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문득 폴 오스터의 책을 읽어야 되겠다는 마음이 든건,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지루한 추리소설 한 권과 시시껄렁한 여행기 한 권을 읽어치우고, 다음에 읽을 책을 고르다가였다.
'달의 궁전'과 '빵 굽는 타자기'가 어제 막 주문한 책처럼 깨끗하게 이쪽방에 하나 저쪽방에 하나
있고,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지금 거실 책장에 꽂혀 있는데, 내 방 책장에서도 본 것 같은
의심이 강하게 들어 뒤져봤으나, 일단은 보이는 곳에는 없다.는 결론.
다작하는 폴 오스터를 원망해볼까,
비슷비슷한 특징 없는 표지들을 양산하는 '열린책들'을 원망해볼까.
( 여기서 책 안 읽고 사 제끼는 '나 자신'을 원망한다면, 너무 비참하니 그건 제외하기로 한다)
내일, 날도 더운데 수목원으로 와인 아이스박스에 고이 넣어 피크닉 가게 생겼는데,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드러누워 읽을 책으로는 폴 오스터. 를 골라야겠다.
아, 나에게 '폴 오스터' 책 많다. 고 생각했는데, 똑같은 책이 두 권씩 있었을 줄이야!
일단 오늘의 열대야는 빵굽는 타자기hand to mouth 와 함께해야겠다.
( 제발, 원제랑 이렇게 동떨어지는 제목을 같다 붙이지는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