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카슨 매컬러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슬픈 까페의 노래'로 우리나라에 먼저 소개되었던 카슨 매컬러스의 23세 처녀작이자 2004년 오프라북클럽 선정 도서였던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을 이 계절에 읽는 것은 당신의 외로움에 치명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을 차마 외로운' 당신'에게 권할 수는 없다.

'슬픈 까페의 노래' 에서 나는 기이한 외모를 가진 두남자와 한 여자 안에 우리처럼 평범한 외로운 영혼이 들어 있어서, 까페라는 공간에 들고 나며 사랑하고 미워하고 외로워하는 이야기를 보았다.

슬픈 까페 전에, 훨씬 전에 '뉴욕까페'가 있었다.
그 까페는 슬픈가?
미국 남부 가난한 사람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이 일을 마치고 지친 발걸음을 까페로 돌린다.
사람이 소통하는 곳. 비록 그 안에 소통은 없을지라도, 외로운 영혼들이 그 안에서 조우할 수 있는 까페다.

흑인들의 인권과 교육에 사명을 가진 흑인의사 코펠랜드. 자신의 네명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했던것처럼 교육과 사명을 심어주고자 했으나, 그 초월적인 엄격함에 딸 포티아를 제외한 모두와 서먹해지고, 혼자 남는다. 사회주의자 제이크. 여러주를 떠돌고, 책을 많이 읽은 그는 사람들을 선동해, 자본주의자들에 대항하고자 하나 실패한 주정뱅이일뿐이다.
가족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빨리 자라버린 감수성폭발의 선머슴같은 소녀 믹.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시계공 아버지를 둔 작가의 어린시절의 모습이기도 하다.
까페주인 비프. 어린아이와 장애인 등의 부족한 모습을 가진 사람들에게 언제나 동정적이고 다정하다.

그리고 그 넷이 찾아가 위로를 얻는 곳은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인 존 싱어의 방이다.
날렵한 눈에 호리호리하고 언제나 말끔하며 지성미를 풍기는 그는 보석상점의 은세공기사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기 안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외로움을 달랜다. 위안을 얻는다. 평안해진다. 는 것은 '삶은 힘들다' 라는 명제를 다르게 표현하는 같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카슨 매컬러스의 묘사는 보이는 상황 뿐만 아니라, 그 상황의 분위기. 그 분위기를 만드는 영혼의 이야기. 장소와 사물의 이야기에까지 이르며, 군더더기 없는 그녀의 글은 독자의 마음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The Heart is lonely hunter
책을 덮고 제목을 다시한번 가만히 되뇌어본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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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1-0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되었을때부터 눈여겨 보던 책인데
슬슬 읽어야 겠군요
땡쓰투는 하이드님께 하겠어요 ^^

chika 2005-11-0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운거 너무 외롭쟎아요. ㅡ.ㅡ

hnine 2005-11-09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공통의 화두는 외로움...뭐 이런 제목으로 마미페이퍼에 올린 적이 있답니다. 외로움을 잠시 잊을만큼 극한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사람들은 작게 크게 늘 외로움을 안고 사는 것 같아요.
읽어보고 싶어요. 리뷰 읽다가 왜 갑자기 Go tell it on the mountain 이 생각 났을까요. James Baldwin이었던가...작가요.
천상천하 유아독존...음..
리뷰 잘 읽었습니다.

moonnight 2005-11-09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안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 하이드님이 내려주신 결론이 가슴에 찡 와닿습니다. ㅜㅜ

하이드 2005-11-0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밑줄긋고 오는 사이에,
문장 한줄한줄이 절절한 책입니다. 스물 세살 데뷔작이라니, 정말 작가는 타고 나는건가봐요.

앨런 2005-11-1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벼르고 있다가 헌책방에서 구했답니다. 뿌듯하더군요.

하이드 2005-11-10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신간인데, 정말 뿌듯하셨겠어요.^^

앨런 2005-11-1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니까 오래전에 나왔다가 잠시 쉬고 다시 돌아온 신간이어서, 전에 나온 책을 구입하게 된거 같아요. 헌책방에서 구한 그야말로 따끈한 신간들-쇼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악마의 시-은 어찌나 감사한지.^^.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