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마르면 그릇을 들고 와서 내게 내밀게 된 것이 한참 되었다.

그 동안 컵, 밥그릇, 국그릇 여러가지를 들고 왔지만 그래도 다 그럴싸한 것이었다.

오늘은 내가 한쪽 구석에 엎어놓은 깨진 접시를 들고 왔다.

너무 큰 조각이 떨어져 나가서  이 빠진 접시라고 하기보다는 깨진 접시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리는...

 

그리고 흥얼거리는 노래가 갑자기 늘어났다.

작은별, 떴다떴다 비행기, 뽀로로, 문어빵맨 엔딩곡 그 외에도 두 세 곡이 더 있었는데

마흔이 코 앞이라 그런지 엄마가 깜박깜박한다.^^;;

 

고등학교 때 기르던 강아지와 뽀뽀하다가 입술을 물렸던 친구가 있었다.

어젯 밤 아빠는 태민이에게 장난을 걸다가

성난 아들의 기습으로 입술을 물려 피가 흘렀다.

무시무시한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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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1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무시무시한 부자, 맞군요. 피를 봤으니...
 

시댁에 다녀온 일주일 사이에

젓가락 두 짝을 모아쥐고 두부를 꾹 집어 입 속에 넣는 묘기를 성공했다.

보리 아기 그림책 <엄마엄마>와 <가면쓰고 어흥> 두 권은 읽어달라고 들고와서는

무릎에 돌아서 앉는다.

가면쓰고 어흥을 읽어주면 까르르 웃으며 어쩔 줄 몰라한다.

두 돌을 눈 앞에 두고 드디어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하니 감개무량하다.^^;;

 

참고로 아직 엄마, 아빠는 정확하게 말하지 않지만

산토끼(요즘 자장가로 채택되어 자주 들려주었다.),

내동생 곱슬머리(누나가 유치원에서 배워와서 계속 불러주었다),

우리 모두 학교 길에 만나면, 만나면 웃는 얼굴하고 인사 나눕시다 얘들아, 안녕!

(장난감 피아노의 버튼을 한 번 누르면 흘러나오는 노래 중의 한 곡이다.)

이 세 곡은 제법 정확한 음정과 박자로 흥얼거리며 논다.

이름을 부르면 절대로 돌아보지 않지만

이 노래들을 부르면 장난기 어린 눈길로 돌아다본다.

모두들 청력에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말도 곧 할 모양이라며 다행이라고 하신다.

이 시기에 완전한 문장으로 의사소통을 하였던 누나도 노래는 하지 않았는데 아이들마다 많이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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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11-11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 보세요. 점점 좋아지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님의 사랑이면 하루 하루 말이 늘어갈 거예요.

조선인 2007-11-10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해람이 걸음마가 늦다고 시어머니는 MRA를 찍자 CT촬영을 하자 정말 걱정 많으셨죠. 결국은 말짱이구요~

2007-11-11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7-11-13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가 믿음을 갖고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것도 아이에게 좋을 것 같아요.
삼남매를 키워보니 한 배에서 나온 자식도 다 다르다고 하셨던 어른들 말씀이 실감되더군요.

miony 2007-11-1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남겨주신 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조바심내거나 걱정하지 않고 느긋하게 믿고 지켜보아주는 엄마가 되도록 애 쓰렵니다.^^
 

아버님 기일 며칠 전부터 시댁에 가 있다가 며칠 지나고 돌아오니 꼭 일주일이 지났다.

아버님은 하나 뿐인 아가씨가 초등학교 5학년, 미니 아빠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을 걷이를 마치고 나자마자 그만 쓰러지셔서 허망하게 돌아가셨다고 한다.

빈 손으로 큰 댁에서 분가하여 정말 열심히 농사를 지어 논 마지기나 장만한 때였다는데...

요즘 표현으로 치자면 40대 과로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잔치 집에 다녀오실 땐 조끼 주머니에서 먹을 것을 꺼내어 주시고

소를 팔아서 아들이 갖고 싶어하는 전축을 사주셨다던 아버님,

아가씨는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가 싫다고 가슴 아픈 소리를 했다.

나이 터울이 많이 지는 형제들이라 오빠들은 모두 자라 취직이다 공부다 해서 타지로 나가고

초등학교 다니던 아가씨 혼자 집에 남아 있으니 그 정이 더 애틋하셨던지

비 오는 날이면 (다른 아버지들은 안 그랬는데 우리 아버지만) 우산을 들고 딸을 마중나가셨단다.

여름에 농부는 비가 오면 논이고 밭이고 보살펴야 할 것이 많아 더 바빴을테니

아마도 가을걷이가 끝난 늦가을이나 겨울 쯤이 아니었을까?

봄비, 여름비보다 더 차고 시린 겨울비를 막아주던 아버지의 우산이 걷히자

그 후로 10 여년 세월이 먹구름이더란다.

아버지랑 함께 했던 일들, 말씀들은 기억나지만 이젠 아버지 얼굴이 가물가물하다는 아가씨에게

그래도 니는 얼굴이 가물거리기라도 하지, 나는 아예 기억이 없다

며 설움을 더하는 작은 형님을 보니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아버지 사랑을 모르고 지낸 형님이 안쓰럽지 않을 수 없었다.

갓 시집 온 5년 전만해도 칠순이 가까운 나이에 소처럼 부지런히 일하시던 어머님도

이제는 깜박깜박 정신이 흐려지는 날들이 많고 녹내장, 백내장이 겹쳐서 온통 눈 앞이 흐려지시니

아버님 제사를 지낸 다음 날 결국 백내장 수술을 하고 돌아오셨다.

그나마 대학에 다니는 큰 조카가 할머니 곁에 며칠 있기로 하여 돌아오는 걸음을 간신히 옮겼지만

잘 지내셨냐는 미니아범 물음에

" 외로버서..."

하시며 한숨을 지으시던 어머님을 답싹 안아 모셔오지 못하는 내가 참 부끄럽다.

큰 형님께서 혼자 힘이 드시니 거처를 옮겨가시자고 자주 말씀드리지만

"소도 먹여야 되고 내가 거기(아파트) 가서 뭐 하게! 싫다." 하시던 어머님이

조카에게는 "거기 방이 있나? " 라며 한 걸음 물러선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친정부모님도 여전히 힘드시지만

그래도 두 분이 함께 계시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새삼스러운 일주일이었다.

날마다 지지고 볶고 때로는 상처를 주고 받으며 힘들어하는 시간들이 되풀이 되어도

마지막까지 서로 기대고 의지할 이는 자식보다는 친구보다는 아내와 남편인가 보다.

내 곁을 지키고 있는 그 사람을 돌아보고 다시 한 번 감사하는 하루하루가 오래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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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11-11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어머니 인생은 아마 허전하실 거예요. 자식들 다 성공하면 뭘 하겠어요. 당신 곁엔 아무도 없는데... 저도 요즘 저희 부모님 보면서 그런 생각 많이 한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전화를 하는데도 친정엄마께서는 항상 "왜 이제야 전화를 하느냐"고 하십니다. 그나마 저도 아버지가 곁에 계시니 천만 다행이지요. 님, 자주 전화 드리고 생각해 드리는 예쁜 며느리 되어 드리세요. 늘그막에 무슨 낙이 있겠어요. 그죠?
우산과 아가씨 이야기는 가슴이 아리네요.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아요.

순오기 2007-11-1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핑하네요~~~ 부모님은 누구의 부모님이나 한결같은 사랑을 갖고 계셔요!
저도 아버님 혼자 계셔서 남 얘기 같지 않네요.
 

에~이!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하고 결혼하면 그게 무슨 결혼이냐?

- 어제 일일연속극을 보며 남긴 한 마디

 

아, 시워~언하다! 물이 뜨거운데 왜 시원한거지?

- 오랫만에 목욕탕에 가서 탕에 들어가 앉자마자 하는 말, 어디서 주워들었을까나?

 

언니, 시험 잘 쳐. 내가 있잖아!

- 수능 치는 아라언니에게 남긴 문자.  제발 네가 있어서 언니가 시험을 잘 치길 바란다.

 

바람이 쑥쑥 들어갈 때는 허파가 커다래지고, 바람이 밖으로 나갈 때는 날씬해지는거야.

<인체>는 몸에 관해서 라는 뜻이야.

- WHY 시리즈 전 30권을 선물로 받고 혼자 그림을 보면서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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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11-10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아이들은 따라쟁이에요. 특히나 딸내미들은 눈치가 어찌나 빠른지 엄마가 하는 말은 다 알아듣고 따라하던 걸요.

2007-11-11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똥떡 국시꼬랭이 동네 1
박지훈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 똥떡 속에는 옛 어른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마음 가짐이 깃들여 있다.

잘못한 일을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라 잘 먹이면서 자신감을 북돋우어 준다.

부끄러운 일을 숨기면서 주눅 들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알리면서 스스로 넘어서도록 한다.

어른들의 은근한 가르침으로 배운 자신감과 자립심은 아이들이 자라서 세상에 나갔을 때 훌륭한 자산이 된다.

이 책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옛 어른들의 속 깊은 뜻을 옛 아이들의 삶을 그리면서 슬며시 내 보이고 있다. -

책 뒷표지에 실린 시인 안상학님의 서평 중 일부이다.

오늘 도착한 책을 세 번 읽어주면서 내 맘 속에 깃든 생각(유감스럽게도 절대로 스스로 언어화하지는 못하는) 인데

아무리 작가라지만 어쩜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글로 정리를 해주시는지 부럽고 감탄스럽다.

 

발을 헛디뎌 똥통에 빠진 일곱 살박이 준호는

뒷간 귀신의 심술도 풀고 복도 비는 똥떡을 <똥~떡!>외치며 이웃에 돌린다.

똥떡은 복떡이라 하여 이웃들이 반겨주었다고 한다.

잘못을 저질러 주눅 든 아이에게 좋은 음식으로 기력을 돋워주고

시인의 말처럼 부끄러워하며 숨기보다는 스스로 그것을 넘어설 수 있게 하고

또 주위 사람들의 따스한 정을 보태어 놀란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좋은 풍속을 처음 배웠다.

 

사소한 실수에도 도끼 눈을 뜨고 고함을 지르며 아이의 잘못을 닥달하고, 면박을 주고, 몰아세우는

모자란 엄마의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이름부터 정겨운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 서너 권을 더 낙점하였다.

- 싸개싸개 오줌싸개, 야광귀신, 숯 달고 고추 달고, 눈 다래끼 팔아요.

 

똥통에 빠진 준호의 온 몸에 덕지덕지 묻은 것들을 지켜보기 조금 불편해서 별은 4개다.

이건 그러니까 책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 정도를 자연스럽게 못 받아들이는 나의 부족함이다.

 

운명철학을 공부하신 친척어른이 30여년 전에 식구들 모두의 사주를 큰 종이 한 장에 적어주셨는데

그 때 겨우 갓난쟁이던 막내 여동생에겐 좋은 말들만 늘어진 끝에 이런 구절이 덧붙어 있었다.

- 자식이 덕이 있다.

여고시절에 읽어보며 다른 좋은 말은 안 그런데 이 대목만은 무척 부러웠던 기억이 문득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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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10-1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도 이 책 좋아했는데 화장실 귀신 그림이 너무 무섭대요. 사실은 저도 약간 섬짓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miony 2007-10-1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신이 똥떡 먹을 때 똥무더기를 거꾸로 매달아놓은 듯 꼬리말린 턱 보셨어요? 저는 그게 재미있더라구요.^^

2007-10-19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