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나들이 이후 잠자리에 누워서 엄마의 가족사를 꼬치꼬치 캐물은 다음 날 아침

"엄마, 엄마는 서울에 가서 언니를 만나니까 좋았어?"

"그래, 좋았다."

"나도 은수언니랑 시영이언니는 마음 속으로 만나고

아라언니랑 해빛나언니는 진짜로 만나서 좋았어.

다음에도 시간있으면 서울에 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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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6-1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시간 내서 서울 다녀오세요.

2008-06-20 0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0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0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4 0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 소리도 안하고(=단 한마디도 말은 하지 않고) 여러 달이 지난 것 같다.

<숲속을 걸어요,산새들이 속삭이는 길~>이라는 노래만 자주 흥얼거렸다.

그런데 다행히 지난 열흘 간 씻기 싫은데 목욕탕에 데리고 들어갈 때와

엄마랑 나란히 누워 자고 싶은데 엄마가 방 밖으로 나갈 때

여전히 감탄사처럼 들리는 엄마!를 그러니까 단 두 번 외쳤다.

그리고 어제는 밖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니까 <아~자!>를 부르짖었다.

가락이 좀 들어가고 성조가 느껴지는 말(!)이었는데

처음에는 이른 아침이라 더 자자는 줄 알고 코 자자고 했다가 신경질만 더 부렸고

나중에 알고보니 <가자>라는 뜻이었다.

다시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화단 앞을 어슬렁거려주었더니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는 꿈을 꾸었는지 잠결에 아자를 외쳐서

방 문을 열고 거실로라도 데리고 나가주었더니 다시 잠이 들었다.

가자는 말은 확실히 알아들어서 어떤 날은 집 앞 구멍가게로 돌진하다가

"교이 먹으러 가자,교이!!"라고 했더니 재빨리 방향을 바꾸어

교이가 있는 2층 냉장고 앞으로 달려갔다.

강엿을 한의학에서는 교이라고 부르는데 아이들 약 처방에 잔뜩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서

냉동실에 늘 보관을 하고 있는터라 궁할 때 가끔 한 번씩은 통하곤 한다.

 

전에는 거실 어딘가에 콕 처박혀서 놀고 있으면 잘 안보여서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대답은 안해도 웃으면서 달려오는 날이 점점 늘어가고

요쿠르트와 약을 흘린 날엔 발수건을 가져와서 열심히 닦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제는 해체했던 볼펜을 드디어 원상복귀시켜서

며칠 사이 열심히 그리는 지름 2센티미터 정도의 달팽이집 모양같은 동그라미를 열심히 그렸다.

팔다리에는 빨간색 검은색 갖가지 펜과 볼펜으로 그린 자국이 떠날 날이 없다.

 

또 울지않고 잘 감던 머리를 어찌나 감지 않으려고 울고 발버둥을 치는지

고개를 들지도 않고 숙이지도 않고 안겨서 누워있지도 않으려드는 통에

세워놓고 위에서 그냥 물을 부을 수 밖에 없으니 서로 고생이다.

머리감을 때 머리에 씌우는 캡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열사흘 동안 단식을 한 아빠가 복식을 하시느라 끓인 죽 한 그릇을

어느 날엔 숟가락으로 야무지게 떠 먹기도 했지만 단 한 번 뿐이었고

똑같은 죽도 다음 끼니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밥은 사흘 가도 한 숟가락 먹을까 말까하고

고작해야 반찬(김치와 구운 고기,나물,두부,김 따위)만 먹고

맘에 드는 과일이나 빵, 과자를 먹으려고 든다.

 

며칠 전에는 석 달정도 어린 남자아이가 왔는데 어쩐 일로 친한 척을 하면서

자기는 밀기만 좋아하고 타고 있을 때 움직이면 무서워서 얼른 내리는 자동차에 태워서

어깨로 밀고 앞에서 밀고 뒤에서 밀어주면서 즐거워했다.

그 아이가 차에서 내렸더니 쫓아달려가서 팔뚝을 잡아끌면서

자동차에 다시 타라고 소리를 질렀으나 역시 소통은 안 되어서

엄마의 중재로 잠시 다시 자동차에 올라타 준 덕분에 얼마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래도 또래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 같지만 31개월 표준발달상황에는 여전히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바라보는 눈길에 아무래도 걱정이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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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6-1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질 거예요.
우리 직원 가족 중에 만나기만 하면 시끄러운 아홉 살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도 세 돌 넘긴 후에 엄마를 불렀다네요.

솔랑주 2008-06-2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TM 보고싶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몸조리도♡

2008-06-20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큰이모가 욕조에 물을 받아주셔서 두 아이가 신나게 놀던 날,

갈아입힐 속옷을 챙겨 뒤늦게 욕실에 들어간 엄마에게 미니가 하는 말,

" 엄마, 여기에 기대었더니 스르륵 미끄러져서 물에 빠졌어.

  하마터면 죽을 뻔 했지 뭐야!

  그랬더라면 내가 인생을 살아가지 못해서 얼마나 슬펐겠어?!"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 슬프다면 살아가는 일이 좋다는 얘기니까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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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8-06-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벌써 인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봤군아ㅋㅋㅋ

솔랑주 2008-06-15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이가 죽을 고비(??)를 넘겨 너무 기쁘구나(??) ㅋㅋㅋ♡
 

큰이모가 콩순이 병원놀이 세트를 거금을 들여 선물해주셨다.

어제 택배로 먼저 부친 짐이 집에 도착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 인형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이렇게 조바심을 치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택배상자를 찾아서 허겁지겁 개봉을 하였다.

엄마는 일주일 동안 서울나들이에 방치된 냉장고와 침실을 대충 정리하느라 바쁜데

혼자서는 심심하다고 병원놀이를 같이 하자고 몇 번이나 재촉을 하였다.

그래도 배고픈 엄마는 저녁부터 준비하여 밥 잘 먹어야 병원놀이 해준다고 구슬렀다.

이모가 장만해주신 갈비찜을 두 대 째 뜯으면서도 성에 차지 않는지

"엄마, 이것 밖에 안 가지고 온거야?"

" 걱정마라, 냄비에 더 있다."

이런 대화를 나누며 저녁을 먹고 드디어 엄마와 병원놀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니가 간호사를 하겠다더니 다급하게 부르짖었다.

"선생님, 콩순이가 배가 아파서 응급병원실에 왔어요!!!어서 치료해주세요."

그 다음에는 엄마가 콩순이 엄마를 하면 자기가 의사를 하겠단다.

청진기로 진찰을 하고 엑스레이를 찍고 주사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더니

이윽고 콩순이를 품에 안고 엄마를 바라보며 아주 진지하게 웃지도 않고 하는 말,

 " 콩순이가 배가 아픈 것은 제 생각에는 콩순이 엄마가

맛이 없다고 몸에 좋은 채소를 많이 먹지 않고, 맛있다고 트랜스지방이 든 음식을 많이 먹고

콩순이를 낳고 젖을 먹여서 병균이 콩순이 몸으로 옮겨가서 그런 것입니다."

 

이건 혹시 미니가 아토피로 고생하는 것은 순전히 엄마 탓이라는 뜻인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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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0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병원놀이에 제대로 걸리셨네요.^^
임신중에 칼국수를 즐겨 해 먹고 낳은 셋째가 아토피가 심해서 엄청 미안하고 미안했어요. 그땐 잘 모르고 먹었는데 말이죠.ㅠㅠ

조선인 2008-06-07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랜스지방이라니 놀랍습니다. @.@

솔랑주 2008-06-1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랜스 지방의 압박.. ㅋㅋㅋ 아 보고싶다 ㅋㅋ

>>sunny 2008-06-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덕!!! 트렌스지방?!?!
보고싶은 미니>_<
 

저녁을 먹고 있는데 미니가 뜬금없이 하는 말,

"엄마! 엄마는 어떻게 아빠를 만나서 결혼했어?"

   "아빠가 공부하신다고 외할아버지 댁에 방을 빌려서 만나게 되었단다."

"그러면 어떻게 사랑을 하게 된거야, 그냥 사랑에 빠진거야?"

   "그건 아빠한테 여쭤보렴."

"아빠는 너무 중요한 이야기라서 비밀이라고 하실지도 몰라. 그러니까 엄마가 얘기해 줘."

어쩌구 저쩌구 몇 마디 더 이어지다가 미니의 본심이 드러났다.

" 엄마가 그 때 예쁘지도 않았을텐데 어떻게 아빠를 만난거야. 예쁜 옷을 입고 있었어?"

   "그러니까 예쁘지도 않은 엄마가 어떻게 멋진 아빠랑 결혼을 했느냐 이거야?"

" (바로 그걸 묻고 싶었다는 듯이)응! "

여섯 살이 되도록 키워놓았더니 이건 웬말인가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아빠한테 물어 봐!라고 쏘아주고 돌아서서 벅벅 설겆이를 했다.

그래도 미니는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아빠가 들어오시자마자 냉큼 여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빠가 엄마랑 결혼해주지 않으면 결혼해 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그랬지."

"아,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미니, 다음 날 아침 밥상에서 재미있어 하는 아빠가 물었다.

   "아빠가 왜 엄마랑 결혼했다고 했지?"

" 응, 아빠가 엄마랑 결혼하지 않으면 결혼할 여자가 없을 것 같아서"

오호라, 인생은 반전이다.

미니아빠가 다시 두어 번 더 물어보고 열심히 고쳐주었건만 미니는 여전히

" 아빠가 엄마랑 결혼하지 않으면 결혼할 여자가 없을 것 같아서"

라고 밖엔 이해하지 못했다.

일렉트라 콤플렉스 기미가 다분한 미니도 엄마랑 같은 여자인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런데 미니야, 다른 사람들이 네가 엄마를 꼭 빼닮았다고 하는데

엄마가  그렇게 못 생겼으면 너도 못 생겼다는 뜻인데 어떻게 생각해?" 

이 질문도 못 들은 척 대답을 안 한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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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5-1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유, 똘똘한 미니...
자기한테 유리한 것만 받아들이는 미니가 너무 예뻐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생각나는 만남이시네요.
로맨틱한 소설 한 편 쓰세요.

2008-05-18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솔랑주 2008-05-2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성 서비스가 되는 것 같아요~ ^^
반전 드라마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