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중앙선을 따라 하염없이 걷고 싶은데

엄마는 치즈 준다, 빵 준다 온갖 감언이설로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치즈에는 한 걸음 멈출 정도로 마음이 흔들리긴 했어도 꿋꿋하게 다시 전진했지만

오랫동안 먹지 못했던 빵~! 이라는 단어의 울림에 엄마 등에 업히고 말았다.

그렇지만 더 이상 도로 위를 활보하며 하늘도 쳐다보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했기에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빠아아빠 빠빠 빠빠빠아아으 빠빠 빠으 빠빠빠아으(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그 날 이후 나는 새들처럼 노래로 운다.

요즘엔 주로 등대지기로 울고 가끔 별 삼형제로 울기도 한다.

아직 말은 못하지만 곡마다 다른 가사를 붙이는 것 쯤은 기본이라고나 할까?

아으 어~어어 어으 어어어어~ (얼어붙은 달 그림자)

쁨(또는 뿜)때 쁨~때~ 쁨때쁨~때~ 쁨때쁨~때~쁨~~(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때쁨때~쁨 때쁨때~쁨 때쁨때~쁨 때~~(반짝반짝 정답게 비치이더니)

쁨때쁨~때~.....

관찰력이 날카로운 분은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때'와 '쁨'의 순서는 반드시 지켜 부른다.

이런 나를 위해서 여섯 살이 된 누나는 아빠께 보낸 새해 편지에 두 가지 소망을 빌었다.

 

우리 태민이 말 좀 하게 해주세요.

우리 아빠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장난감 많이 사 달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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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1-0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ㅎㅎㅎ 정말 귀여운 페이퍼에요.

소나무집 2008-01-05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찡해지네요.
아직도 태민이가 말이 잘 안 되나 봐요.
태민이 남매 보고 싶어요.

miony 2008-01-05 10:21   좋아요 0 | URL
뭐 그리 간절한 소원은 아닐테구요, 동생 말이 늦어지는 걸 어른들이 걱정하는 말을 듣고 미니도 좀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저희 집 근처로 나들이 나오시는 길이 있으시면 꼭 들러서 아이들 보고 가세요. 예쁜 따님, 아드님도 보여주시고^^

>>sunny 2008-01-07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때도 노래부르는 태민이♥
미니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엿보이네용!!!

hsh2886 2008-01-20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쁨때쁨때래ㅋㅋㅋㅋ귀엽다아아아아>_<♡태민이 보구시퍼....
 

미니아빠는 아이가 셋이면 좋지 않겠느냐고 하고

나는 태민이도 아직 어린데 더 작은 아이를 가져서, 낳아서, 또 사람 비슷하게 키우려면...

상상만 해도 힘이 들어서 절대 반대다.

그러다보니 아빠는 수민이에게 여동생도 있으면 좋겠지? 라는 질문을 자주 하고

나는 나대로 동생이 하나 더 있으면 네가 먹을 것도 양보해야 되고, 돌봐줘야 되고

차에서 내릴 때 졸려도 걸어야 되고 어쩌구 저쩌구 길게 늘어놓곤 한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여동생을 낳아주면 자기가 돌보고 태민이는 엄마가 돌보면 되니까

동생을 하나 더 낳아달라고 조르더니

(또 남동생이 태어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자 남동생일지 여동생일지 일단 낳아보잔다.^^)

며칠 전에는 엄마와 미니 사이에 자꾸 끼어드는 동생을 보면서

" 어유, 징그럽다, 징그러워! 태민아, 저 쪽으로 좀 가라!"

" 엄마, 동생이 하나 있어도 이렇게 힘드는데 한 명 더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라고 하길래 드디어 엄마에게 설득당했나 보다 했었는데

오늘은 또 사실은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바꾼다.

그러더니 동생을 낳으면 엄마가 너무 힘들고

산후조리원에도 다시 가야 되니까(= 미니가 엄마랑 떨어져 지내야 되니까^^)

낳지 말고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나는 흥미진진하여 어떻게 여동생을 만들 것인지 물었다.

" 이 색종이에 여동생을 그려서 가위로 오려서 내일 아침에 반짝이 가루를 뿌리면 되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고 나서 조금 있다가 덧붙이는 말,

" 그런데 반짝이 가루를 뿌리면 어떻게 살아나게 되는 걸까? 정말 궁금해, 그치?"

 

종이괴물 대소동에서 그림에 반짝이 가루를 뿌리면 괴물과 공룡들이 살아 움직이는데

미니는 어떻게 그 가루를 구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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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25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아이다운 발상, 너무 귀여워요! 반짝이 가루 구하면 제게도 나눠주세용 ^^
아이가 셋이면 세배로 힘들지만, 기쁨도 행복도 세배로 많답니다~~
저는 둘 둘 자매 형제 다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막내를 서른여섯에 낳다보니... 딸둘 아들 하나로...참았답니다아~~~ ^^

miony 2007-12-25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형제,자매 다 만들어주고 싶지만 둘째를 서른 여섯에 낳다보니 셋째는 엄두가 안난답니다.^^

2007-12-25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7-12-26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게 하면 동생을 만들 수가 있군요.
아, 8년 전 우리 딸 동생 만들어 달라는 말에 덜컥 남동생 낳아주었구만.

miony 2007-12-28 11:12   좋아요 0 | URL
휼륭하십니다. 두 아이가 다 엄마한테 고마워 할 거예요.^^

2008-01-02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궁이에 불을 넣느라 땔감을 들고 걸어가는데 머리 위에서 글자 그대로

쓩~!

하는 소리가 들린다. 슝도 아니고 쓩이다.

뭔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주먹만한 새가 저 쪽으로 바람같이 날아가고 있었다.

날개를 접고 미사일처럼...

아무리 그렇다고 그렇게 엄청난 소리가 나다니 정말 놀라웠다.

 

지난 번에는 아마도 방 안에 어떤 목표물을 향해서 달려든 듯

역시 제법 큰 새가 전 속력으로 날아 와 유리창에 부딪쳐 죽은 일이 있었다.

마침 근처에서 작업하던 아저씨들이 먼저 발견하고 새를 치워주셔서

주검을 직접 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지만 기역 자로 가로 세로 각각 족히 20센티미터는 찢어진 방충망과

이리저리 널려 있는 잿빛 깃털에다 낭자한 선혈... 

그 흔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끔찍(!)했다.

새가 아무리 빨리 날았다고 한들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의아했는데

그 새도 아마 쓩- 하고 날아들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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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23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을 읽으니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 어떤 책이 떠올랐어요.
새들이 날아가는 길을 막지 않으려고 집이 확~ 트이게 지은 아저씨 이야기.
제목이 뭐였더라~~~~~~ 님도 생각나면 알려주세요! ^^

miony 2007-12-24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게도 전혀 모르는 책이네요.
정성은 가상하지만 그런 길목이었다면 집을 다른 곳에 짓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소나무집 2007-12-2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소리를 내면서 새가 날아가는군요.
저도 어제 외출했다가
바로 머리 위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개를 펴고 나는 걸 봤는데 날개가 엄청 크더라고요.
약간 섬찟하기도 했어요. 잡혀갈까 봐...

miony 2007-12-24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도에도 먹이를 구하는 독수리가 인가에 가까이 와서 어린 아이들이 길을 갈 때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어요.

2007-12-24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게으름 피우다 아점 먹고 ,손님 치르느라 점심 거른 후 이른 저녁을 먹었는데도

동지가 막 지나서인지 식당에서 돌아오는 길이 캄캄하다.

" 지금쯤 우리 집에 박쥐가 퍼드덕거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어제 뭔가 천장 근처에 휘리릭거리길래 또 새가 한 마리 들어왔나보다 했더니

오늘 방문한 어린 손님들이 서까래 사이에 웅크린 박쥐를 발견했다.

" 박쥐는 밤에 먹이를 잡고, 먹고, 행동한대요."

어디서 들었나 했더니 동물의 세계에서 박쥐에 대해서 알아본 적이 있단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열을 촬영하는 특수 카메라로 여러가지 박쥐의 모습을 찍은 것을 함께 보았던 기억이 났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외투도 벗지 않고 실내를 휘둘러보며

" 엄마, 아무래도 나갔나 봐요. 퍼드덕거리지 않는 걸 보니.."

전등을 끄고 완전히 캄캄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대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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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12-2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집에 박쥐가 들어왔었나 봐요. 정말 신기하네요. 다음에 또 들어오면 연락 주세요. 구경 가게스리... 우리 아들 녀석이 그런 거 무지 좋아해요.

miony 2007-12-24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만 같이 살 수는 없어서 어떻게 밖으로 내보내야 할런지 궁리 중이랍니다.
수시로 부엌이고 현관이고 다락이고 푸드덕거리니...
우리 집 미니는 박쥐 그림을 그려서 가위로 오린 다음 줄을 매달아서 현관으로 데리고 나가면 친구인 줄 알고 따라나올지도 모르니 그 때 문을 꼭 닫자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2007-12-24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7-12-24 17:44   좋아요 0 | URL
역시나 기억이 안 난다. 그러고보니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
문도 열어주고 훠이 훠이도 해보지만 천장이 너무 높아서 손이 안 닿으니까 잡기가 더 어려워 ㅜ.ㅠ
 

친한 친구와 계모임을 하는 다섯 사람 중에 한 사람은 이런 신랑을 만났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을 자기에게 보이지 말라는 신랑.

친구의 친구이다 보니 몇 번 만났는데 예쁘장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시원시원한 성격에 박색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그냥 보통 얼굴이었다.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낫더라.)

아뭏든 신랑의 바램이 그런지라 결혼하고 언제까지 그랬는지는 몰라도

늦은 퇴근 시간까지 세수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아침엔 항상 먼저 일어나서 화장부터 했단다.

(참, 성격 무던한 여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감각이 떨어지고 또 게으르다 보니 몸 치장하는 것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 신랑이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면 심각하게 다시 생각하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치 않으셨던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느냐는 마음으로  화장하지 말라는 남편을 다행히 만났다.

심지어 드문드문 이어지다가 꼬리는 없어지는 눈썹이 신경 쓰여서 그린 듯 만 듯 했는데

그것도 그냥 두라길래 안 그리다 보니 얼굴이 우스워진다는 사실도 잊고 산다.

헤어스타일도 언제나 질끈 묶어올려 낡아서 빛 바랜 머리핀으로 꾹 누른 모습이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리, 구체적으로...

책 읽느라 앉아 있으니

키보다 높은 곳에 올려놓은 머리 빗을 어떻게 내렸는지 가지고 와서는

뒤에서 머리핀을 풀어내고는 차근차근 빗어내리고 부풀리고 이러고 저러고 한참이더니

이제 되었다면서 앞으로 머리핀은 금지란다.

엄마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는 것이 더 예쁘다면서 다시 한 번 머리핀은 금지라고 엄포를 놓는다.

- 엄마 머리가 이렇게 치렁치렁하면 음식에도 머리카락이 들어가고 그러면 나쁘잖아?

  오늘 아침에도 김치 그릇에 머리카락이 들어가서 아빠도 싫다고 하셨어!

-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가는 것은 싫지만 그래도 엄마가 예쁘게 하고 있는 것이 좋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이렇게 하고 있고 핀 꽂는 것은 하지 마, 알겠지, 응?

이러면서 달래는 투다.

속으로 뜨끔하면서 알겠다고 얼버무리고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리는데

앞에 와 서더니 마지막 쐐기를 박는다.

- (옆 머리카락 몇 가닥을 들어올려 빗으로 어깨쯤 닿을 부분을 가리키며)

  언제 미용실에 한 번 가서 이 정도로 자르는 건 어때? 그게 딱 예쁠 것 같은데..

- 그,그래, 아라언니네 놀러가면 미용실에 가서 이 정도로 자르자.

-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리며) 그러면 되겠네!

 

네 돌이 지나고 아직 석 달이 채 되지 않은 이 분은 다시 생각할 수도 없는 상대인지라

앞으로 함께 가는 길이 험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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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12-13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대단하네요. 아이 귀여워라.

순오기 2007-12-14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네 돌이 지나고 아직 석 달이 채 되지 않은 그 분도 유치원 가면 달라집니다! 제 친구 생기면 엄마를 덜 간섭할텐데... 그때 섭섭해하지 마셔용! ^^

miony 2007-12-14 12:40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늙고 볼품없는 엄마를 싫어한다고 해서 그러잖아도 걱정이었는데 예상보다 일찍 이런 얘기를 들으니 잠시 멍~ 하더라구요. 얼른 유치원에 보내야겠네요.^^

알맹이 2007-12-2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