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콘크리트를 쓰다듬는 습관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새끼 고양이를 툭툭 건드리거나 박물관의 전시물을 만지고 싶다는, 거부하기 힘든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는 콘크리트를 보면 그렇게 느낀다. 표면이 부드러지, 황량한 회색인지, 돌이 조금 보이는지, 의도적으로 거친 질감을 남겨두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어떤 질감인지, 얼마나 차갑거나 따뜻한지를 알아야한다. 그러니 내가 로마를 방문했을 때, 손이 닿지 않는 머리 위에서 고대 콘크리트를 보고는 어떤 기분을 느꼈을지 독자 여러분도 짐작하실 것이다. " 


로마 아그라왈 [빌트] 









이 이야기를 읽고, 로마 아그라왈이 너무 좋아졌다. 나 그거 알아, 알아요. 

내가 쓰다듬는 건 콘크리트는 아니지만. 아니, 콘크리트를 쓰다듬는건, 한 번도 안 해봤고, 그거 쓰다듬는거, 뭔가 학교 드라마에 왕따들이 괴로워하며 시멘트 벽에 손바닥 가는거, 이런거밖에 생각 안 나지만, 너무 좋아서 쓰다듬는 그 기분 뭔지 알 것 같고, 그대가 그렇게 좋아하는거, 나도 이제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볼 것 같아요. 


나의 오랜 습관은 서점에서 책 각맞추기이다. 책 쓰다듬는건 안 한다. 오프에 있는 책이라도 조금이라도 손 덜 타는게 좋지. 궁금한 책을 펼쳐 볼 때도, 손에 땀이라도 나면 옷에 문질러 닦고, 책도 반만 펼쳐서 읽는다고. 


사람들이 보고 아무렇게나 내려놓은 책들을 제자리 아니면, 제자리 찾아주고, 흐트러져 있으면 (늘 흐트러져 있다) 각 맞춰 놓는다. 시골 내려와서 의외로 불편한게 없고, 불편한 것들을 어떻게 대체해나갈지 찾았는데, 대형서점은 아쉽다. 서울의 다섯배 크기이지만, 백화점도 없는데, 대형서점이 있을리가. 


온라인 서점도 하루 종일 들락거리고, 밖에 나갈일 있으면, 서점 근처에서 약속 잡고, 서점 들리고, 일터에는 늘 대형 서점이 있어서 출근길, 점심시간, 퇴근길 내킬때마다 들렸었는데 말이다. 


제주에는 동네 책방들이 있다. 당일배송 책들도 기본 3일- 5일 배송되는 이 곳에서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을 집 앞 동네 책방에서 살 때도 있긴한데, 그렇다고 또 바로 읽게 되지 않는 것을 깨닫고, 천천히 느긋하게 주문하려다 보면, 다음에 다음에, 이것이 바로 책 사는 것을 줄인 비결. 그렇다. 당일배송은 책소비진작의 첨병인 것이었다! (이제 알았냐) 


요즘 읽는 책들마다 좋아서, 왠일이야. 하고 있는데, 이건 독서 컨디션 올라와서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책 많이 읽으면, 그만큼 좋은 책도 많아지는거지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속해서 올해의 책이야! 꺅꺅 하는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추천마법사'를 본다. 아직까지 추천 알고리즘은 완벽하지 않다고 느낀다. 몇십년 전에 아마존 이용할 때는 정말 다 사고 싶었는데, 지금은 구엑, 이거 내가 싫어하는 작가, 싫어하는 책, 왜 추천? 하는 책들이 자주 있다. 새로나온 책들도 본다. 새로나온 책 구경 하는건 늘 재미있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실물 보는 것이 더 좋긴 하지만, 온라인은 시도때도 없이 들여다 볼 수 있지.새로나온 책도 체크하고, 알라딘 서재의 블로거 베스트셀러의 1위부터 100위까지도 본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시간 한 없이 보낼 수 있다. 문구류 구경도 좋아하고, 책 구경도 좋아하고. 서점 향기,책 향기와 책 읽는 공기도 좋다. 한 번씩 육지 갈 때면, 서점 근처에서 약속을 잡거나, 시간을 내서 서점을 스케줄에 끼워 넣는다. 예전에 자주 갈 때랑은 다른 기분이긴한데, 역시 서점에 가서 책을 쓰다듬, 아니, 책의 각을 맞추고 싶다고 생각한다. 

 

지금 서점의 기분을 대체하는 것이 도서관이지만, 도서관과 서점은 또 다른 분위기이지. 다 달라. 다 다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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