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내려와서의 내 생활은 이것 저것 몸과 마음을 다해 시도해보는 시기다.
대학교 졸업하기도 전부터 계속 돈을 벌기는 벌었는데, 그냥 흘러가는대로, 무계획, 무개념으로 벌고, 버는 것 보다 더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과 여행 과소비에서 벗어났다고, 나는 돈을 진짜 안 써. 착각하고 살았고, 지금도 약간 진행형이다.
돈을 어디 더 아껴. 진짜 돈 안 쓰는데. 내가 미용실에를 가, 화장품을 사, 외식을 해, 옷을 사. 책도 안 사. 뭐, 돈 쓰는게 없잖아. 아니다. 근데, 왜 계속 돈 없냐고. 돈 쓰고 있는거야. 그냥 너무 생각없이 살았던 것 같다. 사람이 변하려면, 장소, 시간, 사람이 변해야 한다고 하는데 (제일 쓸모 없는게 결심하는거) 그 세가지가 다 변했고, 이제야 제대로 생각 외주주지 않고, 내생각하고 살려고 하는 것 같다.
여튼, 돈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아니,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돈이 주인공은 아닌 이야기.
스콧 트렌치의 '돈 걱정 없는 삶'을 읽고, 피와 살이 되고 뼈에 박혔다. 생활 방식의 문제다.
내 삶을 내가 원하는대로 살아가느냐의 문제다. 그런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 딱히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아서, 할 수 있는 이것저것을 시도하고 있다.
알바를 하고, 농사를 하고, 계약을 하고, 프리를 뛴다. 이 중에 돈이 된 것도 있고, 아직 안 된 것도 있고, 앞으로도 가망 없을 것 같은 것도 있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거니깐요.
오늘 박문영의 <3n의 세계> 읽다가 김혜순 시인을 만났다. 엄청 반가웠고, 짜릿했고, 아, 나 이제 좀 책 궤도에 오른것 같다는 생각 들었다.시집 잘 안 읽었던지라 김혜순 시인 모르지만, 왠지 낯 익어서 찾아보니, 얼마 전에 샀던 <여자짐승아시아하기> 가 김혜순 시인의 책이잖아.
이렇게 책 읽다가 책 만나는거, 굉장히 반갑고, 개인적으로 이제 좀 책 읽는 것 같다고 안도하게 되는 신호였다.
주6일하던 알바를 주2일하고, 주7일 가던 정원을 주0.5일 가느라 시간이 갑자기 확 많아졌는데, 책 읽는 진도 안 나가는거, 12월까지 마쳐야 하는 일은 진도 안 나가서 마음 갑갑하고, 돈도 안 벌고 까먹고만 있고, (줄어드는 잔고~ 느는 체중~ ) 책도 못 읽고 있는, 놀지도 못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자책과 분노와 불안.
책 못 읽고 있다고 꽤 오래 매일매일 징징거리다가 이제 조금 맘이 편해진 것 같다. 밤되면 또 징징거릴지도 모르겠지만.
어제부로 조금씩 마음이 움직였다. 내 인생에 두 달쯤 책 실컷 읽고, 앞으로 계획하며 지내는게 뭐가 나빠. 필요한 일이고, 이 두 달을 즐겨라. 농번기 되면, 일 궤도 오르면, 이런 고민하는 시간도, 여유로운 시간도 가지기 힘들거야.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마음 먹고, 그 길로 도시락 싸들고 룰루랄라 가게 되는 일은 없는거다. 막상 들어서긴 했는데, 길이 없는 것 같아, 길이 끊긴 것 같아 어떻게 넘어가지, 돌아갈까, 그냥 아는 길로 갈까. 고민도 하고, 시행착오도 하고, 자빠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며 그렇게 가는것이 당연한데 말이다.
요즘 읽고 있는 <라틴어 수업>도 도움 됐다. 독서선순환에 들면, 모든 책에서 나에게 앞으로 나가기에 꼭 필요한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아멘! 내 보기에 '공(부의) 신' 인 한동일 선생님도 준비 열심히 하고 갔는데도, 1년 동안 수업시간동안 말도 못 알아들으며 매일 고민했대. 그 뒤로도 더 얘기 있는데, 여튼, 내가 뭐라고. 결심하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거야. 덜컹거리고, 돌아가고, 넘어가고, 길이 막혔으면, 뒤로 돌아나와 다른 길 찾고, 그런게 당연한건데 말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에 하는, 그런 삶이 내가 원하는 것이고, 그런 것들을 실현하는 사람들이 파이어족이고, <돈 걱정 없는 삶>에서 먼저 간 길을 보여준다.
파이어족에 관한 해외 기사는 몇 번 보긴 했는데, 어제 본 이 기사도 분석 잘 해 놓았다.
기사의 예시가 파격적이고, 도전!하고 싶게 만든다. 식비 8만원!
" 미국 시애틀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실비아 홀 씨(38·여)는 400제곱피트(약 11평)짜리 소형 아파트에서 살며 한 달 식료품비로 75달러(약 8만4300원)를 쓴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갈변이 시작된 바나나 등 유통기한이 다 된 고기나 채소를 골라 산다. 걸어서 출퇴근하고 읽고 싶은 책이나 비디오는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다. 짠내 풀풀 나게 살며 연봉의 70%인 10만 달러(약 1억1200만 원)를 꼬박꼬박 저축하고 있다.
40세가 되는 2020년 200만 달러(약 22억4700만 원)를 모아 조기 은퇴한 뒤 세계여행을 하며 여생을 보내는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가 그의 꿈이다. 홀 씨는 2005년 뉴올리언스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집과 직장을 잃고 로스쿨 학자금 대출까지 내지 못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날 이후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는 “아주 적게 소비하며 살지만 박탈감을 느끼진 않는다”며 “돈을 갑절로 벌더라도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 미국 엘리트 젊은이들이 파이어 문화에 빠져드는 건 일에 대한 불만, 높은 청년실업률, 학자금 대출 부담, 사회안전망 축소,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 등과 관련이 있다. 얼리샤 머널 보스턴칼리지 은퇴연구센터장은 “젊은이들은 (소득, 부채 등) 경제적으로 거의 모든 면에서 부모나 할아버지 세대보다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소득이 늘면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발생해 소비가 늘어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오히려 저축률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 이후 9년 반 넘게 이어진 금융시장 호황으로 종잣돈만 넉넉하면 금융투자로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불 마켓(bull market·상승 장세) 환상’도 커졌다."
내가 그들이 말하는 백만불, 이백만불을 모을 것을 목표로 하고, 악착같이 돈 많이 버는 건 아니지만, 위에 말한 거,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시간에 하고, 내가 시간 내고 싶은, 간 내야 하는 일에 내가 원할 때 시간 낼 수 있는 그런 생활이 목표인 것은 같다.
그러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에 '우아한 가난' 이 이슈가 된 적 있다.
이 먹고 살만한 것들아, 가난 타령 하지 말아라. 라는 말들이 잔뜩 나올 것들은 짐작하고 있었는데, 그랬지만, 나는 하퍼스 바자의 그 글이 좋았다.
'돈 걱정 없는 삶'에 나오는 돈 많이 버는 CEO들도 애 병원 데려갈 시간 한 번 못 내는 매여 있는 몸이라면, 나는 그거 가난한거 아닌가 싶거든. 몇백억 부자가 주변에 없어서 모르겠지만, 벤츠 타는 사람도 포르쉐 못 타서 가난하다 하고, 포르쉐 타는 사람도 가난하다고 마통만 있는 뚜벅이인 나한테 5만원만 깎아 달라고 하고 ㅎㅎ , 수십억 부자도 세금이 천만원 가까이 나왔다고 돈 없다고 하고, 하루에 몇천만원도 버는 사촌은 해외 유학하는 애들 보낼 돈 없다고 가난하다고 하고. 그냥 다 가난한거 아니냐고. 체념 정서인거 맞긴 한데, 그럴거면, 좀 우아하게 사는게 좋지. 창 밖에 나무 한 그루라도 보이는 그런 전망의 원룸 찾는거, 좋은 음악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사는 거. 나는 그 기사에서 그런 얘기를 봤거든.
그래서 나는 가난과 빈곤이 다르다고 생각했고, 사전도 찾아보니 가난이 더 포괄적인 개념이더라. 전세대에 더 가난했어도 가난하고 생각 안 했고, 그 전 세대는 의식주 해결도 힘들었을테고, 지금은 대부분이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거 아닌가.
의식주가 해결 안 되는 빈곤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거지만, 가난이 우습냐 불뿜는 사람들은 그들이 이야기는 비참한 가난이 현재 진행형인 것도 아니던걸. 옜날에 내가 그랬는데! 그런 사람도 있고, 빈곤과는 거리가 쭉 멀었던 것 같은 사람도 있고 그렇더라고. 의식주 해결되지 않는 빈곤을 제외한 가난은 상대적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기사 링크는 ↓
우아한 가난의 시대
악착같이 벌어 조기은퇴
책 많이 읽고, 글 많이 쓸거에요.
오늘 본 플텍 트친님의 글, 너무 좋았는데,
"여성주의 행동 중 쉬운건 소비고 어려운 건 생산이다. 읽는게 아니라 말하고 쓰기, 보는게 아니라 본 것을 쓰고, 전하고,
이해하는 걸 넘어서 만들고 실현하기."
뒤로 갈수록 맘에 아주 꾹꾹 박히더라고.
잘 읽고, 잘 쓰자. 본 것을 잘 쓰고, 잘 전하고, 이해하고,
그걸 넘어서 만들어내고,
실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