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와 계모임을 하는 다섯 사람 중에 한 사람은 이런 신랑을 만났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을 자기에게 보이지 말라는 신랑.
친구의 친구이다 보니 몇 번 만났는데 예쁘장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시원시원한 성격에 박색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그냥 보통 얼굴이었다.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낫더라.)
아뭏든 신랑의 바램이 그런지라 결혼하고 언제까지 그랬는지는 몰라도
늦은 퇴근 시간까지 세수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아침엔 항상 먼저 일어나서 화장부터 했단다.
(참, 성격 무던한 여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감각이 떨어지고 또 게으르다 보니 몸 치장하는 것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 신랑이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면 심각하게 다시 생각하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치 않으셨던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느냐는 마음으로 화장하지 말라는 남편을 다행히 만났다.
심지어 드문드문 이어지다가 꼬리는 없어지는 눈썹이 신경 쓰여서 그린 듯 만 듯 했는데
그것도 그냥 두라길래 안 그리다 보니 얼굴이 우스워진다는 사실도 잊고 산다.
헤어스타일도 언제나 질끈 묶어올려 낡아서 빛 바랜 머리핀으로 꾹 누른 모습이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리, 구체적으로...
책 읽느라 앉아 있으니
키보다 높은 곳에 올려놓은 머리 빗을 어떻게 내렸는지 가지고 와서는
뒤에서 머리핀을 풀어내고는 차근차근 빗어내리고 부풀리고 이러고 저러고 한참이더니
이제 되었다면서 앞으로 머리핀은 금지란다.
엄마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는 것이 더 예쁘다면서 다시 한 번 머리핀은 금지라고 엄포를 놓는다.
- 엄마 머리가 이렇게 치렁치렁하면 음식에도 머리카락이 들어가고 그러면 나쁘잖아?
오늘 아침에도 김치 그릇에 머리카락이 들어가서 아빠도 싫다고 하셨어!
-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가는 것은 싫지만 그래도 엄마가 예쁘게 하고 있는 것이 좋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이렇게 하고 있고 핀 꽂는 것은 하지 마, 알겠지, 응?
이러면서 달래는 투다.
속으로 뜨끔하면서 알겠다고 얼버무리고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리는데
앞에 와 서더니 마지막 쐐기를 박는다.
- (옆 머리카락 몇 가닥을 들어올려 빗으로 어깨쯤 닿을 부분을 가리키며)
언제 미용실에 한 번 가서 이 정도로 자르는 건 어때? 그게 딱 예쁠 것 같은데..
- 그,그래, 아라언니네 놀러가면 미용실에 가서 이 정도로 자르자.
-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리며) 그러면 되겠네!
네 돌이 지나고 아직 석 달이 채 되지 않은 이 분은 다시 생각할 수도 없는 상대인지라
앞으로 함께 가는 길이 험난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