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말에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서운해 할 사람도 몇 안 되지만
설 연휴기간동안 정말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내가 더 고단해, 니가 더 고단해. 싸우자는게 아니라 나만큼 고단했던 사람 많이는 없을듯.
서른 몇 해 사는 동안 처음으로 칼 든 강도에게 (강도라고 하면, '칼'인데, 사람들이 강도 이야기 들을 때 한 번 놀라고, '칼'이야기 들을 때 두 번 놀라서, 처음부터 칼 든 강도라고 써 본다) 위협 당해 털려도 보고, 서른 몇 해 사는 동안 처음으로 배관도 터져보고 ..
전자는 내가 아직 실감이 덜 나거나, 그동안 각종 추리소설과 범죄 드라마를 섭렵하며 다져진 간접 경험이 쌓이고 쌓여 직접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한껏 드러났다.. 고 말할 수 있다 쳐도, 전자와 후자는 거의 똑같이 (어쩌면 후자가 더!) 내게 좌절감을 안겨 줬다. 이게 하루 상간이니 정말 씨발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제,어제는 경찰관 아저씨, 형사 아저씨, 과학수사대 아저씨까지 .. 1대 다多 심층면담했고, 오늘은 설이라 배관 고쳐줄 사람도 없어 당황하여 허둥지둥하다 박스 아저씨의 충고에 따라 119에 생전 처음 전화를 걸었더니, 강도 당했을 때 경찰보다 더 빨리 나타난 119 아저씨들. 여튼, 우리집 물은 잠궈 놓은 상태이고, 집주인이 아는 설비 보는 사람이 와서 보고 내일 벽 뜯기로 했고,
서른 몇 해 살면서, 첫 배관 터진 것에 좌절하며 교보에 바로드림하러 나갔는데, 기껏 이 정도에 좌절하면서 무슨 꿈이 중정 있는 단독주택 사는거래. 나 자신을 나무라 보기도 하고. (중정있는 ㅁ자형 2층 단독주택에 머슴은 필수란 말인가?)
강도 당한 이야기를 넷한테 했다. 엄마, 동생, 친구 둘. 강도건 배관이건, 속상하고, 겁나고 황당한 심정은 누구와도 완벽하게 나눌 수 없다.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라는 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가족이라도 당사자의 느낌과 꼭 같을 수 없다.
그러니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인간은 누구나 혼자라는 거다.
이건 몇년 전에 아버지에게 일이 생겼을때 (지금은 건강하시다) 처음 느꼈던 거다. 말로 정리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 때도 그랬는데, 지금도 그렇다. (발전이 없어 ㅉㅉㅉ )
문제가 생겼을 때, 당사자, 당사자의 가족, 당사자의 친구. 그 문제를 둘러싼 감정은 포토샵에서 색빼기.를 한듯 점점 바래진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고, 자신의 감정을 100%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책은 가능하다. 책은 저자와 독자가 쓰는 것이라고 한다.
책에 나의 감정이 100% 투영되어 텍스트와 내가 완전하게 소통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드림하고, 천사다방에서 아이스커피 한 잔 마시고 나오는 길에
문 바로 앞 외국소설 매대 위에서 누군가가 사려다 만 위즈덤 라이프를 발견했다.
책을 넘긴 첫장에 이런 글이 나와 있었다.
책만이 나의 친구고 나의 구원이다. 라는 말은 좀 과장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만이 나의 친구고 구원이 되는 순간이 인생에 한 번 이상 올 것이라는 건 과장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