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염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마당에 깔린 자갈을 주워서 진입로 가파른 시멘트 비탈길에 내던지는 것을 좋아하던 태민이가

날마다 한 걸음, 한 걸음 점점 더 많이 내려갔다 올라오더니

하루는 잠깐 놓친 사이에 팔을 휘휘 내저으며 달려내려가던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으앙! 한 번 울음으로 금방 잊고 또 다시 오르내리고 있지만

이마에는 혹이 솟고 코, 인중까지 폭넓고 길게 생채기가 나고 피가 솟았다.

때마침 본디올한의원 네트워크 산청탕제원 준공식이 겹쳐서 다니러 오신 여러 선생님들에게도 인사를 들었다.

보름쯤 지나니 딱지도 떨어지고 점점 흉터도 작아지고 있지만 혹시 남는 흉이 있을까봐 걱정이 된다.

외할머니나 아빠나 산골에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는거지 하고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시지만

정말 온갖 일 다 제쳐두고 애 뒤를 쫓을 일이다.

하~!

그렇지만 안 먹이고 안 입힐 수도 없으니 뭔가 할 일이 생기는데 애만 따라다니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가!

40평에 가까운 동감의숙 마루도 안에 갇힌 느낌인지 밖으로 나가자는 날이 많은데

좁던 넓던 그늘 져 시원하고 놀기좋은 마당은 늘 뒷전이고

문 밖에만 나서면 도로로 뛰어든다.

그리고는 중앙선을 따라 걷고 싶어하니 참 난감하다.

말리면 엄청난 힘으로 뻗대고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거나 누워 뒹구니 어찌할까나?

게다가 오늘은 아빠랑 나가서 10미터 쯤 떨어진 구멍가게로 돌진하여

봉지를 물어뜯은 끝에 빵을 하나(정확히는 먹고 남은 반쪽) 입에 물고  돌아왔다

횟집을 하는 옆집에서 내놓은 음료수 빈 병 옮겨 꽂기가 끝나면 그 집 부엌이나 마루로 진출을 시도하다가

늘 그 구멍가게를 들러 돌아오곤 했는데 앞으로는 날마다 빵 사달라고 떼를 쓸 것 같은 불길한 예감!

그것도 하다못해 샤니, 기린 이런 상표도 달지 못한 이름모를 이상한 빵들인데....흑흑.

젓가락보이 - 젓가락 모았다가 흩어버리기 또는 저렇게 떨어뜨리기를 5분 정도 집중해서 하는 것은 기본

요즘 틈이나 저런 세로 방향으로 젓가락 뿐만아니라 종이나 책과 같은 얇고 편편한 것을 빠뜨리는 것이 취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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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7-06-05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어디에요?? 첨보는것 같아서요^^;

miony 2007-06-06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지? 이모부가 한의대생들 방학 때 와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라고 한의원 근처에 새로 지은 동감의숙이야. 1.2층에서는 약재말리고 약 달이고 3층만 한옥으로 지었단다.
 

앵두가 가지마다 그야말로 주렁주렁 빨갛게 잘 익었다.

미니는 요사이 날마다 아빠와 이집저집 이길저길 앵두따러 다니는 게 일이다.



전라도(자동차로 15분 걸린다^^;;)까지 가서 앵두따서 실컷 먹고 봉지에 담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미니가 앵두 좋아한다고 가지째 아낌없이 꺾어다주시는 이웃분들도 계신다.

하교길에 아이들도 길가에 선 나무를 빙 둘러싸고 달콤새콤한 앵두를 입에 따 넣느라 정신이 없다.

동감의숙 화단과 작은 연못, 너덜이의 풍경인데 그러고 보니 앵두 사진이 없다.

 목단

금낭화

너덜이 집에 무단침입한 나방 - 작은 새 한 가족도 처마끝에 둥지를 틀고 집 안 여기저기에 흔적(1음절!)을 남기고 다녀서 골치다.



나는 이름을 모르는 노란꽃, 실제크기 지름2~3cm

불을 켠 학등

너덜이 부엌 문밖

돌바닥까지 최고수심 5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연못 - 소나무 그늘 속에서 헤엄치는 향어,잉어,붕어



마당비 끝자락에 앉은 하늘소

볼일을 보다말고 화장실 문살이 맘에 들어 찰칵^^;;

이름 모르는 흰 꽃

보라색 붓꽃과 엉겅퀴, 자잘한 노란 꽃무리가 고운 고들빼기 쑥부쟁이, 새하얀 향기를 날리는 찔레꽃도 요즘 소담스럽다.

엊그제 쌍계사에서 차문화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음악회에 장사익 선생이 와 노래했다.

참 잘 불렀다.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 > 라던 구절이 머릿 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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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5-20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TV에서 장사익 님의 노래를 듣고 정말 뽕~ 갔어요. 어쩜 저렇게 노래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더랍니다. 기회가 되면 정말 쫓아가 그분의 노래를 듣고 싶어요. 너무나 예쁜 사진들도 잘 보고 갑니다. ^ ^.

miony 2007-05-21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평소부터 시작하셨다던데 목청이 확 트이신데다 노래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시더군요. 집에 있는 CD 두 장은 건성으로 들었는데 소박한 모습과 말씀도 좋았고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미국 순회공연 떠나신다고 아는 사람있으면 연락 좀 해주라시던데...^^
 

늘 자기를 민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살구, 앵두, 민이는 우리 집에 가장 자주 놀러오는 산골소녀의 친구들이다.

살구와 앵두는 <토끼네 집으로 놀러오세요>라는 만화에 나오는 토끼소녀들이고 민이는 자신을 일컫는 듯!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 놀러가고 놀러오고 그 부모들도 늘 전화하고 자고가기도 하고 자러가기도 한다.

여기에다 네모 칸이 있는 것은 만화죠? 라며 얼마동안 열심히 읽어달라던 시리즈의 등장인물

지니와 엘리, 라몽과 복슬이까지 가세하면 예닐곱명의 아이들과 개 한 마리가 늘상 집안에서 뛰고 구르는 셈이다.

민이가 엄마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가끔 미니갤러리에 올리려고 한다.

 엄마와 남동생
망설임없이 엄마보다 사랑하는 아빠

셀프1

셀프2

셀프3

이웃민박집(산여울) 간판

산여울 생맥주 데크

본디올 한의원 산청탕제원 벽

산청탕제원 바로 옆 필봉 등산길 진입로

금강경과 장난감

이모가 선물해 준 토끼풀

휘어지게 찍는 것도 실력인가?^^

엄마가 싫어하는데 아빠가 데려온 재롱이

그런데 어떻게하면 사진을 옆으로 나란히 넣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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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5-2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이의 셀카를 보니 갑자기 우리 홍이가 찍은 셀카들이 생각나서 혼자 ㅋㅋㅋ 웃어봅니다. 가끔 디카로 사진을 찌고 컴으로 옮겨오는 과정에 저도 모르는 홍이 사진이 무진장 많다는....., '무작정 지울게 아니라 님처럼 요렇게 올려놔도 좋을 것을' 하는 생각을 문득 해 봅니다.
저도 사진을 옆으로 나란히 넣는 방법은 몰라서리..... ^ ^;;;;

miony 2007-05-2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 재미있는 표정들이 상상됩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사진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작은 이모 2007-06-1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니가 찍은 사진들 참 좋다. 민이가 보는 것을 같이 보는 느낌이야..앞으로도 종종 기대할게.
 

녹차나무에 새 잎이 뾰족뾰족 돋아나서 일손이 무척 바쁜 철이다.

녹차는 그 날 수확한 것을 날이 바뀌기 전에 덖어 말리지 않으면 못 쓰게 된단다.

오전에 딴 녹차잎은 오후에 덖고 오후에 딴 것은 밤을 새워서라도 덖어 말린다.

그래서 동만 트면 준비를 해서 일곱시도 되기 전부터 일을 시작한다.

비탈진 산 밭에서 하루종일 조그만 찻잎을 일일이 따내는 것도 일이고

솥을 아주 뜨겁게 달구어서 여러번 덖어내어야 하기 때문에 덖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잎을 제대로 따내지 못하면 나무가 상해서 새 잎이 계속 나지 않으니 조심해야하고

이슬이나 빗물처럼 습기가 조금만 있어도 안 된다.

그러니 이 즈음 비가 내리는 날이면 녹차 따느라 뻐근한 몸을 이끌고 온 사람들로 한의원이 발디딜 틈이 없다.

반면에 맑은 날은 하루종일 환자가 10명 안팎이다.

하지만 비온 뒤면 녹차가 쑥 자라나서 일은 더 늘어난다.

그래서 죽은 사람 아니면 누구나 녹차밭에 가야한단다.

너덜이에서도 부모님께서 녹차 따는 손길이 분주하다.

녹차는 이름 붙이기 나름이라는데

하동에서는 곡우 이전에 딴 작은 잎 차를 <우전>이라고 부르며 제일 좋은 차로 친다.

참새 혓바닥만한 작은 잎으로 만든 차라 해서 소위 <작설차>라고 하는 것이 우전과 비슷한 크기일 것이다.

그 다음에 나는 것을 세작, 중작이라 하고

끝물에 아주 많이 자란 큰 찻잎은 기계로 가지치기하듯 잘라내어 공장으로 보내는데 이것이 티백이 된다.

찻잎 크기도 중요하지만 집집마다 덖는 방법이나 기술의 차이로 차 맛은 다 제각각이다.

60년대부터 차를 만들어왔다는 어떤 집은 차 한 통(40그램)에 80만원 정도여서

무게로 따져볼 때 금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낮은 지대에서 비료를 많이 주어서 빨리 키우거나 심지어 몰래 농약을 뿌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하니

적당한 가격에 어느 정도 제대로 만드는 차를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앞으로 한 동안 이 곳은 돋아나는 새 찻잎을 거두느라 쉴 새 없는 나날이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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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4-2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구나. 몇일 전에 전화드렸더니 안그래도 녹차 따신다고 하시던데..

해거름 2007-04-2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작설이 참새혓바닥이란 뜻이었다니! 이런 무식한...티백은 정말 하품이구나. 에구 그동안 그것도 모르고 마셨네.^^ 나도 녹차 따고 싶지만 아마 한나절이나 버틸까??ㅋㅋ 부무님이 일하시는 곳은 할아버지네 녹차밭을 말하는 거지?

hsh2886 2007-05-0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드실듯...

홍수맘 2007-05-20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푸르른 녹차풍경이 "정말 예쁘다. 환상이다" 라고만 생각했왔었는데 녹차를 만드는 과정이 이렇게나 힘들군요. 그리고 이제는 님 덕에 녹차를 고를때 이름들도 한번씩 확인해 볼려구요. ^ ^.
에궁, 인사가 늦었죠? 미설님 서재에 갔다가 이렇게 놀러왔어요. 반갑습니다. 앞으로 종종 들를께요. 남은 주말 마무리 잘 하시구요, 다음 한주도 늘 행복이 함께 하셨으면 해요. ^ ^.

miony 2007-05-2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홍과 수 밝은 표정이 볼 때마다 너무 예쁩니다.^^
 

 

엊그제 드디어 소풍을 다녀왔다.

김밥재료를 사면서 소풍갈 때 음료수와 과자도 하나씩 가져가는 거라고 사주었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무척이나 좋아한다.

오렌지 쥬스는 소풍날 아침에 먼저 조금 마시고야 말았다.

그러더니 애지중지 조금씩 마신 모양인데 그러다 남은 것을 어디다 두고 챙기지 못한 모양이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오렌지쥬스가 많이 남아있었는데 버스에 두고 온 것 같다며 무척 아쉬워했다.

하나 더 사면 안 되느냐길래 가을소풍 갈 때 사주겠다고 했다.

소풍가서 뭐 했느냐니까 교감선생님께서 돌 밑에 숨겨둔 종이찾기를 했단다.

그러면서 바지주머니에서 꼭꼭 접은 종이조각을 꺼내어 보여준다.

내일 학교에 가지고 가면 선물을 준다고 하셨다고 해서 출석카드에 끼워놓기로 했다.

세영이 언니가 딸기도 주고, 진우 오빠가 포도를 주었고 

유수오빠랑 자기는 버스 안에서 잠들었다고 굉장한 소식인 양 전해준다.

아주 옛날 사람들이 돌로 만든 무덤을 보았다는데

무덤이 무언지 아느냐니까 "어! 죽은 사람을 묻는 곳이야."라고 선생님께 배운 듯한 대답을 한다.

전날 밤에 늦게까지 안 자고 있길래 잘 시간이 지났는데 왜 안자느냐고 했더니

낮에 할 일이 자꾸 생각나서 잠이 안 온다고 설레어 하던 셈 치고는 무덤덤한 보고였다.

그런데 오늘 한 달에 한 번 돌아가며 간식을 챙겨주는 차례여서

(역시 고민고민 하던 끝에 약식을 만들었으나 너무 질게 되어서 그만두고

수민이가 사달라는 딸기는 들어가는 철이라 한 바구니를 사도 성한 것이 몇 개 안되어 양이 작길래

칠레에서 수입한 거봉을 한 송이 샀다. 아빠는 아빠대로 파리크라상에서 초콜릿크림빵을 사왔다.

간단한 일인데도 처음이라 그런지 왠지 고민하고 쩔쩔매게 된다.)

간식을 챙겨들고 유치원에 가는데

" 엄마, 오늘 소풍가는 날이야? "

" 소풍은 갔다왔잖아! "

" 아주아주 오래 전에 갔다왔잖아! 가을소풍도 있다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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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4-2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아주 오래전에래... 안그래도 수민이의 첫소풍이 어땠는지 궁금했었어^^

지금여기 2007-04-29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기 전에 조금 마신 오렌지 주스 ^^ 어디다 두고 온 오렌지 주스, 수민이 얼마나 아까웠을까? ㅎㅎ 아이구 내가 다 안타깝네. 그렇게 좋아하는 주스를 엄마는 가을 소풍 때나 사준다고..오! 이런...(섬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