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레 초등학교 예비소집이 있다. 

취학통지서와 홍역예방접종 확인서를 가지고 학교에 다녀가라고 전화를 주셨다. 

미니는 아무런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터라 주사를 맞아야 입학을 할 수 있다고 했더니 

아빠는 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픈데 주사맞지 말고 집에서 공부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8살 되자마자 1학년 되는 일로 한숨을 쉬었던 미니는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주사는 너무 아플 것 같으니 차라리 침을 맞고 한약을 먹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둥 

그러지 않아도 학교에 좀 안가고 싶었는데 엄마가 가르쳐주면 어떻겠냐는 둥 

1학년 공부 쯤은 기본 아니냐는 둥   

이 기회에 학교에 안 다닐 궁리를 하는 것이다. 

 

재작년에 함께 유치원에 다니던 언니가 1학년 되고 나서 

1학년은 공부도 너무 어렵고, 놀 시간도 없고, 틀리면 혼난다고 어찌나 겁을 주었던지 

어서 빨리 자라서 1학년 되겠다던 꿈을 단숨에 접었는데 

작년엔 1학년이던 사촌언니가 받아쓰기 때문에 나머지 공부까지 권유받고 보니 

"받아쓰기 100점 받아서 뭐 할건데!" 

라는 절규를 하며 어린 마음에 무척 속상해했던터라  

옆에서 보자니 1학년이 되어 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였던 모양이다. 

 

집에서 공부하면 같이 놀 친구도 없고  

좋아하는 현장학습도 못 가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동생들이랑 놀면 된단다. 

둘째는 유치원 보낼 것이고, 막내는 함께 놀기 너무 어리지 않으냐고 해도 괜찮단다. 

" 그리고 우리가 고성할머니 뵈러 다시는 안 갈 것도 아니잖아요!? " 

이건 웬 뜬금없는 소린가 싶어서 

" 명절에도 가고,생신에도 가고,할아버지 제사 모실 때도 가고 틈틈이 시간내어 뵈러 가야지."  

했더니 그게 바로 현장학습이라나!

 

입학해서 매일매일 지각하지 않고,결석하지 않고 학교에 다닐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은근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예방접종 하자니까 옳다쿠나 좋은 핑곗거리 생겼다 싶은가보다. 

 

그나저나 엄마야말로 아침마다 늦잠자던 좋은 시절이 끝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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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6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6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왼쪽 오른쪽을 꼭 바꾸어 쓰던 9를 제대로 쓰기 시작했다. 

이름도 위,아래를 바꾸어 쓰거나 받침이나 모음 자리를 마음대로 옮겨 쓰거나 하더니 

드디어 제대로  쓸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자기 이름이라는 걸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칭찬을 해주니까 그런지 요즘 아주 열심이다. 

ㄱ 이랑 ㄴ을 구분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던지  

마지막 '민'자 받침을 쓸 때면 무척 망설이다가 '믹'이라고 쓰던 여러 날이 지나고 

오늘 자신있게 ㄴ을 쓰는 모습을 보았다. 

옆에서 그림그리던 누나는 동생만 칭찬받는 것을 견딜 수 없어서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칭찬하지 말라고, 자기가 깜짝 놀라서 그림 그리는 데 방해가 된다고 핀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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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6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뚤뚤 말아 구석에 놓아둔 포대기를 끙끙거리며 들고 와서 "엠마~!"하고 내민다. 

아무 생각없이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하면서 두 손으로 받아서 옆에 두었다. 

그랬는데 표정과 몸짓에 아양이 섞이고 등 뒤에서 옹알거린다.  

업어달라는 이런 간단한 신호도 제대로 못 알아보는 엄마라니.. 

 

"할머니 버선이 없어졌네, 할머니 버선 어디 있니?" 

외할머니가 짐짓 어쩌나 보려고 했더니  

누나가 신고 있던 할머니 버선을 벗겨가지고 와서 할머니께 드렸다. 

 

며칠 영하 10도에 가까운 추운 날들이 이어지다가  

햇빛도 따뜻하고 새벽에 영하5도로 추위가 좀 누그러져서 목욕채비를 했다. 

"재민이 기저귀도 잊어버리지 말고 챙겨라." 

외할머니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방 구석에 쌓아둔 기저귀를 가지고 와서 할머니께 드렸다. 

잘 했다고 칭찬했더니 그 뒤로 심심하면 기저귀를 가지고 온다. 

 

배꼽에 관심이 많다. 

엄마가 누워있으면 윗도리를 끌어올리고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옹알거린다. 

아빠 배꼽 어디있느냐고 하면 아빠에게 가서 배꼽을 찾아낸다. 

자기 배를 가리키면서 뭐라고 옮길 수 없는 배꼽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 코, 아빠 코, 할머니 코,재민이 코를 손가락으로 콕 짚어준다.  

 

할아버지가 시소를 태워주시면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할아버지 종아리 쪽 바지를 꼭 움켜쥐고 말없이 그러나 열심히 할아버지를 바라본다. 

엄마가 시소를 태워주다 힘들어서 다리를 쭉 펴고 있으면 응응거리면서 발을 들어올린다. 

어서 다리를 구부려서 다시 시소를 태워달라는 말씀!  

일어나 앉으라고 할 때는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야무지게 그러쥐고 잡아당겨 올린다.

 

닷새만 있으면 만 14개월이다. 

어느 새 웬만한 곳은 모두 걸어다닌다. 

트램벌린 위에 서서 균형을 잡으며 흔들거리기도 한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도 넘어지지 않고 걷고  

낮은 문턱은 기둥을 붙잡지 않고 살짝 올라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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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6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들이랑 복작복작 너덜이에서 한 해가 갔다. 

일년 365일 중에 너덜이를 떠났던 날은 열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정신없이 어지러운 집안 꼴을 몇날 며칠이고 그대로 두고 보며 

간장에 비벼먹이고 물에 말아 김치랑 밥 먹이면 양반이고, 가끔 굶기기도 하면서 

한창 호기심 많은 첫째, 늦되는 둘째, 아직 어린 막내랑 하루종일 눈 맞추고 놀아주어도 모자라건만 

별스레 대단하지도 않은 책을 붙안고 읽었다. 

첫아이를 기를 때는 일년 내내 단 한권도 읽지 못했다고 기억하는데  

아이들 팽개치고 책 읽은 나를 책망해야 할지 그래도 등 토닥여주어야 할지 헷갈린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운명이니 사주니 하는 것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다. 새봄이 올 무렵까지 온 가족 사주를 안방 벽에 연필로 써 놓고  돌아봐가며 무척 열심히 재미있게 읽었고, 욕심껏 더 사들인 책은 아니나다를까 먼지 가득 앉은 채 책장을 지키고 있다. 

                            

  불멸의 이순신 재방송을 챙겨보다가 오래 전부터 읽어보고 싶던 책을 드디어 읽게 되었고 가슴이 아팠다. 소나무집 님 페이퍼에서 본, 바다를 바라보며 등을 보이고 선 장군의 뒷모습이 가끔 떠오른다. 김 훈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표지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들이길 망설였지만 그래도 박민규가 강력한 추천사로 붙드는 바람에 읽게 되었다. 헛웃음을 웃다가도 답답한 요즘 세상사를 생각하면 입맛이 썼다. 

 

  

  

  올해 가장 마음에 든 글이다. 그래도 뭐라고 독후감을 쓸 능력이 내겐 없다. 그저 줌파 라히리를 알게되어서 기쁘고 새해에 그녀의 글들을 한껏 기대하고 더 읽으려고 한다.

 

 사들이고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한 가득인데 여전히 다른 책들을 사고 싶고, 그래도 또 새로 산 책들 중 몇 권만 읽게 된다.  

보관함에서 고르고 골라 망설이고 망설이며 주문한 것이건만 내 앞에 도착한 순간 읽는 순서가 밀린 책들은 어쩐지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는다.  

분명히 그 중에 펄쩍 뛸만큼 멋진 글들도 틀림없이 있을텐데도 말이다.  

새해에는 그렇게 묵은 책들부터 돌아보아야겠다. 

 

 

지금 무척 읽고 싶은 책 딱 한 두권만 더 주문하고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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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1-0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의 노래, 읽으셨으면 등을 토닥이셔도 됩니다.^^
음~ 나도 삼남매를 키우던 10년 세월은 책이나 영화를 거의 못 보고 살았어요.
마지막 구절에 동감의 미소를 날립니다.ㅋㅋ

소나무집 2010-01-1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아이 키우면서 열흘에 한 권 읽었다는 말에 감탄~
저도 <남한산성>을 읽고는 김훈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였는데
<칼의 노래> 서평 쓰면서 작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고 나니까 작가에 대한 이해도 되고 예전 작품들이 더 읽고 싶어지데요.
 

막내가 뭔가 요구할 때나 할머니처럼 반가운 사람을 부를 때, 

그 밖에 온갖 상황에서 "(으)나" 라고 한다. 

이 옹알이를 두고 미니는 막내가 누나거린다면서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막내가 누나거리면 어디선가 바람같이 나타난다.  

 

아빠가 두 동생 중에 누가 더 좋으냐니까 둘 다 예쁘다고 한다. 

살살 구슬리고 유도심문을 해도 끝까지 둘 다 예쁘단다. 

다음 날 아침 엄마가 비밀 지켜줄테니 말해보라고 했지만 역시 싫단다. 

그래서 둘 중에 더 좋은 동생이 있기는 하냐니까 그건 그렇단다. 

누굴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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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12-29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굴까? 저는 미니의 정답을 알고 있지요. 호호호
하지만 저도 비밀을 지킬래요.
지리산에도 눈이 많이 왔나요?
원주는 생각보다 눈이 많이 안 오네요.
바람만 차서 마음이 자꾸만 썰렁해져요.

miony 2009-12-29 14:31   좋아요 0 | URL
올 겨울들어 가장 춥고 스산한 날입니다.
방금 박경리선생님 옛집에 다녀오신 이야기랑 써니가 보내온 편지랑
옆지기가 너무 자상하신 것도 싫다는 염장지르시는 페이퍼랑 읽고 왔답니다.
단란한 가족 모습이 늘 보기 좋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12-2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우리 언니도 그랬냐고 물어봐야겠어요..

넌 언제 어른될래 퍽 --;;

순오기 2010-01-0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짐작이 되는 비밀인데요.
아니~ 왜 아이를 고민하게 해요. 짖궃게시리...
대딩 큰딸한테 똑같은 질문을 했더니 왈~
"엄마,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