땡겨서 골라둔 책. 구매1순위다.

 

 

 

 

 

 

 

 

 

 

 

 

 

루이즈 페니의 가마슈 경감 시리즈. 두 권 정도 읽다가 하도 꼰대스러워서 관뒀는데, 그 뒤로 나온 책들의 평이 좋다. 표지도 예쁘게 갈아입어서 더 땡기고 있다. 휴가 갈 때 시리즈 왕창 가지고 가서 그 세계에 폭 빠지는 것이 로망인데, 잭 리처 시리즈를 다 가지고 가거나..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가지고 가면 어떨까 싶은.

 

 

민음사에서 나온 리터, 문학잡지. 미스테리아도 꾸준히 사고 읽지 않아서 문학잡지는 더 안 읽을 것 같긴 한데, 창간호이니 한번 사볼까 싶기도.

 

 

 

 

 

 

테드 토크. 테드 관련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 책 정도 사면 되나? 인기 있었던 연설 50개와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나온다고. 부록이 ... 독서대!다. 내가 알라딘 독서대를 많이 애정한다. 만천원에 팔고 있는데, 책도 읽고 독서대도 받고. 가능.

 

 

 

 

 

창비카페 처음 갔을때 친구가 사줬던 책이 '저스트 키즈' 인 것 같은데, 패티 스미스 이야기는 김경의 책에서도 많이 봤고. M트레인도 재미 있어 보인다.

 

 

 

 

 

 

 

 

 

 

 

 

 

 

 

이런 책들도 담아두었다. 언제 살지는 모른다. 쵸파 자석 있는 동안 사고싶은데에에에

 

 

이런것도 나왔더라. 크레마 카르타 현대단편문학 세트. 우어어어어어.

 

20, 21만 빠지고 22,23으로 넘어갔길래 뭔가 보니 오에 겐자부로와 랭스턴 휴즈.

 

 

딱 한 잔만 마실게. 하고 꺼낸 코니 윌리스 잔. "그리고 169년동안 그녀에게 키스했다." 잔.

집에 남은 반 병 오늘 밤에 마저 마셔야지. 좀 덜 덥게 잘 수 있기를.. 이라고 하지만, 술은 숙면에 좋지 않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그 중 하나는 책을 읽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꽃시장에 가거나 사무실에 나오는 것이다. 집에 가면 고양이 화장실과 고양이 밥과 물을 챙긴다. 씻고, 냉장고에서 먹을만한 것을 찾아 꺼내어 먹고, 트위터를 보고, 타운쉽의 작물을 재배하고, 책 읽어야 하는데, 그러면서 잠들어버린다.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면, 정리를 하려고 마음을 먹지만, 쓰레기와 재활용만 근근이 버린다. 일상에서 뭔가가 빠져버렸을 때, 보잘것 없는 일상이 그 틈을 금새 매워버린다. 일상은 쉬이 매워지지만, 마음은 텅 비어 있다. 아니, 가득 차 있는건가.

 

재미 있는 책들을 읽어야 한다. 읽다 만 <다크 할로우>를 다시 꺼내들었다.

집에 가면 또 뭘할지 모르겠어서, (아니, 아무것도 안 할 것을 알겠어서) 에어컨 고친 사무실에서 일어나지를 못한다.

퇴근 시간 지나고 가야지. 시원한 지하철에 앉아 가야지. 고양이들한테는 미안.

 

리타는 문제가 많은 가정 출신 같았고, 빌리 퍼듀와 문제가 많은 가정을 꾸려서 결국 또다시 그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게 겉으로 드러난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리타 페리스의 마음속에는 지금까지 무수히 안 좋은 일을 겪었지만 그 어느 것에도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하고 좋은 면이 남아 있었다.

 

아마도, 정말 아마도 그녀는 빌리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선한 면을 봤다고 믿었고, 자신이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가 그를 필요로 하는 만큼 그도 그녀를 필요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애정과 필요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학대받는 아내들과 매 맞는 연인들, 멍든 여자들과 불행한 아이들은 그녀에게 그런 생각이 틀렸다고, 어떻게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건 그야말로 고집스럽게 진실을 외면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하지만 구원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자신에게 그런 구원의 빛이 비쳤을 때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리타는 그를 사랑했어. 결국 그녀가 빌리에게 줄 수 있는 건 사랑밖에 없었고, 그녀는 그에게 그걸 줘야만 했던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