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발명
테레사 리오단 지음, 오혜경 옮김 / 마고북스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A history of the innovations that have made us beautiful

책 머릿말에 나오는 '아름다움을 손에 넣기 위한 일주일의 여정' (1932년 인쇄물) 에는
월요일 의상,  화요일 가슴, 수요일 복부, 목요일 피부, 금요일 힙과 다리, 토요일 헤어, 일요일 책( 마음의 양식)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해 여자들은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할 수 있을까.
그 희생에 비례해 얼마나 많은 기이한 발명품들과 그를 둘러싼 마케팅과 광고가 등장해서 여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헌신했을까.

이 책은 머릿말의 제목처럼 '아름다움을 향한 끝없는 분투의 기록' 이다.
매 장별로 '눈', '입술', '가슴', 체모', '피부, '허리', '손', '엉덩이', '둔부'에 대한 분투기록이 나온다. 19세기의 유럽부터 대공황시대의 미국, 그리고 현재에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움'을 둘러싼 이야기들.
미시사라면 미시사인데, 현재진행형인 이야기들이라, 지금 이 시간들도 조금 더 지나가면 이 책 속에 곧 나올듯한, 말도 안되지만, 말 되는 이야기들.

어느 챕터를 보더라도, 그 이야기는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내가 아무리 책을 읽으며 낄낄대더라도, 사실은 지금 현재까지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나 자신도 거기에 동참하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가장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는 아무래도 코르셋, 버셀, 후프 스커트 이야기들. hip를 '엉덩이'는 허리와 허벅지 사이의 부분이고, 둔부derriere는 우리가 말하는 엉덩이. 몸의 뒷면에 국한한 둥근 살집을 말하는 것. 엉덩이를 최대한 부풀리거나, 혹은 둔부에 레이스를 있는대로 겹쳐서 잔뜩 부풀린 둔부를 만든다던가 하는 것.

이야기는 재미있는 삽화들, 주로 광고 사진이나, 특허내는 발명가들의 설계도 따위이다. 당시 의상, 얼굴, 등을 볼 수 있는 흑백사진들. 당시의 경제상황과의 무겁지 않을 정도의 연결도 딱 좋고, '아름다움'에 대한 여성들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방식이 맘에 든다. 균형을 유지하면서, 때로는 적당히 비꼬아준다. '세기 말쯤에는 강철로 뼈대를 넣은 S자형 코르셋이 허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꼬리뼈 부분은 뒤쪽으로 밀려나면서 더 흉측해져 갔다. 언제나 자신의 모습을 새로게 만들어갈 방법을 찾았던 여성들은 처음에는 이 코르셋을 좋아했다. 이 코르셋의 목적은 S자의 체형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자태는 사실 인간이라기보다는 거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 여자들이 집착하는 패션아이템 가운데 나중에 우스꽝스럽고 말도 안되 보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하나는 분명하다. 마놀로 블라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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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1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아주 재미있겠는데요

하이드 2006-01-1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요런 종류의 미시사들은 딱 두 종류인 것 같아요. 재밌거나, 재미없거나. 이 책은 재밌습니다.

하루(春) 2006-01-17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바뀌었네요. 이런 책 어떻게 알고 사시는 건가요? 갑자기 궁금.. ^^

하이드 2006-01-1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네, 그러네요. 하루님 예리하십니다.
이런책 어떻게 알고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

비로그인 2006-01-1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각의 박물학 이 새롭기는 했지만 제 경우에는 크나큰 재미는 없었는데요, 이 책은 정말 재미있어 보입니다. 바로 보관함으로 이동.^^

moonnight 2006-01-1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거위에 가까운 체형 ^^; 아름다와지고자 하는 욕구를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어요. ㅜㅜ 흠. 마놀로 블라닉. 캐리 생각 나네요. 그녀의 패션이 실로 화제가 되었지만 실제 생활에서 입어보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할 아이템도 많았던. 아, 재미있겠어요. 저도 보관함으로 ^^

조선인 2006-01-17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놀로 블라닉이 뭐에요?

하이드 2006-01-1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구두 브랜드에요. 겁나게 예쁘지만, 굽이 새끼손가락만하다던가;; 끈으로 발등을 겨우 받쳐준다던가, 그니깐, 실용성보다는 '미' 를 위해서라면 발 기형되는것쯤은 개의치 않는! 패셔니스타들을 위한. 딱 마놀로 블라닉 아니고도, 하이힐들은 참 불편하고, 몸(발서부터 척추까지 영향을 준다고 하더군요) 에 안 좋지요.
달밤님, 이 책 재밌어요. 대체로 균형잡힌 시각의 저자와 미시사이지만, 현재와 겹쳐지는 부분들도 많구요.
주드님, 넵, 이 책 재밌더군요. ^^ 그림도 많아서 술술 넘어가요. '아름다움에 관한 발명품'들에 관한 현대사. 로 보시면 되구요.

마늘빵 2006-01-1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눈길을 팍 끄는데요? ^^ 갑자기 <타이타닉>에서 로즈가 입었던 옷이 생각나요. 코르셋이라고 해야하나. 음.

플라시보 2006-01-17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놀로 블라닉을 신고 뉴욕 거리를 잘도 다니는 캐리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합니다. 발이 망가져도 애진작에 망가질텐데... 사실 힐을 신는 여자들은 발이 다 예쁘지 않게 변했더라구요.

비로그인 2006-01-1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사버렸습니다. 흐흣. 그런데 마놀로 블라닉의 어떤 구두는 그 구조상 발가락이 네 개여야만 신을 수 있는 구두도 있대요. 모든 물건들이 점점 편해지는데, 구두만은 역설적으로 최대한 불편하게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하이드 2006-01-17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놀로 블라닉 얘기나온김에, 집에가서 마놀로 블라닉 책이나 한번 찾아서 올려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