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말입니까. 저는"
말을 끊고, 나는 원탁 위의 꽃병에 눈길을 주었다.
불투명한 녹색 유리병은 모양과 광택 나는 색조를 보아 중국의, 이른바 건륭 유리가 아닐까 짐작했다. 건륭 유리란 청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유리의 속칭으로, 이처럼 불투명한 물건이 많다. 중국에서 고대 권력의 상징으로서 귀하게 여겨진 '옥'의 색조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불순물을 많이 섞었다고 한다.
"저는 야리나카 씨와 같은 지식도 감정안도 없지만, 오래된 미술품이나 공예품에는 역시 강하게 마음이 끌립니다. 다만, 그것은 그것들 하나하나에 느껴지는 다양한 '삶의 모양'에 끌린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모양이라고요?"
"예를 들어 이 꽃병을 봐도."
나는 탁상의 유리병에 눈길을 준 채.
"자체의 아름다움과 똑같이.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만든 사람의 마음이라든지. 그것에 부어진 뜨거운 시선. 그런 것에 흥미가 동합니다. 후미바코(편지용품을 넣어두는 상자)안에 든 편지나, 그릇 위에서 오가는 대화나... 그러한 것들을 무심코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中
나두나두
이런거 좋다.
물건에 담긴 시간, 물건이 기억하는 이야기, 아야츠지 유키토가 얘기하는 '사람의 마음', '뜨거운 시선' 같은 것들도.
낭만적이야. 로맨티스트야.
아야츠지 유키토의 다른 관시리즈들에 비해 이 책에는 다양한 일본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주인공중 하나는 앤틱샵의 경영자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