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가 너무 아파."

또 월요병이 도지는구나 싶어서 얼른 선수를 쳤다.

"그래, 배가 아프면 아침 안 먹어도 되니까 어서 준비하고 유치원 가!"

"배가 너무 아파서 유치원에 못 가겠다니까!!!"

"너 판소리선생님이 섬진강 아라리 외워오라고 하신 것 못 외워서 혼날까봐 그러는거지?"

" 아니야!!!"

" 다음 주에는 꼭 외워오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리면 때리지는 않으실거니까 걱정 마."

"흥, 그런다고 내가 갈 줄 알아!!!"

월요일 오후에 3학년 담임선생님이 전교생을 모아놓고 판소리 한 장단씩을 가르쳐주신다.

고학년 언니,오빠들과 한 자리에 있는 것도 좀 힘들고

(언니 오빠들이 이름이 뭐야? 하면서 방해를 한다나?ㅋㅋ)

유치원에서와는 달리 30분을 꼼짝않고 집중해야 하는 것이 무척 힘든지

첫 주에 판소리 수업을 하고 오자마자 앞으로 월요일에는 유치원에 보내지 말아달라고 읍소를 했다.

손으로 허벅지를 쳐 가며 입소리로 중중모리와 진양조 장단을 읊을 때는 제법인데다

유치원 친구들이 6학년보다 더 잘한다고 칭찬하셨다고 으쓱하기도 하고

"여학생 나오세요하면 나도 학생이잖아, 그러니까 여학생이 부를 때 같이 부르는거야!"

자랑을 하는 날도 있지만 역시나 힘들어한다.

30분이라고 하면서 너무너무 오래 길게 한다고 투정이다.

유치원에 가기 싫어 할 정도라서 미니는 판소리 수업에서 제외시켜주세요 부탁드리고 싶다가도

아무리 어려도 힘든 일도 겪어 이겨내야지 하는 생각에 다 같이 하는 것이니 그냥 둔다.

오늘 아침엔 이 한 마디로 미니가 항복을 하고 유치원에 갔다.

" 알겠어, 가지 마!

 그 정도 힘든 일이 있다고 유치원에 결석하려면 앞으로 매일매일 유치원에 가지 마.

 엄마가 아빠한테 이제 매일 데려다주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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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8-04-17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그래도 유치원 잘 다니다 보다, 수민이 판소리 한번 들어봐야되는데^^

miony 2008-04-19 21:42   좋아요 0 | URL
판소리는 아직 아니고 중중모리와 진양조 장단을 배웠단다.

순오기 2008-04-20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소리~~~ 내가 배우고 싶은 1순위에요. 지역 특성에 맞는 걸 가르쳐주는 학교가 멋진데요.
알겠어, 가지 마!~~~~~ 에 항복하고 갔다는 말에 웃어요.
나는 중1때 아버지가 '가지마' 하니까 정말 안 갔거든요. 그 후엔 그런 말씀 못하셨어요~~ㅎㅎㅎ
 

아빠와 드라마를 보던 미니가 새아빠가 뭐냐고 묻는다.

그래서 부부가 살다보면 뜻이 맞지 않아서 이혼을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재혼을 하기도 한다고 장황한 설명을 한 후에

만약에 엄마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그 남자가 새아빠가 된다고 얘기해 주었다.

"응, 그러니까 그 사람이 새아빠고 엄마한테만 친자식이 되는거지?

아빠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면 그 여자가 새엄마가 되고 아빠한테만 친자식이 되는거고!"

요즘 새롭게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도 많고 새아빠 새엄마와 생활하는 아이들이 많은데다

여러 드라마에도 이런 상황이 자주 등장하다보니

미니처럼 어린 아이들도 그 상황을 이렇게 순식간에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게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친자식이란 말은 어디서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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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8-04-1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민이가 정말 이해가 빠른것 같아요~ 글이 올라오길 눈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드디어

순오기 2008-04-20 0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자식?ㅎㅎㅎ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난감한 시대에요! ㅠㅠ
 

일요일 구례장에 가서 주중에 예정된 소풍 도시락 재료를 사왔다.

미니에게 김밥 싸줄까, 유부초밥 싸줄까 물었더니 어찌나 단호하게 유부초밥을 싸 달라고 하던지

속으로 쾌재를 불렀으나 평소에 여러가지 재료 넣은 김밥 한 번 싸 먹자고도 하는터라

좀 의아하게 생각하며 그냥 김밥재료까지 다 사기로 했다.

과일은 잘 먹이지도 않는 참외인데 엄마를 닮아서 그걸 고집했다.

소풍을 가면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기로 했다면서

참외를 깎아서 속을 빼내고 도시락에 담아 달라고 당부를 했다.

서연이 언니는 사탕 4개를 가지고 온다고 했고 용국이 오빠는 김밥을 싸오기로 했는데

자기는 용국이 오빠가 너무 싫어서 용국이 오빠와 똑같은 것은 절대 가지고 가기 싫으니

꼭 유부초밥을 싸 달라고 한다.( -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이야.ㅋㅋ)

그런데 밤에 태민이 그 조그만 눈이 야채칸 맨 뒤에 넣어둔 초밥 봉지를 발견하고

당장 내놓으라고 칭얼거리고 떼를 썼다.

이건 누나 도시락 싸갈거라서 안 된다고 하니 역시나 울고 소리치고 물건 던지고...

미니는 결연한 태도로 무어라 외치길래 태민이한테 그러는 줄 알았더니 나한테 하는 소리다.

자기는 도시락 안 싸가도 되고 참외만 하나 싸가면 되니까

어린 동생을 울리지 말고 초밥을 싸주라는 것이다.

하루종일 배고파서 어떻게 할거냐고 소풍가는 날은 도시락을 싸 가야 된다고 했지만

" 소풍가서 하룻밤 자고 오냐? 그것도 아니면서! 어린동생 울리지 말고 어서 줘!!!"

라는 성화에 못 이겨 한밤중에 유부초밥을 싸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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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4-1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을 사랑하는 미니의 마음이 헤아릴 수 없이 예쁜데요.

조선인 2008-04-1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누나에요. ㅋㅋㅋ

솔랑주 2008-04-1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미니가 다 큰 것 같아요

미설 2008-04-1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이도 그 순간 초밥이 무척 먹고 싶었나 부다 ㅋㅋㅋ (불순한 생각으로 무장한 이 이모를 용서해^^)

miony 2008-04-18 14:58   좋아요 0 | URL
어찌 그리 나하고 똑같은 불순한 생각이 들었는지? ㅎㅎ

2008-04-19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니는 지각대장, 결석대장이고 용국이는 치과치료를 받느라 일주일에 하루씩 결석을 하는데

서연이는 지금까지 딱 한 번 결석을 했을 뿐이란다.

서연이가 결석을 했던 그 날 용국이와 둘이서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용국이가 자기 집에는 왕구슬이랑 딱지랑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으니 놀러오라고 초대를 했단다.

그래서 미니는 엄마,아빠랑 우리 가족이 모두 같이 용국이 오빠네 집에 가서

미니가 용국이와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아빠는 용국이 오빠 부모님이 아픈 곳이 있으시면 치료해주시고 말씀도 나누시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마을회관까지만 오면 용국이 오빠가 마중 나오기로 했다나!

(그런데 십여 개가 넘는 근동 마을회관 중에 어떤 마을회관인지는 모른다.ㅋㅋ)

그런데 오빠가 자기를 좋아해서 초대했다고 믿는 듯한 미니다.

그러면서 서연이 언니와 자기는 유치원 짝꿍인데 용국이 오빠는 절대로 안 끼워준단다.

트림을 해서 너무 더럽기 때문이라는데

아빠랑 태민이도 트림을 한다고 했더니

귀여운 동생은 아무리 트림을 많이 해도 괜찮고 아빠도 우리 가족이니까 사랑한단다.

용국이 오빠도 친구니까 좀 봐 주라고 했더니

"친구는 싫어하는 친구도 있는거야!" 라고 고함을 친다.

 

여자한테는 남자친구가 있고 남자한테는 여자친구가 있는거지?

여자가 남자를 싫어할 수도 있고 남자가 여자를 싫어할 수도 있는거지?

요즘 이런 종류의 질문을 자주 한다.

미니도 이제 그냥 아이가 아니라 여자아이가 되어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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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4-16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야기는 학교에 가서도 쭉 이어진답니다.

miony 2008-04-16 14:0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그러다 어느 날 훌쩍 여인이 되겠지요?^^
 

목욕을 빨리 마치고 구례장에 가려는 욕심으로 30분 만에 만나자는 미니아빠가 얄미워서

만29개월이 지난 태민이를 처음으로 아빠한테 딸려 보냈다.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는 꼬마 없이 수민이랑 둘 뿐이니 모든 일이 일사천리라

여유있게 탕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씻고 나가려고 나왔는데

어디선가 태민이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고개를 갸우뚱했다.

설마 울고 떼를 썼으면 처음에 여탕으로 보내지 지금껏 데리고 있다가 보낼리는 없을테니

또 아이 엄마들의 못 말리는 환청인가보다 하고 말았다.

그 순간 이어지는 노랫소리와 함께 탕문이 벌컥 열리며 주인아줌마가 고개를 쑥 내밀고는

" 이 집이 어데있노?"

라고 두리번거리시는 것을 보고 벌떡 일어나서 탈의실로 들어갔더니

우리 아들이 떡~ 하니 냉장고에 매달려 쥬스를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 아빠한테는 아 어딨는지 모른다고 할란다. 아마 없어졌는지도 모를끼다."

라는 말씀을 남기신 아줌마가 남탕에서 공수해다 주신 옷을 입혀 데리고 나오는데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태민아빠의 말을 들어보니

따끈한 탕 속에 잘 안겨 있다가 품 안에서 빠져나가려고 하길래 놓아주고

잠깐 동네 아저씨와 한 마디 나누었다는데 그 사이에 아이가 안 보여서 탕 안을 살피노라니

"느그 아들 인제 여 없다."

라시며 아까 어떤 아이가 문 열고 나갈 때 잽싸게 탕 밖으로 나갔다고 하시더라나!

허겁지겁 탈의실로 나와보니 거기도 없어 부랴부랴 옷을 대충 챙겨입고 밖으로 나오니

주인아저씨 말씀이 발가벗고 여탕으로 조르르 달려들어갔다고 하셨단다.

요즘 목욕탕에 가면 왼쪽에 있는 여탕으로 혼자 척하니 알아서 들어가곤 하더니

아빠 품에서 버둥거릴 때부터 분명한 목적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남탕을 탈출했지만 울지 않고 아빠와 목욕을 잘 했다니

다음부터는 들어서면 오른쪽 남탕으로 방향을 잡도록 훈련을 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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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1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댓글 남겨요. 즐거운 일상이 알콩달콩 행복이 묻어나요.^^

소나무집 2008-04-16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경험 저도 있어요.
처음부터 엄마랑 갔어야 했는데...
목욕탕이 미끄러워서 혼자 다니게 놔두면 많이 위험하더라구요.

조선인 2008-04-1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우리 아들은 목욕할 때마다 어찌나 난리피고 우는지 대중탕은 엄두도 못내요. 엉엉

2008-04-17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