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는 '읽기 전에 이미 시작되어 있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따라서 책을 읽고 있는 행위만을 독서로 간주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잘못입니다. 대체로 책은 우리가 읽기 이전부터 이미 '읽을 책'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텍스트(본문)가 이미 씌어 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닙니다. 텍스트는 당연히 읽을 수밖에 없고, 그것을 읽는 방법도 속독술 이외에 여러 가지가 있으니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책의 저자나 타이틀이나 부제, 북 디자인이나 띠지나 차례 등은 본문을 읽기 전부터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책을 읽기 전 만나는 책의 모습이나 분위기도 사실은 이미 독서하는 행위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도서관이나 서점은 그 공간 자체가 이미 독서하는 행위입니다.
- 마쓰오카 세이고 '다독술'中-
마쓰오카 세이고의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를 읽었다. 2장까지의 나의 열렬한 반응은 끝까지 읽고 나니, 물음표들로 채워졌다. 저자의 이력과 사진의 모습으로는 강팍하고, 자존심 센, 독선적인(그러나 능력 있어서 용서 되는) 괴짜로 보았는데,
마쓰오카 세이고는 겸손하다.
알아듣기 쉬운 비유로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물론, 그가 언급하는 작가들의 이름은 여전히 생소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것은 '편집'이다. 그는 세상을 '편집'으로 본다. '다독술', '책읽기' 라는 것도 '편집'으로서의 세상의 일환이다. 그의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편집공학'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가급적 쉽게 이야기해줘도 쉽지가 않다. orz 책에 나온 것을 옮겨 보면
'간단히 말해 편집 공학이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정보 편집의 모든 것을 다루는 연구 개발 분야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미디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138쪽-
이게 간단하게 들릴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곳곳에 여기 조금, 저기 슬쩍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편집 공학'은 간단하지가 않았다.
편집.이라고 해서, 대충 출판편집을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저자의 지식은 '물리학에서 민속학까지의 대각선의 편집독서'에서 오는 인문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지식이다. 대학시절 그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마치 그라데이션을 만들어 나가듯' 읽었다고 한다. 그의 세계관의 방대함을 상상하기가 무서울 정도다.
쉽게 이야기해주고 있으나, 미진한 부분이 너무나 많이 남는다. 뭐라뭐라 이야기했을 때, 그러면 뭐뭐는요? 그래서 뭐뭐는 어떻게 되는데요? 왜요? 어떻게요? 물어보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인터뷰는 매정하다. 분량의 자신이 할 이야기만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이 나의 지금까지의 독서에 어떤식이던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준건 분명하다.
미진한 부분을 채워볼까 싶어 저자의 다른 책 <知의 편집공학>을 주문했다. 이 외에 번역된 책이 <일본을 알리다>까지 해서 3권 밖에 없는데, 더 읽고 싶어지면 어떡하나. 더 알 수 없어져서, 더 읽어야겠다 싶으면 어떡하나. .. 라는 미리 걱정.
나는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는 사람이나 책이나 경기 일으키는 편인데, 이 책에서는 수긍하며 (그걸 따르는건 차치하고라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노력하는 천재의 겸손과 단정이 어우러질때, 그것이 얼마나 파워풀한가를 느낄 수 있다.

친구가 '책 사줄께, 리스트 불러' 그런다. 이 친구, 이렇게 나한테 종종 책 사주는데 ^^
내가 막 5만원 넘는 책은 비싸서 못사. 징징거리거나, 뻔뻔하게 나 이 책들 좀 사주라. 고 들이대는 친구다.
나는 책을 많이 산다. 적립금도 많다. (늘 부족하지만, 'ㅅ' 많다고 해야겠지.)
이 책을 꼭 가져야 겠는데, 나만의 말도 안 되는 이유들로 못 사고 망설이는 경우들이 있다.
그럴 때는 이 친구한테 이야기하거나, 또 다른 친한 동생에게 이야기한다. '책 좀 사줘어어어~'
아주 가끔은 서재에서 '누구 책 사주실 분' 막 그러기도 한다. ^^;
예전에는 알라딘 서재에서도 책 많이 받곤 했는데, 요즘은 아무도 안 사줄까봐 얘기도 못해 ㅋ
대신 출판사에 장문의 편지를 ... 응?
가장 마지막에 졸랐을 때가 작년연말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M 님께 하사받았던 때.
M님의 수염사진을 잠깐 봤을 뿐이지만, 내가 책외적인 기억력이 보통이 아니라, <뻐꾸기..> 만 보면 메피님 생각날듯하다. 그 표지 잭니콜슨 ㅎ
위의 책 세권을 못 사고 망설였던것은
일단 존 파울즈의 책은 당장이라도 살 책인데, 분량도 많고, 읽을 책도 많아서 책 좀 읽고 사려고 미루고 있던 중 (근데, 당연히 책은 줄지 않는다.는걸 나는 자꾸 외면하고 있었던건가;;) 서점에서 보고, 아.. 이 책 진짜 이쁘다. 탄탄한 양장본에 겉커버에 각도 딱 잡아 놓고, 실물의 색감도 정말 최고최고!! 무튼, 계속 망설이고 있던거, 이때다. 하고 부르고,
<잡화도쿄>는 안에 정보는 아는 것 반, 모르는 것 반. 정도다 싶어 사긴 사야겠는데, 편집이 맘에 안들어서 백만번 들었다 놓았다 했던 책. 책이 좀 무거웠더라면, 근육질 팔이 되었을지도.. (어이, 거기까지;;)
여행책이야 늘 많이 나왔고, 요즘의 트랜드라면,
고양이, 일본, 골목, 소도시, 맛집, 쇼핑, 잡화, 빵, 케이크, 파리 뭐 이런 것들인데
어째 하나같이 편집이 다 거기서 거기로 일률적이기 그지없어서, 책만 펴도 지루해서 하품이 날 지경.
그런 이유로, 책에서 얻고 싶은건 있는데, 못 사고 있던 책. 이때다. 하고 제목 불러줬다는 ^^
세권 다 받아보니 무척 만족스럽구나-
뭐 다른 때보다 많이 도착한 것도 아니지만, 오늘 도착한 책들은 특히 뿌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