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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하 ㅣ 미소년 시리즈 (미야베 월드)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월
평점 :
아주 오래간만에 마음에 남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만났다. <하루살이> .. 전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얼간이>를 재미나게 봤지만, 그냥 '재미나게' 본 정도여서, 별로 기대는 없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소설 중에서는 <외딴집>을 가장 좋아하고, 그 외에는 일단 북스피어에서 소개해준 책들은 다 읽긴 했지만, 그닥 꼽을만한 이야기는 없었다. 다른 시대물들은 굳이 미야베 미유키가 아니라도 좋을 그럭저럭 괜찮은 시대물.이었다고 생각한다. 현대물까지 합해 미미여사의 작품 중 좋아하는 것은 <이유>, <화차>, <외딴집> .. 그리고 이번에 <하루살이>를 포함하게 되었다.
네 개의 짧은 이야기가 상권에 나오고, 상권 부터 하권까지 이어지는 긴 이야기 '하루살이' 가 나온다. 단편과 장편이 있는 책인가. 했는데, 그렇지 않고 다 이어지는 이야기. <얼간이>부터 다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책은 필히! <얼간이>를 읽고 읽어야 그 재미와 의미를 깊이 느낄 수 있으니, <하루살이>만 읽거나, <하루살이>부터 읽는 것은 절대 권하지 않는다.
하루살이를 읽기 전에 미야베 미유키의 인쇄사인과 독자들에게의 인사말이 있다.
"19세기 중반의 일본, 도쿄가 아닌 '에도'가 나라의 중심지였던 시절을 무대로 하는 한가로운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어려운 사건 해결이나 놀랄만한 반전은 없습니다만, 주인공 이즈쓰 헤이시로가 언제나 그렇듯, 번둥번둥 느긋하게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라기에 .. 한가로운 미스터리 작품이라니 .. 번둥번둥 느긋하게 즐기라니 .. 피식 하며, 얼간이 같은 이야기려니 했는데, 웬걸!
제목이 '하루살이' 인 것의 의미는 한 번 읽은 정도로는 어렴풋이 와닿을 뿐이고, 두 번은 읽어야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각각의 이야기에서 모두 '하루살이' 에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하루살이' 에 대해 잠깐 스치듯, 혹은 이야기의 주제로 이야기 되고 있다. '이것이 주제다' 라고 들이미는 것보다 그렇게 약간 애매한 것이 좋다.
첫 이야기 '밥' 에서는 <얼간이>에서도 나왔던 짱구. 무엇이든 한 번 들은 것을 죄다 기억하는 짱구의 시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얼간이>에서 그저 신기한 존재기만 했다면, <하루살이>에서는 유미노스케와 콤비를 이루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애정도가 팍팍 올라가는 짱구 캐릭터다.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 콤비라니, 난 그 콤비 반댈세. 짱구와 유미노스케의 콤비가 좋다. 여튼, 짱구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사건과 그 사건을 해결하는 헤이시로의 이야기다.
'밥벌이하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고, 그 일이 아니면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짱구가 밥을 먹지 않는 사건을 '해결(?)' 하며 이야기하는 헤이시로의 밥벌이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상황에서 아무렇게나 이야기하면 '그걸 누가 몰라?' 라고 할 이야기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 바로 미야베 미유키의 매력이고,
그렇게 이 작품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매력이 십분 들어나고 있다.
두번째로 나오는 작품 '미움의 벌레' 에서는 사키치와 오케이 부부가 나온다. 사키치는 바로 '얼간이'의 주역이었던 그 사키치이다. '하루살이'에서 탐정역인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를 뺀다면, '얼간이'에서도, 그리고 여기 이 '하루살이'에서도 주인공은 바로 사키치가 아닌가 싶다.
하루살이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사키치가 부유한 상인인 소에몬의 아들로 '얼간이' 에도 나왔던 본처가 사키치의 엄마를 목졸라 죽였다는 이야기 등 뭔가 사정이 많고, 복잡한 그런 이야기들이 얽혀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일이다.
그 '사랑' 이라는 것에 부자 상인 소에몬, 처인 오후지, 첩인 아오이, 그리고 사키치 등과 주변의 많은 조력자와 그만큼 많은 귀신들 (귀신물/요괴물은 아니고, 사람이 귀신이지.) 이 달라붙어 있다.
나쁜 사람은 있다. 아니, 사람이 하는 나쁜 짓은 있다. 귀신이 붙어서, 마가 끼어서 그렇다. 악역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것 역시 미야베 미유키의 매력 (아, 이것도 오랜만에 본다 ㅜㅠ )
나는 이 못말릴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쿄고쿠 나츠히코의 <웃는 이에몬>을 떠올렸다. 그 사랑이 더 절망적이긴 한데, 왠지 <하루살이>와 싱크로가 있다. 그래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웃는 이에몬>의 이야기를 같은 이야기로 착각해버리며 책을 읽어 나가게 되기도 했다. (<웃는 이에몬>은 더 절망적인 이야기)
짧지 않은 분량의 두 권을 읽어내고 나면, 지금까지 여러번 나왔던 혼조 후카가와와 그곳의 사람들이지만, 이번에야 말로 드디어 내 동네.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시대물이라는 꺼풀 없이 여기고, 저기고, 오늘이고, 몇백년 전이고 다 사람사는 이야기. 라는 생각이 드디어 들게 된다.
이 작품이 꽤 수작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전부터 좋아했던 <외딴집>과 쓰는 시기가 같았다고 한다. 미미여사의 신들린 시기쯤 되는듯. <외딴집> (이건 좀 더 무거운 책이다) 도 다시 읽어봐야지.
모든 사람이 매일을 이렇게 편하게 살 수 있다면 오죽 좋을까.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아올리듯이 차근차근.
제 발로 걸어가야 한다. 밥벌이를 찾아서.
모두들 그렇게 하루살이로 산다.
쌓아올려 가면 되는 일이니까 아주 쉬운 일일 터인데 종종 탈이 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제가 쌓은 것은 제 손으로 허물고 싶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무너진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은 어째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