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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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설이다. 

카야를 응원해. 카야 사랑해. 카야에게 카야를 버리는 남자들 말고, 여자 친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외로움에 관한 소설이라고 했다. 생태학자 출신의 저자가 일흔의 나이에 데뷔작으로 내놓은 놀라운 소설. 


자연 묘사가 훌륭해서 다시 읽는다면, 원서로 읽고 싶다. 


태어나서부터 계속 버림만 받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애초에 그렇게까지 가지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그냥 내버려뒀으면. 하지만, 근래 계속 생각하는 것은 작은 관계들, 사회 속의 소속감 같은 것은 필요한 것 같다. 


소설 읽기가 좀 재미없어진 것이 소설 속 쓰레기남들은 반전이 없고, 존재 자체가 짜증이라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쓰레기남 없는 소설을 내놓으시오. 


카야는 굉장히 영민한 야생의 습지소녀이다. 말도 안되게 똑똑한, 아마도 천재인데, 

학교에서 괴롭힘 당해 학교는 하루밖에 못 나가고, 가족들은 다 도망가고, 글을 못 배우고, 숫자도 스물아홉까지 밖에 못 세어서 늘 스물 아홉 다음이 궁금하다. 


이 책에는 멋진 장면이 많지만, 나는 이 장면이 진짜 좋았다. 


테이트가 글을 가르쳐주고, 카야가 생애 최초의 문장을 읽는다. 


카야는 천천히 문장의 단어들을 풀었다. "야생의 존재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 아," 카야가 말했다. " 아." 

" 카야, 넌 이제 글을 읽을 수 있어. 까막눈이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야." 

"그게 다가 아니야." 카야의 말은 속삭임에 가까웠다. "단어가 이렇게 많은 의미를 품을 수 있는지 몰랐어. 문장이 이렇게 충만한 건지 몰랐어." 


외로웠던 카야에게 늪지의 야생 친구들 외에 '책'이라는 친구가 생기는 순간. 

속으로 마구 응원했다.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을거야. 


카야는 계속 외로워 하지만.. 


외로움에 관한 소설이라고 했다. 고립, 격리가 여자아이가 자라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이야기. 


테이트는 훌륭하지. 카야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사람. 

카야 엄마 불쌍하고, 카야, 잘했어.  


처음 시작부터 외로운 것은 알 수 없지만, 끝은 외로움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거긴 한데, 작은 도움을 주고 받는 느슨한 연대의 친절한 이웃들로 채워진 그런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역시 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새로운 책들 만나며 놀라고 즐거워하면서. 같이 책이야기 하는 사람들 있는. 그렇다면, 

혼자라도 괜찮아. 평생 습지를 나가지 않았던 카야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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