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
아와사카 쓰마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미스터리물들 중 재미 없는 것들은 이야기와 트릭을 후대에 '너무' 많이 욹어 먹었거나, 그냥 요즘 것 같지가 않아서. 라고 생각한다.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는 후자일까? 좀 지루하게 읽어낸 단편집이고, 개성있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아' 에게 감정이입이 안 되어서, 와닿지 않은 책이었다. (거봐, 내가 미남 탐정 별로라 했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1. 8편의 요즘 흔히 보기 힘든 소재의 단편들
2. 책이 예쁘고, 단편집이라 만만함 (난 단편집덕후, 단편집을 까내린다고 오해는 마시길)  
3. 2편,3편 시리즈로 나와줄 예정
4. 현대의 일본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현재의 작가들이 영향받은 고전 미스터리들을 읽어볼 필요가 있음  

대단한 반전 같은 것이 있다기 보다,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에 가깝다고 본다. 주인공 '아'는 구름 사진과 곤충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진사이다. 탐정이 사진사라니 독특하군. 게다가 초미남, 게다가 보통보다 맹함  

DL 2호기 사건, 미기우데 산 상공, 비뚤어진 방, 손바닥 위의 황금 가면, G 선상의 족제비, 발굴된 동화, 호로보의 신, 검은 안개  

이렇게 제목을 죽 적고 보니, 각 단편의 이야기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야기의 힘도 강하고, 각각의 소재 또한 독특하다. 
비행기 폭파협박범, 살인범에 대한 DL 2호기 사건.. 에서 커다란 미륵좌상 손바닥 위에서 살해당하는 광고맨이 나오는 '손바닥 위의 황금 가면' 동화에 비밀을 담고 있는 '발굴된 동화' 카본지를 터뜨려 동네를 온통 검고 하얗게(이건 읽어보면 안다 ) 만드는 범인이 나오는 '검은 안개'  

읽으면서는 지루한 맛이 없지 않았지만, 읽고 나서 돌이켜보니, 뒤끝이 괜찮은 좋은 단편집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
설마 시공사, 1년에 한 번 내주는 건 아니겠지? 빠른 근간으로 두 번째 작품이 얼른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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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0-12-1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편 읽고 싶은데 안 나오네요. 언제 나오지...
 

 내 계획은 이랬다. 날은 더웠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말로 캔이라서, 오늘도 말로 캔을 사러 홈플로 고고씽 
그 김에 장도 좀 본다. 는 것이 나의 계획. 

식당 반찬이 먹고 싶어서 붉은 살색의 기다란 진주햄을 샀다. 늘 존스 소세지를 사서 먹곤 했는데, 오늘은 저렴한 입맛이 돌아와서 햄 썰어서 계란옷 입혀 굽고 (맛있어요! 식당에서라면, 햄 한 접시 더요, 햄 한 접시 더요 무한 리필했을 맛) 양파를 잘게 다져 밥이랑 볶고, 팽이버섯에 남은 계란옷 입혀 살짝 구워서 밥 위에 얹어서 맛있는 김치와 함께 먹기 디저트는 롯데삼강 팥빙수와 덴마크 우유. 아침으로 강기사는 어제 가져온 KFC 팥빙수를 너무 얼려서 떠 먹는게 아니라 들고 씹어 먹고 있었고, 나는 집에 계란 밖에 없는 것에 질려서 강기사가 가져온 옥수수알을 뜯어 먹다가, 굽네치킨 시킬까 하다가, 야구도 안 보면서 치킨 먹는 거 할 수 없어. 라고 결론, 도저히 안되겠다, 이것저것 사 온거. 진주햄(햄 코너에서 가~장~ 싼 햄!), 양파, 팽이버섯(330원!), 우유 500ml, 팥빙수, 말로캔 2개, 박스테이프, 꼬치용 작대기 이렇게밖에 안 샀는데 만오백원이다. 

아, 나는 장을 너무 못 봐   

어쨌든 집에 와서 커피를 내리고, 뚝딱뚝딱 소세지를 굽고, 팽이버섯도 세팅하고, 양파를 다져서 볶고, 커피를 내리고, 말로 캔 주고 부산하게 움직여서 마지막에 밥을 넣으려고 했는데, ' 나 밥 없음' 하고 입 벌리고 있는 밥솥... 시퐁  

만들어 놓은 반찬을 그대로 펼쳐 놓고 쌀은 씻어 밥솥에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르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긴 잡설, 짧은 신간 마실, 눼, 그것이 바로 이 여름의 스따일 - 되겠습니다.  

7월, 폭염, 신간마실 페이퍼에 보면 푸른숲의 도서 세 권, 이것은 시리즈인가? 했던 글이 있다. 내가 봤을 때는 시리즈 정보도 올라오기 전. 다음날 보니 '디 아더스' 라고 시리즈 명이 알라딘에 올라왔다.  

로사 몬테로의 <루시아, 거짓말의 기억>, <데지레 클럽, 9월 여름>, 그리고 크리스토퍼 무어의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이 세 권이고, 일단 표지에서 관심을 끌었는데,  

<루시아, 거짓말의 기억>은 호퍼같기도 하고, 호크니같기도 한 시원한 표지

<데지레 클럽, 9월 여름>은 독특하게 세로 책에 가로 이미지인데, 그림자로 추측되는 남자와 여자의 흑백 이미지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은 클림트라던가 쉴레라던가 싶은 색감과 그림  

저자 이름과 제목은 처음 보는데 역자가 송병선이라 일단 믿음이 가고 확 궁금하다.  

디 아더스 시리즈에 대해 찾아보다 '디아더스' 블로그 발견. 보통 출판사 블로그나 카페인데, 시리즈 블로그라니, 각오가 대단한걸? ☞ 디 아더스 블로그   (이웃추가 이벤트 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클릭, 클릭)   

책과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아주 쏠쏠하게 모아 놓았다.  

처음 들어가니 보이는 포스팅에 '로사 몬테로'의 사진이 있다.  

아.. 에너지를 업 시켜주는 사진! 파란 아이라이너, 뱀반지, 의지력이 강한 눈빛
머...멋지다!  

나는 늘 미녀 작가, 미남 작가에 약해왔는데, 쏘쿨하게 나이 들고 있는 이 펑키한 남미의 여작가에 급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정보 모아 둔 것이나, 시리즈의 작가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나, 블로그 쥔장의 이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마구 묻어난다.
얼마나 오래 꾸준히 하냐가 문제이겠지만, 시리즈도 블로그도 오래오래 갔으면 하는 바램  

출판사에서 이야기하는 '디아더스' 시리즈는  '소설 본연의 역할, 즉 이야기성이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한다. 그래, 이런 시리즈가 나올때도 되었지.  

일단 탑타자로 선보인 세 권의 간단한 책소개는 아래와 같다.
책이 도착하는대로 저 맛깔스러운 이미지들의 실물이 어떤지도 포스팅할 예정  (..근데, 요즘 알라딘 배송이 버벅거리는 이유를 아시는 분? 심지어 현대택배에서 죄송하단 전화까지 '알아서' 해주며, 배송이 늦어지고 있는데, 폭설, 폭우에 이어 폭염도 배송 지연의 이유가 되..겠지. 개인적으로는 나라면 폭염이 젤루 힘들어.. 눼, 천천히 주세요. 얌전히 기다리겠습니다.) 


 크리스토퍼 무어


<우울한 코브 마을의 괜찮은 결말>
  

 


디 아더스 시리즈 첫 번째 권. 독특한 풍자와 SF적 판타지로 컬트 작가의 반열에 오른 미국의 현대 작가 크리스토퍼 무어의 소설집이다. 우울한 감정을 갖고 있는 동물을 먹이로 삼는 쪽으로 진화한 바다괴물이 있다면? 어느 작은 마을의 전 주민이 항우울제 복용을 중단했는데, 그 괴물이 마을로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한 크리스토퍼 무어의 상상이 거침없이 담겨있다.

8년 동안 사건 한번 일어나지 않았던 코브 마을을 발칵 뒤집어놓는 사건이 발생한다. 평소 결벽증을 앓고 있던 주부 베스 리앤더가 목매달아 자살한 사건. 이로 인해 코브 마을은 술렁이고, 죄책감을 느낀 정신과 의사 밸러리 리어든은 마을 전체에 항우울제 처방을 금하는 대신 가짜 약으로 위약효과를 주려 한다. 그와 동시에, 코브 마을 근처 원자력발전소의 냉각 파이프에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어 오랜 기간 잠들어 있던 선사시대의 거대 바다괴물을 깨우게 된다. 바다괴물은 먹이를 찾아 코브 마을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건 뭐 .. 재밌겠군요!!  


로사 몬테로


<데지레 클럽, 9월 여름>  

 

디 아더스 시리즈 두 번째 권. 순수 문학과 대중 문학의 접점을 절묘하게 넘나들면서 스페인어권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작가 로사 몬테로의 소설집이다. 마드리드의 한 아파트, 신원 미상의 여자가 안토니오라는 남자를 창문 밖으로 던져버린다. 기이한 사건 기사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차이나타운 근처, 쇠락해가는 볼레로 클럽 ‘데지레’를 둘러싼 이들의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로 전개된다.

저자는 클럽의 볼레로 가수 벨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족으로 향기에 집착하는 공무원 안토니오, 과거에 사로잡힌 채 클럽을 지키는 은둔자 포코, 누군가를 돌보는 것으로 존재 의의를 찾으며 살아가는 여자 안토니아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이라는 해석 불가능한 감정의 미스터리를 때론 아름답게, 때론 처절할 만큼 잔인하게 그려 보인다. 언뜻 왜곡된 모습으로 비치는 등장인물들의 혼란스러운 감정의 단면을 잘라내어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로사 몬테로는 위의 사진을 보고 첫눈에 반해 스토킹하기로 했는데, 다행히(?) 책도 재미있어 보임  

 로사 몬테로

<루시아, 거짓말의 기억>  

 

 

디 아더스 시리즈 세 번째 권. 프레미오 프리마베라 데 노벨라 상, 발렌시아가 예술 부문 황금 메달, 칠레 비평가 상을 수상한, 로사 몬테로의 대표작이다. 남편과 함께 떠나기로 한 비엔나 여행길, 출국 전 공항 화장실에 들어간 남편이 그 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노동자의 자존심'이라는 단체로부터 도착한 한 통의 협박 편지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갑자기 맞닥뜨리게 된 인생의 사막에서 만난 세 인물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는 로드무비 형식으로 추적해나간다. 이제 더 이상 어떤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결혼 생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열패감, 작가로서의 무능함…… 한없이 암울하기만 한 그녀의 삶에 남편의 실종은 재앙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남편의 행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세상과 자신에 관한 진실을 정면으로 대면한다.

세 권 중에서는 이 작품이 가장 기대된다.
책소개의 '인생의 사막'을 발견하고, 움찔한다.

오늘 새벽에 읽고, 포스트잇을 붙여 두었던 사막 이야기는 ..  

" 아이는 드디어 진짜로 여행을 시작하는 거야. 세상에 태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는 이제 혼자야. 밤에서 가장 고요한 시간이었다. 낮의 생물들은 여전히 잠들어 있고 밤의 생물들은 아직 깨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이는 걸어갔다. 캘리포니아로. 자신의 사막의 온기를 향해"  

오늘 새벽 퍽- 하고 와 닿았던 문장 '사막의 온기'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작  

이 책, 미국의 녹같은 이 책, 아름다울리 없는데, '여전히, 사람은 아름답다' 답 없는 그들이지만, 그래도 뭔가 처연한 아름다움이 있다. 사람도 아름답고, 자연도 아름다운데, 그렇다면, 나쁜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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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디 아더스 시리즈 표지 구경하기
    from 커피와 책과 고양이 2010-08-09 14:35 
    푸른숲에서 나온 '디 아더스' 시리즈.. 책을 받은지는 좀 되었는데, 두껍지도 않은 <데지레 클럽, 9월 여름>을 오래도 붙들고 있었다. 이제 세 권 나왔고, 네 권째가 예고중이지만, 이 시리즈 좀 맘에 든다. 나는 문학전집을 1권부터 주르륵 모으는 것은 좀 촌시럽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시리즈는 모아 보고 싶은 욕심이 난다.  인터넷 이미지로도 괜찮아 보였던 표지인데, 실물을 받아보면 훨씬 멋지다.  
 
 
 
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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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 엉덩이 그림은 야코프 요르단스의 '심복 기게스에게 아내를 보여주는 리디아의 왕 칸다올레스' 라는 그림이다.  

리고베르토씨, 재혼한 아내 루크레시아, 꽃미남 아들 폰치타 .. 아, 데자뷰  

요사의 작품으로는 먼저 소개되었던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의 등장인물들이다.

'사랑의 삼각형. 낮에는 평범한 보험쟁이지만, 밤에는 도색작가에 성도착자인 리고베르토와 재혼한 아내 루크레시아. 그리고 자신을 에곤 실레의 분신이라 여기는 어린 아들 폰치토. 리고베르토씨는 비현실적으로 천사 같은 외모를 지닌 폰치토가 새엄마 루크레시아를 유혹, 성적인 접촉을 갖게 되자 별거한다. 사랑하지만 가혹하게도 루크레시아를 잃은 리고베르토씨는 쾌락에 관한 백과사전적 기억과 환상. 보내지 못한 편지들로 비밀노트를 채운다. 한편 폰치토는 루크레시아를 찾아가 그녀의 사랑을 얻기로 결심한다..'  

는 책 뒤의 책소개를 읽고 나니, 이제야 생각난다. 쉴레와 요사가 만났던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는 그러고보니 <새엄마 찬양>의 후속작격이지 않은가.  이 책 역시 그림 (물론 이 경우에는 죄다 쉴레) 들이 나와 있고, '에로티시즘의 정수' 라고 일컬어진다.  

오래간만에 요사의 책, <새엄마 찬양>을 읽고, 소설의 야함에 몸둘바를 모르다가 이 소설은 뜨거운 한낮에 읽어줘야 그 에로티시즘이 상쇄되며 상승될 수 있어(말 안 되지만, 딱 그런 느낌)라고 결론을 내렸다.  

일단 줄거리를 거칠게 말하자면, 재혼해서 들어간 집에 남편은 성도착자이고, '섹스의 섹스를 위한 섹스에 의한' 사람이고, 에곤 쉴레의 그림에서 튀어나온듯한 꽃미남 양아들 폰치토. 몇 살인지는 안 나오는데, 몸이 '어린이' 인건 분명. 이 양아들이 순진하고 사악하게 농염한 과일과도 같은 양엄마를 유혹. 그렇게 관계를 맺어버리고, 순진하고 사악하게 리고베르토씨에게 알려 별거에 이르게 만듬.  

이라는 이야기이니,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야기의 틀에 (그러니깐, 적어도 우리편은, 주인공은 말이다) 안전하게 뭉개고 있는 나에게 대단히 도전적인(?) 이야기였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여섯개의 그림은 이야기와 인물과 함께 이 소설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에로티시즘과 기이한 가족, 그림, 신화에 허우적거리다 보면 책이 끝난다. 아쉬운 사람은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를 읽어도 좋겠다.  

가장 인상적인 그림은 시슬로의 '멘디에타로 가는 길'이었다. 마지막에 나온 '수태고지'하고.  
허우적거리다 마주친 이 추상화는 이야기 속에서도 중요하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서, 일단 정색하고, 책 밖으로 나와 그림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아.. 역시 요사는 독특해. 중남미 작가의 이야기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매력이 있어. 라는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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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의 낮잠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39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한수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3월
구판절판


미야니시 타츠야의 유쾌한 그림책 '개구리의 낮잠'

입을 헤 - 벌리고, 나무 위에 늘어져서 곤히 자는 개구리의 모습이 어쩐지 부럽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낮잠 자는 개구리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비도 오지 않고, 더워지기만 하던 어느 여름, 개구리는 기운이 없습니다.

"아, 정말 더워. 여기서 낮잠이라도 자야겠다."

지금 저의 심정이네요. 새근새근 낮잠을 자고 싶어요.

이렇게 - 길쭉하게 양쪽 페이지가 다 숲이고, 가운데에 있는 나무에서 개구리가 자고 있어요. 책 끝날때까지 개구리가 얼마나 잘 자는지 볼래요?

개구리가 새근새근 낮잠을 자고 있는 바로 그 때!

사마귀가 나타납니다!
개구리가 위험해요!!

바로 그 때!

밑에서 무언가가 불쑥 -
사마귀는 달아납니다.

저 발과 머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도마뱀이다!

개구리가 위험해요!!

바로 그 때!

도마뱀이 꼬랑지를 털며 달아납니다.

그렇다면 밑에서 불쑥 올라온 것은?
발과 수염 달린 머리가 보여요

앗, 쥐다!

개구리는 여전히 꿈적도 하지 않고 새근새근 자고 있습니다.

쥐가 개구리를 냠냠하려는 찰나,

바로 그 때!

뱀이다~ 뱀이다~

이 작가의 그림체와 구성, 반복을 정말 좋아해요.
혀를 날름거리는 무서운 뱀도 이 그림 안에서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요.

여전히 늘어져 자고 있는 개굴씨

바로 그 때!

이런 뱀도 슬슬 기어 도망가네요

이번엔 위에서 뭔가 불쑥

이렇게 호기심을 일으키게 하며 두근두근 기대하게 만드는 기법은 이 작가 정말 최고에요.
사마귀를 이기는 도마뱀, 도마뱀을 이기는 쥐, 쥐를 이기는 뱀,

그렇다면 뱀을 이기는 건?
위에서 날아온 '저것'의 발을 보세요

악, 독수리다!


이런, 독수리 앞의 개구리..

바로 그 때
바로 그 때가 나오지요.

르르~~~ 우르릉 우르릉 쾅쾅!

독수리는 천둥소리에 깜짝 놀라 도망갑니다.





주룩주룩 쏴!

비가 내립니다.

개구리가 낮잠에서 깹니다.

"야, 비다! 비가 온다!"

더운 여름, 낮잠을 자던 개구리를 찾아 오는 숲의 천적들
세상 모르고, 낮잠을 새근새근 자며 더위를 피하던 개구리는

주룩주룩 비를 만나게 됩니다.

나무 위에 늘어져 있던 개구리 팔자가 상팔자라면,
비가 쏴- 내리고 난 비웅덩이에 들어가 웃음 짓고 있는 개구리의 모습은 무척 만족스러워보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천적들의 긴 먹이사슬따위는 꿈에도 모른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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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ssim 2010-07-28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웅덩이에 들어가 웃음짓고 있는 개구리의 만족스런 모습에 감정이입을 하고 싶군요.
제가 사는 곳은 장마라고 하지만 비가 별로 오지 않아서 많이 덥습니다.

하이드 2010-07-29 01:54   좋아요 0 | URL
비 좀 주륵주륵 내리고, 날좀 시원해 졌으면 좋겠어요 ㅜㅠ 더워서 가뜩이나 즈질 체력인데, 요즘 아주 죽갔어요

Kitty 2010-07-29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너 참 맛있겠다인가(제목 가물가물;;) 그 공룡 나오는 그림책이랑 그림체가 비슷한거 같아요 ㅋㅋ

하이드 2010-07-29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작가랍니다. 이 작가 그림책 등장인물(?) 다 모아 놓아도 재미있을듯해요! 담에 해봐야지 ㅎㅎ
 

새벽 동이 틀 무렵, 고개를 들었는데, 하늘이 무척 예뻤다. 핸드폰으로 찰칵, 멀티메일로 전송하는 감성돋는 짓을 했지만,
해 뜨고 나니, '비 좀 안 오나' 폭염의 현실로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들을 읽다가 기분이 나빠져 버린 것은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고전을 읽을 필요는 없다. 최신 잡지나 학술서를 읽으면 된다." 라는 문구 때문이었을 것이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면서도 빈정 상하는 그런 마음?  
그게 나의 커다란 오해였다는 것을 이 대담집에서 발견 

 

 

 

 

사토 : 다치바나 씨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고전을 읽을 필요는 없다. 최신 잡지나 학술서를 읽으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지적을 요즘 젊은이들이 잘못 이해하면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최소한의 교양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하에 한 이야기인데, 그런 토대가 없는 상태에서 학술논문이나 최신 과학잡지만을 보려고 하니까 문제가 되는 거죠. 그런 식이라면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익히기 힘든데 그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 보입니다.

다치바나 : 고전은 모든 지식의 기반이 되는 역할을 합니다. 다른 사람과 어떤 주제를 놓고 이야기할 경우 전제나 배경이 되는 지식이 없으면 내실 있는 논의가 불가능한데, 그때 전제나 배경이 되는 것이 바로 고전입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든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과 <천황과 도쿄대>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 정도.  

위와 같은 문장은 굉장히 소프트하다. 아니, 이 대담집의 문장들은 소프트하다고 이야기해도 좋겠다. 다만, 다루는 주제들이 orz 나는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수다스러운 편인데, 혼자서 마구 대꾸하면서 (여러분, 머릿속으로입니다. 미친 하이드를 상상하지 말아주세요) 좋았다, 싫었다. 하며 읽는데, 이 책은 대부분을 멀뚱 모드로 읽고 있다고나 할까;;  신학을 전공한 사토의 이야기는 특히나 더 .. 신학, 정치, 철학, 일본 역사 등의 부분에서 특히 취약하다.  과학, 수학 등에서도... 라기 보다는 고전 문학이나 독서에 대한 이야기들 나오는 부분 (거의 없는데;;) 에서만 말똥 하며, '제법인걸' , '그렇단 말이지' 아는척 수다   

이 책에 사토 마사루와 다치바나 다카시가 뽑은 둘이 합해 총 400권의 책에 대한 리스트와 코멘트가 있는데, 중간의 대담집은 이 리스트에 대한 수준 높은 한 판 수다. 라고 하겠다. 잘 모르지만, 여튼 재미있음. 두고두고 독서 가이드가 되 줄 것 같음. 여튼, 읽고 있는 지금은 그런 기분. 좋은 문장들이 많다. 보관함과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책들도 많다!  

아.. 우울해 .. <로드> 이후 최고의 소설. 이라고 하는 카피를 봐서 그런지, '로드' 처럼 우울하다. 6부까지 있고, 이제 1부 (100쪽 조금 넘는) 를 마쳤는데, 급속히 몰락한 도시에서 몰락해가는 사람들.. 현실은 독이고, 외로움은 병이고, 비셔스 서클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건 숙명이고, 빠져나가다고 하더라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고?  

앞으로도 상큼한(?) 카타르시스 따위와는 거리가 멀 것 같긴 한데, 일단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다행히 ..? 

 

 

 

  

요사의 에로틱 그림 소설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를 읽은지 오래되어, 얼마나 겹치는지 가물가물한데, (한 번 꺼내 봐야지) 등장인물들이 겹친다. 에곤 쉴레 모델 같은 미소년이라던가, 리고베르토씨라던가. 새엄마는 기억 안 나는데, 하녀는 기억 날듯도 ..  

이건 낮에 읽어줘야 하는 야한 소설이다.  

밤에 엄마 몰래 문 잠그고 보는 포르노 vs.낮에 아트 띠어터에서 턱 괴고 심각한 얼굴로 보는 것  
그러니깐, 밝은 낮, 뜨거운 태양 아래 어울리는 에로티시즘.이라고 나는 생각함 

 
    

요건 방금 딱 한 페이지 읽었는데, 느낌 딱 왔스~! 재밌겠다!!

나 퍼트리샤 콘웰 소설 읽을만큼 읽었고, 이런 류의 서스펜스 시리즈물 섭렵할만큼 섭렵했는데,
느낌 딱 온다. 이 책 재밌겠다!  

랜덤하우스에 편지나 써 봐야지.
노블의 분권이 절판되어야 내주는건 너무해. 큰 출판사가 왜 그럼?
새로 콘웰 소설 시작하는 사람들이 전혀 다른 판형에 분권인 노블의  책들을 사고 싶겠냐고  

내 딱 한 페이지의 예감이 들어맞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책을 읽고 나니 새삼 표지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 한 권을 다 읽도록, 주인공인 '아' 에게 감정 이입하는데는 거의 실패했지만,
 그렇게 재미 있게 읽히지도 않았지만 (약간 지루해하면서 한숨쉬며 책장 넘김) 소재는 새로웠고, 다 읽고 나서 돌이켜보면,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무튼, 와인뿐만 아니라 소설도 피니쉬가 좋아야해 . 암, 그렇고 말고 (와인비유 무..무리?)   

책 읽는 내내 신경 쓰이던 얼굴 세모난 할머니  으으...  

이 시리즈로 두 권 더 나올 예정이다. 한 권 정도는 확실히 더 볼듯. 두 권 다 볼지는 그거 보고 결정해야지  

 

 

* 오래간만에 포토리뷰 했어요. 좀 있다 올릴꺼에요. 요즘 날씨에 무지 잘 어울리는 시원한 그림책이랍니다~  

** 신간이 우두두 쏟아져 나왔어요. 일단 위의 책장에 올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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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8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8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