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을 빨리 마치고 구례장에 가려는 욕심으로 30분 만에 만나자는 미니아빠가 얄미워서
만29개월이 지난 태민이를 처음으로 아빠한테 딸려 보냈다.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는 꼬마 없이 수민이랑 둘 뿐이니 모든 일이 일사천리라
여유있게 탕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씻고 나가려고 나왔는데
어디선가 태민이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고개를 갸우뚱했다.
설마 울고 떼를 썼으면 처음에 여탕으로 보내지 지금껏 데리고 있다가 보낼리는 없을테니
또 아이 엄마들의 못 말리는 환청인가보다 하고 말았다.
그 순간 이어지는 노랫소리와 함께 탕문이 벌컥 열리며 주인아줌마가 고개를 쑥 내밀고는
" 이 집이 어데있노?"
라고 두리번거리시는 것을 보고 벌떡 일어나서 탈의실로 들어갔더니
우리 아들이 떡~ 하니 냉장고에 매달려 쥬스를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 아빠한테는 아 어딨는지 모른다고 할란다. 아마 없어졌는지도 모를끼다."
라는 말씀을 남기신 아줌마가 남탕에서 공수해다 주신 옷을 입혀 데리고 나오는데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태민아빠의 말을 들어보니
따끈한 탕 속에 잘 안겨 있다가 품 안에서 빠져나가려고 하길래 놓아주고
잠깐 동네 아저씨와 한 마디 나누었다는데 그 사이에 아이가 안 보여서 탕 안을 살피노라니
"느그 아들 인제 여 없다."
라시며 아까 어떤 아이가 문 열고 나갈 때 잽싸게 탕 밖으로 나갔다고 하시더라나!
허겁지겁 탈의실로 나와보니 거기도 없어 부랴부랴 옷을 대충 챙겨입고 밖으로 나오니
주인아저씨 말씀이 발가벗고 여탕으로 조르르 달려들어갔다고 하셨단다.
요즘 목욕탕에 가면 왼쪽에 있는 여탕으로 혼자 척하니 알아서 들어가곤 하더니
아빠 품에서 버둥거릴 때부터 분명한 목적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남탕을 탈출했지만 울지 않고 아빠와 목욕을 잘 했다니
다음부터는 들어서면 오른쪽 남탕으로 방향을 잡도록 훈련을 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