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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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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설이다. 

카야를 응원해. 카야 사랑해. 카야에게 카야를 버리는 남자들 말고, 여자 친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외로움에 관한 소설이라고 했다. 생태학자 출신의 저자가 일흔의 나이에 데뷔작으로 내놓은 놀라운 소설. 


자연 묘사가 훌륭해서 다시 읽는다면, 원서로 읽고 싶다. 


태어나서부터 계속 버림만 받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애초에 그렇게까지 가지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그냥 내버려뒀으면. 하지만, 근래 계속 생각하는 것은 작은 관계들, 사회 속의 소속감 같은 것은 필요한 것 같다. 


소설 읽기가 좀 재미없어진 것이 소설 속 쓰레기남들은 반전이 없고, 존재 자체가 짜증이라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쓰레기남 없는 소설을 내놓으시오. 


카야는 굉장히 영민한 야생의 습지소녀이다. 말도 안되게 똑똑한, 아마도 천재인데, 

학교에서 괴롭힘 당해 학교는 하루밖에 못 나가고, 가족들은 다 도망가고, 글을 못 배우고, 숫자도 스물아홉까지 밖에 못 세어서 늘 스물 아홉 다음이 궁금하다. 


이 책에는 멋진 장면이 많지만, 나는 이 장면이 진짜 좋았다. 


테이트가 글을 가르쳐주고, 카야가 생애 최초의 문장을 읽는다. 


카야는 천천히 문장의 단어들을 풀었다. "야생의 존재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 아," 카야가 말했다. " 아." 

" 카야, 넌 이제 글을 읽을 수 있어. 까막눈이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야." 

"그게 다가 아니야." 카야의 말은 속삭임에 가까웠다. "단어가 이렇게 많은 의미를 품을 수 있는지 몰랐어. 문장이 이렇게 충만한 건지 몰랐어." 


외로웠던 카야에게 늪지의 야생 친구들 외에 '책'이라는 친구가 생기는 순간. 

속으로 마구 응원했다.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을거야. 


카야는 계속 외로워 하지만.. 


외로움에 관한 소설이라고 했다. 고립, 격리가 여자아이가 자라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이야기. 


테이트는 훌륭하지. 카야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사람. 

카야 엄마 불쌍하고, 카야, 잘했어.  


처음 시작부터 외로운 것은 알 수 없지만, 끝은 외로움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거긴 한데, 작은 도움을 주고 받는 느슨한 연대의 친절한 이웃들로 채워진 그런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역시 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새로운 책들 만나며 놀라고 즐거워하면서. 같이 책이야기 하는 사람들 있는. 그렇다면, 

혼자라도 괜찮아. 평생 습지를 나가지 않았던 카야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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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메뉴 고민 없는 매일 저녁밥
문인영 지음 / 지식채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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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인지는 오래되었지만, 뭔가를 챙겨 먹기 시작한지는 1년이 조금 넘는다. 

요리는 하면 느는데, 안 했었다. 집에서 먹는 끼니가 하루에 1-2끼 정도여서, 뭔가 만들어도 그것만 주구장창  몇 끼니나 먹어야 하는 것이 지겨워서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 안 나오는 것들로만 먹었다. 요리와 안 친했던 그간의 세월이 있기에 도서관에서 요리책들 뒤적거리며 영감!을 얻어 장을 보고 해먹곤 했는데, 이 책이 정말 좋았다. 


제목도 정말 '메뉴 고민 없는' '매일' '저녁밥' 이라니,내 맘 잘 알아. 


재료도 쉽게 구하는 것들이고, 15분 요리, 25분 요리로 간편한 레시피들이다. 

간편하고 다양하다! 


닭가슴살 미역국을 끓였으면,남은 미역국에 떡 넣고 미역떡국 먹기

우거짓국 먹고, 남은 우거짓국에 누룽지 넣어 누룽지죽

바지락국 먹고 바지락순두부덮밥 만들기 


같은 보너스 레시피가 제일 와닿았다. 


1인분 요리 하는 것이 하다보면 되는건지 모르겠는데, 비용도 시간과 에너지도 비효율적이고, 한끼요리가 안 됨. 특히 찌개류. 한 번 해두면 2-3일 먹거나 버려야 하는데, 똑같은거 계속 먹는거 싫어서 더 안하게 되었었다. 


함께 곁들일 반찬들도 심플하다. 


돌나물 무침, 쑥갓무침, 상추 겉절이, 부추무침 등등 재료 하나만 사면 집에 있는 양념으로 바로 해먹을 수 있는 것들 


북어와 꽁치통조림이 얼마나 유용한지. 


등등 1인가구인 내가 고민했던 것들이 해결되고, 도움을 많이 받는 책. 


국이나 찌개 하나, 반찬 한 두개 정도의 요리들로 이루어져 있고, 

설명도 친절, 저녁 집밥 외에 특별한 날들의 레시피들도 있다. 


워낙 밑반찬 없이 고기면 고기, 생선이면 생선, 찌개면 찌개에 김치 종류만 많고, 고추, 마늘, 쌈장이 반찬으로 나오는 부친 위주의 식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서, 지금 나는 전혀 그렇게 먹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밑반찬에 취약한데, 

하나씩 시도해보고 있다. 


할 수 있는, 자주 하는 요리가 하나씩 늘어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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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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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업에는 확고한 시스템과 주먹구구가 동시에 존재한다. 테라노스는 거대 기업이 아니지만, 그렇게 될거라 믿었던 많은 사람들 덕분에 기업가치 10조원에 실리콘 밸리의 유니콘이 될 수 있었다. 그 믿음을 견인한 것은 제2의 스티브 잡스, 제2의 빌 게이츠로 불리던 20대의 카리스마 CEO 엘리자베스 홈즈였다. 시스템은 없었고, 주먹구구만 있었다.

 

어떻게 이런 사기극이 가능한가 생각해보면, 이름 빌려주며 주식 받고, 명예 어쩌구 자리 차지하는 유명인들. 공익에 기여하고 싶다는 기업가 정신이 기반한 나라에서 그 비전을 팔아 먹음. 맘 먹고 속이고자 하는 이에게 속아넘어감.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음.  

 

정말 이상한 회사였다. 기밀 유지를 무기로 텅 빈 집에 인류의 미래가 있는 것처럼 속여서 인재들을 끌어들이는데, 그 인재들은 당연히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챈다. 이슈를 제기하고, 짤린다. 이것의 무한 반복. 절대 충성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 즉각적으로 공격 한다.

 

동서양 막론하고, 사람 건강 관련된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했는데, 생명을 상대로 하는 일에 대한 윤리가 없고, 그럴듯한 비전만을 가지고 있다. 보이는 것 외에 대부분의 모든 것이 사기인 모럴 헤저드 상태로 십여년을 끌어가며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고, 미디어의 총아가 되었다.

 

피 한 방울로 집에서 편하게 수백가지 질병을 알아낼 수 있다.  이 비전을 대차게 팔아먹었다. 테라노스를 돕고, 테라노스에 투자한 유명인들 중에는 이 비전을 보고, 끝까지 테라노스를 지지한 자들이 있다.

 

엘리자베스 홈즈의 첫인상은 활발하고, 밝은 성격의 젊은 여성,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열정적이고 이상적인 기업가의 자질을 가진 카리스마 있는 리더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만나면 그녀의 젊음과 아름다움과 열정과 목소리에 놀라고 빠져들었다고 한다. 

 

저음의 목소리에 놀랐다고 하길래, 목소리가 어떻길래 싶었는데, 엄청 저음이다. 그녀는 평소 목소리를 숨기고, 저음의 목소리를 꾸며 냈다. 잡스를 선망하여 검은 폴라티와 검은 바지를 입었다. 애플 광고사를 찾아갔고, 잡스 전기를 보고, 매 주 수요일 그들과 미팅했다는 것을 따라했다. 매 주 수요일 광고회사와 미팅함. 스티브 잡스처럼.

 

결말을 알고 보는 실화 바탕의 논픽션임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에너지의 대사기꾼 엘리자베스 홈즈와 그녀의 연인인 이쪽은 누가봐도 정말 이상한 서니라는 인도계 남자가 나온다. 영화화된다고 하는데,  실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픽션이라고 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테라노스의 사기를 밝히려던 똑똑한 인물들이 모두 짤리고, 고소로 협박당하다가 결국 월스트리트의 존 캐리루에게 내부고발이 전달되는데, 정말 짜릿하다. 역시 실화 기반인 영화 스팟라이트 생각이 많이 났다.

 

십여년간 이어진 동시대의 대사기꾼 이야기로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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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등산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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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등산 에세이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다. 가쿠타 미츠요의  마라톤 에세이「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같은 느낌으로다가. 그러고보니, 가쿠타 미츠요의 책에서도 트래킹하는 이야기, 산에 가는 이야기 나와서 좋았던 것 같다. 다시 읽어봐야지. '종이달' 같은 책을 쓰는 작가가 마라톤 이야기, 산에 가는 이야기를 쓰면 너무 좋은 것이다. 역시, '고백'같은 책을 쓰는 추리소설 작가가 등산 이야기를 쓰다니 좋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는데, 에세이는 아니고, 단편연작집이었다.

 

미나토 가나에 추리소설의 과함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단편집은 참 좋았다. 나는 추리소설의 과함은 좀 싫지만, 등산일기에 나오는 그런 과함은 괜찮은 거 였나보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일본소설에 나오는 '여자력'에 치를 떨었지만, 어느새 빠져들어 울며 웃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마운틴걸'이 유행이라 마운틴걸들이(우엑) 모이는 웹사이트가 있고, 거기에서 정보를 교환한다. 일반적 준비물과 추천 리스트로 클린징티슈 브랜드 올라오고 뭐 그런거. 겉껍데기는 좀 싫은데, 여자들이 등산 정보 공유하는 사이트. 같은건 되게 좋은 이야기다. 맨스플레인 사절.  

 

내가 이 책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작품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서 여자 추리소설 작가인 것이 좋다. 여자 추리소설 작가가 등산 이야기를 쓴 것이 좋다. 끈적끈적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래도 '여자들'만 잔뜩 나오는 여자들의 이야기라서 좋다. 여자들이 '등산' 하는 이야기라서 산 이야기가 잔뜩 나오는 것이 좋다.

 

첫 두 단편에 연속으로 대너 등산화가 나오는 바람에 대너 등산화 후원 소설인가 싶었지만, 아니구요. 요즘 "마운틴걸"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등산화인가보다.

 

읽다보니 이 책이 참 좋아져서 읽자마자 짜증냈던 것에 반성했다. 현실에서는 일일히 짜증 못 내니깐, 책 속 여자들에게 쉽게 분노했구나 싶었다.

 

나는 산 사람인가 바다 사람인가 생각해보면, 그냥 시시한 도시 사람이지만, 지금은 바다 사람이 되었고, 생각해보면, 늘 초록에 둘러쌓여 있는 나는 산 사람도 좋은데, 등산 가고 싶다. 숲길 걷고 싶다.

 

리뷰 쓰다보니, 매 주말 산에 등반하는 친구 생각이 났다. 책에도 나온다. 혼자 등반하기, 다 같이 등반하기. 등산 동료 만들기. 나도 등산 가면, 혼자 다닐 것 같지만, 혼자 다녔었지만, 따로 또 같이 같은 동료가 있는 것도 좋겠지. 얼마 전에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북토크를 다녀왔다. 등산과 비슷하다. 혼자 살거나, 둘이 살거나. 혼자 잘 사는 사람이 둘이도 잘 사는구나. 결론 내렸는데, 등산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이렇게까지 생각하고보니, 당장 어디 오름이라도 오르고 싶고, 대너등산화를 검색(만) 해본다.

 

 

거품시절보다 더 오래된 과거, 아래쪽 습원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것이 현재. 초록색이 기분 좋다. 초록색이 따뜻하다. 초록색이 다정하다.

두 사람은 우정을 쌓은 것이 아니라 동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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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06-05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산화 예쁘네요. 책도 읽어보고 싶고. 이 여름날, 등산화 사신고 등산을 다녀볼까 잠시 생각^^

하이드 2019-06-05 12:15   좋아요 1 | URL
등산화 사는게 제일 쉬운 일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등산 좋지요!
 
1만권 독서법 -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나미 아쓰시,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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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별 기대 없이 책을 빌렸다. 도서관 끝날 시간에 가서 빌리려던 책들 외에 급하게 눈에 띄는 책들을 집어 나왔다. 그 중에 한 권은 '슬로 리딩'이었고, 나머지 한 권은 이 책 '1만권 독서법' 이었다. 지나고보니 정반대의 두 책인 것이다.

 

내가 요즘, 바로 조금전까지만해도 고민하던 이야기가 머리말부터 나와서 순식간에 빠져들어 한 권을 한 시간도 안되어 다 읽었다. 200쪽 안 되고, 중간에 일러스트 있고, 저자가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독자가 쉽게 떠먹을 수 있게 썼다.  

 

저자는 한 달에 60권 정도의 서평을 기고하고 있고, 실제로 읽는 책은 60권 이상이라고 한다. 뒤에 가면 개인사정이 나오지만, 책을 느리게 읽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한 달에 60권이 못 읽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착각인지 생각인지는 모르겠다. ) 회사 다닐 때, 가장 바빴을 때 한 달에 서른권 이상씩 읽었었던 경험이 있다. (그 때가 내 인생 최대치였던 걸까..)

 

"책을 정말 좋아해요. 읽고 싶은 책은 산더미인데 도통 시간이 나질 않네요."

 

이 책의 첫문장이다. 이거 내가 이 책을 읽기 직전에 페이퍼에 썼던거잖아! 책을 읽으며 만나는 이런 우연들이 늘 혼자 즐겁다.

 

한 달에 서른 권 읽기. 누구나 할 수 있다. 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데, 이 책은 속독법에 대한 책이 아니다. 지식이나 교양을 얻기 위한 독서도 지양하라고 하고 있다.

 

" 예전엔 책을 많이 읽었는데 최근 들어 책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굳이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도 그 이유를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바로 스마트폰의 영향이지요. 스마트폰으로 SNS나 웹 뉴스를 보게 된 이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새 많은 사람들의 '읽는 법'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양의 정보가 물밀듯이 밀려오기 때문에 예전처럼 문자를 쫓기만 하는 방식으로는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디지털 정보를 받아들이는 뇌와 책 읽는 뇌에 관한 이야기는 꼭 더 읽어보고 싶다.

여튼, 노화로 인한 집중력 저하 외에 스마트폰이 역시 책을 못 읽게 하는 주범중 하나인건 분명한 것 같다.

 

일 년에 700여권의 책을 읽는 사람치고는 꽤나 담백하게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책 같은 것 없이도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 또한 주위에 많지만 개인적으는 책을 읽지 않는 인생보다는 책을 읽는 인생이 훨씬 즐거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1년에 700권씩 읽다보면, 10년이면 7,000권. 그렇다면 1만권 이상의 책을 만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라고 하는데, 십년은 금방 가고, 만권은 엄청나게 많다. 만 권 읽을 수 있다면, 와, 신난다. 라고 나처럼 설레는 사람을 타겟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10점 만점으로 꽂혔습니다.

 

저자의 플로우 독서법에 백프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아무리 꼼꼼히 읽어도 다 기억하지 못하고, 기억에 남는 부분만 남게 되니 정독하려고 애쓰지 마라. 대신 머리에 남아 있는 부분이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한 권의 책을 정독하더라도 남는 부분이 1퍼센트 밖에 안된다면, 같은 시간에 열권을 읽어서 10퍼센트 남기는 것이 낫다는 것.

 

결론은 나도 동의한다. 책은 읽다보면, 많이 읽을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적어진다. (이전에 읽었던 것들이 반복해서 나오니깐)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책이 맘에 들리도 없고, 좋아하는 책이라고해서 모든 부분이 맘에 들기도 어렵다. 예전의 나는 완벽한 책을 읽는 것이 완벽한 독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한 두문장이라도 기억할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나는 그 독서를 성공한 독서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한마디

'플로우 리딩' - 플로우FLOW 란 흐르다는 의미의 영어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플로우 리딩이란 책에 쓰인 내용이 자신의 내부로 흘러드는 것에 가치를 두는 독서법입니다.

 

 

'스톡'형 독서법,  책의 내용을 머리에 담아두는 데 무게를 두는 기존의 독서법과 비교하고 있다. 플로우 리딩은 그에 반해 정보 과다의 현시대에 최적화된 '담아두지 않는 독서법' 이라고.

 

머리에 담아두지 않는 독서라니 잘 와닿지 않지만, 그로 인한 결과물들은 이해간다. 책 읽어도 남는 것은 극히 일부이고, 그것이 책의 에센스. 흐르듯 책을 읽는 것, 음악듣듯이. 라고 하면 좀 와닿으려나. 저자가 음악 칼럼니스트 였어서 음악 비유가 종종 나온다.

 

책에서 눈여겨 볼 또 하나는 매달 20권의 독서 (30권 아니었어) '다독 리듬'  내가 늘 이야기하던 것은 책읽는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저자는 독서를 생활 리듬 속에 포함시키라고 말한다. 생활의 리듬. 중요하지. 매일 같은 시간에 읽기.를 그 방법으로 제안한다. 아침 일어나자마자 10분 독서. 이거 내가 하는거잖아. 아침에 눈뜨자마자 나무 하나 심고 책 읽다가 일어난다. 머리 서서히 깨어나고, 일어나자마자 나무 심고 책 10분 - 20분, 25분 (포레스트 리듬) 읽고, 커피 내려 마시면 그것이 보상으로 인식되어 습관화됨. 아침에 눈뜨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독서' , 읽는 행위라는 것이 하루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 있을 것 같다. 긍정적 영향.

 

'한 가지 일을 끝낸 다음 홀짝홀짝 술을 마시거나 하기 때문에 쓸데없이 발동이 걸려 갑자기 독서를 시작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상당히 취해 있어 비몽사몽간에 책을 읽기 마련입니다. (중략) 그런 방탕한 독서 생활을 계속 하던 중에 어느 날 어쩐 일인지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

 

올빼미족이었던 저자가 아침형 인간이 되어 올빼미족 쫓아다니며 아침형 인간의 장점을 역설함. 나도 그런데, 어느 순간, 새벽 3-4시에 일어나는 사람이 되었다. 전날 일 백프로 하면 5시 알람 5분 전까지 푹 잔다. 그러고 일어나자마자 독서.

'방탕한 독서생활' 이라는 말 생각할 수록 웃기다. 책 읽는 것이 즐겁고 좋으면, 어떤 행위에도 책 읽는 것을 결합하고 싶어진다. 오늘은 와인 마시면서 ㅇㅇ 봐야지. 이번에 여행 갈 때는 ㅇㅇ 가지고 가서 읽어야지. 뭐 이런 식으로 이벤트에 읽을 책들을 고르고 싶어지는데, 효율적인 독서가 아닐지는 몰라도, 그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인간이라면, 비욘드 효율로 책 읽으며 인생 즐기고 있는거겠지.

 

책 읽을 때의 들숨과 날숨 이야기도 좋다. 인풋만 많으면 책의 에센스가 남기 힘들고, 아웃풋으로 남겨야 한다. 책 읽고 리뷰 써야 남는다고 늘 얘기했지만, 책 읽은 걸 흘려보내기 위해서 더욱 더 아웃풋 남겨야 겠다. (글 써야 겠다)

 

한 달에 60권의 서평을 쓰는 저자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는 '최고의 문장을 골라내는 한 줄 에센스' 인 것 같다. 내 안에서 알라딘 서평 중 '100자평' 의 가치가 올라감.

 

이 책이 나만 모르고 다 아는 그런 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독서법과 나의 독서법이 상당히 비슷하다. 물론 저는 첫 문장의 '책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다 읽어요' 징징파였지만, 나도 수십년간 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살면서, 다 아는 얘기였던거지. 내 안에 답이 있고, 이 답들은 내가 읽어온 수천권의 책들이 준 거고, 이 번에 이 책이 이렇게 정리를 해 준다.

 

* 딱 하나 내가 하지 않을 것은 발췌독. 술술 읽든 거꾸로 읽든 나는 아직까지는 책은 다 읽는 것이 좋다.

나는 어떤 사고방식을 좋아하는가? 나는 앞으로 어떤 책을 읽고 싶은가?

자신의 독서 경향을 규명하면 다음에 읽을 책의 지침을 세울 수도 있고 자신의 사고방식 등을 재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나에게 더 잘 맞는 그리고 필요한 도서를 찾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독서습관을 지속하기가 수월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 P79

아무리 밑줄을 그어도 책의 가치는 바깥 세계로 나올 수 없습니다. 책 속에 잠든 그대로입니다. 책을 덮고 책장에 넣은 순간 그 독서체험은 엇었던 것이 되고 맙니다. (..)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책의 가치를 자신의 것으로 하려면 일단 하나로 정리하여 기록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책의 에센스를 추출하여 외부로 끌어내지 않는 한, 독서는 정말 가치 없는 시간이 되어버립니다. - P119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다음 주 독서 계획을 짜는 일입니다. 책 읽기를 쉬는 날은 되도록 요일을 고정하여 그날 중에 다음 한 주 동안 읽을 책을 정해둡니다. (..) 한 주간 읽을 책은 가능한 한 하루에 다 정하도록 합니다. 이는 그리 힘든 작업이 아닐 뿐더러 마치 여행 계획을 세우듯 일종의 설렘으로 가득해질 것입니다.

일주일 독서 계획과 하루 한 권씩 일주일에 여섯 권, 이것이 ‘리듬 오브 라이프‘가 되면 무리 없이 연간 300권을 실현할 수 있게 됩니다. 꼭 도전해봅시다. - P125

책이란 서점에서 갓 구입했을 때가 가장 매력적입니다. 책들은 ‘나를 사주세요!‘라고 필사적으로 어필합니다. 수많은 책 중에서 굳이 그 한 권을 손에 쥔 것은, 그 책이 반짝반짝 빛나 보였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서로 사랑하고 서로 생각하는 관계가 성립하면 그 책을 구입하게 됩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정열적으로 시작한 연애가 반드시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과의 관계도 분명 그 끝은 찾아옵니다. 첫 만남 때의 설렘이 3개월 후에도 지속되리라고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꼼꼼히 살펴보고 구입하여 읽은 후에 ‘멋진 책이다. 곁에 두자!‘고 느낀 책조차 읽는 사람의 가치관이나 변화에 따라 불필요한 책으로 격하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각각의 책에 대한 애정 수준을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타성으로 껴안고 있는 책은 없는지 확인해봅시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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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5-23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low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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