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획은 이랬다. 날은 더웠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말로 캔이라서, 오늘도 말로 캔을 사러 홈플로 고고씽
그 김에 장도 좀 본다. 는 것이 나의 계획.
식당 반찬이 먹고 싶어서 붉은 살색의 기다란 진주햄을 샀다. 늘 존스 소세지를 사서 먹곤 했는데, 오늘은 저렴한 입맛이 돌아와서 햄 썰어서 계란옷 입혀 굽고 (맛있어요! 식당에서라면, 햄 한 접시 더요, 햄 한 접시 더요 무한 리필했을 맛) 양파를 잘게 다져 밥이랑 볶고, 팽이버섯에 남은 계란옷 입혀 살짝 구워서 밥 위에 얹어서 맛있는 김치와 함께 먹기 디저트는 롯데삼강 팥빙수와 덴마크 우유. 아침으로 강기사는 어제 가져온 KFC 팥빙수를 너무 얼려서 떠 먹는게 아니라 들고 씹어 먹고 있었고, 나는 집에 계란 밖에 없는 것에 질려서 강기사가 가져온 옥수수알을 뜯어 먹다가, 굽네치킨 시킬까 하다가, 야구도 안 보면서 치킨 먹는 거 할 수 없어. 라고 결론, 도저히 안되겠다, 이것저것 사 온거. 진주햄(햄 코너에서 가~장~ 싼 햄!), 양파, 팽이버섯(330원!), 우유 500ml, 팥빙수, 말로캔 2개, 박스테이프, 꼬치용 작대기 이렇게밖에 안 샀는데 만오백원이다.
아, 나는 장을 너무 못 봐
어쨌든 집에 와서 커피를 내리고, 뚝딱뚝딱 소세지를 굽고, 팽이버섯도 세팅하고, 양파를 다져서 볶고, 커피를 내리고, 말로 캔 주고 부산하게 움직여서 마지막에 밥을 넣으려고 했는데, ' 나 밥 없음' 하고 입 벌리고 있는 밥솥... 시퐁
만들어 놓은 반찬을 그대로 펼쳐 놓고 쌀은 씻어 밥솥에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르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긴 잡설, 짧은 신간 마실, 눼, 그것이 바로 이 여름의 스따일 - 되겠습니다.
7월, 폭염, 신간마실 페이퍼에 보면 푸른숲의 도서 세 권, 이것은 시리즈인가? 했던 글이 있다. 내가 봤을 때는 시리즈 정보도 올라오기 전. 다음날 보니 '디 아더스' 라고 시리즈 명이 알라딘에 올라왔다.


로사 몬테로의 <루시아, 거짓말의 기억>, <데지레 클럽, 9월 여름>, 그리고 크리스토퍼 무어의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이 세 권이고, 일단 표지에서 관심을 끌었는데,
<루시아, 거짓말의 기억>은 호퍼같기도 하고, 호크니같기도 한 시원한 표지
<데지레 클럽, 9월 여름>은 독특하게 세로 책에 가로 이미지인데, 그림자로 추측되는 남자와 여자의 흑백 이미지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은 클림트라던가 쉴레라던가 싶은 색감과 그림
저자 이름과 제목은 처음 보는데 역자가 송병선이라 일단 믿음이 가고 확 궁금하다.
디 아더스 시리즈에 대해 찾아보다 '디아더스' 블로그 발견. 보통 출판사 블로그나 카페인데, 시리즈 블로그라니, 각오가 대단한걸? ☞ 디 아더스 블로그 (이웃추가 이벤트 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클릭, 클릭)
책과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아주 쏠쏠하게 모아 놓았다.
처음 들어가니 보이는 포스팅에 '로사 몬테로'의 사진이 있다.
아.. 에너지를 업 시켜주는 사진! 파란 아이라이너, 뱀반지, 의지력이 강한 눈빛
머...멋지다!
나는 늘 미녀 작가, 미남 작가에 약해왔는데, 쏘쿨하게 나이 들고 있는 이 펑키한 남미의 여작가에 급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정보 모아 둔 것이나, 시리즈의 작가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나, 블로그 쥔장의 이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마구 묻어난다.
얼마나 오래 꾸준히 하냐가 문제이겠지만, 시리즈도 블로그도 오래오래 갔으면 하는 바램
출판사에서 이야기하는 '디아더스' 시리즈는 '소설 본연의 역할, 즉 이야기성이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한다. 그래, 이런 시리즈가 나올때도 되었지.
일단 탑타자로 선보인 세 권의 간단한 책소개는 아래와 같다.
책이 도착하는대로 저 맛깔스러운 이미지들의 실물이 어떤지도 포스팅할 예정 (..근데, 요즘 알라딘 배송이 버벅거리는 이유를 아시는 분? 심지어 현대택배에서 죄송하단 전화까지 '알아서' 해주며, 배송이 늦어지고 있는데, 폭설, 폭우에 이어 폭염도 배송 지연의 이유가 되..겠지. 개인적으로는 나라면 폭염이 젤루 힘들어.. 눼, 천천히 주세요. 얌전히 기다리겠습니다.)
크리스토퍼 무어
<우울한 코브 마을의 괜찮은 결말>
디 아더스 시리즈 첫 번째 권. 독특한 풍자와 SF적 판타지로 컬트 작가의 반열에 오른 미국의 현대 작가 크리스토퍼 무어의 소설집이다. 우울한 감정을 갖고 있는 동물을 먹이로 삼는 쪽으로 진화한 바다괴물이 있다면? 어느 작은 마을의 전 주민이 항우울제 복용을 중단했는데, 그 괴물이 마을로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한 크리스토퍼 무어의 상상이 거침없이 담겨있다.
8년 동안 사건 한번 일어나지 않았던 코브 마을을 발칵 뒤집어놓는 사건이 발생한다. 평소 결벽증을 앓고 있던 주부 베스 리앤더가 목매달아 자살한 사건. 이로 인해 코브 마을은 술렁이고, 죄책감을 느낀 정신과 의사 밸러리 리어든은 마을 전체에 항우울제 처방을 금하는 대신 가짜 약으로 위약효과를 주려 한다. 그와 동시에, 코브 마을 근처 원자력발전소의 냉각 파이프에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어 오랜 기간 잠들어 있던 선사시대의 거대 바다괴물을 깨우게 된다. 바다괴물은 먹이를 찾아 코브 마을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건 뭐 .. 재밌겠군요!!
로사 몬테로
<데지레 클럽, 9월 여름>
디 아더스 시리즈 두 번째 권. 순수 문학과 대중 문학의 접점을 절묘하게 넘나들면서 스페인어권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작가 로사 몬테로의 소설집이다. 마드리드의 한 아파트, 신원 미상의 여자가 안토니오라는 남자를 창문 밖으로 던져버린다. 기이한 사건 기사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차이나타운 근처, 쇠락해가는 볼레로 클럽 ‘데지레’를 둘러싼 이들의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로 전개된다.
저자는 클럽의 볼레로 가수 벨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족으로 향기에 집착하는 공무원 안토니오, 과거에 사로잡힌 채 클럽을 지키는 은둔자 포코, 누군가를 돌보는 것으로 존재 의의를 찾으며 살아가는 여자 안토니아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이라는 해석 불가능한 감정의 미스터리를 때론 아름답게, 때론 처절할 만큼 잔인하게 그려 보인다. 언뜻 왜곡된 모습으로 비치는 등장인물들의 혼란스러운 감정의 단면을 잘라내어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로사 몬테로는 위의 사진을 보고 첫눈에 반해 스토킹하기로 했는데, 다행히(?) 책도 재미있어 보임
로사 몬테로
<루시아, 거짓말의 기억>
디 아더스 시리즈 세 번째 권. 프레미오 프리마베라 데 노벨라 상, 발렌시아가 예술 부문 황금 메달, 칠레 비평가 상을 수상한, 로사 몬테로의 대표작이다. 남편과 함께 떠나기로 한 비엔나 여행길, 출국 전 공항 화장실에 들어간 남편이 그 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노동자의 자존심'이라는 단체로부터 도착한 한 통의 협박 편지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갑자기 맞닥뜨리게 된 인생의 사막에서 만난 세 인물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는 로드무비 형식으로 추적해나간다. 이제 더 이상 어떤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결혼 생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열패감, 작가로서의 무능함…… 한없이 암울하기만 한 그녀의 삶에 남편의 실종은 재앙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남편의 행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세상과 자신에 관한 진실을 정면으로 대면한다.
세 권 중에서는 이 작품이 가장 기대된다.
책소개의 '인생의 사막'을 발견하고, 움찔한다.
오늘 새벽에 읽고, 포스트잇을 붙여 두었던 사막 이야기는 ..
" 아이는 드디어 진짜로 여행을 시작하는 거야. 세상에 태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는 이제 혼자야. 밤에서 가장 고요한 시간이었다. 낮의 생물들은 여전히 잠들어 있고 밤의 생물들은 아직 깨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이는 걸어갔다. 캘리포니아로. 자신의 사막의 온기를 향해"
오늘 새벽 퍽- 하고 와 닿았던 문장 '사막의 온기'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작
이 책, 미국의 녹같은 이 책, 아름다울리 없는데, '여전히, 사람은 아름답다' 답 없는 그들이지만, 그래도 뭔가 처연한 아름다움이 있다. 사람도 아름답고, 자연도 아름다운데, 그렇다면, 나쁜건 뭘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