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소녀가 서울 이모댁에서 출산을 기다리고 있을 때

해빛나 언니는 자기생일날 아기가 태어나서 생일파티를 못하게 될까봐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해빛나 언니 생일을 이틀 앞두고 9월28일(음력 9월 초사흘)에 수민은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태민이는 아라누나의 생일을 지내고 바로 다음 날인 11월9일(음력 10월 초여드레)에 태어났는데

또 이 날은 외증조할아버지의 제삿날이기도 하다.

일주일 먼저 태어난 영우는 양력 돌을 지내 11월 초에 돌잔치를 하였지만

음력으로 생일을 지내기로 한 태민이는 윤7월이 든 탓에 날짜가 미뤄져서 오늘이 돌이다.

백일잔치는 너덜이에서 외할머니가 차려주셨고

돌잔치는 지난 주 토요일 고성 할머니댁에서 가족이 모여 점심을 먹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돌상에 놓인 실타래, 연필, 돈, 금색 침통을 지나 유유히 걸어가더니 손에 잡은 것은 다름아닌 마우스였다.

그 다음에는 귤 한 접시를 물고 뜯고...

일요일에는 지현이누나와 봉경이형이 축하해주러 다녀가기도 했다.

발에 흙을 묻히면 낫는다는 어른들 말씀대로

이제는 태열기가 싹 가시고 별탈없이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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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2006-11-29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우스...역시 컴퓨터세대.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건강하게 잘 자랄거야~.

miony 2006-12-0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임에 몰두할까 걱정이라우!!
 

집에 놀러온 지현이 언니와 함양 칠선계곡에 있는 펜션하시는 분 댁에 다녀왔다.

성삼재 넘어가는 길에 있는 휴게소에서 볶은양념맛 고래밥 한 통을 선물받은 산골소녀,

" 이건 네가 먹는 과자가 아닌 것 같은데! 지금은 바나나 먹고 다음에 지현이 언니랑 나눠먹자."

한 번 던져본 엄마의 말 한 마디에 먹고 싶은 것을 꼭 참았다.

염소불고기로 점심을 먹고 (곰탕에 밥 말아 한 그릇을 먹느라 모두들 산골소녀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고대하던 고래밥을 먹을 차례인데 복병이 있을 줄이야!!

지현이 언니 동생인 봉경이가 울고 떼쓰는 바람에 옆에서 몇 개 거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래밥 조금 밖에 못 먹었다고 울먹이는 산골소녀에게 아빠 왈,

" 고래밥은 고래가 먹는거야.  니가 고래냐? 고래밥을 뺏어먹게? "

수민의 반격

 " 고래한테 고래밥 던져줘도 고래는 안 먹어요! 고래는 조그만 크릴새우를 먹어요! "

 

한의원 간호사 선생님 두 분이 태민이 돌이라고 옷을 사가지고 너덜이에 잠시 다녀가셨다.

수제비를 끓였는데 덤으로 가져오신 석류에 매료되어 점심은 뒷전이었다.

저녁 나절이 되어서야 배고프다고 밥과 수제비를 달란다.

뜨거운 것은 먹기 어려울까봐 먼저 물어보았다.

- 따뜻한 수제비를 줄까, 차가운 수제비를 줄까?

산골소녀의 대답은 참으로 뜻밖이었다.

- 난 뜨끈뜨끄~은한 수제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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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6-11-2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내일, 정확히 오늘이 태민이 돌이네.
태민아, 돌 축하한다. 언니도 고생이 많았어. 요즘은 얼굴 괜찮지?

miony 2006-12-0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도 빨갛단다. 며칠 사이 좀 더 심해졌다. 그래도 예전에 진물딱지 앉던 시절과는 비교도 안되게 좋은 편이다. 발에 흙 묻히고 있는데도 시간이 더 필요한가 보다.
 

- 엄마, 울보가 뭐야?

- 걸핏하면 잘 우는 아이가 울보란다.

- 엄마, 그럼 나는 읽보야. 그러니까 책 읽어 줘!

 

며칠 후 태민이가 밥상머리에서 밥풀 하나라도 더 받아 먹으려고 바둥거리는 것을 보더니

태민이는 밥보라고 하네요.

그리고 꾀돌이의 자연탐험 카세트테이프에 나오는 대사를 듣고

자기도 꾀돌이처럼 먹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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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머리가 너무 길어서 눈을 찌르는데도  미용실에 데려가지 못하고 있다가

수민이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집에서 손톱가위로 처음 잘라보다가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그다지 많이 잘라낸 것 같지도 않은데 너무 깡충하게 짧아진 것은 물론이고

한 쪽은 길고 한 쪽은 짧아 비스듬한 사선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자꾸 손을 대다가는 앞머리가 아예 없어질 것 같아서 이상한 채로 두고 보자니

미안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오길래 안쓰러운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 우리 딸, 어떡하니? 미안해, 예쁘게 잘라주지 못해서. "

그러자 무척이나 스스럼없이 밝게 웃으며

" 괜찮아, 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로 그런건데! "

엄마가 하는 말 주워들은 것이겠지만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어제는 할아버지 제사를 모시느라 고성에 다녀왔다.

출발 시간은 늦었는데 주인없는 사이 손님 맞을 방안은 난장판이고

둘이서 장난감 하나 두고 다투고 있길래 마구 야단을 쳤다.

동생이 먼저 가지고 놀고 있던 것인데 공연히 빼앗아가서 울리는 누나는 안데리고 간다고 했더니

슬그머니 동생 쪽으로 밀어준다.

그런데 막상 누나가 돌려주니 산골소년도 시큰둥한지라 너 가지고 놀아라 했는데

이번엔 동생이 금방 다시 돌아와 누나 손에 든 것을 뺏아간다.

그래서 짐짓 야단치는 시늉을 하며 그러면 태민이 너 혼자 집보고 있어야겠다고 둘러쳐놓고

대충 정리하고 옷 갈아 입히고 나가기 전에 쉬를 뉘인다고 둘이서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 엄마, 태민이도 같이 데리고 가요. 아직 말을 못알아 들어서 그런건데

혼자 집에 있으면 무서워할 것 같기 때문이에요." 한다.

싸울 때는 싸우지만 또 돌아서서 챙기는 모습을 보니 힘들어도 둘 키우는게 잘하는 일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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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8-01-1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것도 나중에 태민이가 크면 .. 초등학생 쯤 되면 꼭 알려주어야지~ 누나가 너를 이렇게 사랑했단다 하고
 

고성 할머니댁, 외할머니댁, 서울 큰이모네 전화기를

각각 한 대씩 망가뜨리고야 말았던 누나의 뒤를 이어

전화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시기가 지나고

산골소년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은 버튼누르기!!!

텔레비젼을 비롯하여 초록불이 켜지는 서브우퍼 전원버튼, 테두리에 파란불이 켜지는 노트북 전원버튼,

얼마 전 누나의 세 돌 생일선물로 마련한 CD 카셋트 플레이어 여닫기 버튼

- 문이 열리며 안에서 물어뜯기 좋아하는 카셋트테이프가 나오니 어찌 재미있지 않으랴?! -

전기밥솥 취사버튼 기타등등 눈에 보이는 모든 버튼을 눌러보며

때로는 혼자서 까르르륵 뒤로 넘어가기도 한다.

- 전화기 버튼은 예외라서 상 밑에 피난보냈던 전화기가 다시 상 위로 나와있다. -

 

또 하나의 취미생활은 뚜껑닫기다.

부엌에 있는 모든 냄비와 주전자, 밀폐용기,페트병 뚜껑을 두드리거나 끼워맞춰보며 시간을 보낸다.

물론 제대로 닫을 수 있는 것은 아직 하나도 없지만

뚜껑을 제자리에 맞추어 놓아보는 것으로  충분히 즐겁다.

 

마지막으로 약간 엽기적인 취미가 하나 있으니

상 모서리 물어뜯어내어 씹기다.

집에 있는 온갖 앉은뱅이 나무 상이 모서리가 뜯겨 허연 속살을 내보이고 있는데

단단히 감시를 하건만 ,잠깐 사이에 어느 새 드극드극 갉는 소리를 내곤한다.

 

조금 컸다고 입가에 쓰윽 침 묻은 웃음을 베물며 양팔을 벌리고 걸어와 안기며 아양을 떨면

모든 잘못을 용서해준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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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2006-11-2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서해 주시라...아직은.
버튼도사님께서 물어뜯기. 잘근잘근 씹기.뚜껑덮기...이제 또 뭘 하려고 할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