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에 반딧불이 날아다니고

퍼드덕거리는 소리에 잠 깨어보니 박쥐가 방 안을 헤매고 있고

비 오는 날엔 개구리와 달팽이론 부족한지 새끼손가락만한 도룡뇽도 다녀간다.

작은 새들은 심심하면 열린 창으로 들어와 파닥거리고

이중창 바깥 문이 며칠 열린 동안 창문 턱에 둥지를 지어놓은 놈도 있었다.

비행기 창문에 새가 부딪쳐서 위험한 경우가 있단 얘기는 들었지만

멀쩡한 가정집 유리창에도 그런 일이 생길 줄이야...

뭔가 퍽하고 순식간에 사라지길래 설마 했더니

아주 작고 보드라운 회갈색 깃털 몇 개를 창문에 딱 붙여놓고 갔다.

수민이는 어딘가 가까운 곳에 새가 죽어있을지도 모른다고 하길래

아궁이에 불을 넣으며 대충 훑어 보았더니 다행히 죽은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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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렸습니다.

밤새도록 그리고 점심나절 잠깐 그쳤지만 다시 함박눈이 펑펑!

마을사람들이 쓸어놓은 길이 다시 흔적없이 눈으로 덮였습니다.

수민이는 잠깐 눈이 그친 사이에 혼자서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엄마는 태민이 젖 먹여 재우느라 늦게야 합류했지요.

날씨는 따뜻한데 도대체 눈이 잘 뭉쳐지지 않는 바람에 아쉬운대로 작은 눈사람으로 만족했지요.

선물받은 <무척 불편한> 롱부츠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내린 눈이 수민이 무릎께까지 쌓였거든요!!!

눈놀이가 끝나고 불을 많이 넣어 뜨끈뜨끈한 구들장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니

아침에 보던 것과는 마음이 다른 모양입니다.

- 엄마, 풀들이랑 나무들이랑 눈에 덮여서 무척 춥겠다!

  나도 나가보니까 무척 춥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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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6-12-1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불편한 롱부츠가 있어서 다행이네^^

hsh2886 2007-04-01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ㅋㅋ 롱부츠 없었으면 수민이 놀고싶어서 어떻게할뻔했누ㅋㅋ여기도 눈이 제법 왔었는데,
 

부산 가는 차 안에서 처음으로 하는 말

- 엄마, 자벌레하고 자동차하고 똑같은 게 있어요.

  자벌레에도 <자>자가 있고 자동차에도 <자>자가 있잖아요!

음절을 구분해서 생각하게 된 것이 신통해서 호들갑스럽게 칭찬을 했더니

- 수민이라 태민이도 같은 게 있어요!

당연히 <민>자를 생각했더니 같은 것이 <김>이라면서 민은 끝까지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었다.^^;;

아빠, 태민이,나는 <김>이 똑같다고 좋아한다.

어제는 종이상자를 타고 놀며 돛단배와 먹는 배도 같은 것이 있다고 알려준다.

종이상자를 가리키며 이건 돛단배란다.

 

숫자는 다섯 안쪽은 자유롭게 세고 다음 수도 금방 아는데

여섯부터는 기계적으로 세는 단계여서 다음 수를 물어보면 알지 못한다.

예를들면 마흔 두 살인 아빠가 내년에 몇 살 되느냐는 퀴즈는 마흔 세 살이라고 맞추지만

서른 일곱인 엄마가 내년에 몇 살이 되느냐는 것은 절대 맞출 수 없는 어려운 문제가 되어 버린다.

숫자 읽기도 1과 3,8 은 아는데 나머지는 모른다.

3을 가장 먼저 기억하게 된 까닭은 수많은 옛날이야기에 등장하는 삼형제 덕분이다.

 

수민이는 절대 가르치지 말고 놀리자고 하던 아빠가 과자를 하나씩 놓으며 세어서

셀 수 있는 만큼 먹으라고 했더니 일곱에서 막혔다.

다섯 살 될텐데 열까지도 못 세니 수민이 바보냐?하고 욕심을 부리자

열까지 성공적으로 세고 난 후에 엄마에게 와서 뿌듯한 표정으로 하는 말,

- 엄마, 나 이제 바보 아니에요!

- 바보가 뭔데?

- 숫자를 잘 못세는 어린이요!

- 아빠가 바보라고 하니까 기분이 나빴어?

- 아빠가 바보라고 해서 서운했어요.

 

오늘은 달력을 떼내어 읽어보고 싶어해서 두 번 읽었다.

역시 1과 3만 제대로 읽을 수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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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8-01-15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요즘 이모 서재에 있는 글 못 읽었던 것 읽는 중인데 너무너무 재밌어요.
인간극장에 나오면 재밌을 것 같아요
 

아빠가 약업사 방문하는 길에 우리도 같이 갔다.

12월 8일이 결혼 4주년 되는 날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부슬부슬 비내리는 날씨를 보고 꼼장어에 소주 한 잔 하면 좋겠다고 하면서

- 당신은 꼼장어 못 먹지?

- 꼼장어 집에는 다른 메뉴가 없어요?

영천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2시간 남짓 한 시간을 부산 도착하면 저녁먹는다는 말에

졸린 눈을 비비며 버티고 있던 수민, 행여 저녁 못 먹을까 봐

- 엄마도 무조건 먹어!!!

다행히 일식집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호텔 로비에서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와 눈 쌓인 숲에 곰돌이네 집을 꾸며놓은 것, 

그 옆 빵집에서 진열해 놓은 과자로 만든 집과 알록달록 쿠키들을 구경하고

여러가지 빵들과 컵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흡족한 마음으로 방에 들어갔는데

수민이는 칭얼대며 울기 시작했다.

- 왜  호텔에서 자야되는 거예요? 나는 호텔이 너무너무 싫어요.

   우리 집이 좋아요. 아빠 차 타고 집에 가면 좋겠어~엉!

빵 먹고 목욕하고 아이스크림도 먹은 다음에 가자고 달랜 다음

욕조에 물을 받아주니 신나게 수영을 하고 나와 아이스크림을 먹고나자 다시 반복!!

어찌어찌 열 두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엔 보리 아기그림책에 나오는 물고기 중에서 유난히 먹어보고 싶다고 노래를 하던

복어를 먹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반응은 시큰둥했다.

광안대로를 달려 약업사에 갔다가 친척 결혼식에도 참석하고 밤늦게야 돌아왔다.

집에 오니 이번엔 호텔이 쪼~금 좋아졌다며 부산에 또 가자고 한다.

산골소녀는 변덕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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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7-01-03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ㅋㅋㅋㅋㄷㅋㄷㅋㄷ
엽기와 깜찍의 왁벽한조화!!
수민이랑 태민이 보구싶다....
 

- 엄마, 나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고 이대로 있고 싶어요.

- 크지 않고 그냥 계속 어린이였으면 좋겠다고?

- 예.

- 왜?

- 어른들은 간식도 많이 먹지 않고 그렇잖아요?

 

허리띠 한 쪽 끝을 잡고 다른 쪽 끝을 내밀며

잡고 일어서라고 태민이에게 간절하게 호소를 한다.

몇 번 외면하던 태민, 누나가 안쓰러웠는지 시키는대로 한 쪽 끝을 잡고 일어서서 따라가는데...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누나가 던진 한 마디,

- 어서 따라 와,  작은 강아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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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8-01-1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웃겨 진짜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모두 모두 ㅋㅋㅋ 나중에 태민이가 크면 이건

꼭 알려줘야할 이야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