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구례장에 가서 주중에 예정된 소풍 도시락 재료를 사왔다.
미니에게 김밥 싸줄까, 유부초밥 싸줄까 물었더니 어찌나 단호하게 유부초밥을 싸 달라고 하던지
속으로 쾌재를 불렀으나 평소에 여러가지 재료 넣은 김밥 한 번 싸 먹자고도 하는터라
좀 의아하게 생각하며 그냥 김밥재료까지 다 사기로 했다.
과일은 잘 먹이지도 않는 참외인데 엄마를 닮아서 그걸 고집했다.
소풍을 가면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기로 했다면서
참외를 깎아서 속을 빼내고 도시락에 담아 달라고 당부를 했다.
서연이 언니는 사탕 4개를 가지고 온다고 했고 용국이 오빠는 김밥을 싸오기로 했는데
자기는 용국이 오빠가 너무 싫어서 용국이 오빠와 똑같은 것은 절대 가지고 가기 싫으니
꼭 유부초밥을 싸 달라고 한다.( -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이야.ㅋㅋ)
그런데 밤에 태민이 그 조그만 눈이 야채칸 맨 뒤에 넣어둔 초밥 봉지를 발견하고
당장 내놓으라고 칭얼거리고 떼를 썼다.
이건 누나 도시락 싸갈거라서 안 된다고 하니 역시나 울고 소리치고 물건 던지고...
미니는 결연한 태도로 무어라 외치길래 태민이한테 그러는 줄 알았더니 나한테 하는 소리다.
자기는 도시락 안 싸가도 되고 참외만 하나 싸가면 되니까
어린 동생을 울리지 말고 초밥을 싸주라는 것이다.
하루종일 배고파서 어떻게 할거냐고 소풍가는 날은 도시락을 싸 가야 된다고 했지만
" 소풍가서 하룻밤 자고 오냐? 그것도 아니면서! 어린동생 울리지 말고 어서 줘!!!"
라는 성화에 못 이겨 한밤중에 유부초밥을 싸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