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둘째주에 그닥 눈에 띄는 신간이 없어서 표지 이야기 패스.. 어느새 기억 저편에 묻혀... 질 수는 없잖아!
책읽기의 하드웨어에 대한 고찰 (..응?) 은 계속되었다. 고 변명해봄.
이번 주에는 지난 주와 지지난주를 포함한 표지 되겠다.
'최고의 표지'와 '최악의 표지'라는 말을 바꿔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지극히 개인적인' 을 붙이더라도 내가 '최고의 표지'를 운운하는 것이 좀 무자격으로 보이기도 하고 (뻘뻘;;) 고..공부는 하는 중이다.. '최악의 표지'보다는 '아쉬운 표지' 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이 카테고리는 좋은 표지를 칭찬, 아니 칭송하기 위한 것이지, 나쁜 표지를 죽어라고 까는 (사실은 이런 의도도 있었다. 뱃걸! 하이드, 뱃걸!) 카테고리면 안 될 것 같아서이다. '최악' 보다 '아쉬운'이 더 치명적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쉬운 표지'는 내가 생각하기에 표지만 좀 예뻤으면, 훨씬 더 잘 팔릴 것 같은 책들이기 때문이다. 이번주에 꼽는 책들이 그렇다. '최고'와 '멋진/좋은/훌륭한/' vs. '최악' 과 '아쉬운' 사이에서 한 주 더 고민해보아야겠다.
12월 둘째,셋째주 최고의 표지


후나도 요이치 <무지개 골짜기의 5월>
미리보기의 이미지가 좀 암울하게 찐하고 뭉게졌지만;;
책의 상품보기와 실물을 본다면, 당신은 복잡한 도심의 서점에서 CF의 한장면처럼 필리핀 세부섬의 어느 골짜기로 휘잉- 같은 일은 일어날리 없겠지만..
그만큼 청량하고, 시력 좋아지는 표지다.
골짜기 사이에 걸려 있는 무지개해와 한글 제목이 멋스럽다. 미도리의 책장 시리즈라고 하는데, 오른쪽에 걸려 있는 시리즈 마크가 작지만 강력하다. 요즘 무슨무슨 시리즈가 무지 많이 나오는데, 독자의 마음에 남는 시리즈는 얼마나 될까.. 북스피어의 <221B> 시리즈는 워낙 시리즈 이름 만들때부터 홈피를 들락거려서 그렇지, 책으로는 어디가 221B 시리즈라는지 찾을 수가 없다. 알고 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책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성장소설이고 모험소설이다. 저자 후나도 요이치는 아마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최초의 1위수상작가임) 를 비롯한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일본 모험소설 협회 대상' 등의 수상작가이고, 이 작품은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필리핀 세부섬을 배경으로( 아.. 필리핀 세부섬의 로맨스가 떠오르누.. 가 아니고, 무튼 휴양지로 유명한 곳)
필리핀 현대사를 짊어진 혼혈아 소년의 모험소설이자 성장소설이라고 한다.
성장소설, 모험소설이라는 타이틀과 배경인 필리핀 어느 골짜기(무지개 골짜기)가 눈에 확 들어오는 표지이지 않은가? 일단 표지만 그럴듯하게 만들면, 의미는 독자가 찾겠다!라고 말했지만, 표지와 내용이 이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다면, 정말 훌륭하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의 화려한 타이틀, 방대한 스케일과 다큐작가 출신인 작가의 필리핀 현대사 이야기 라.. 만만찮은 분량이기도 해서, 재미있을까? 어떨까? 했는데, 읽어본 사람으로부터 강력추천 받았다. (오늘은 당일배송이 될 것인가, 그래스물넷, 두고보작!)

국제아동돕기 연합 <힐더월드Heal The World> |문학동네
세상을 치유하기 위한 지구 행복 프로젝트 첫걸음. 국제아동기구 연합에서 만드는 월간 <Ue>의 콘텐츠를 묶은 책으로, 우리의 무관심을 따끔하게 찌르는 진실과, 세상을 바꾸는 데 필요한 따뜻한 지식과, 일상 속에서 쉽게 행할 수 있는 실천과, 작은 힘을 모아 거대한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의 뭉클한 감동을 담았다.
라고 하는 책이다.
이 책의 인세는 국제아동돕기연합의 구호활동에 쓰일 것이다. 말라리아 치료약은 우리 돈으로 약 500원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500원이 없어 아프리카의 힘없는 아이들이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아시는지. 이 책의 인세 1,300원이면 말라리아 치료약으로 3명의 어린이의 생명을 살릴 수 있고, 3명의 굶주린 아이들을 꽤 균형 잡힌 식사로 배불리 먹을 수도 있다
라고도 한다.
세계 저 멀리, 굶주리는 아이를 돕자!, 알자!고 소리높여 외치는 책들은 많다. 이 책이 특히나 눈에 띄였던 것은 책표지(저것은 책띠인데, 저렇게 생긴 것을 표지라고 부를지, 띠라고 부를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의 싱긋 웃는 꼬마녀석 덕분이다.
표지적(?)으로 본다면, 그 동안 비슷한 주제를 다뤄왔던 책들이 불쌍하고, 심금울리는 안타까운 아이들의 사진을 표지로 써서 나같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 주위를 외면하게 만들었다면, 이 책의 아이는 밝게 웃고 있다. 어느 것이 더 현실에 가까웁냐.고 한다면, 둘 다 아닐껄, 혹은 둘 다 어느 정도. 라고 말할 수 있다. 기왕 그렇다면, 햇님이 빤짝빤짝 거리고, 웃는 녀석 있는 표지가 생각의 전환이고, 뭔가 책을 한 번이라도 더 펼쳐보게 만들지 않을까? 나는 그랬다.
소리높여 기근을 외치는 책의 부담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나같은 노말한 인간은 '작은' 실천으로 지구에 도움이 된다고? '사소한' 행동으로 아이들이 덜 굶어? 라는 안 불편하고, 자기만족을 챙기는 방법이라면 쉽게 택할 것이다. 무언가를 의식있게 적극적으로 해야한다면? 미안하지만, 다음에, 라고 하기 마련.
그런 의미에서 상큼한 표지에 박수를! 표지의 승리!
페터 카이저, 코리나 오넨 이제만의 <심리학의 모든 것>
'인문학을 일상생활에 적용한 친절한 심리학 안내서' 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이 책은 책소개에 나와 있는 것처럼 경박하고, 그저그렇지 않다.
이런 것을 '실용적'이라고 한다면, 실용적인 것도 나쁘지 않군. 싶은 내용들이다.
'슈퍼마켓의 은은한 음악은 인간의 행동을 은근히 통제하고, 반면 집에서 듣는 CD는 그렇지 못하다. 무엇을 보다는 어떻게 지각을 받아들이느냐가 문제가 되는 시대' 뭐 이런 이야기를 지루할틈 없이 재미난 예를 들어가며 하고 있다.
표지 이야기.
호주의 유명한 미술가인 시드니 놀란의 네드켈리 시리즈이다.




네드 켈리는 bushranger로 오스트레일리아의 황야의 '도망자' 쯤 되나보다.
이 시리즈에서 켈리는 놀란, 자신의 메타포였다. 부쉬레인저처럼 놀란 역시 법으로부터 도망친 경험이 있다.
이 시리즈를 만들었을때 놀란은 그를 오해받는 영웅/미술가로 보았다. 놀란이 켈리를 좋아하는 것은 그를 영웅, 희생자, 그 자신을 오스트레일리아에 맞서고, 대적하고, 정복하고, 실패하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 개인으로 여겼다.
그와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그림이다. 광활한 오스트레일리아 자연의 이곳저곳에 숨은채로 권력과 법에 대항하는 게릴라 같은 존재는 말탄 네모머리로 표현되는데, 이것이 화가 자신이자 부쉬 레인저, 네드 켈리인 것.
책의 내용과 무슨 상관? 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책을 다 읽고 난 독자가 만들어라! 라고 할밖에.
무튼, 인상적인 표지이고, 시드니 놀란의 그림은 충분히 심리적이다.
선전 글귀와 책소개는 요즘 널린 흔해빠진 심리학책들과 차이를 두지 못했지만, 표지만은 심리학책들 사이에서, 아니, 인문, 사회과학 섹션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개성있는 표지다.
12월 둘째, 셋째주 최악의 표지


최영주의 <노란 누드> 부제는 '색으로 만나는 현대화가 10명'이다.
딱히 최악의 표지라기 보다는 아쉬운 표지이다. (다시 말하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아쉬운 표지'가 '최악의 표지'보다 더 나쁠 수도) 컨셉은 흥미로우나 표지는 지루하다. 지난주, 지지난주의 아리따운 표지를 보면서 인상적인 노란 표지들을 많이 보았다. 제목에 '노란'이 들어간다고, 책표지가 '노랄' 필요는 없겠지만, 부제 역시 '색으로 만나는 현대화가' 라면, 표지에 그 특징이 나타나 있어도 좋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다. 제목도, 부제도, 닝닝한 표지 덕분에 다같이 손잡고 함께 죽는.. 판매량도 같이 (.. 응? ) 그런격이 아닌가 싶다. 워낙에 '색'에 관한 책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류의 책들을 모으는 편인데, 이런 표지라면, 안의 내용도 그닥 기대가지 않는다.
정동주의 <한국 다완의 문양, 그 향기로운 상징세계>
이것 역시 진짜 아쉽다. 한국 다완 문양에 대한 책이 많지도 않을텐데, 저렇게 가벼운 표지로 나왔어야 했는가.
어짜피 '한국 다완' 에 대단한 흥미를 느껴 2만원도 넘는 책을 한번 사볼까. 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되겠냔 말이다.
정말로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 취향에 맞게 고상하고 품격있고 세련되게, 어떻게 안되었겠니?! 저렇게 다완이 시시해보이게 만드는 표지는 정말 아쉽다. 공예품에 관심있는 독자로서 보관함에 들고도 남을 주제인데, 표지 때문에 구매욕구가 뚝 떨어진다.


<한국의 다완의 문양..>의 표지를 보면서 <수집이야기>의 고상한 표지가 떠올랐다. 아쉽다.
<한국 다완..>과 같은 류의 책이 소장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표지의 책을 사 놓을 몇 분 안되는 소비자 지못미.
로렌 슬레이터의 <나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 거짓말을 사랑한 어느 심리학자의 고백
원제는 Lying
제목도 부제도 ... 표지도... 할 말이 없다. 이런 표지가 바로 내가 말하는 '최악의 표지' 인 것이다.
로렌 슬레이터가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라는 대박 히트 작품을 냈던 작가였다는 것이 더욱 안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