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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유시민의 글은 솔직하고, 쉽고, 와닿는다.
이 책은 그가 청춘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읽으며, 책과 책이 담고 있는 읽었던 저자의 청춘 시절 이야기, 책의 사회적, 시대적 배경들까지도 커버하고 있다. 그의 글을 읽는 것은 흡사, 그의 고민을 따라 그와 대화하는듯한 기분마저 들게해서, 다른 책읽은 책들과는 차별화가 된다.
책 이야기보다는 '책과 독자' 를 이야기하는지라, 그것은 그와 책을 하나로 묶어 생각하게 하는데, 이런 고민들은 강상중의 <청춘을 읽다>와 비슷하다. 책을 통해 자신들의 청춘과 시대를 이야기하는. 시대성과 고민은 강상중의 것이 좀 더 무겁고, 그 고민이 현재진행형이라면, 유시민의 글은 뭐랄까. 좀 지친 느낌이 든다. '돌아보는' 느낌. 그땐 그랬지. 지금도 변한건 없고. 이 책을 쓰는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고( 쓰기 직전이던가, 여튼 그즈음), 김대중 전 대통령도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의 글에 피곤이 묻어나지 않으면 그것이 외려 이상한 일일지도. 그에게 현재 진행형은 피곤한 정치, 사회, 사람, 언론, 더러운 세상일지도.
이와같은 2차독서를 읽고 이런 말을 하는건 뭐랄까, 허세스럽기도 하고, 같잖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아, 내가 좀 더 똑똑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주 존경하는 선배나 멘토의 이야기를 듣는듯한 친근함.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에서 시작해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로 끝나는 열네권의 책. 각각의 책들에는 그 열네권을 굳이 뽑은 지당함이 절절히 느껴진다. 마지막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유시민의 이 한 권의 책.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으리라.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는 어떤 대단한 독서가의 책을 읽건 빠지지 않는다.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글' 을 쓰는 작가. 지금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일까. 도스토예프스키를 읽는 것만큼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없다고 얼마전 읽은 책에 나온 일본에서 독서의 신.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마쓰오카 세이고는 그러더라.
인상적이어서 담아둔 책은 베블런 <유한계급론>,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다. 전자는 번역보다 원문이 맛깔스럽다고 해서 (유시민은 각 작품마다의 번역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원본을 골라 놓았고, 헨리 조지의 책은 김상윤교수의 번역본을 고골라 놓았다. 제목만 봐서는 영 내가 흥미를 느낄만한 주제가 아닌데, 막상 이야기를 듣고 보니 흥미롭다.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초천재외계인이었던 베블런이 (외계인이란 표현은 유시민이 직접 쓴 말이기도) 인간, 그 중에서도 19세기 유한계급을 다윈의 '종의 기원' 에 충실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글이라고 한다. 사람을 동식물 보듯 관찰하고 적었으니, 어떤 재미있는 글이 나왔을지 기대되지 않는가. <진보와 빈곤>은 역시 천재이지만, 이상주의자의 면모도 가지고 있던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의 이유로 꼽은 '땅' 에 대한 이야기. '땅'은 자연권이다. 그것에 가격을 매기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이야기. 얼마전 읽은 <환율전쟁>에서 망하는 나라들 보니깐, 다 땅투기로 시작되더만. 뭐, 그 얘기도 생각나고. 도대체가 그 많은 돈으로 좋은 동네의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최악의 환경의 최악의 집에서 사는 것. '그게 다 돈이야' (실제로 돈이구. 수지 맞는 투자고.) 하는거나, 부동산거지 문제나 오골오골 서울에 모여서 집집하는거나 다 이해 안 가는터라, <진보와 빈곤> 역시 읽어보고 싶다.
멜서스의 <인구론>은 굳이 찾아서 읽어보고 싶지는 않지만, 유시민이 충분히 인상깊게 묘사해 두었다. '뭐 이런 악마같은 천재' 이런 느낌.
사마천의 <사기>도 계속 보고 싶었던 책인데, 보관함 좀 더 앞자리로 왔고,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명예>는 읽다보면 속이 터질 것 같아서 보관함에서 빼 버렸다. 이 챕터에서는 당시 하인리히 뵐과 벨트의 뒷이야기 또한 충실히 들려주고 있다. 진정한 보수주의자 <맹자>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유쾌하게 소개하는 푸시키의 <대위의 딸>도 다시 읽어보고 싶다.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되었지만, (그러니깐 읽고 한참 지난 지금에야 리뷰도 쓰고 있지만;)
관심장르, 비관심장르 할 것 없이 흡입력 있게 읽히는 책을 부르는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