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재미 ]

아직도 우리 나라에서는 추리소설이라 하면 아이들이나 읽는, 혹은 심심풀이용 탐정소설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크다. 그런 이유는 추리소설이 우리에게 처음 소개됐을 때 셜록 홈즈 같은 명탐정이 한낱 수수께끼나 푸는 인물로, 괴도 루팡이 서커스단의 곡예사로 비추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리소설을 처음 접하게 되는 동기도 학창시절 학생잡지에 다이제스트로 실린 것을 읽고 가볍게 취급해버려 지금의 결과가 된 것이다. 독서라는 것은, 모든 일이 그렇듯이 원인과 결과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을 다 알면서 말이다. 특히 추리소설의 경우에 사건과 해결만 따지며 도대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이제 그 안일함에서 벗어날 때이다. 추리소설의 추리과정은 골치아픈 것이 아니라 두뇌의 회전으로 원활한 혈액순환이 되어 오히려 머리가 상쾌해질 것이다. 이른바 두뇌체조인 것이다.

특히 추리는 지성적인 게임이므로 의식이 성숙되지 않은 독자로서는 감상이 어려운 특수한 부문이기 때문에 읽기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현재 쏟아져 나온 추리소설이 고전과는 너무도 많은 변형을 가져와 추리소설의 재미를 감상하기에 부적격하기에 추리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고전의 향기를 소개하고 싶기 때문이다.

 스릴러, 서스펜스, 판타지, 엽기만으로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현대의 뛰어난 작품도 많지만 고전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순수 문학의 고전을 읽는 재미만큼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단순히 사건을 푸는 이야기만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 향취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1841년 '그래함(Graham) '의 편집장이며 시인, 소설가, 평론가인 에드가 앨런 포가 "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 을 발표했다. 범죄를 전문적으로 해결하는 탐정이 등장하는 이 소설이 최초 추리소설의 이정표가 된것이다. 이어 "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 The Mystery of Marie Roget " (1842) , " 풍뎅이 The Gold But" (1843) , " 도난당한 편지 The Purloined Letter" (1845) 를 " 네가 범인이다"를 발표해 고전 추리소설의 기본 틀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즉, '범죄가 성립되고, 탐정이 출연하여 범인을 체포한다.' 는 추리소설의 기본 구조를 정립시켰을 뿐만 아니라 각기 다섯 작품에서 추리소설의 패턴을 제시했다. '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에서는 밀실 트릭을, '풍뎅이' 에서는 암호 해독을, ' 마리로제의 수수께끼' 에서는 소거법을, '도난당한 편지'에서는 맹점 심리를, ' 네가 범인이다' 에서는 탐정이 곧 범인이라는 트릭의 유형을 창조해 독자들을 매료시켰을 뿐만 아니라 후대의 작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주어 많은 명작을 배출하기에 이른다.

포는 비록 다섯 편의 추리소설밖에 남기지 못하고 40세를 일기로 사망했지만(1849) 추리소설의 선풍은 포의 조국인 미국은 물론 프랑스와 영국으로 파급되면서 발전해나갔다. 포 다음으로 괄목할만한 작가는 프랑스에서 나왔다. " 룰루즈 사건 L' Affaire Lerouge" (1866) , " 르콕 탐정 Monsieru Lecoq"(1868)등으로 잘 알려진 에밀 가보리오 (Emile Gaboriau) 이다.

그는 추리소설의 내용을 정교하고 복잡하게 함으로써 이를 한단계 더 발전시켰다. 포가 추리소설을 탄생시킨 아버지라고 한다면 그는 이를 키운 어머니라고 할 정도로 추리소설의 대를 이었다. 그는 13년간 21편의 추리소설을 쓴 다작가인데다가 이 중에는 장편소설도 있어서 이 방면에 끼친 그의 영향력은 다단하다. 가브리오 이후의 프랑스 작가로는 " 황색방의 비밀" " 검은 옷을 입은 부인의 향수" 등을 쓴 가스통 르루"831" , " 기암성," "바네트 탐정사" 등을 발표한 모리스 르블랑을 프랑스 초창기 고전 추리작가로 들 수 있다. 그들이 창조한 르루타뷰와 아르센느 루팡은 포가 창조한 오귀스트 뒤팽과 같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명탐정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다음 세대의 작가로는 " 메그레 경감" 시리즈로 유명한 조르쥬 시므농, 2인 합작인 보알로-나르시는 " 악마 같은 여자" "시체들 사이에서" 등을 발표했고, 그 뒤를 이어 " 지푸라기 여인"의 카트린느 아를레, "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의 노엘 칼레프, " 살인급행열차" "신데렐라의 함정" 의 세바스티안 자프리조 등을 프랑스의 고전 작가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포의 영향은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월장석"의 윌키 콜린스를 필두로 뒤팽과 르콕크를 적절히 혼합하여 셜록 홈즈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을 만든 작가는 아서 코난 도일을 들 수 있다. " 주홍색의 연구", "4인의 서명", "셜록 홈즈의 모험" ,"셜록 홈즈의 회상" , "바스커빌 가의 개" 등에서 셜록 홈즈는 정확한 관찰력과 뛰어난 추리력으로 난해한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추리소설의 진수를 맛보게 해줌으로써 코난도일은 현대 추리소설 장릐의 완성자라고 할 수 있다.

그 뒤를 " 브라운 신부" 시리즈로 유명한 G.K. 체스터튼과 "트렌트 경감" 을 만든 E.C. 벤트리 등이 뒤를 잇는다.

그들은 문학성을 잃지 않으며 참신한 트릭과 사건의 의외성을 비범한 재치로 추리소설을 썼다. 그리고 " 붉은 엄지손가락의 지문" "오시리스의 눈" 의 프리맨과 "장미장에서"의 메이슨, 장님 탐정 맥스게러더스를 만든 어네스트 브레머가 있고, "술통"의 크롭츠, "초콜릿 독살사건"의 버클리, "나인 테일러스" 의 세이어스 "어둠속의 속삼임"의 이든 필포츠, 또한 추리소설의 여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아가사 크리스트의 출현은 빼놓을 수가 없다.

" 웨스트 경감" "기디언 경감" 시리즈의 존 크리지. " 피나는 살인" 의 줄리언 시몬즈, 서스펜스가 강한 스릴러로 " 열이틀째의 밤" 의 마이클 길버트, "퍼즐" 시리즈의 패트릭 퀜텐, 이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

스파이 소설에서도 에릭 엠블러, 이언 플레밍이 두각을 나타냈고 순수문학을 하는 많은 작가들도 추리소설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이러한 토대는 " 처형"의 P.D. 제임스, "쟈칼의 날""오뎃사파일"의 프레드릭 포사이드, "바늘구멍"의 캔 폴락 등과 같은 많은 작가들이 배출하게 된 것이다.

미국을 살펴보면 포 이후에 두드러진 작가들의 활동이 보이지 않다가 " 엉클 애브너" 의 멜빌 포스터로 이어지고 존 딕슨 카 반다인, 그리고 앨러리 퀸에 의해 추리소설의 황금 시대를 구가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추리소설계의 일대 혁명이라 일컬어지는 하드보일드의 출현을 맞는다. " 피의 수확" "레인 가의 저주" "몰타의 매" 등을 발표한 더실 해미트에 의해 종래의 지적 유희와 다름없는 추리문학의 틀을 깨뜨리고 사실적 추리문학을 수립하였다.

그리고 레이몬드 챈들러, 로스 맥도날드가 합류하여 하드보일드의 수작을 내놓게 되었다. 그 외에도 "찰라찬"을 등장시킨 비거즈, " 페리 메이슨 시리즈"의 얼 스탠리 가드너, " 환상의 여인"  " 상복의 랑데부"등의 독특한 칼라의 추리소설을 쓴 윌리엄 아이리시, "87분서" 시리즈의 에드 멕베인 등이 손꼽히는 미국의 작가에 속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에도가와 란뽀에 의해 추리소설이 시작되었다. 그의 이름만 보더라도 에드가 앨런 포를 일본식으로 개명한 것을 알 수 있듯이 추리소설의 열기가 불어 2차대전 후 본격적인 추리소설이 나올 때까지 괴기 탐정소설의 수준에 머물고 있었지만 종전후 요코미조 세이시, 무나카미 스도무, 그리고 다카키 아키미스 등의 작가들에 의해 본격적인 추리소설의 붐이 일어났고 마스모토 세이초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장을 열게 되었다. 그 후 모리무라 세이치의 출현으로 본격파와 사회파의 융합을 시도한 ' 증명'시리즈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였다.

 

-"모르그가의 살인 '에드가 앨런 포' 안혜정의 '추리소설의 재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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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4-09-07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노가다. 다 쳤다. 손가락이야! -_-a 음. 추리소설 접한지 얼마 안되어서,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사댔는데, 아, 이런 순서인거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했던 글이다.

물만두 2004-09-0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 리스트에서 함 보세요. 연대별로 있는 것도 있습니다...

panda78 2004-09-0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전문을 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 서점 가서 한번 볼까..
 

젠장.

어쩌다 갑자기 에드 멕베인의 87th precinct 에 꽂혀가지고설랑,

 

게다가 하필 작가로 검색했을때 열이면 아홉 out of stock 혹은 out of print 여서, 확 달아오르게 만들고,

지난 오더들 다 보다보니, 앗 벌써 두달이나 지났다. 마지막으로 주문한지- 때여서, 주문은 하기는 해야겠고,  작가로 검색해서 나오는 900 items를 하나하나 돌아보는 미친짓을 하고 있으니..

마구마구 쇼핑 카트에 담고 나서,  금액에 허걱 하면서 save for later 하는데,  이번같이 빠듯할 수록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하드커버는 페이퍼백으로 바꾼다.

2. 특이한 소재의 사고 싶었던 책은 save for later

3. 비싼 화보집도 save for later

4. 번역본 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본도 사려는 기특한 생각을 했던 것도 save for later

5.  delivery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save for later.

이렇게 발악을 하면서, 미친듯이 카트를 비워도,  아직도 무겁기만한 카트고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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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9-06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읽을 수 있다는 게 어딥니까. 넘 부럽습니다...
 



흠.요즘 열심히 가지고 다니는 책.

이 책하고, 프랑스 학교. 둘다 가벼운 책이라, 오늘은 모르그가의 살인사건까지 세권을 들고나와버렸다. 이눔의 보따리병.

이리저리, 단편들 찾아 아마존을 헤메이다가 지난 7월쯤 정작 구입한건  이 책하고, Woman . 아직 펼쳐보지도 않은지라,Woman이 단편이었는지는 기억 안남. -_-a

암튼. 우리나라에도 이 사람 책 번역된 것이 있고, 상당히 흥미로운 바이오그래피를 가지고 있고, 특히나 이 책은 시나리오를 썼던, 작가의 경험담이 닮겨 있는 자전적소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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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한줄이나 읽었나? 아, 이책을 ... 에게 바칩니다 까지 밖에 안 읽고, 계속 외도 하는 중.

아무튼 매일매일 가지고 다니면서, 손때나 묻히고 있는 중. 그러나, 내타입의 작가일 것 같은 느낌은 강하게 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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