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그 중 하나는 책을 읽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꽃시장에 가거나 사무실에 나오는 것이다. 집에 가면 고양이 화장실과 고양이 밥과 물을 챙긴다. 씻고, 냉장고에서 먹을만한 것을 찾아 꺼내어 먹고, 트위터를 보고, 타운쉽의 작물을 재배하고, 책 읽어야 하는데, 그러면서 잠들어버린다.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면, 정리를 하려고 마음을 먹지만, 쓰레기와 재활용만 근근이 버린다. 일상에서 뭔가가 빠져버렸을 때, 보잘것 없는 일상이 그 틈을 금새 매워버린다. 일상은 쉬이 매워지지만, 마음은 텅 비어 있다. 아니, 가득 차 있는건가.

 

재미 있는 책들을 읽어야 한다. 읽다 만 <다크 할로우>를 다시 꺼내들었다.

집에 가면 또 뭘할지 모르겠어서, (아니, 아무것도 안 할 것을 알겠어서) 에어컨 고친 사무실에서 일어나지를 못한다.

퇴근 시간 지나고 가야지. 시원한 지하철에 앉아 가야지. 고양이들한테는 미안.

 

리타는 문제가 많은 가정 출신 같았고, 빌리 퍼듀와 문제가 많은 가정을 꾸려서 결국 또다시 그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게 겉으로 드러난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리타 페리스의 마음속에는 지금까지 무수히 안 좋은 일을 겪었지만 그 어느 것에도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하고 좋은 면이 남아 있었다.

 

아마도, 정말 아마도 그녀는 빌리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선한 면을 봤다고 믿었고, 자신이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가 그를 필요로 하는 만큼 그도 그녀를 필요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애정과 필요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학대받는 아내들과 매 맞는 연인들, 멍든 여자들과 불행한 아이들은 그녀에게 그런 생각이 틀렸다고, 어떻게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건 그야말로 고집스럽게 진실을 외면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하지만 구원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자신에게 그런 구원의 빛이 비쳤을 때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리타는 그를 사랑했어. 결국 그녀가 빌리에게 줄 수 있는 건 사랑밖에 없었고, 그녀는 그에게 그걸 줘야만 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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