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될 때까지는 무조건 젖만 먹이자는 아빠의 권유로
형과 누나는 특별히 이유식이라 할 만한 것을 먹지 않고 바로 밥을 먹었다.
이가 제법 나서 무언가 씹을 수 있는 15개월과 18개월에 젖을 떼고
우유병을 거치지 않고 밥을 먹기 시작해서인지 요즘도 우유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막내는 요즘 밥이나 간식을 향해 어찌나 맹렬히 돌진하는지
만 9개월이 지나면서 한 끼에 밥풀 몇 개나 티끌만한 떡 조각 따위를 얻어먹고
수박이나 복숭아 포도를 보며 입맛을 다신다.
엄마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만큼 젖도 잘 안 나오고
출산 후에 몸무게가 전혀 줄지 않아서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이 아파서 쑤시는 까닭으로
아빠와 의논해서 막내는 좀 일찍 이유식을 시작하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 밥을 지을 때 오목한 간장 종지를 넣어 끓어넘친 밥물을 받아 먹이는데
역시나 숟가락을 향해 온몸을 기울여오며 열심히 냠냠 먹었다.
어른 숟가락으로 2숟가락 쯤 될 것 같다.
할머니도 밥을 지으실 때 밥물을 받아주시기로 했기 때문에 하루에 서너번 이상 먹일 수 있을 것 같다.
밥물을 먹고 소화를 잘 시키면 다음엔 이모가 충고해주신 대로
감자죽이나 애호박죽을 끓여서 먹일 생각이다.
형이랑 누나도 먹는데 열심인 것은 둘째가라면 서러운데(밥은 빼고ㅜ.ㅜ)
막내는 아마도 더할 듯!
먹는 일 말고 막내가 요즘 무척 열성을 보이는 또 한 가지 일은
무엇이든 붙잡고 일어서는 것이다.
정 붙잡을 것이 없으면 방바닥을 손바닥으로 짚고라도 엉덩이를 치켜든다.
며칠 전에야 겨우 배밀이를 졸업하고 제대로 기어갈 수 있게 된 주제에
벌써 일어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가 보다.
어제 막내이모는 "몸상태는 안되는데 정신만 앞서가는 모양"이라고 하셨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