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날 제수장만을 하느라 부엌이 한참 분주한데

태민이가 칭얼거리고 떼를 쓴다.

큰형님이 배가 고픈가보다시며 무얼 좀 먹여보라셨다.

" 배 줄까? 배?"

그러자 도리질하던 것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 듯 한 모습으로 칭얼거리던 소리를 뚝 그쳤다.

정말 알아듣고 그러는 것인가 궁금해서

밥 줄까, 밥? 그랬더니 격렬하게 도리질을 하면서 다시 칭얼거린다.

사과 줄까, 사과? 하는 물음에는 배와 같은 반응을 보이길래

다시 밥 먹을래?하고 한 번 더 물었더니 역시나 박치기를 하고 싫다고 야단이다.

나는 ' 이야, 이 녀석이 말은 안해도 사물 이름을 알고는 있었나보다!' 속으로 감격하며

배를 가져와서 얼른 한 쪽만 깎아 내밀었더니

획 집어내던지고 바닥에 드러누워 뒹굴며 훨씬 더 심하게 투정을 부리는 것이다.

아하! 사과하고 헷갈리는 모양이구나 하면서 사과를 깎아주었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떼를 썼다.

도대체 뭘 달라는 말인지 짐작을 할 수 없어하니 또 큰형님께서 밥을 줘 보라고 하신다.

긴가민가 하면서도 밥을 차리려고 밥솥 앞에 앉으니

어느 새 뒤따라온 태민이가 몸을 끄떡거리며 응응하면서 기다린다.

그러고선 허겁지겁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아직은 무척이나 헷갈리는 모양이다. ^^;;;

 

그렇게 밥을 먹이고나서 과일을 깎는데

포크로 먹으라고 손에 잡혀주려하면 질색을 하며 펄쩍 뛰면서

입 속에 넣어주기를 기다리는 녀석이라

다들 포크에 찍어주고 혼자만 손에 한 조각 쥐어주니

쟁반에 놓인 포크를 집어들어 과일 조각에 꽂아들고 먹는 것이었다.

오, 놀라워라!!!!!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더니 여럿 속에 함께 있고 볼 일인가 보다.

 

그리고 성묘가는 길에 아빠가 안고 성큼성큼 앞서가니 그 어깨너머로 아우성을 치며

또렷한 발음으로 <엄마, 엄마, 엄마, 엄마!>한다.

요 며칠 사이 뭔가 요구하는 것이 있을 때 (아직은 꼭 나를 부르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엄마, 엄마, 엄마, 엄마를 몇 번 부르짖었다.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안아주고 원하는 일을 해주었는데

한가위를 기념하여 부디 이제는 말문을 텄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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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09-2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 때문에 걱정이 많군요. 하지만 늦는 아이들은 좀 늦나 봐요. 시댁 조카 중에 여섯 살까지도 말을 잘 못해서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지금은 여덟살이거든요. 이번 추석에 보니 아주 말을 잘하더라고요. 병원에도 안 가고 그냥 놔두고 엄마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기만 했대요.

miony 2007-09-2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태민이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책도 읽어주고 이야기도 해주고 서로 대화(?)도 하고 그래야 나아질텐데 걱정은 하면서도 어찌된 일인지 큰 아이와 주로 시간을 보내게 되네요. 큰 아이가 책 읽어달라 글씨 가르쳐달라 하면서 요구하는 것이 많은데, 작은 아이는 혼자서도 잘 놀아서 자꾸 뒷전으로 밀립니다. 혼자서도 잘 노는 그것이 당면한 문제의 원인인 듯 한데...좋은 얘기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07-09-27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가 몇 살인가요? 저희 시댁도 둘째아이들이 모두 말이 늦되는편이었는데 늦게 시작한만큼 말문이 트이고 나서는 말을 참 잘하더라구요.모두들 둘째들이 빠르다고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같아요.둘째들이 늦되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한데...저희 시댁은 모두가 다 그렇더라구요.그리고 우리집 아이들은 예외려거니 했더니 울쌍둥이들도 왠지 말이 좀 늦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큰아이는 둥이들 요맘때 몇 마디 말을 했었는데 얘들은 엄마,아빠,암(물)정도밖에 못하거든요.
저도 큰아이에겐 부지런을 떨면서 책을 읽어주곤 했는데 둘째들은 왠지 나태해져 책 읽어주는 것도 귀찮고,앉아서 대화하는 것도 미루게 되니 그래서 그런가? 저도 반성을 좀 많이 하곤 합니다.그래도 둘째들은 말문이 언젠간 말문이 트이면 잘 할 것이라 믿어요.^^
태민이도 사물인식은 다 하고 있으니 말문이 트이면 바로 글도 술술 읽고,조잘조잘 얘길 잘 하리라 믿어요.저희 시댁 작은조카는 다섯 살인가? 네 살인가? 말을 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말문이 트이자마자 누나가 공부하는 책을 보고 바로 글을 읽었다고 하더라구요.그리고 그동안 못다한 말을 어떻게 참고 살았는지 궁금할 정도로 큰조카보다도 말을 더 잘하고 많이 하더군요.^^

miony 2007-09-28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 23개월이랍니다. 두 돌까지는 조바심나더라도 지켜보자 하고 있는데 다행히 요 며칠 사이 웅얼거림이라도 는 것 같아 마음이 좀 놓입니다. 남편은 늘 아인슈타인도 늦게 한 첫 말이 "우유가 너무 뜨거워"였다더라면서 겉으로는 느긋한데 혼자 속은 좀 태우고 있는 듯 합니다. 말을 시작하면서 바로 글을 읽는 것은 바라지도 않을테니 그저 물, 밥 두 마디라도 먼저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박치기나 물건 던지는 일도 줄어들테고...
지윤이 지수는 쌍둥이지만 개성이 뚜렷하고 서로 친구가 되니 곧 말도 유창하게 잘 할걸요!

알맹이 2007-09-28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래도 많은 발전이 있었네~ 축하해!

miony 2007-09-29 17:59   좋아요 0 | URL
Danke!^^

2007-10-07 0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느 날 기적적으로 함께 낮잠을 자다

 자전거에 동생을 태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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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1 0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7-09-11 15:00   좋아요 0 | URL
1년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 하다우^^

조선인 2007-09-11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우린 둘의 나이 차이가 꽤 있어서 둘이서 기적적으로 낮잠을 자는 일은 꿈도 못 꿔요. ㅠ.ㅠ

miony 2007-09-11 15:03   좋아요 0 | URL
나이 차이가 있으면 누나가 더 자상하게 동생을 돌봐주어서 좋을 것 같은데요?

소나무집 2007-09-12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그때 뭘 하셨나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둘이서 함께 잠이 들면 이게 웬떡인가 싶었어요.
그래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려 이리저리 하다 보면 아이들이 깨어나곤 했죠!
그때의 섭섭함이란...

miony 2007-09-1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섭섭했던 것 같아요.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마도 서재여행을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2007-09-20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20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28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7-09-29 18:00   좋아요 0 | URL
그러게. 나도 너무 섭섭하다. 요즘 술 담는다고 이 단지, 저 단지 담아놓고 홀짝홀짝 마시더니 너무 독했던가봐. 한밤중에 정신차리더라. 어이구 미워라.

>>sunny 2007-10-0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보던 사이에 얘들 많이 컸네!!
보고싶다~~
 

작년에는 혼자 물에 들어가지 못하더니 올해는 아빠가 깊은 곳에서 튜브 끌어주는 것을 재밌어 했다.




 책 읽는 엄마



 큰 이모가 만들어주신 퀼트 트리



예전에는 아빠가 시킨대로 훌륭한 한의사가 되겠다고 하더니

한의사 하지 않으면 아이스크림 안 사준다는 아빠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요즘은 가수, 화가, 한의사 중에서 무엇이 될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란다.

지난 봄에 그린 그림을 직접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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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1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1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7-09-1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부르면서 그림도 그리는 한의사는 어떠세요?
멋질 것 같지 않으세요?
책 읽는 엄마 사진은 누가 찍어 준 건가요?

miony 2007-09-12 21:25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해결책을 알려주시네요. 미니에게 당장 물어보았더니 그래도 한의사에서 마음이 떠난 듯 뚱한 반응이긴 하지만 ^^. 미니갤러리에 있는 사진 중에서 미니모습은 엄마가 찍은 것이고 다른 모든 사진은 엄마 폰으로 미니가 직접 찍은 것들입니다.
 

 정말 하루, 이틀 사이에 긴 소매 옷으로 바뀌었다.

작년에 선물받은 잠옷인데 내년에나 맞으려나...


난간 밖으로 무언가 집어던지기 좋아하는 동생


 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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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9-11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 많이 컸다..

2007-09-11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1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도가 다녀갔을 때 서로 찍어준 사진들.. 모두 선명하게 잘 찍었다.











이 사진은 구도상 알도의 직찍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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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9-11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알도가 원래 셀카에 능해.
둘다 잘 찍었다.그치? 고슴도치^^

miony 2007-09-11 15:10   좋아요 0 | URL
미니는 원래 열 장 찍으면 서너 장 선명한데 이건 하나도 버릴 컷이 없었어. 다 선명하게 잘 나왔더라. 그리고 알도 셀카 정말 총각같지 않니? 예쁘장하면서도 사내다워 보인다.

2007-09-11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1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맹이 2007-09-28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알도 사진 너무 웃기다~ ㅎㅎ

2007-10-07 0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