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할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돌아오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하루를 푹 쉬시고 구례장에 갔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횟집보다 카트를 타고 여러가지 물건을 사는 시장에 더 가고 싶어하며

울먹이기까지 한 수민이가 장에 간 것은 두 달 만입니다.

수민이와 태민이 머리를 깎고, 여름볕이 따가웠지만 할머니 손을 잡고 장 구경도 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수민이가 멸치를 다듬는 할머니 옆에서 랩송을 불렀습니다.

- 할머니와 수민이가 구례장에 갔는데 머리도 깎고

  마트에 가서 수민이 책(공책입니다.^^)도 사고

 식당에 가서 짜장면도 먹고 쌍계한의원에서 약도 받고 아이스크림도 사먹었어요.

 

 계속 냅킨으로 닦아내건만 온 얼굴과 옷에 묻혀가며 짜장면 먹는 수민을 보고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

- 수민이가 얼굴에 그림을 그린다,그려.

 

어제 해질녘 마당으로 나갔더니 할머니와 놀던 수민 엄마에게 은근한 음성으로

-할아버지 일 다하시믄 구례장에 간대. 짜장면도 먹고..(당장 장으로 출발하는 줄 알았던 수민)

오늘 아침, 아침밥 먹으라고 하자 거부하며

-구례장에 가서 저녁 먹어야되!

 (아직 각 끼니 이름을 제대로 모름.  특이하게 시간으로 쓸 때는 잘 구분한다.)

저녁상을 차려놓고 태민이가 상에 달려들지 못하게 방으로 데려가서 놀아주고 있었더니

- 엄마, 나랑 같이 아침먹자. 이리 나와!

 

엄마 머리핀을 풀어보라고 해서 열심히 빗기고, 집게손가락을 세워 립스틱을 발라주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두드리고 눈두덩을 문지르며 친절하게 설명도 하고 질문도 하는 수민,

- 엄마, 이건 립스틱 바르는거야.(짱구과학사전에서 짱구가 립스틱 바르는 것을 보고..)

- 이마에 바르는 화장품은 이름이 뭐야?(이건 어디서 봤을까? 이모나 할머니?)

- 엄마, 이건 눈에 화장하는거야. 눈에 바르는 화장품은 이름이 뭐야?

 

이런 수민이가 오늘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한 말

- 엄마, 태민이는 왜 아빠처럼 머리 깎아줬어?

-  남자들은 그렇게 깎고 수민이는 여자니까 엄마처럼 깎은거야.

- 엄마도 머리를 깎았어? 나는 여자가 아니고 남자란 말이야. 나도 아빠처럼 깎고싶어.

- 태민이는 얼굴이 아프니까 시원하라고 그렇게 깎은거잖아.

- 글래도, 나도 아빠처럼 깎고싶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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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8-2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ㄷㅋㄷ아침이 저녁, 저녁이 아침???

hsh2886 2006-09-07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햐햐햐

2006-09-07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9개월 열흘

-요즘은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은 무언가를 붙잡고 서서 돌아다니거나 선 채로 장난감을 갖고 논다.

옆에서 지키고 있어도 넘어지기 일쑤여서 머리와 턱이 성할 날이 없다.

마우스 선과 전화기 선 빨기가 특기다.

나머지 절반의 대부분은 앉아서 장난감이나 책을 들여다본다.

20센티미터 높이의 문턱은 기어올라가기도 한다.

 

-여러 권의 책이 나란히 꽂혀있어도 까치호랑이시리즈<팥죽할머니와 호랑이>를 뽑아낸다.

산후조리원에서 수민이에게 열심히 읽어주던 것인데 요람에 누워 흥미롭게 같이 들었나?

보리아기그림책과 미피 작은 그림책이 크기가 알맞은 탓인지 역시 좋아한다.

 

- 이가 여덟개 났다. 밥상만 보면 돌진하여 젓가락을 갖고 싶어한다.

태열이 심해질까봐 이유식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무언가 먹고 싶어하는 것이 분명하다.

여덟 개의 이로는 젖 먹을 때 엄마 표정 살펴가며 꼭 깨물어 놓고 엉덩짝을 얻어맞으면서

도 활짝 웃는다.  아기의 미소, 이건 원 미워할 수가 없다.

 

- 새벽 5시,

동만 트면 일어나서 창문 턱을 붙잡고 일어나 유리에 박치기 해가며 이쪽저쪽으로 왔다갔다한다.

평균 한 시간 정도는 엄마를 깨우지 않고 울지도 않고 사람의 바다를 넘나들며 혼자 논다.

취침시간은 7시 이후 9시 이전이다.

 

- 한 달 이후 심했던 배꼽탈장은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아 풍선같던 배꼽이 예쁘게 쏙 들어갔다.

백일무렵 시작된 태열은 엄청나게 고생하고 약도 많이 먹고 현재도 먹고 있으나 완치되지는 않고 있다.

양쪽 볼에 빨갛게 점점이 남아 있는데 쉽게 없어지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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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8-2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가 벌써 9개월이나 되었다니,전 한4~5개월쯤 되는 줄 알았어요.

>>sunny 2006-08-2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아 빨랑 나아~~~

2006-08-22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6-08-30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긴 하는데 책장 넘기기와 모서리 빨다가 뜯어 씹어먹기가 특기랍니다.^^

>>sunny 2006-11-1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다가 뜯다가 그러면서 책도 좋아지게 되는거지...열심히 읽어주셩.

2006-11-18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번에 놀러온 아홉살바기 여자아이 엄마가 밥을 떠먹여주는 것을 보고난 이틀 후

갑자기 생각난 듯,

- 언니가 몇 살인데 밥을 떠먹여주는거야?!

라며 비난하던 산골소녀, 어느 날 차려놓은 밥상 앞으로 달려와선다.

- (애절하게) 엄마, 나 아직 어려요. 태민이처럼 쪼그매요. 그래서 떠먹여줘도 되요.

 

오늘 밤 졸린 산골소녀, 계단에 귀뚜라미가 있어서 혼자 올라갈 수 없다고 항변하며

- 엄마, 요즘 나  못 걸어요. 엄마가 업고 올라가면 좋겠어요.

 

동생을 보행기에 잠시 태워놓으려 하면 보행기로 먼저 달려가 탑승,

목욕도 하기 싫다고 했다가 동생 목욕물 받으면 먼저 하겠다고 옷 벗고 들어간다.

막내이모가 산골소녀 탄생선물로 사주신 튜브형 놀잇감도 쟁탈전이 벌어진다.

동생이 조금이라도 흥미를 보이는 것이 있으면 수민이 것이라고 하며 빼앗아간다.

책도 한 권을 놓고 밀고 당기기 일쑤다.

이젠 산골소년도 좀 자랐다고 빼앗기면 울고 소리지르며 하소연한다.

아~, 앞날이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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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6-08-21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도도 영우 퇴원후 줄곧 밥은 떠먹여야 한다네. 대놓고 나 아기라고 하니 뭐.. 수민이는 더하겠지.

hsh2886 2006-08-2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ㄷㅋㄷㅋㄷㅋㄷ
둘 다 넘 재밌다.

지금여기 2006-08-2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 수민이의 질투심 좀 봐..ㅋㅋ

>>sunny 2006-08-2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아~~태민이 한테좀 양보해줘~~~

지금여기 2006-08-2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이 없는 데서 이 세샹에서 수민이를 제일 사랑한다고 시도때도 없이 말해주고 안아주고 하는 방법이 큰애를 슬프게 하지 않는 특효약이래요.^^(섬맘)
 

지난 해 여름, 제법 비싼 아기샴푸를 산 첫 날,

한 번 쓰고 남은 것 한 통을 전부 노트북 위에 쏟아 놓았다.

노트북이 닫혀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샴푸가 무척 아까웠다.

대충 주워담느라고 노력했지만 1/4정도 다시 사용했을 뿐이다.

올 여름, 벼르다가 일 년 만에 그 샴푸를 다시 주문했다.

이번엔 태민이 젖먹이는 동안 욕조 안에 한 통을 다 부어버렸다.

물 묻은 발로 욕조 난간을 딛고 올라서서

제 키 높이보다 높은 곳에 둔 것을 끌어내린 것이다.

잘못 보관한 엄마 탓이지만 어쨌든 계속 이런 식이어서는 안될 것 같아서

결자해지, 네가 돈을 모아야 샴푸를 산다고 말해두었다.

돼지저금통이 아니라고 툴툴거리는 공룡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면서

뭐 사달라고 하면 이거 모아서 사자고 달래기를 여러번,

산에 오셨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큰이모가 배춧잎을 주셨길래

"저는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말씀드리고 다시 갖다드려!"했더니

양미간을 찌푸리며 엄마를 가르치는 듯 한 어조로

말아 쥔 지폐를 더 꼭 쥔 손을 흔들어 보이며

" 돈으로 사야지~!!!"

한 마디를 남기고 개어 쌓아놓은 이불 사이에 갖다 숨기는 산골소녀.

경제교육을 너무 일찍 시작한 것일까? 대략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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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6-08-22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눈에 선해용~~~
 

.- 엄마, 부엌이 무슨 방이야?

할머니가 쓰시는 단어를 알게 된 소녀, 좀 뽐내고 싶었나보다. 아니면 기억이 안났던걸까?

- 부엌은 주방이란다. ㅎㅎ

 

- 엄마, 화살이 뭐야?

말문이 막힌 엄마, 공들여 그림을 그려가며 열심히 설명한다.

- 나무막대에 뾰족하고 단단한 것을 매달아서 새 깃털을 어쩌구 저쩌구...

- 슈렉한테 꽂힌 거 말이야?

피오나 공주를 구하려는 로빈훗 일당이 쏜 화살이 슈렉의 엉덩이에 박혔었다.!

 

안되는 노래지만 꿋꿋하게 흥얼거리는 엄마,

(얼마 전에 엄마는 노래는 별로 잘 못하는 것 같다는 뜻의 말을 대놓고 하던 산골소녀다.)

- 돈데보~이, 돈데보~이

- 그게 무슨 말이야?

- 신이시여, 우리는 어디로 가야합니까? 뭐, 그런 뜻이래.

- 계단으로 가면 되지~!!! (1층에서 2층으로 향해 가던 중이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찬물을 마시며

- 엄마, 이걸 마시니까 몸이 좀 부들부들 떨어.

- 그래가지고선 차가운 수박을 어떻게 먹겠니?

- 어떻게 먹긴 뭘.  입을 아~ 벌리고 먹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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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6-08-2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넘넘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