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여름, 제법 비싼 아기샴푸를 산 첫 날,

한 번 쓰고 남은 것 한 통을 전부 노트북 위에 쏟아 놓았다.

노트북이 닫혀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샴푸가 무척 아까웠다.

대충 주워담느라고 노력했지만 1/4정도 다시 사용했을 뿐이다.

올 여름, 벼르다가 일 년 만에 그 샴푸를 다시 주문했다.

이번엔 태민이 젖먹이는 동안 욕조 안에 한 통을 다 부어버렸다.

물 묻은 발로 욕조 난간을 딛고 올라서서

제 키 높이보다 높은 곳에 둔 것을 끌어내린 것이다.

잘못 보관한 엄마 탓이지만 어쨌든 계속 이런 식이어서는 안될 것 같아서

결자해지, 네가 돈을 모아야 샴푸를 산다고 말해두었다.

돼지저금통이 아니라고 툴툴거리는 공룡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면서

뭐 사달라고 하면 이거 모아서 사자고 달래기를 여러번,

산에 오셨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큰이모가 배춧잎을 주셨길래

"저는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말씀드리고 다시 갖다드려!"했더니

양미간을 찌푸리며 엄마를 가르치는 듯 한 어조로

말아 쥔 지폐를 더 꼭 쥔 손을 흔들어 보이며

" 돈으로 사야지~!!!"

한 마디를 남기고 개어 쌓아놓은 이불 사이에 갖다 숨기는 산골소녀.

경제교육을 너무 일찍 시작한 것일까? 대략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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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6-08-22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눈에 선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