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여름, 제법 비싼 아기샴푸를 산 첫 날,
한 번 쓰고 남은 것 한 통을 전부 노트북 위에 쏟아 놓았다.
노트북이 닫혀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샴푸가 무척 아까웠다.
대충 주워담느라고 노력했지만 1/4정도 다시 사용했을 뿐이다.
올 여름, 벼르다가 일 년 만에 그 샴푸를 다시 주문했다.
이번엔 태민이 젖먹이는 동안 욕조 안에 한 통을 다 부어버렸다.
물 묻은 발로 욕조 난간을 딛고 올라서서
제 키 높이보다 높은 곳에 둔 것을 끌어내린 것이다.
잘못 보관한 엄마 탓이지만 어쨌든 계속 이런 식이어서는 안될 것 같아서
결자해지, 네가 돈을 모아야 샴푸를 산다고 말해두었다.
돼지저금통이 아니라고 툴툴거리는 공룡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면서
뭐 사달라고 하면 이거 모아서 사자고 달래기를 여러번,
산에 오셨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큰이모가 배춧잎을 주셨길래
"저는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말씀드리고 다시 갖다드려!"했더니
양미간을 찌푸리며 엄마를 가르치는 듯 한 어조로
말아 쥔 지폐를 더 꼭 쥔 손을 흔들어 보이며
" 돈으로 사야지~!!!"
한 마디를 남기고 개어 쌓아놓은 이불 사이에 갖다 숨기는 산골소녀.
경제교육을 너무 일찍 시작한 것일까? 대략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