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비평 148호 - 2024.가을
역사문제연구소 지음 / 역사비평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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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최고의 논문으로 ‘그녀는 정말 남편을 죽였는가?‘(이기훈 교수)를 꼽고 싶다. 진짜 혁신적 논문이다. 역사비평의 전환점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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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초등학교) 3학년 3월 말 아니면, 4월 초 였다. 아직 차가운 기운이 많이 남아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전날저녁 아빠는 또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가구와 그릇을 엎고 때려 부수며 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잠에 골아떨어졌다. 엄마는 언제나처럼 방을 다시 깨끗하게 정리하면서 울었다. 그날은 그 정도가 조금 더 심해서 군내나는 김치통을 집어던져 온 방안에 김치내가 진동했다. 나는 그 모든 광경을 간간히 이불속에서 보았고, 소리는 모두 들었다. 우리는 저녁 8시만 넘으면 아빠가 술을 마시고 온다고 생각하고, 빨리 잠자리로 도망쳤다. 그때 아빠에게 술먹지말라고 말하고, 엄마를 보호해줄 생각을 못한 내가 너무도 부끄럽다. 그저 빨리 이불을 덮고 잠을 자는 척하는 것으로 나자신만을 보호하고자 햇다. 동생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으로 학교 가기 시작한지 한달이나 되었을 즈음이었다.


엄마는 다음날 아침 아침, 피곤한 몸으로 겨우 일어나 나의 도시락을 싸주었다. 아직도 방과 부엌에선 군내가 진동하고, 벽에는 김치국물이 군데군데 말라가도 있었다. 엄마는 그냥 밥을 김에 말아서 도시락에 넣어주었다. 그날 난 점심시간에 도시락 뚜껑을 여는 것이 너무도 창피했다. 나는 학교 점심시간이 싫었다. 소세지도 없고, 그 흔한 콩자반도 없는 반찬통이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 매일 점심시간에 밖에서 놀다가 모두가 귀가한 뒤 교실에서 밥을 먹고 집에 갔다. 그런데 그날은 이 마저도 너무 창피했다. 김밥 속에 아무것도 없는 도시락을 친구들에게 들켜버렸다. 그때 친구가 '김밥에 왜 쏘세지가 없어, 닥꽝도 없고,'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쉬는시간에 모두 빼먹었다.'하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거짓이란 것을 아는 나는 내가 너무도 창피했다. 그날의 속빈김밥은 지금도 나에게는 트라우마다. 그날로 다시 돌아가면 당당했을 것이지만, 10살의 나는 속빈김밥이 너무도 창피했다. 마치 친구들이 속빈김밥을 보면, 어제 밤 엄마가 아빠의 술주정을 받으며 울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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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6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4년 4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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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139호- 2022.여름
역사문제연구소 지음 / 역사비평사 / 2022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68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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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148호- 2024.가을
역사문제연구소 지음 / 역사비평사 / 2024년 9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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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고통이 극에 달한 순간, 눈 앞이 갑자기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한 마리 나비가 그들의 눈 앞에 날아들었다. 주위가 너무도 평온해 졌다. 그들의 형 집행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워하면서도 잔인한 형 집행을 내심 즐기고 있었다. 한참을 조용히 날던 나비가 김장손과 유복만의 어깨에 번갈아 앉았다 다시 날아올랐다. 그리고 한번 더 날개 짓 하더니, 저 멀리로 날았갔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던 듯 주위가 평온해졌다.


1882년 8월 김장손(김춘영의 아버지), 유춘만(유복만의 형) 등 임오군란의 주모자들은 능지처사의 형을 받았다. 그들은 모진 고문을 당했고, 처참한 죽음의 형을 받았지만, 형 집행에 임하여 순순히 그리고 담담하게 극형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그들은 억울한 것이 많았을 것이다. 누구 하나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지 않았으니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은 흥선대원군 마저 그들을 이용해 먹었다. 결국 청나라 군인들은 흥선대원군을 납치하고, 원세개 등 청군이 이태원과 왕십리에 거주하던 무위영과 장어영(과거 훈련도감)의 군인들을 습격하여 많은 이들을 무참하게 참하는 진압 작전을 주도하였다. 


김장손, 유춘만 등 주모자들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들은 흥선대원군에게 말했다. '홀로 청군영에 들어가지 마소서' 하지만, 역사가 박은식 선생의 평가처럼,불학무식한 대원군은 어디서 그런 당당함이 앞섰는지 혼자 유유히 청군의 막사로 걸어들어갔다가 납치 당해 천진으로 보내졌다. 김장손 등 주모자들은 사실 궁궐까지 습격할 생각은 없었고, 일본인을 죽일 생각도 없었으며, 고관들을 척살할 생각도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들의 하소연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자, 그들이 마지막으로 찾은 것이 힘빠진 흥선대원군이었다. 사실 흥선대원군은 서자 이재선 역모사건 이후로 더욱 궁지에 몰려있었던 것이다. 흥선대원군은 김장손 등의 하소연에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그들이 흥선대원군을 독대한 뒤 이 모든 사건이 일어났다. 특히 흥선대원군이 군복을 입혀 경복궁에 침투시킨 허욱은 어디까지나 왕비 민씨를 찾기 위해서 였다. 그 역시 다음 해 찢겨 죽는 형을 당했다. 

그들이 궁궐을 습격하였고, 왕비인 민씨를 잡아 죽이려하였으며, 부패한 고관(영의정 이최응, 선혜청 당상관 민겸호, 경기감사 김보현 등)을 죽였다는 점에서 죽음의 형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료를 꼼꼼하게 읽다 보니, 그들에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세상은 달려졌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이 이해된다. 역사는 이렇게 또 한번 도도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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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5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4년 4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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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149호- 2024.겨울
역사문제연구소 지음 / 역사비평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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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내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보낸 지난 여섯 달은 돌아보면, 조용하고 아름다운 이별의 시간이었다. 

나 역시 언젠 가는 주변과 이별할 것이 분명하지만, 

그 이별이 지금처럼 조용하고 아름답길 바란다.

이제 그 이별의 과정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긴 세월 고생한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글이라 내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이 글을 쓰는 동안 다시 엄마를 생각 할 수 있어 너무도 기쁘다.

안녕, 우리를 먹여 살려준 큰 사람...잘가요.


언젠가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다가 우연치 않게 읽게된 정조 대왕의 행궁 행차에 대한 내용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왕의 행차라고 하면, 화려하고 떠들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왕의 행차가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먼 곳으로 갈 경우 왕의 행차라도 비용을 절약하고 최대한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정조는 수원으로 가다가 밥때가 되면, 근처 양반댁에 들러 요기를 하였다. 왕이라도 얻어먹는 수라라고 생각했던지, 찬을 3가지 이상 내오지 못하게 하였다. 왕을 시종하던 이들 역시 검소한 밥상을 받아 요기를 하였다. 누구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없었고, 지나치게 화려하고 기름진 음식을 바라지도 않았다.

간혹 간단한 간식을 내어주었는데, 대부분 떡이나 강정, 혹은 엿과 같은 종류 였다. 정조를 호위하던 병사 가운데 한 명의 모습이 기록에 남아 있다. 행차 도중 비가 내려 왕은 가까운 지역의 양반 집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그때 양반 댁의 안 주인이 인절미를 병사 한 명당 2덩이씩 나누어 주었다. 인절미를 받아든 한 병사는 땀이 밴 목수건을 풀어 인절미를 조심스럽게 포장하고 다시 가슴 깊은 곳에 집어 넣었다. 옆의 병사가 물었다.

"이보게, 왜 먹지를 않고, 단단하게 잘 만들어진 인절미네, 맛있네.. 빨리 먹게"

"아니네, 내 이 좋은 걸 우리 아이에게 가져다 주려 하네...아들, 딸이 떡 먹어본 지 오래됬네."

"아이고, 나도 그 생각을 못했구만, 자네 어린 아들, 딸은 참 행복하겠구만..허허"


과거나 지금이나 부모의 자식 사랑은 변한 것이 없다. 내입에 맛난 것 들어가기 앞서 언제나 자식 생각을 먼저하는 것이 부모된 마음이다.

엄마가 처음 사준 바나나 생각에 눈물이 난다. 1978년 바나나 1개 가격이 500원일 때, 당시 삼양라면이 한 봉지 80원이었을 때, 엄마가 사준 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눈빛에 자식 사랑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마음이 깃들여 있었다는 것을 50년이 더 지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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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150호- 2025.봄
역사문제연구소 지음 / 역사비평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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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4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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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병원을 다니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시작하여, 한달에 한번 혹은 일주일에 한번, 그동안 2번의 수술이 있었고, 6번의 치료 과정이 있었다.

엄마가 서울역에서 내리면, 내가 자동차로 모시고 병원엘 간다. 가는데 40분, 오는데 40분...엄마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건넸다.

했던 말을 또하기도 하시고, 약간은 지루한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몰랐던 우리 가족과 엄마에 대한 속사정과 내면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그때는 그랬다. 그때는 좋았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모두 지나고 나니 추억으로 남는 좋은 기억이다.

정직하게, 신뢰를 잃지 않는것이 중요하다.

욕심이 많으면 재물을 얻어도 인심을 잃고 더 많은 것을 얻을 기회를 놓친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해준 엄마의 병에 감사해야 할지....

자주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너무도 행복하다.

이 시간이 자주는 아니더라도,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다. 

엄마의 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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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138호- 2022.봄
역사문제연구소 지음 / 역사비평사 / 2022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68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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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3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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